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이도: 중상
- 벌이: 일 5–10만 원
여름 방학 동안 한국에 와있던 사촌 동생이 재미 삼아 방송 단역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TV 드라마 장면에 꽤 비중 있게 잡혀서 가족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던 적이 있었다. 약 10회 정도의 촬영으로 10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벌었고, 분장 트레일러를 함께 쓰며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보고, 말로만 듣던 밥차 식단을 경험하는 등 부차적인 재미가 많았다.
알바몬 같은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에서 ‘보조 출연’ ‘단역’ ‘엑스트라’ 등의 키워드를 치면 쉽게 검색 가능하다. 하지만 예전에 불미스러웠던 일도 있고 해서, 현재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변인을 물색해 소개받는 방법을 추천한다. 보조 출연자들을 담당하는 전문 소속사가 있는데, 이곳의 담당자와 전화 연락한 후 미팅을 잡고 방문해서 간단한 프로필을 제출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촬영이 잡히면 담당자가 개인 SNS나 핸드폰 문자로 일시, 장소, 배역 설명, 복장 가이드 등을 보내는데 가능하다면 곧바로 답을 보내면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복장을 준비하는 일이다. 보조 출연자들은 따로 의상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배역에 맞게 직접 의상을 준비해야 한다. 경험상 가장 요청 빈도가 많은 룩은 ‘세미 정장’이었고 그 외 ‘정장’ ‘클럽 의상’ ‘등산복’ 등의 촬영도 잦은 편이다. 사극의 경우에는 몸만 가면 되는데, 심한 염색이나 네일 컬러링을 할 경우 현장에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보통 염색은 흑채 등으로 가려준다.)
드라마 촬영은 대부분 경기도나 외곽에 위치한 세트장이나 사극 촬영장에서 이뤄지므로, 새벽에 여의도역 부근에서 집결해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곳에서 엑스트라 담당 ‘반장님’을 만나 자신의 신상 명세를 기록한 일지를 제출하고 버스에 탄다. 이후에는 반장님의 지시만 따르면 된다.
보조 출연자에게 요구되는 최고 역량은 바로 ‘얼마나 오래 잘 기다릴 수 있느냐’다. 한 장면도 오래 찍고, 촬영의 대부분이 주연배우 위주로 배정되다 보니 대기하는 일이 전체 아르바이트 시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베테랑 보조 출연자들은 핸드폰 보조배터리나 방석, 책이나 소일거리, 이어폰, 휴대용 선풍기/핫팩 등을 챙기더라.
서울/경기권에서 진행되는 9시간 미만의 촬영은 6만 6,800원(휴게시간 1시간 포함한 8시간어치의 최저 시급, 2019년 기준)을 받는다. 운이 좋아서 촬영이 빨리 끝나도 약속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9시간 이상의 촬영 시 1시간당 최저시급의 1.5배를 주며,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는 2배로 올라간다.
지방 촬영 시에는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은 제외되지만, 지역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방 촬영 시 받을 수 있는 약간의 돈이 추가된다. 식대와 심야 교통비를 따로 지급하는 업체도 있으니, 계약 전 미리 알아본다. 입금은 당일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주일 단위로 세금을 제외하고 입금해준다.
방송 촬영장 환경이라는 게 실제로 보면 상당히 열악하고 힘들다. 따라서 한여름이나 겨울을 피해 비교적 좋은 계절에, 가끔 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사극을 추천한다. 일당이 높고, 세트장이나 주변이 아름답고, 밥차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조 출연 시장에서 가장 환영하는 연령대는 수요가 높고 현장 통제가 쉬운 20–30대 초반이다. 40대 이상만 되어도 배역이 한정적이라 일거리가 거의 없고, 고작 방청 아르바이트 정도를 권유받기 마련이다. 방청 아르바이트는 앉아서 박수나 환호를 보내면 되니 어려울 건 없지만, 녹화 시간이 길고 수고료가 짠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