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고회사 힘들다고 했잖아’ 운영자가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라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책을 냈다. 그 책의 명짤을 모아봤다. 짤 아래는 계속해서 광고 마케팅 일을 하는 내 나름의 해석이다.
1. 아이디어 짜내는 뫼비우스의 띠
광고주에게는 항상 3가지 옵션 정도를 제안한다. 물론 광고회사에서는 이미 최선의 A안이 있다. 하지만 A안만 던지면, 어차피 다른 안을 달라고 하기에 여러 옵션을 줘야 한다. 물론 광고주도 보는 눈이 있는지라 결론은 어차피 A안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때로는 형식적으로 줬던 B안이나 C안을 택해서 광고가 망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그래 봐야 기승전A안
광고주는 끊임 없는 수정을 요구한다. 디자인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이들의 눈이 어찌 그리 디테일해지는지 프레임과 픽셀 단위에서의 수정을 번번이 요청한다. 하지만 그래 봐야 결국 돌고 돌아 원안이다. 수정하는 디자이너는 징징대지만,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에 시달리는 설움을 말할 수도 없다.
3. 직장인은 꽃이다
AE(Account Executive)는 그냥 ‘광고주 담당자’로 퉁쳐도 된다. 입사 전에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고의 광고로 디벨롭(광고업계 말인데 그냥 개선이다)하는 걸 꿈꾸지만, 사실 1과 2의 반복으로 고객사의 빠꾸를 당하는 역할이라 보면 된다. 사실 AE라 할 것 없이 광고인들이 다 이렇다.
4. 선배가 화내는 이유
광고인들은 민감하다. 광고 한 컷 한 컷의 디테일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매일같이 광고주에 시달리기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면 별거 아닌 일에 서로의 감정을 긁기도 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나라도 앞으로 저러지 말자고 생각하고 후배들을 독려하는 것.
5. 야근에 길든 나
주 52시간은 먹는 건가요? 대기업은 그래도 야근 수당으로 어느 정도 전환이나 되지, 군소업체에서는 꿈일 뿐이다. 그런 꿈이 가끔 월드컵 4강처럼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나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매일 같이 꿈꾸던 칼퇴는 ‘나는 놀지 못했고 놀 줄 모른다’는 허탈함만을 안겨준다.
6. ASAP의 뜻
“언제까지 해드릴까요?”라는 질문에는 항상 “아삽이오”라는 답이 돌아온다. 참고로 이 답은 퇴근 직전은 물론이고, 야근 중임은 물론, 새벽에도 울려 퍼진다. 하지만 광고주를 원망할 수도 없다. 그들도 상사에게 아삽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 광고주와 광고회사는 동질의식을 느낀다.
7. ASAP의 결과
신입 시절에는 어떻게든 광고주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서 해주는 게 내 능력임을 알았다. 분명 그것은 광고주의 총애를 받게 했다. 문제는 그 총애가 24시간이라는 거다. 그리고 광고주는 나를 전지전능한 아이언맨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뿐 아니라 팀원까지도 힘들게 한다. 물론 시간을 못 맞춰준다고 그 고통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8. 내 컴퓨터의 폴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공감할 짤이다. 사실 광고회사에서는 디자이너만의 이슈는 아니다. 모두가 같은 폴더에서 고통받는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짜치는 일을 하지만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일 뿐, 우리 모두는 광고주의 명령 속에 쳇바퀴를 돈다.
9. 회의실과 킥오프의 의미
광고회사의 회의는 굉장한 아이디어 대전이 벌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광고회사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까이는 게 일이다. 회의는 점점 신나는 아이디어 오디션보다는, 침묵의 장소로 변해간다. 막상 그렇게 시작하는 킥오프는 대학생 공모전처럼 신나지 않는다. 그보다 대체 이걸 어떻게 수습할 수 있나 생각만 가득하다.
10. 클라이언트 피드백어 사전
광고주와의 카톡 창에 “안녕하세요”가 뜨는 순간 멀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퇴근 시간 직전에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보단,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들이 출근할 때까지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쯤 되면 내가 인간인지 도라에몽인지 궁금해지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주머니에서 뭐든 꺼내는 도라에몽이란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마무리. 그래도 우리가 일하는 이유
※ 해당 기사는 웨일북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