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7년여의 회사 생활을 하며 ‘승진’에 관해 느꼈던 바를 공유하는 글입니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은 두 가지, 바로 승진과 연봉 인상이다. 인정받는 듯했는데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실적을 올렸는데 연봉 인상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오늘은 두 가지 중 먼저 승진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회사마다 직급체계가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승진 빨리할 수 있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글쓴이의 경험과 더불어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았을 때, 하나로 수렴되는 ‘어떤 것’이 있었다. 그것을 공유하려 한다.
일 잘하면 빨리 승진할 수 있을까?
직장인들은 누군가 승진했을 때 ‘일’을 기준점으로 두고 평가한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해서 승진했다거나, 일도 못하는데 승진했다고 말한다. 회사는 일을 하러 온 곳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 일을 ‘업무분장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라고 정의한다면 무언가 부족하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많기 때문에 주어진 일만 잘해도 회사에서 중간 이상은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만으로는 ‘일잘러’라는 평가를 들을 수는 있을지언정 ‘승진’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분명히 ‘일잘러’인데 승진이 안 되는 사람이 꼭 있다.
‘사바사바’ 잘하면 빨리 승진할 수 있을까?
‘일잘러’들은 승진이 누락됐을 때 자신의 ‘사바사바’ 능력을 탓한다. 일을 잘하지만 성격상 ‘사바사바’를 못해서 승진을 빨리 못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일 못하는 사람이 승진하는 것은 ‘사바사바’ 기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런데 ‘사바사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바사바’를 주어진 업무를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아부와 아첨을 많이 한다는 뜻으로 쓴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않으며, 애교로 때우는 등의 모습이 ‘사바사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로도 빨리 승진할 수 없다. 평가자의 기분은 맞춰줄 수 있을지언정 평가자의 이득에는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바사바’를 회사생활의 주요 스킬로 이용하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하수다. 간 쓸개 다 빼준 것 같은데 승진에서 누락되어 상처받은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승진을 결정짓는 요소가 뭘까.
승진의 열쇠는 ‘문제 해결 능력’
조직 생활에서 빠르게 승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여기서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매일 사건 사고가 이어진다. 루틴하게 돌아가는 업무 외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발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승진의 열쇠다.
직장인으로 일을 하다 보면 상사의 다양한 지시를 많이 받게 된다. 상사들이 이런저런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인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담당자의 손을 거쳐야 한다. 간부들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직원을 구할 능력이 필요하고, 직원들은 지시받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위한 상사의 지시는 단순히 업무분장 외의 일을 시키는 게 아니다. 그 ‘문제’라는 것은 때론 너무 커서 탈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것들도 있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터무니없게 부당한 지시를 받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보자.
- A 기자(부장급)는 회사 대표가 국회의원 출마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싶다는 말을 듣고, 팀 내 기자들을 대동해 행사를 보조하도록 지시한다. 대표 입장에서는 그날 다른 팀에서 단독 기사가 나오든 말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준 A 기자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행사장 끌려간 나는 뭔 죄.
- B 회사원(실장급)은 정년 퇴임 후 해외 사무소에 취임하고자 하는 야망을 품었다. 해외 사무소 직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 비행기와 숙소는 당연히(?) 회삿돈으로 부담하려 한다. 그런 예산이 존재할 리 없지만, 담당자는 예산을 끌어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어쩌라고.
- C 회사의 ‘대가리’는 임기 전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직원들이 모두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붙인다. 사안을 관할하는 주무 부서의 팀장 C 회사원은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외부의 힘을 이용해 사안을 처리해 버린다. ‘대가리’와의 짬짜미 대성공, 승진이 제일 쉬웠어요.
위와 같은 예시에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승진 1순위가 된다. 평소에 아무리 업무를 잘해도, 계속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대도 ‘해결사’보다 못하다. 이러한 회사 내의 해결사들은 빠르게 승진할 뿐 아니라 조직 내의 요직을 꿰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 빨리하는 법을 깨닫는다고 한들, 누구나 ‘해결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사의 역할 중에서는 불법, 탈법, 비리도 일부 포함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 할 짓이다. 특히 지금 이 글을 읽는 ‘일잘러’들에겐 주어진 일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 일을 최대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비도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회사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승진에 있어 중요한 요소를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엎는 요인이 있다. 바로 ‘기준 없음’이다. 승진 기준이 제시됐다 하더라도 실제 승진이 이루어지는 결과를 놓고 봤을 때는 아래 잭슨 폴록의 추상화 같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얼마 전, 2030 직장인의 42%가 딱히 직급 승진에 신경 안 쓴다는 기사를 봤다. “워라밸이 중요해서”라는 게 그 이유였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2030에겐 승진할 기회도 별로 없고, 승진의 기준도 딱히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밀레니얼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보상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마치며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직장인 분들께 연말연시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회사에서 ‘해결사’도 아니고, ‘사바사바’족도 아니며, ‘일잘러’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일개미’였다는… 또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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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슈뢰딩거의 나옹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