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크 업계에서 가장 hot한 두 가지 제품 카테고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사물 간 인터넷 (internet of everything)이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년 구글 글래스를 시작으로 삼성의 갤럭시 기어, LG의 G-watch 등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인구의 15%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고 있다(나이키 퓨얼밴드 등 운동량 측정 밴드 포함)’는 통계 결과도 있고, 내 주위에서도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사물 간 인터넷 기술 역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소비자들에게 사물 인터넷이 우리의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는 아마존이 최근 발표한 ‘아마존 Dash’일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사물간 인터넷이 곧 대중화될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이 이 디바이스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디지털 마케팅과 광고는 어떻게 진화할지 또한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에 5년 후 한 직장인의 일상과, 광고/마케팅은 어떻게 변해있을지에 대해서 한 번 소설을 써보았다.
“2019년 4월, 30대 중반 직장인 진 모씨의 하루”
(개인적인 생각이며 구글의 전략이나 공식 입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
8시: 기상. 일어나자 침대 옆의 스마트폰이 오늘 일정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오전 10시에 외부 미팅이 있는 날이라, 부지런히 준비를 하며 ‘9시에 집 앞으로 우버를 불러줘’라고 하니 스마트폰이 알아서 우버 리무진을 호출해준다. 내 목소리만을 정확히 인식하니 오작동 염려는 없다.
9시: 우버에 탑승하고 구글 글래스를 착용. 2013년에 처음 나온 이후 디자인과 배터리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이젠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씨의 친구들 중 반 정도는 글래스를, 나머지 반은 스마트 워치를 사용한다. ‘뉴스를 읽어줘’라고 하니 구글 나우(Google Now)가 내 관심사에 맞는 뉴스를 알아서 검색, 구글글래스의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읽어준다.
뉴스를 다 들은 뒤 여름 휴가지 정보 탐색을 위해 ‘괌, 오키나와, 사이판 가족 여행 리뷰를 들려줘’ 라고 요청, 이번엔 여행 리뷰를 듣는다. 중간에 영상이 있는 리뷰를 발견,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자 우버 좌석에 부착된 태블릿을 통해 영상이 재생된다. 굳이 귀찮게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사실 진씨가 읽은 여행 리뷰도, 그리고 시청 중인 영상도 대부분 여행사에서 만든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다. 하지만 여행사의 제품보다는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훌륭한 컨텐츠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거부감없이 광고를 본다. 진씨는 세 관광지에 대한 영상을 본 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오키나와 영상 마지막의 여행 상품 견적 요청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원하는 일정과 인원 수, 예산 범위를 간단히 말로 설명한다. 이제 여행 상품 견적서가 진씨의 이메일 수신함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9시 40분: 10시에 만나기로 한 파트너사의 회사 앞에 도착. 구글 글래스가 10m 앞의 스타벅스에서 쿠폰이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진씨가 다른 커피숍들에서도 쿠폰을 여러 차례 받았었지만 항상 스타벅스 쿠폰만 이용했었기에, 구글은 이제 스타벅스 쿠폰만 그에게 보여준다. 커피와 베이글을 사들고 미팅 장소로 향한다.
이러한 형태의 광고에 대해 초반에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있었으나, 개개인의 정보가 광고주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진씨의 쿠폰 활용 이력과 현재 위치 정보가 무기명으로 활용,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광고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젠 거부감이 없다.
12시: 파트너사와 미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나선다. 파트너사의 담당자가 스마트워치를 꺼내자, 근처 베트남 레스토랑과 해장국집의 쿠폰이 뜬다. 그는 매일 점심을 거의 이렇게 구글이 쿠폰을 제안해주는 식당 중 골라서 간다. 그가 이번 주에는 중식 -> 태국식 -> 이탤리안을 점심 식사로 선택했고, 어제 저녁에는 술집을 갔었다는걸 구글이 기억하고 그에 맞는 식당을 제안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베트남 레스토랑 쿠폰의 예약 버튼을 누르고 그 식당으로 향한다.
1시: 진씨는 다음 주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때 입을 수트 구매를 위해 백화점으로 향한다. 진씨가 백화점에 도착하자, 3년 전에 수트를 구매했던 브랜드에서 이번 S/S 남성 수트 트렌드에 대해 간단하게 음성으로 구글글래스를 통해 알려준다. 마지막에 재구매 고객 할인 혜택을 제시하자, 진씨는 그 브랜드의 매장으로 향한다. 3년 전에 샀던 수트도 마음에 들었었고, 이번 신상도 마음에 든다. 구글 글래스로 바코드를 쳐다보자 바로 인식이 되고, ‘결제’라고 한 뒤 유유히 매장을 나선다. 옷은 진씨의 집에 퇴근 시간에 맞추어 도착해있을 것이다.
3시: 곧 출시 예정인 무인 자동차의 네이티브 광고 기획 회의에 참석. 기존에 제작했던 네이티브 광고 영상에 대해서 성별/연령/직업별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분석한 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컨텐츠를 보여준게 문제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타겟 그룹별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관심을 가질만한 메세지를 담아 별도의 컨텐츠를 제작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30대 전문직 남성이 운전대에서 해방됨으로서 이동 중에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60대 여성은 운전 대신 차에서 편하게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6시: 지하철을 이용해 퇴근. 구글 글래스를 이용하면서 대부분의 스마트폰 조작을 음성으로 하기 때문에 거의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건 주위 사람들이 듣는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8시: 식사 후 TV앞에 앉았다. TV리모콘은 사용하지 않은지 몇 년 되었다. 5년 전 ‘크롬캐스트’ 출시 이후 이제 모든 TV에는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넷플릭스/유튜브 등 웹 상의 영상 컨텐츠를 바로 볼 수 있는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었다. 진씨는 “넷플릭스에서 어제 보던 드라마를 이어서 틀어줘”라고 말을 하고, 구글 글래스가 바로 인식하여 TV에 자동으로 틀어준다. 드라마를 다 본 뒤 유튜브를 실행하자, 구독 중인 채널들에 새로 올라온 영상 중 진씨가 가장 관심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자동으로 틀어준다.
진씨의 친구들, 그리고 40~50대까지도 대부분 지상파나 케이블TV는 보지 않고 넷플릭스/유튜브 등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상만 본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처럼 유료 TV를 볼지, 아니면 유튜브처럼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지만 선택하면 된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무료 드라마 중 상당수는 역시 기업에서 만든 네이티브 애드란건 알지만, 워낙 재미있기 때문에 즐겨 본다.
일요일 오후 2시: ‘아마존 Dash’라는 혁명적인 서비스가 나온지 5년, 이제 그 기능은 모든 구글 글래스와 스마트워치에 적용되어 더 이상 생활용품이나 식품을 구매하러 주말마다 마트에 가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음식이 떨어지면 스마트워치나 구글글래스의 카메라에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담기고, 다 모이면 결제하라고 지시만 하면 알아서 배달해준다. 진씨는 쇼핑에서 절약된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문화 생활을 즐기면서 보낸다.
재밌게 보셨는지? 지금 보여드린 내용을 통해 제가 예측하는 광고의 미래는 아래와 같다.
1. 검색 광고를 predictive search가 대체
사용자가 검색을 하기도 전에 검색할 내용을 예측하여 보여주는 것을 predictive search라고 하는데, ‘구글 나우’가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구글 나우 소개 영상을 보자.
특히 음성 외에는 별도의 명령 장치가 없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아직 구글 나우는 기존 구글의 광고와는 전혀 연동되어 있지 않으나 향후에는 주로 사용자의 위치와 시간, 과거 검색 이력 등을 기준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며 기존의 로컬 검색광고를 대부분 대체할 거라고 생각한다.
단,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귀찮은 정보가 뜨는걸 극도로 싫어할 것이므로, 광고의 퀄리티와 유용성에 대한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광고만 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데스크탑 구글에서는 검색 광고가 최대 11개까지 떴으나, 스마트폰에선 실질적으로 첫 화면에 나오는 광고는 3개로 줄었고, 웨어러블은 단 1개로 줄어들지 않을까?
2. 개인 맞춤형 광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의 안구 인식을 통해 개인의 정체를 인식하고 개인화된 광고를 보여주는 장면을 기억하시는가?
아마존닷컴에서는 이미 내가 찾아보거나 구매했던 제품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상품들을 사이트 방문시나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천해주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스마트폰/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결합되면 실제 매장에 방문한 고객의 과거 구매 기록을 분석하여 ‘이 사람이 지금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확률이 높은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대중에게 무작위로 배포하는 현재의 쿠폰보다 훨씬 유용할 것이고, 활용율 또한 매우 높을 것이다. 아마도 매장 방문 구매 비율이 높은 의류, 식품 업종 등에서 이러한 마케팅을 많이 활용하게 되지 않을까?
3. TV광고의 쇠락 & 네이티브 광고의 대세화
이미 TV광고는 젊은 시청자들의 이탈과 비효율적인 단가 및 타겟팅 방식으로 인해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으며,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크롬캐스트 등을 이용해 PC — 스마트폰 — 웨어러블 — TV를 오가며 볼 수 있게 되면 그 쇠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상파TV를 ‘본방사수’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디바이스에의 적응이 느린 60대 이상의 노인들만 남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지금처럼 15초짜리 TV광고를 만드는 광고주들의 수도 급격히 줄어 주로 노인들을 타겟팅하는 등산 용품이나 의약품 등만이 TV광고를 하게 될 것이다.
대신 상당수 광고주들은 텍스트와 비디오가 결합된 네이티브 광고 제작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네이티브 광고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Native advertising is an online advertising method in which the advertiser attempts to gain attention by providing content in the context of the user’s experience.” (Source: wikipedia)
즉, 잡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애드버토리얼이나 TV드라마 PPL의 진화된 형태가 네이티브 광고라고 보면된다. 기존 방식과의 차이점은 광고주의 제품과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하고 대신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여, 궁극적으로는 네이티브 광고 컨텐츠를 재미있게 즐긴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 증대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 전자 제품, 자동차, 금융 등 사람들이 구매 전에 정보 검색을 많이 하고 가격이 비싼 고관여 제품군의 마케팅에 특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쇼핑을 싫어하는 소비자는 없다. 사람들은 좋은 옷을 사고, 전자 제품을 지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해외여행을 하면서 행복해한다. 하지만 광고를 좋아하는 소비자도 없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의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광고주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마케터들은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일방적인 광고가 아닌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와 유용한 정보, 또는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헤택을 줄 수 있는 쿠폰을 소비자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제공해야 할 것이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그에 최적화된 서비스들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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