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터지면 지자체장이 모가지라 방역에 모든 걸 거는 중국 지방 정부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금진방: 연합뉴스 중국 금진방 특파원입니다.
이승환: 현재 중국 상황은 어떤가요?
금진방: 믿을 수 있느냐는 차치하고, 중국 정부 통계만 놓고 보면 종식 직전까지 갔…다가, 글로벌 팬데믹이 와서 외부에서의 유입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코로나를 수출했다가 역수입하는 셈이죠(…) 이탈리아나 한국과는 상황이 다른 게, 한 번 유행했다가 재발하면 꽤 공산당 리더십과 경제에 영향이 클 것입니다. 심지어 지금 중국 내의 우한 포비아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입니다.
이승환: 그래도 나라는 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진방: 중국은 워낙 커서 한 덩어리로 보기가 힘듭니다. 지방 따라 산업 따라 정상화 수준이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일단 시범 운영해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또 중단하고 잘 돌아가면 놔두고…를 반복합니다. 물론 이는 제조업 이야기입니다. 관광, 극장, 여가 같은 서비스업들은 거의 셧다운입니다.
이승환: 서비스업 다 죽어요?
금진방: 열어봐야 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사고가 터지면, 지방 정부장을 그냥 날립니다. 이미 후베이성장 당서기는 대응 미흡으로 날아갔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도지사가 모가지인 겁니다. 시장급도 많이 날아가서 지방 정부가 먼저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이승환: 그러면 중앙은 어떤 메시지를 주나요?
금진방: 중앙에서부터 강한 셧다운 지시를 내립니다. 예로 지금 베이징으로 국제선을 타고 피신 오는 중국인이 많습니다. 이분들 베이징 오려면 무조건 지정된 숙소에서 14일 격리입니다. 그런데 지난주에만 중국에 온 사람이 수만 명인데 호텔이 감당이 안 되지요. 다른 지역 공항에 내려서 그 지역 호텔에 격리됩니다. 지정 격리 비용도 자비 부담하는데 숙박비에 식단까지 베이징 기준 150만 원 정도 듭니다.
이 기회에 “코로나 종식! 공산당은 위대해!”를 외치려는 시진핑
이승환: 아니, 그렇게 심하면 누가 베이징으로 들어와요?
금진방: 네, 들어오지 말란 이야기입니다(…) 님 중국어과 졸업했으니 양회 아시죠?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데, 베이징에 무려 3,300명이 모입니다. 딸린 식구까지 따지면 수만 명이 모이죠. 현재 중국은 이걸 제대로 여는 게 목표입니다. 이날 시진핑이 나와서 “코로나 종식!”을 뙇! 하고 외치는 거죠. 그래서 베이징이 제일 빡빡합니다.
이승환: 상하이는 어떻습니까?
금진방: 상하이나 광저우는 상업 중심지라 세게 관리하긴 하는데 베이징만큼 빡빡하진 않습니다. 다른 지역은 애초에 해외에서의 유입 인구가 그리 많지 않고요. 베이징은 양회도 양회이지만, 국가지도자들 나이가 많습니다. 지도자들 평균이 70일 건데, 코로나 퍼지면 골로 갈 겁니다. 아무튼 제일 중요한 건 베이징 수호고, 다른 지역도 빡세게 관리합니다.
이승환: 중국 통계 믿을만한가요?
금진방: 님 같음 믿겠어요? 14억 인구에 확진자가 1명도 안 나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빨리 종식 외치고 싶은 마음에 좀 덮고 그런 건 있겠죠. 막말로 기저질환 있던 감염자는 폐렴 사망 처리하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실제로 중국이 코로나를 잘 막는 건 사실입니다.
이승환: 어떻게요?
금진방: 그냥 밖에 안 나옵니다(…) 평상시 1/5이나 되려나… 한국은 클럽도 덩실덩실거리던데, 여기는 아예 식당 문도 거의 안 엽니다. 중국은 당의 지시에 따르는 게 체화돼 있습니다. 규정 안 지키면 처벌이 굉장히 심해요. 격리 어기다가 실형 당한 사람도 있고, 외국인은 추방당하기도 하고…
말 잘 듣는 중국인, 돈 잘 푸는 공산당
이승환: 그래도 지금 한국은 답답해서라도 슬슬 기어 나오지 않습니까…
금진방: 중국은 통제에 꽤 익숙합니다. 또 춘절(설날) 때 한 달씩 고향 내려가기도 하고, 한국만큼 노동의 질이 안정적이지 않은 사람도 많고… 이런 사람들에게 돈도 많이 풀었어요. 셧다운한 직장에서도 정부 보조로 월급이 좀 나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월 1,600위안(약 30만 원)인데 그 2배 정도를 직장과 정부에서 보존하며 받습니다. 방콕해서 못 살 정도는 아니죠.
이승환: 기업 지원은 어떤가요?
금진방: 경제성장률 엄청 떨어질 테니 여러 보조 정책을 많이 풉니다. 코로나 초기부터 사회보험료 87조 원 투입, 재정 13조도 별도로 풀고, 파산 위기인 중소은행 살리기에 2조 원… 각론으로 엄청 많습니다. 기업들 법인세도 많이 깎아주고, 국가 건물 들어온 애들 임대료 면제도 해주고, 최근엔 14억에게 440조 뿌린단 썰도… 원래 중국은 재정지원으로 성장률 맞추려고 공사판 벌이고 이런 나라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 뇌피셜인데…
이승환: 뇌피셜?
금진방: 솔직히 제 생각으로는 이참에 지방의 부실기업 정리하려는 맘도 없진 않을 듯합니다. 중국 중앙 지표만 보면 모르는데, 지방 기업과 은행이 엄청 부실합니다. 코로나라는 천재지변 맞고 경제성장률 내려가는 김에 좀 정리하지 않을까… 사실 중국에서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연착륙 연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혁명 일어나지 않게 조절할 시기이지도 않을까… 뇌피셜입니다, 뇌피셜…
이승환: 서비스업 셧다운은 언제까지 갈까요?
금진방: 3월이었던 양회를 미뤘는데 5월 개최설이 솔솔 나옵니다. 그때까진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신 중국도 한국처럼 배달업이 미치도록 잘 됩니다. 연일 최고기록 경신 중이죠. 놀란 게 중국 IT 망이 워낙 잘 되어 있다 보니, 빠르게 기존 운수업 종사자들을 끌어들이더군요. 심지어 동종업계끼리 라이더 셰어도 합니다. 중국 온라인 쇼핑이 너무 잘 돼 있어서 불편함을 덜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후베이와 우한을 희생시킨 중국, 앞으로 정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
이승환: 공산당 타격은 좀 있을까요?
금진방: 초기만 해도 있겠다 싶었는데, 없을 것 같습니다. 뉴스 앱 깔아두면 아침마다 속보로 이탈리아 확진자 수, 미국 확진자 수… 이런 거 엄청 때리며 중국 잘했다고 홍보합니다. 사실 잘 막긴 했죠. 후베이 빼고… 후베이 중에서도 우한 빼고… 우한을 광주처럼 몰아놓고 조진 겁니다.
중국이니까 할 수 있는 거죠. 이제 와 우한 사람들 영웅으로 포장하고 그러는데…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원래 인권보다 국가가 중요한 나라라서… 봉쇄하는 게 이득인 거 다 알지만, 어느 나라도 못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할 수 있죠. 국민들도 별로 이상해하지 않습니다.
이승환: 우한은 불만 많겠군요.
금진방: 네. 베이징은 정치의 도시, 상하이는 경제의 도시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한은 대학의 도시라고 합니다. 코로나를 내부고발하고 코로나에 사망한 리원량 의사 보면, 중국 입장에서 좀 반골 기질이잖아요. 대학의 도시라 젊은 친구들, 연구자들, 이런 사람들이 많아요. 우한이 만만한 도시가 아닙니다. 불만 크죠… 그런데 글로벌 팬데믹 뜨면서 그냥 조용히 사그라드는 것 같기도 하고…
이승환: 앞으로 중국의 코로나 대처는 어떻게 보십니까?
금진방: 공산당이 엄청 쫄았지만, 그만큼 잘 막으며 역량도 보여줬다고 봅니다. 5월 양회 열면서 “코로나 박멸 만세!” 외치고, 언제가 될진 몰라도 초중고 대학 개학하면 대충 돌아가겠죠. 개학 안 해도 중국 IT가 잘 돼 있어서 화상으로 생각보다 잘 굴러갑니다. 근데 내년이 공산당 창당 100년이에요. 이때까지 샤오캉 사회(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를 만든다 했는데, 면이 좀 상했죠. 시진핑 장기 집권에 영향이 가긴 할 듯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금진방: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중국은 코로나 이후로 많이 바뀔 겁니다. 초기에 중앙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못 한 건, 정보를 숨기고 통계도 바꾸고 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거 일상적인데(…) 이번에는 사람이 아프고 죽고 하니까, 사람들이 피부로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후베이 지역은 거의 한 지방이 초상이 났고… 이로 인해 기존과 같은 정보통제 방식은 먹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변화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