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공포가 지배할 때 리더가 흔들려선 안 된다
이건 그냥 상상이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2020년 3월 16일, 아침부터 시장은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었다. 주가 (NASDAQ)는 7000 밑으로 주저앉았고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준 개입이 무색하게 튀어올랐다. 사람들은 생수를 사 재고, 휴지를 박스째 챙기느라 마트로 몰려들었다. ‘코로나 판데믹, 이번 달 미국 인구의 7할이 감염된다.’ 바이러스의 공포가 이날 미 대륙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히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장을 찾았다. 콜린스 박사는 오바마 행정부 인물이지만, 그동안 트럼프는 국립보건원(NIH)에 관심이 없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도 마찬가지, 대규모 검사 프로토콜이 작동하려면 두세 주는 더 걸릴 터였다. 정식 배포할 키트도 불충분해 트럼프는 임시 키트로 검사받아야 했다.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되기 전에 잡을 수 있겠지요?
콜린스는 딱 잘랐다.
한 달 전부터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코로나는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퍼진다. 트럼프가 되면 7할이 걸리고, 바이든이 되면 절반이 걸리고, 샌더스가 되면 1할로 끝난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트럼프가 그 말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다. 몇 해 전 메르스 감염 때는 전미 감염자가 두 명에 불과했다. CDC-NIH와 주 의료당국은 긴밀하게 협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엔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 나 때문이란 말이지, 월가 대통령이라서.
간신히 선거인단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다. 샌더스의 경선불복으로 민주당이 25%의 선거인단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웃고 있을 사람은 바이든이었을지 모른다. 버니 샌더스가 그에겐 일등공신인 셈이다.
하지만 취임 일주일이 다 되도록 샌더스의 축하 전화도 받지 못한 터다. 애초 며칠 전 취임사에 ‘필요한 사람을 위한 효율적 의료, 메디케어 지출 건전화’란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말들이 샌더스를 자극했을 수 있다. “나는 빼고 싶었는데, 참모들이 우기는 통에…. 휴~. 나는 왜 그들의 말을 거절하지 못할까.” 혼잣말을 되뇌며 트럼프는 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정말 의료 붕괴가? 가능성은 0.00001%지만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다.
트럼프는 즉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집단 지역감염이 일어나면 의료진이 위험하고 즉시 전미의 병원이 확진자로 가득 차고 말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콜린스 박사는 단호했다. ‘즉각 대규모 검사를 시작, 무증상자까지 확보, 격리해야 합니다. 그게 에볼라 사태 이후 방역당국의 지침입니다.’ 트럼프는 “그럴 순 없다. 대규모 격리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콜린스는 즉시 사표를 던졌다.
방역당국은 만에 하나를 준비하는 집단, 그 만에 하나의 순간에 침묵하라고 하면 존재 의의가 없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국장과 수뇌부도 동조했다. 나라는 절체절명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트럼프의 백악관은 어쩔 줄 모르고 그저 분노를 터뜨릴 뿐이었다. 누군지도 모를 상대를 향해.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저 상상이다. 하필 왜 트럼프냐고? 그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서다. 4월 무정부설이 돌만큼 미국 상황이 위급하다. 트럼프도 위급함을 안다. 요즘 들어 평소 소신을 조금 굽히고 자가격리로 한 발짝 우클릭했다. 하지만 그 우클릭이라는 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쉬세요” 정도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한가한 대책일 뿐이다. 민주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유행하는 질병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두 대선후보를 대입하면 답이 안 나온다. 하필 절체절명의 미국에 트럼프와 바이든, 신뢰 자산이 가장 부족한 두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판이다.
남은 한 달, 이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두루뭉실한 말 뒤에 숨어선 안 된다. 아예 두 사람이 끝장 토론을 벌여보라. 그래서 보건 이슈를 국가적 담론으로 끌어올려 보라. 그걸 보고 국민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한 달 후, 석 달 후, 일 년 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며 그때 내가 뽑을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국민은 묻고 알아야 한다. 이번 투표야말로 정말 국가 존망이 내 손에 달린 것일 수 있다.
- 템플릿에 맞추느라 약간 각색했지만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일이다. 사실 첫 문장을 “이건 그냥 현실이다. 상상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라고 바꿔 쓰고 싶다.
- 아래는 원본 첫 문단. 코로나 1차 아웃브레이크로 확진자가 사정없이 증가하고 세계 각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할 때조차 한국 상황은 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2017년 5월 15일. 아침부터 시장은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었다. 주가(KOSPI)는 1000 밑으로 주저앉았고 원화 값은 달러당 2000원을 훌쩍 넘겼다. 사람들은 생수를 사 재고, 라면을 박스째 챙기느라 마트로 몰려들었다. ‘대북 폭격설, 오늘 미국이 북한을 때린다.’ 전쟁의 공포가 이날 한반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원문: 김선함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