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통장에 월급이 꽂히는 삶. 그걸 관둔 후, 불안이 찾아왔다. 내 돈 남의 돈 구별 없이 써 대며 깊어진 골이 이제는 자동 월급으로 메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솔직히 공포였다. 퇴직금은 손에 쥔 채였고, 예적금도 있었고, 자동차 할부도 끝났지만 아무리 까치발로 서도 미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보일러 온도를 조절할 때 관리비 고지서의 앞자리가 바뀌는 상상을 했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도 전기계량기 돌아가는 소리로 들렸다. 달걀 하나, 사과 하나 사는 일도 망설여졌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돈이 흐르고 빠져나가는 게 보이는 듯했다.
퇴직 후 1일. 당장은 단돈 10원이라도 돈이 불어날 건수가 전혀 없다는 건 벼랑을 앞두고 선 것처럼 생각보다 큰 공포였다. 나는 다급하게 쉬운 돈벌이를 찾기 시작했다. 『3만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의 저자 후지무라 야스유키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한 달에 3만 엔을 버는 일을 열 개 만들자.
그래, 단돈 10원이라도 만들어 부지런히 주머니를 채우다 보면 밥값은 벌 수 있겠지. 독한 결심을 하고, 온갖 검색과 수소문을 통해 터득한 조금은 찌질하지만 치열한 돈 버는 습관은 지금껏 나를 벌어먹인다.
경고하는데, 한 달에 20–30만 원 버는 걸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고, 그 10배는 벌어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아예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낫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새 돈벌이에 대해 열띠게 설명하면 “이깟 돈이 생활에 도움이 되겠어?”라든가 “너 같은 고스펙 인력이 굳이 왜 이런 잔돈 벌이에 매달리느냐?”는 비아냥을 듣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목돈을 벌 수 있는 시기와 기회에는 한계가 있고, 적자 상황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받고, 나처럼 타의에 의해 사직서를 쓰게 될 수도 있다. 문득 찾아온 질병이나 경조사 때문에 가계부에 적색 신호가 켜질 때도 있고, 기분 좋게 쏜 한 턱 때문에 월급날은 요원한 데 당장 1만 원 한 장 나올 데가 없을 때도 있다. 이럴 때 ‘돈 나올 구석’이 있다면, 얼마나 위안이 되겠는가.
이 책은 정말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벌고 싶은데, 시간이나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이들에게 권한다. 예를 들어 월급날만 목매고 사는 일상을 타개하고픈 직장 여성이나 전업주부다. 타고난 성정이 소극적이어서, 또는 이러저러한 제약이 많아서 늘 제자리걸음이었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중 상당수가 도전해볼 만하게 느껴질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돈벌이들은 치열함과는 거리가 먼, 비전투적인 사람들에게 되려 적절하다. 앞으로 소개하는 돈 버는 방법은 동전 줍기와 비슷하다. 특별한 재능은 필요 없고, 시간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별거 아닌데 신이 난다. 그러니 습관처럼 꾸준하게 해내면 된다.
목돈이 팍팍 꽂힐 일은 없지만 1원당 가치로 비교해본다면 이 사소한 벌이 쪽이 훨씬 높고, 만족감도 크다. 하나당 벌이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가짓수를 늘려갈수록 좋지만 그에 반해 스트레스는 거의 없거나 미미하고, 아기자기하게 모으는 재미까지 준다. 커리어는 부침도 있고, 단절도 있을 테지만 단단히 옆구리에 찬 이 주머니는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계속 불어난다.
부작용이라면 돈을 보는 최소 단위가 10원, 50원, 100원이 되다 보니 사람이 좀 쪼잔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버는 일에 민감해지는 것은 좋다. 이렇게 하면 쓰는 일에는 수 배는 더 민감해진다. 한마디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습관이다. ‘매일 돈 버는 여자’가 되는 습관은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게 좋다. 세상에 널린 이 눈먼 티끌은 꾸준히 모으면 태산을 흉내내는 것도 가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