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망가뜨린 두 요인: 코로나와 유가 전쟁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당수: 모 정당의 당수입니다. 이번 총선은 불출마할 계획입니다.
이승환: 주가가 왜 이리 개판인가요?
당수: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당장은 중국의 코로나 충격입니다. 중국의 2월에 소매 판매가 40%, 외식이 80% 줄었습니다. 출근도 못 하니 생산도 30% 줄었죠. 전체 경제활동이 70% 수준으로 위축됐습니다. 사실상 중국은 2월 경제를 셧다운한 셈입니다. 1개월간 셧다운으로 경제성장률은 2–3%, 최대 5%까지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 비해 코로나의 확산은 잘 막았다고는 봅니다.
이승환: 또 하나는 무엇입니까?
당수: 유가 전쟁입니다. 사우디와 미국은 사이가 좋습니다. 러시아가 증산을 외치자, 사우디가 너 죽고 나 죽자며 유가 전쟁이 시작됐죠. 이로 인해 미국 셰일 가스 업계가 유탄을 맞았습니다. 배럴당 40달러는 돼야 돈을 버는데, 이미 유가는 배럴당 22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우디는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 헤지펀드에 넣은 돈을 빼죠. 이 역시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습니다.
유가 전쟁에 떨 필요는 없지만, 코로나는 2008년급이 될 수도 있다
이승환: 둘 중 뭐가 더 심각한 문제인가요?
당수: 당연히 코로나죠. 유가 전쟁은 2015–201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경제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0.2% 수준에 불과했어요. 물론 셰일 가스 기업이 발행한 고위험 채권이 많긴 합니다만, 셰일 가스가 미국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이승환: 셰일 가스 업계는 어떻게 될까요?
당수: 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 전쟁을 금방 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셰일 가스는 미국의 기간 산업도 아니고, 그리 큰 기업도 아닙니다. 그냥 망하게 놔둬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보잉은 굉장히 심각한 위기를 겪지만, 군수업체이기도 하기에 구제금융으로 살려줄 겁니다.
이승환: 그러면 코로나의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당수: 최소 2008년 금융위기의 절반, 최대 2008년 금융위기급이라고 봅니다. 최대 전 세계 GDP의 5% 정도가 날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경우로 볼 때 1개월간 경제를 닫을 때 나오는 위축 효과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이승환: 읭? 지금 이렇게 퍼지는데 1개월 셧다운으로 끝날까요?
당수: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우왕좌왕하며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 썼던 금리 인하와 재정 확장을 빠르게 펼쳤지요. 지금은 코로나가 평생 갈 것 같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물리적 충격도, 2008년과 같은 금융 시스템 충격도 아닙니다.
다만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충격은 꽤 클 수 있습니다. 진압도 제대로 못 했고, 여기는 국가부채가 높아서 재정을 풀려고 해도 여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동네는 이미 지난 10년간 경제 성장이 나빠서, 경제위기를 넘은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승환: 음… 코로나를 조금 가볍게 보는 느낌도 듭니다만…
당수: 경제위기급 충격이라 했으면, 전혀 가볍게 본 게 아닙니다. 우리가 잊어서 그렇지, 2008년의 충격은 굉장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코로나를 보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격리만 잘하면 2주 정도 후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됩니다. 미국에서 지난주부터 격리를 시작했으니 1–2주 후에는 속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시장이 지금보다 안정될 거라 봅니다.
주식시장, 섣불리 들어가지 말고 코로나 안정까지 관전해라
이승환: 그러면 주식 시장은 언제나 살아날까요?
당수: 주식 시장의 회복은 오로지 코로나 진압에 달려 있습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에서 동시 발생하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순차적으로 발생하며 회복이 느려집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1개월간 셧다운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이에 따른 실물 충격이 뒤따를 겁니다. 코로나가 길어진다면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각국 기업들의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퍼부어야겠지요.
이승환: 하지만 심리 이슈는 계속 이어질 수 있잖아요?
당수: 이후 대책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가 안정된 후에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이전처럼 돌아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2조 달러를 뿌렸음에도, 집 밖으로 안 나가서 돈을 안 쓰면 말짱 도루묵이죠. 제로금리에 트럼프가 2조 달러까지 뿌렸기에 중앙은행은 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재정정책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외식업, 항공, 숙박 등 박살 난 업계에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죠.
이승환: 저 같은 개미는 언제쯤 투자해야 할까요?
당수: 코로나의 변곡점을 보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잡히지 않는 한, 시장 불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이 힘듭니다. 통제 가능할 거라 생각하면, 장은 알아서 긍정적으로 반응할 거니 그때 들어가길 권합니다.
이승환: 이번 코로나에 총평을 내린다면…
당수: 결국, 정부의 힘이 시장에도 그래도 전달된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독일이나 프랑스가 선방하는 건 그래도 공공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도 공공의료는 약하지만 의료 수준은 높기에 극복 가능하리라 봅니다.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