작년 가을 우리 팀에 합류한 아서(Arthur)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돈 버는 기계에는 돈 아끼는 거 아니다.
그 말에 홀려 나는 아이패드 프로를 사고 말았다. 덕분에 아직 벌지는 못하고 돈 잘 벌 수 있는 제품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한성 컴퓨터 무접점 키보드 GK 868B Tico
위에서 언급했듯, 나는 글 쓰는 환경/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전히 글쓰기에만 빠져서 글 흐름을 고민하고 단어나 표현 선택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키보드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인데, 물론 해피해킹 같은 초고가 키보드를 그냥 사면 모든 고민이 해결되겠지만 결국 적절한 트레이드 오프를 통해 가성비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커맨드 E Command E
커맨드 E(Command E)는 요새 급부상하는 스타트업 제품 중 하나다. 아사나(Asana), 슬랙(Slack), 구글 드라이브, 노션(Notion), 지라(Jira), 깃허브(Github), 컨플루언스(Confluence) 등 스타트업 및 IT 회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툴을 연결해서 맥OS에서 Command+E 단축키 하나로 모든 것을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툴이다. 평소에 수많은 툴을 사용한다면 커맨드 E는 거의 구세주나 다름없을 정도로 편하다.
아직 베타 기간이고 나도 온보딩 액세스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료로 잘 쓴다. 곧 유료 전환할 것 같고 노션, 슈퍼휴먼(Superhuman)처럼 확 퍼질 가능성이 커 보이는 툴이다. 액세스를 원한다면, 내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액세스를 줄 수 있다.
룸 Loom
말이나 글로 해서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버그를 개발자에게 보고하거나,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사실 글+말보다는 영상+말이 훨씬 더 잘 된다. 룸(Loom)은 그 점에 착안해서 맥OS와 크롬 플러그인을 통해 브라우저 환경이나 데스크톱 환경에서 화면을 녹화하고 녹음까지 해서 바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룸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은 퀵 타임 플레이어(Quick Time Player) 같은 무거운 제품인데, 우리 팀 아서의 표현 방식대로라면 집에서 액자를 걸 못을 박기 위해 공업용 망치를 들고 와서 사용하는 격이다. 퀵 타임 플레이어를 사용해서 영상을 녹화 및 녹음하면 파일을 저장하고 그걸 어디에 올려서 상대방에게 공유해야 한다.
룸은 플러그인으로 간편하게 녹화/녹음을 마치면 바로 룸의 웹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서 녹화/녹음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고, URL로 공유할 수 있다. 옆에 붙어서 일할 수 없는 리모트 환경의 팀이라면 더더욱 필요한 유틸리티 툴 중 하나.
드롭박스 페이퍼 Dropbox Paper
요새 글을 쓸 때는 드롭박스 페이퍼를 이용한다. 다른 텍스트 에디터도 많이 써봤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글을 쓰고 관리해봤지만 페이퍼만큼 만족스러운 제품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원래는 베어(Bear)를 썼는데 오래 쓰다 보니 조금 질리더라.
글쟁이들은 일부 공감할 테지만, 글을 쓰는데 환경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정리·정돈 되어 있어서 온전히 글을 쓰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드롭박스 페이퍼는 집중에 방해가 될 만큼 UI가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워드나 구글 문서처럼 지루한 UI도 아니다. 마크다운 지원도 되고, 엑스포트 하는 경험도 괜찮아서 만족하며 잘 쓴다. 최근에는 다크 모드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아직 베타지만 데스크톱 앱도 출시했다.
아이폰 11 프로 iPhone 11 Pro
아이폰 11 Pro는 내가 써본 아이폰 중에서 제일 좋은 경험을 준다. 배터리도 오래가고, 사진도 잘 찍히고, 적당히 무거워서 떨어트릴 일도 적은 것 같다. 디지털 라이프 컴패니언인듯. 매우 만족하면서 쓴다.
개똥철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이폰 케이스나 스크린 프로텍터를 씌우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한데, 처음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을 때부터 애플이 고객이 케이스나 스크린 프로텍터를 씌울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그 제품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스크린 프로텍터가 붙어 있으면 왼쪽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서 돌아가는 뒤로 가기 인터랙션이나 하단 부분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는 앱 변경 인터랙션을 할 때 프로텍터를 밀게 되어 매끄러운 경험을 방해한다. 내가 유독 이런 부분에 민감한 걸 수도 있겠지만, 지금 스크린 프로텍터를 붙여서 사용한다면 한번 떼서 써보길 권한다. 미세하고 작은 차이지만, 경험이 정말 다르다.
원문: Cra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