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신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변호인, 그 시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
개인적으로 한 사람을 볼 때마다 많이 생각하는 게, 그 사람 개인적으로 갈라파고스 시기라 부를 때가 있다. 찰스 다윈이 목회자 활동을 하다가 비글 호를 타고 전세계를 돌다가 갈라파고스에 우연히 도착한다. 그 사이에 종의 기원이 탄생한 중요한 계기를 발견하게 된다.
생물학자들은 이 사실에 매우 크게 놀란다. 갈라파고스에서 종의 기원 생각을 갖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계적으로 생물학 공부한 친구도 자신이 알고 있으니 놀랍다 생각하지, 그냥 가서 어떻게 발견하겠나? 그런데 다윈은 생명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다가, 갈라파고스에서 몇 가지 증거 만으로 자기 인생과 인류 역사를 바꿀 발견을 한 것이다.
내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다들 왜 하필 그때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냐고 묻는다. 바로 그때가 갈라파고스 시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 대통령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1984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학생운동은 거의 없었다. 5공 초기 강하게 학생운동을 탄압했기 때문에, 데모 등은 거의 불가능했다.
노무현은 인권변호사 생활도 했지만, 실제 부산 지역에서 돈을 정말 잘 벌던 변호사이기도 했다. 그가 어떻게 철저하게 뿌리부터 변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실제로 3-6개월이면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영화로 만들었다. 정치적 이유로 만들었냐고도 묻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현재 젊은 세대는 현실을 극복하기 힘들다
어떻게 하다 보니 30 내외의 젊은 친구들 만날 일이 생긴다. 같이 배우고 연구하다가 놀란 게 뭐냐 하면, 기성 세대의 잘못이기도 한데, 어찌 보면 지금 20대 중후반 친구들은 대한민국 만들어진 후 최초로 아무 것도 못하고 산… 그런 인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위기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 앞 세대 인생이 편했나?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30대 중반 정도 되는 이들의 삶은 기성세대보다 낫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정말 제로베이스 출발이라 시스템의 S도 없는 처참한 상황이었다. 1960년대까지 필리핀이 한국보다 잘 살았다. 나만 해도 쌀 없어서 밥 못 먹는 상황도 봤고, 국산 못 믿으니 외제 쓰자는 이야기를 하며 성장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민주화는 못 올 거야… 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왔다.
영화를 만든 계기 중 또 하나는… 많은 청년들이 30대 초반까지도 영화 다 보고 이야기하는 게 어떻게 현실 극복 가능한지 묻더라. 개인의 노력? 하면 되겠지. 되긴 되겠지. 그런데 여러분 개인이 노력해도 기성세대보다 성과를 내기 힘든 게 사실이다. 70년대에는 누가 생산시스템을 만들면, 그게 계속 커지며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지금 월급 아무리 모아도 강남 아파트 사기 어렵다. 내가 농담 삼아 최고 직업은 부자집 아들 딸밖에 안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여러분이 개인적인 노력 안 한다 생각 안 한다. 시간적으로는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시간 노력에 쓴다. 우리 때만 해도 농촌에서는 일단 모 심고 벼 베라고 학교 쉬었다. 여러분들은 그런 것도 없이 주구장창 학원, 학교 다니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취업도 힘들고 사회에서 얻을 직업의 질도 그렇게 높지도 않다. 막말로 나보다 좀 더 나이 있는 분들은 대학만 가면 바로 취업이었다. 노동력 절대 부족 국가였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여러분은 사회 나가려고 준비 중인데 실업률 등 문제가 크다. 당장 취업 걱정하는데, 나중에는 가정도 꾸려야 한다.
한국사회 가장 큰 문제는 선순환 구조가 깨진 거다. 과거에는 고졸이든 대졸이든 취직된 직장이 안정된 평생 직장을 제공하는 게 상식이었다. 최소한 50-60까지 그 직장 다니는 것이 당연했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까지 한국 국가경제 시스템은 자본주의기보다 국가자본주의라 봐야 한다.
이는 나치가 만든 1920년대 공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한정된 자본 분배하고 고용 많이 시키는 시스템을 일본, 한국이 가져갔다. 정부가 자본을 최우선으로 포항제철, 현대 등에게 직접 배분했다. 대신 고용, 투자 적극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IMF 이후 “누구도 믿지 말고 각자도생해라”
그런데 IMF 맞으며 이 체제가 부서진다. 국가자본주의 정 반대인 신자유주의, 완전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제까지 모든 게 부서졌다. IMF는 한국 시스템 가장 많이 바꾼 충격이었다. 완전고용, 평생고용은 사라지고 사오정, 이태백,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의 용어가 탄생했다. 이전에는 다 정직원이고, 인턴, 비정규직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IMF 이후 들어와서 인턴은 몇 달 있다 나가고,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돈도 못 받고…
이런 시스템이 여러분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IMF 이후 한국의 자산가치 급격하게 떨어지고 외국 자본 들어왔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사실상 지분률로 따지면 외국 회사다. 국유기업이었던 곳들도 외국계 자본이 50% 이상 들어왔다. 재벌 그룹 비서실서 일했던 분이 말하길 외국 자본이 한국서 가져갔거나 보유 자산이 1조 달러 정도, 1000조원 규모라고 하더라.
우리가 IMF 이후 했던 게 세금 걷고 공적자금 만들어서 부채를 줄이는 등 기업을 구조 조정하는 것이었다. 기업 이익률은 외려 IMF 이후가 더 좋다. IMF 이전 상장사 성장률은 8% 정도였는데, 직후 글로벌 기업으로 커지며 성장률이 12% 정도로 높아졌다.
반면 가계소득률은 반면 2%로 떨어진다. 지금 가계 부채가 1000조원, 국가 부채가 500조 정도다. 외국 자본으로 빠져나간 1000조원을 사실상 가계가 다 맞은 거다. 내 기억에 IMF 전 100조 정도였으니 900조 정도 더 생기고 그걸 가계가 떠안고 있는 것. 공공부문으로 흘러야 할 돈이 그러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자유방임주의 정책 자체가 공공보다 민간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아무런 규제 없는 자본이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전세계가 보게 됐다. 그리고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현실 직시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나도 며칠 전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이야기 들었는데, 요즘 그런 거다. 17세기 이후부터 자본으로 돈을 버는 비율이, 일을 해서 버는 노동 소득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그게 300년 400년 정도 쌓였다는 것이다.
막시즘은 노동이 결국 자본 만드는데, 노동 소외되니 실패할 거라 이야기했다. 반면 피케티는 계속해서 자본이 사람 노동보다 더 벌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가 극대화된 것이 터진 게 빵 터진 게 2008년이며, 이 구조 끊어야 선순환 구조 돌아올 수 있다는 게 그 책의 요지다.
내가 말하고픈 것, 여러분들이 나아갈 길, 그 책이 말하는 것, 다 비슷한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의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믿지 말고 각자도생 해라”이다. 어떤 아빠가 믿지 말고 밖에 나가 뛰어내리라고 해서 아이가 살았다. 지금 여러분들 앞 정당이 여러분 도와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복지가 몇 년 전부터 화제였다. 지난 대선에는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다. 지금도 기초연금, 노인 복지에 대해 말이 많다.
이제 문제는 노인 복지만이 아닌 ‘청년’, ‘가족’ 복지다
그런데 복지는 노인 문제, 예로 연금 같은 것만이 아니다. 나는 가족 복지, 청년 복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에는 청년 복지 개념이 생소하다. 고용유발책 정도만 있고, 이도 인턴 몇 명 쓰면 그 비용의 반은 국가가 대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 프렌들리한 거지, 여러분들에게는 간접적으로 조금 도움되는 정도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는 이번 유로존 위기로 가장 많은 청년 타격을 입은 나라들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 모두 연금 제도가 잘 돼 있다. 퇴직 후에도 마지막 받은 월급 80% 정도를 받는다. 대신 청년복지는 약하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좋은 건 청년과 가족 복지다. 연금복지의 기본은 자기가 넣은 돈을 찾아가는 거다. 이 복지 못지 않게 많은 돈을 청년, 가족에게 직접 주는 방향으로 유럽은 넘어가고 있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등은 대학교가 다 공짜다. 개신교를 만든 마틴 루터가 카톨릭을 멀리 한 이유는 심플하다. 카톨릭이 계속 거짓말 했기 때문이다. 천국 간다며 십자군 전쟁 일으키고, 돈 내면 천국간다며 성경에 있지 않은 말 하니까,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사람들이 계속 거짓말을 믿게 될 거라 생각했다. 루터의 진짜 혁명은 귀족 아닌 일반 평민에게 독일어 성경, 독일어 교육을 제공한 거였다. 그래서 개신교 퍼진 나라 순으로 무상교육이 이뤄졌다. 왜 공짜냐? 교육이 악마와 싸우는 가장 좋은 무기라는 걸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대학생에게 월급도 준다. 많지는 않다. 최대 500유로, 80만원 정도다. 대학교 다닐 때 알바 하느라고 시간 쓰지 말고 이 돈 받고 공부하라는 거다. 독일은 대학생 융자 제도가 있는데 신용이라 못 갚아도 정부가 책임 진다. 이후 수입이 별로면 국가에서도 일부를 같이 갚는다. 한국도 있긴 한데 대신 취직하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일본이 주저앉은 이유 중 하나도 청년복지, 가족복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 풀 꺾이고 베이비붐, 단카이 세대가 물러난다. 고도성장기에 열심히 일했으니 그 돈을 받으려 했고, 급격하게 노인 복지가 강해진다. 대신 청년복지, 가족복지는 한참 뒤에서야 눈을 떴다. 대한민국은 눈도 못 뜬 상태다.
일본이 가족복지에 돈 쓴 게 7-8년 됐다. 아직도 멀었다. 한국 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에듀푸어다. 대학 올 때까지 가족들이 지출하는 교육비 등으로 가계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 한국의 특이한 문제다. 예로 프랑스, 스웨덴, 독일은 애를 낳으면 16세까지, 독일은 만 20세까지 1인당 200유로 정도, 그러니까 20만원 정도가 나온다. 자식을 더 낳으면 낳을수록 더 준다. 프랑스에서 애 다섯 낳으면 집안 먹고 살기 문제 없을 정도라 한다. 출산, 교육에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거다.
20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한국에 미래는 없다
근데 이 나라들은 소득세율이 매우 높다. 한국은 1억 5천 넘어야 38%다. 그런데 스웨덴은 80%에 이른다. 그러니까 2억 벌면 거의 1억 6천 정도 세금으로 내는 꼴이다. 국가 입장서 대단한 고객이다. 파케티가 제안했던 정책도 심플하다. 결국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가 재생산되면서 노동자 생산 소득을 소외시키는 걸 없애야 하며, 이 방법은 상속세, 부유세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상속세도 50% 정도에 불과하다. 또 9억 이하는 상속세를 내지도 않는다.
세금 없이 복지 하자는 건 가장 큰 거짓말 중 하나다. 복지 펼치려면 증세 해야 하는데 저항 크다. 증세하자는 말만 나오면, 특히 부유세에 대해 언론이 난리를 친다. 그런데 프랑스는 보유 자산이 11억 원을 넘으면 0.5%의 부유세를 낸다. 140억 넘는 슈퍼 리치면, 그게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예금 금리든 무조건 1.5%를 낸다. 땅 팔든 지분 팔든 내야 하니, 부자들도 열심히 자본소득 더 늘리거나 일 할 수밖에 없다. 또 상속세로 70-80% 내야 하니 부 세습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은 겨우 0.1% 정도다. 전세계에서 가장 자유방임 경제인 미국도 1-2% 정도의 부동산세를 낸다. 한국은 미국보다 더 자유방임이 심각하다. 20대가 투표율 낮으면, 정책 요구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
예로 내가 걱정했던 일본만 해도 2007-8년부터 아이 1인당 월 30만원씩을 지급한다. 애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에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한다. 우리는 MB 정권 때 대한민국 최초 보육비 보조로 난리가 났다. 겨우 보육원 다니는 3-4세에 한해 10만원 좀 넘게 준다는 이유다. 농촌 사는 사람은 받기도 힘들다.
독일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외국인 차별이 없다. 똑같은 일 하면 같은 돈 받는다. 한국에도 100만명의 산업연수생 있다. 한국 청년이 3D 싫어하니 어쩔 수 없다 한다. 근데 그 친구들 100만원 받는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외국인 받으려고 난리다. 그런데 독일은 차별 없는 단순한 노동법 하나로 청년 고용이 쉽고, 초봉도 300부터 시작할 정도로 심플하다. 같은 값이면 독일어 잘 하고 교육 잘 받는 애 쓰지, 외국인 쓸 필요가 없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스펙 쌓고 공부해도 소프트웨어 제도 개혁 없이 힘들다. 여러분들이 취직도 해야 하고, 가정도 이뤄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한다. 나는 여러분들 같이 젊은 친구들 만날 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젊은 세대가 정치세력화 되지 않으면 여러분뿐 아니라 한국 미래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였지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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