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작성은 어렵다. 글쓴이 또한 취업 준비를 하던 때 자기소개서 때문에 애먹은 경험이 있다. 취업만 하면 자소서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를 드러내고 소개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대학원을 갈 때도, 이직을 준비할 때도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 앞으로 살면서 또 필요해질 수 있다.
서류 전형에서 ‘광탈’하던 당시 나는 오랫동안 자기소개서와 씨름했다. 다양한 자기소개서를 분석해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차이점도 스스로 기준을 세워보았다. 나의 자기소개서를 고쳐 나가며 일차적으로 교정했고, 주변인들이 의뢰한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며 최종적으로 작성 방법을 터득했다.
흔한 표현이긴 하지만 자기소개서 작성에서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유효하다. 실제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써도 백 번 다 붙는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나는 누구인가, ② 너는 누구인가, ③ 우리는 무엇인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③뿐 아니다. 자기소개서에는 ①, ②, 그리고 ③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① 나
여기서 ‘나’는 본모습의 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본모습 중 특정한 모습의 나를 끌어오라는 뜻이다. 선택의 기준은 ②에 있다. 내가 지원하는 곳의 인재상에 맞춰 나의 모습을 서술하는 것이다. 내가 아예 가지지 않은 성향에 관해 쓸 수는 없다. ②를 기준으로 양파 같은 내 모습 중 한 단면을 꺼내 보는 것이다.
최근 한 이직자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준 일이 있다. ‘융화’를 인재상으로 하는 기업에 ‘리더’로서의 자신을 드러내 수정을 요청했다. 리더십을 발휘한 것보다는 협동심을 강조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였기 때문이다. 굳이 ‘리더’에 관해 쓰고 싶으면, 선도하는 리더보다는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의 리더로 포장하는 게 좋다. 결이 맞는 것이 관건이다.
또 대학원에 지원한다면 입학 후 학업 계획을 묻는 문항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어떤 공부를 하고 싶다고 단순하게 서술하기보다는, 나의 어떤 성향이나 경험 때문에 이러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고 쓰면 더 풍부한 글이 된다. ‘나’를 잊지 말아야 한다.
② 너
‘나’와 더불어 중요한 게 ‘너’다. 같은 회사를 두 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너’는 매번 바뀐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기존의 자기소개서를 복사해서 붙여넣는다. ‘광탈’의 원인이다. ‘너’에 맞춰서 ‘나’도 바꾸고, ‘나’에 맞게 ‘너’도 바꿔야 한다. 나는 모든 자기소개서를 백지상태에서 쓴다. 물론 예전에 쓴 글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복사해서 붙여넣지는 않는다. 그래야 지원하는 곳에 적합한 글이 나온다.
‘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회사로 치면 1) 업종(업계)과 2) 지원하는 회사다. 예를 들어, 구글에 지원한다면 인터넷 및 IT 서비스 전반을 아는 것과 더불어 구글이라는 회사 자체도 알아야 한다. 자기소개서 작성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먼저 업종과 회사에 관한 기사 검색으로 시작한다. 현재 해당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회사가 그동안 해온 일, 앞으로 계획하는 일을 공부한다. 사보가 있다면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장기업이라면 공시 정보도 찾을 수 있다. 경쟁업체 조사도 빼먹어선 안 된다. 경쟁사 이슈는 면접에서도 단골 질문이다. 조사를 마쳤으면 ‘너’에 관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낸다. 문항에서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되 중간중간 ‘너’에 관한 이야기를 써준다.
대학원에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에서의 ‘너’는 1) 학문(전공)과 2) 학교(지도교수)다. 해당 학문이 현재 어떤 트렌드로 진행되는지 파악하면서 내가 지원한 학과의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내가 가게 될 연구실(지도교수)의 이슈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다. 내 지도교수가 될 사람이 지도했던 논문은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에서 검색할 수 있다. 이처럼 ‘너’를 파악하고 이를 자기소개서에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 우리
①과 ②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사실 ③은 자연스럽게 써진다. ①과 ②의 공통분모를 추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③에서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위주로 작성한다. 회사를 예로 들면,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성향을 가진 나는 이러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쓰는 것이다. 만약 이 부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나’와 ‘너’를 잘못 추출한 것이다. ①과 ② 중 오류가 난 부분을 찾아 재작성한 뒤 ③으로 돌아온다.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③에 해당하는 내용이 와닿지 않으면 뽑을 이유가 없다. 작성이 오래 걸리는 부분은 ②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③이다. 내가 가려는 곳과 나의 성향이 만나는 접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합격하는 자소서의 공통점은 여기에 있다. 자소서를 모두 작성한 뒤 읽어보았을 때 스스로 납득이 돼야 한다. 나부터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자소서로는 서류 전형에서 필패한다.
마치며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서를 키워드로 검색해 제 브런치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 작성해 보았습니다. 주변에 취업 고민 있으신 분들께 제 글을 공유해 주세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요즘 글이 뜸했습니다. 출판 계약을 맺고, 책으로 엮는 과정을 진행 중이어서 그렇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책장에 꽂아 놓고 싶은 그런 책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원문: 슈뢰딩거의 나옹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