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정리하는 비전문가의 코로나19 노트. 현상을 드라이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 되는 자료가 많지 않아서 찾아보고 정리한 것을 남긴다. 2월 24일까지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론이며, 알려지지 않은 데이터와 모순될 수 있다. 이 점 주의해서 받아들이시기를 바란다. 당연한 것이지만 명시할 필요성이 보여 첨언한다.
네트워크 그림은 송준모 님의 도움을 받은 것임을 밝혀둔다. 내가 그린 원본은 아주 엉망이었다.
1.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했을까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다. 구체적인 근거가 동반된 주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어제 공유한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 비대본 실무단장) 글에 흥미로운 댓글이 달렸다. 해당 댓글은 다음을 근거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번부터 31번까지의 환자 중 감시나 격리 등 방역 당국의 관리대상이 아니었던 환자들이 모두 14명이 있습니다. 이들 중 봉쇄전략에 의해 찾아낸 환자는 단 2명입니다. 나머지 12명이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지도 않고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다가 혹은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어디선가 감염되어 병원에 왔다가 확진을 받은 경우입니다. 감시를 했어야 하나 방역 당국의 감시대상에서 제외되었던 14명 중 단 2명만 방역 당국이 찾아낸 것인데 이를 봉쇄전략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완전한 왜곡입니다. 오히려 봉쇄전략의 실패입니다. […] 그동안의 방역은 봉쇄전략이 아니라 하늘만 바라보는 방역전략이었습니다.
14명, 12명, 2명이 각각 몇 번 확진자를 지칭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들렸다. 14명 중 12명을 놓쳤다면 심각한 일이 아닌가? 일단 대구 신천지 아웃브레이크 이전 확진자 명단에서 중국 국적자를 찾아보았다. 첨부한 사진은 확진자 네트워크고 주황색이 중국 국적자다. 1차 감염은 우한, 우한 외 중국 지역, 그 외 지역으로 분류했다.
- 1/19: 1번 (우한), 12, 14번 (Others, 오사카)
- 1/20: 28번 (우한)
- 1/23: 23번 (우한)
- 1/31: 27번 (Others, 마카오)
1번 확진자는 공항 검역을 통해 격리되었다. 28번은 3번과 함께 입국했는데, 질본은 3번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 나온 확진자를 통틀어 이들 중국 국적 입국자들에게서 전염된 사람은 단 한 명, 25번 확진자다 (27번의 시어머니). 26번은 27번과 함께 마카오에서 귀국해서 인과가 모호하다. 그래도 질본의 판정을 따르면 두 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7번의 확진 일은 2월 9일이며, 14일이 지난 지금까지 추가 전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WHO의 상황보고서(situation report)는 2월 9일부터 국가별 확진자 수를 감염경로별로 제공한다. 이 통계에서도 한국의 중국발 감염자 수는 2월 9일 최초 공개된 13명에서 변동 없이 유지된다. 질본이 보고하는 숫자이니 당연한 결과긴 하지만. 다시, 이들 중 6명만이 중국인이며 그마저도 한 명은 공항에서 격리, 한 명은 내국인에게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한 것은 1월 26일이다. 27번을 제외한 중국인 확진자들은 이미 그 전에 입국했고, 27번은 마카오를 경유했다. 중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다른 국가들은 중국과 홍콩/대만/마카오를 구별했다. 우리도 그랬다면, 1월 26일에 즉시 입국 금지를 발동했다고 해도 입국 금지 조치가 막아낸 전염 건은 전무했을 것이며, “하나의 중국” 룰을 적용했다고 해도 한 건 또는 두 건을 막는 데 그쳤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 3번에서 뻗어나간 네트워크가 눈에 띈다. 질본 대응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을 꼽으라면 하나라면 오히려 저곳이겠다. 3번의 돌출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3–6번 링크 단속에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3번은 1월 20일에 입국한 한국 국적자다.
신천지를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든 31번 확진자 역시 한국인이다. 그가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이만희 교주의 형 장례식은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3일간 치러졌다. 최초 감염원이 적어도 2일 이전에 입국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한국인이라면 입국 금지 조치는 역시 무의미했다.
그 최초 감염원이 우한에서 바로 온 중국인이었을 경우에만 입국 금지에 효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조차 미국 시간 2월 2일 동부 시각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입국 전면금지를 시행했다 (발표는 31일, 이틀 유예). 한국 시각 2월 3일 오전 7시다. 한국이 그 전에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봉쇄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는 가능할지 모른다. 예방의학 교과서라곤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나는 봉쇄전략의 조작적 정의를 알지 못하여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 데이터에서 14, 12, 2명이 누구인지도 식별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그 평가가 성립한다면 한국 국적 입국자 내지 제3국 경유 입국자, 또는 상당히 많은 가정하에 존재하는 중국인 입국자에 근거한다.
이에 더해 격리 이후에도 고해상도 CT 촬영 없이는 임상적 특징을 탐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질병을(1번 확진자 사례), 한동안 정식 진단키트도 없이 모든 판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단하고, 29번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기어이 찾아낸 질본의 분투를 실패로, 하릴없이 하늘만 쳐다보는 식이었다고 평가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신천지로 돌아온다. 도널드 럼스펠드의 표현을 빌리면 신천지는 “known known”도 “known unknown”도 아닌 “unknown unknown”이었다. “Unknown unknown”을 맞이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불운을 탓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허망함을 좀 한탄해 준 뒤에, keep calm and carry on 하는 것뿐이다. 더 따지자면 중국의 우한 봉쇄가 늦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손 밖의 일이다.
2. 범정부적 대응은?
그럼 정부는 모든 걸 다 잘하고 있는가? 위에도 썼지만 질본은 주어진 상황 하에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역시 가장 큰 정치적 선택은 역시 중국인 입국 금지 비시행이었다. 나는 앞서 논의한 것처럼 좋은 (그리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이것 역시 비전문가의 생각임을 달아 둔다.
먼저 메시지 관리다. 코로나가 종식 단계라는 발언은 성급했다. 전문가들은 1월 말부터 지역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적어도 확인된 잠복기의 1.5배 기간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야 종식 선언 검토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메르스의 교훈은 방역만이 아니었다. 대통령 특별 담화를 늦어도 이틀 안에는 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 대우다. 마스크나 키트도 중요하지만 의료진 보존은 더욱 중요하다. 의사와 마스크 중 이중택일해야 한다면 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대구로 공중보건의들을 차출하면서 숙소를 수배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공보의 제도는 그 자체로 징병제의 부산물인 특수한 제도로 강제성을 띤다. 이들을 차출하는 것은 치트키를 쓰는 것인데, 여기에 주거 환경 확보 등 “보급”도 원활하지 않으면 강제성과 (그들에게 아직 정신적 여유가 있다면) 사명감만이 남는다. 어느 경우나 인적 자원 자체를 연소시키는 잘못된 행태다. 의료진도 사람이고, 사람이 먼저다.
마지막으로 재정 보조. 경제학을 공부하긴 하지만 재정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언제나 어려운 문제다. 다만 유동 인구 감소는 상인들의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고정비용 (=임대료)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안다.
이에 관해 대출 지원을 하건, 일부 국고보조를 하건, 전격적인 조치를 하루빨리 시행해서 바이러스 공포가 경제 공포로 더 크게 옮겨붙는 것을 막아야 하지 싶다. 그리고 요건 따지게 하면서 재원 축차 투입하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대응이 되건 사람들의 기대 수준을 바꿀 만큼 충분해야 한다.
마치며
3주 전만 해도 큰일 없이 지나가리라고 여겼다. 그 생각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이틀 동안 팔로업했다. 지금도 바이러스보다 집단 패닉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바다 건너에 있는 몸이라 가질 수 있는 여유일지 모른다. 그래도 해외에 나와 보니 한국 의료와 시민들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것도 알겠다. 그 에너지로 상황이 호전되어 다시 팔로업할 일 없이 끝나기를 바라며 내 자리로 돌아간다.
남은 할 일이라면 100명 규모가 안 되는 작은 교회 담임목사인 부친이 다음 주에는 예배를 하지 않으시도록 설득하는 것이겠다. 포스팅에 담을 수 있는 진정성의 절반이나마 전달될 수 있을까.
원문: 김선함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