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페이스북에 돌아다녔던 윤종신 씨의 구글톡스(google talks) 강의 영상을 요약해 보았다. 내가 두고 보려고 정리하다가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마케터, 기획자들에게 도움되는 이야기가 많다.
1. 하루 일과는 <월간 윤종신>, 회사 일, 방송 일, 가족 일 조금. 이 패턴으로 10년을 살아왔다.
2. <월간 윤종신>은 아카이빙을 꾸준히 하다 보니 그 위력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어딜 가도 신곡 이야기가 아니라 <월간 윤종신> 이야기를 하게 됨. 이제 10년 됐다. 히트하고 안 하고가 의미가 없다. <월간 윤종신> 자체가 유명해졌다.
3. 유튜브는 너무 넓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유튜버이기 이전에 유저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만드는 콘텐츠의 특성을 알 수 있다. 내가 많이 봐야 한다. 그래야 하다 못해 내가 만들 콘텐츠 썸네일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도 알게 된다.
4. 예전에는 아티스트들이 2년을 준비해서 6개월, 1년을 팔았다. 지금은 1주일 안에 승부 보는 짧은 ‘축제’를 한다는 느낌이다. 국민가수는 없다. 이제는 조용필 선배도 조용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수야.
5. 음악은 날 좋아하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안다고 해서 맞추기 쉽지 않다.
6. 신의 한 수라면, 월간 윤종신을 한 게 아니라 월간 윤종신을 3년 이상 한 것이다. 위기에 묘수는 없다. 생각보다 미련하고 꾸준히 버티는 것이 방법이다.
7. 남의 콘텐츠를 많이 듣지는 않는다. 계속 들으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트렌드는 없다. 트렌드는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분석을 베이스로 창작하면 결국 팔로워가 될 뿐이다. 취향 베이스의 콘텐츠란 건 결국 국민가수라는 개념과 똑같아. 1등을 하면 트렌드가 된다.
8. 좋은 가사를 만드는 비결? 쉬운 단어를 쓴다. 학교 다닐 때 국어 수업만 잘 들었으면 알 수 있는 단어들을 쓴다. 살아가는 순간순간이나 ‘기분·감정·느낌’ 같은 단어들을 좋아해. 누구나 느끼고 아는 기분, 감정을 환기시킬 때 떠오르는 단어, 사람이 흔하게 느끼는 감정을 놓치지 않는 것. 매일 느끼는 감정을 두세 줄로 표현하는 것. 메모광이다.
9. 좋아하는 곡은 <버드맨>. 가장 나다운 곡이다. 영화 <버드맨>을 보고 만든 노래. 이제 나를 좀 알 것 같을 때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난 그때가 덜 익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덜 익은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의 괴리감이 있다.
11. AI가 음악, 엔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도 모르게 일상에 와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정보를 텍스트가 아닌 영상에서 검색하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슈퍼스타K> 나온 친구가 기타를 너무 잘 쳐서 쉬운 코드를 주고 같이 합주하자고 했는데 기타 못 친다고 하더라. 딱히 배운 게 아니라, 존 메이어의 연주 영상에 나온 손을 보고 1주일 만에 따서 한 것이었다. 그게 박재정이다.
직관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될 것이다. AI를 통해 이 과정은 더 빠르게 심화될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12. 예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모르는 도화지 같았다. 이제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할 필요가 없다. 취향이 고도화되었다. 문제는 여전히 모두가 BTS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좋니>의 성공은 100% 얻어걸린 것이다. 꾸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온 세상 사람을 다 움직일 필요는 없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만 움직이면 된다. 마침 자기 밥그릇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AI 덕분에 오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월간 윤종신>의 매출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조회 수와 댓글 수 항상 확인한다.ㅎㅎ 생각지 못한 곡의 조회수가 늘기도 한다. 길게 보면서 음악 하는 중이다.
글쎄, 그건 결국 기억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내가 원하는 건 부질 없다. 그들의 머리 속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이미지를 내가 조절할 수는 없으니까. 내 느낌 가는 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
내 치적을 정리하지 않는 건 내 철칙 중 하나다. 내 과거야 뭐 구글과 유튜브에 치면 나오겠지(ㅎㅎ) 회고하기보다 내일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생각하면 장식하고 치장하게 된다. 지난 것은 지난 것이다.
14. Q. 더 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더 늙기 전에 여행을 다니고 싶다. 이방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제일 오래 떠나본 게 1달짜리 여행이었다. 진짜 외로워 본 적이 없다. 늘 친구와 가족이 있었다. 창작자로서 편안했다는 콤플렉스가 있다. 휴지기의 여행이 아닌, 젊을 때 이방인으로 살며 외로움을 느끼고 창작을 하고 싶다.
15. Q. 머신러닝을 통해 윤종신을 대체할 수 있는 AI가 나온다면 어떻게 할까?
과거의 행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건가? 그러면 내 창작물 분석에 대한 수익쉐어만 된다면 오케이. (ㅎㅎ) 그리고 그 시기가 되면 과거의 스타일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작업 방식은 17~18세기부터 동일하다. 그때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 것이다.
특정 분야, 좁은 분야일지라도 거기서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두루뭉술한 것은 안 된다. 그러려면 내가 잘하는 뾰족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윤종신이 ㅇㅇ는 제일 잘하지’가 되어야 한다. 아티스트 마케팅에서는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 막연히 ‘걔 음악 잘해’로는 안 된다.
16. Q. 창작자로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려면?
음악은 취향의 다양화가 너무 심해. 릴리즈되는 음악이 하루에 수백 개다. 대박을 꿈꾸는 것 자체가 미련한 것이다. <월간 윤종신>의 운영 전략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예능이나 음악 아닌 분야로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에 <월간 윤종신>의 예를 후배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박을 꿈꾸고 이기기 위한 전략은 거짓말이고 사기다.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해 1년간 뭘 해야 할지 정한 거다. 여자 가수랑만 콜라보레이션 한다든가, 외부 곡들만 받는다든가. 그러다가 다시 <월간 윤종신>의 원래 취지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긴 미래가 1년이었다. 너무 멀리 볼수록 시의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렵다.
17. Q. 엔터 업계에서는 광고를 하되 광고하는 걸 알리기 싫어한다. 엔터 광고주 마음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월부터 모 기업과 함께하는데, 이케아랑도 콜라보한다. 종종 콜라보레이션 제안이 들어온다. 광고는 광고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오히려 댓글에 ‘약 빨았다’는 댓글이 달려야 성공한 것이다. 반응이 안 좋았다면 그냥 못 만든 광고일 것이다.
시디즈에서 의자 주제로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기댈게>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누가 봐도 광고인데 숨기려 하지 않았다. 요즘 대중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댓글러들의 크리에이티브가 대단하다. 되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즐겨야 한다.
원문: 강혁진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