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위해 억대 매출을 포기하고 무료화를 선언하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무슨 일로 먹고삽니까?
김진용(알밤 대표): 출퇴근기록기, 자동 급여계산 서비스 알밤을 운영합니다.
리: 그게 뭐죠?
김진용: 예를 들어서 술집 사장님이 알밤을 신청하면, 알밤 기계를 무료로 보내드려요. 직원들은 알밤 기계 근처에 가서 출근 기록, 퇴근 기록을 찍죠. 그러면 월급날에 자동으로 이 사람이 월 몇 시간을 일했는지 알려줘요. 그러면 나중에 사장님과 알바가 서로 몇 시간 일했다 하며 싸울 일 없이, 깔끔하게 정산이 가능하죠.
리: 오… 이거 얼마예요?
김진용: 원래 월 사용료로 9,900원을 받다가, 개인사업자, 자영업자는 무료로 전환했어요. 법인만 돈을 받는 거죠.
리: 읭? 멀쩡하게 들어오던 돈을 왜… 무료화 전 고객 숫자가 얼마나 되었죠?
김진용: 누적 사업장 수로 10 만 정도가 사용해요. 자영업자들로부터 연 수억 원 수준 매출은 발생했어요. 이걸 그냥 무료로 전환한 거죠.
리: 연 수억 원이면 너무 손해 아닌가요. 계속 꾸준히 사용자 늘려나가면 연 10억 이상도 찍을 것 같은데…
김진용: 사용자를 늘리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저도 월 9,900원 정도로 저렴하면, 많이들 사용할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맥줏집을 3년 운영하면서, 알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어요. 그때 매니저가 알바생 월급 계산하는 데 2시간은 걸렸어요. 2시간 아껴주는데 9,900원이면 남는 장사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거죠.
리: 합리적인 생각이네요.
김진용: 근데 자영업자 입장에서 이게 쉽지 않아요. 제가 맥줏집 할 때 소셜커머스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우리 서비스 쓰면 홍보 많이 된다”며 50% 할인하는데 수수료로 20–30% 떼고… 사실상 적자인데 재방문은 없고… 저야 IT맨이니 이해가 좀 갔지만, 평생 자영업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어땠겠어요?
리: 그래서 소셜커머스 다 망했죠(…)
김진용: 자영업자 장사 잘되게 하고, 편하게 일할 생각은 않고, 자꾸 매출만 올리려는 시도들이 많았죠. 그래서 알밤 시작할 때 그런 생각을 했죠. 자영업자 등골 뽑아먹지 말고, 일하기 편하게 만들어주자.
저렴한 사용료로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와 95억 투자 유치
리: 지금 사용자들은 편하다고 하나요?
김진용: 우리 서비스 해지율이 3%밖에 안 돼요. 전 세계적으로 이런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거의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큰 회사들, 오라클, SAP, 이런 회사들이 2–3%인데, 그 정도 만족률을 보여준다는 거죠.
리: 호기롭게 무료화를 선언했는데, 돈은 어떻게 감당하나요.
김진용: 지금까지 누적 95억 원을 투자받았어요.
리: 95억… 대체 뭘 보고 그렇게 크게 투자한 거죠?
김진용: 미국에도 구스토닷컴이라고 저희랑 비슷한 모델이 있어요. 근데 여기가 작년 기업 가치를 2조 찍었어요. 우리 기술력과 사업 모델을 볼 때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본 거죠.
리: 거긴 돈 엄청나게 버는가 보군요…
김진용: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서비스에 돈을 잘 쓰는 미국이라 기본 20달러에 직원 1인당 6달러 정도 받아요. 근데 우리는 10명까지는 인원 관계없이 출퇴근기록에 월 9,900원, 자동 급여계산에 월 1만 7,600원을 받아요. 그래서인지 알밤이 알음알음 해외에서도 사용자가 늘어나요.
리: 그럼 해외까지 배송해줘요?
김진용: 네. 어느 나라든 DHL로 바로 보내줘요. 해외에서는 이런 거에 돈 내는 게 당연히 여겨져서, 별건 아니지만 월에 인당 3.5 정도 받아요. 심지어 여기는 급여 계산 없이 출퇴근만 기록해주는데 말이죠. 한국에 있는 법인은 이보다도 저렴하게 제공하고요.
리: 한국에서 법인은 얼마 정도 받아요?
김진용: 그건 회사 사이즈마다 달라요. 예로 풀무원의 전국 직원들이 다 쓰는데 원래 가격으로 받을 수는 없잖아요? 다니엘 웰링턴, DB 쉥커 같은 외국계 회사들도 많이 쓰고요. 출퇴근 체크가 중요한 백화점은 어딜 가도 30–40개 브랜드는 알밤을 써요. 대형 프랜차이즈는 거진 알밤을 쓴다고 보면 되고요.
급한 요식업 직원의 대출, 자영업자의 화재보험까지 도와주는 핀테크 플랫폼
리: 아무리 쓰는 법인이 늘어도 굳이 연 수억 원의 자영업자 매출을 버릴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혹시 수수료라거나 다른 수입 구조가 있나요?
김진용: 아니오. 자영업자는 출퇴근 기록, 급여 계산은 물론, 근무 스케줄 관리 기능이 다 무료예요. 자영업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 대신 금융권과 함께 하는 핀테크 모델로 갈 예정이에요. 자영업 직원이나 알바는 대부분 20대, 30대예요. 이분들 급여통장을 만들어주며 은행에서 돈을 받는 거죠. 여기에 내년 초에는 국내 최초로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한 가불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리: 가불 서비스? 그게 뭐죠?
김진용: 직장인들이 돈을 빌릴 때 은행에서 회사를 통해 신용 체크를 하잖아요? 그런데 자영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게 안 돼요. 이 사람들이 언제부터 어디서 일했고 얼마나 벌었는지 체크하기 힘들잖아요. 정작 이분들은 소득이 높지 않으니 몇십만 원이 부족해 곤란한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알밤에 남은 이분들 소득 기록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는 거죠. 돈은 다음 달 급여에서 제하면 되고요.
리: 와… 비즈니스 구조 잘 짰네요…
김진용: 그리고 자영업에서 굉장히 부족한 게 직원 복지에요. 대기업처럼 사내복지가 없잖아요? 그런데 저희 주요 고객사, 한 60–70%가 다 웬만큼 아는 브랜드들 리테일 요식업이에요. 근데 이런 프랜차이즈들은 또 마케팅 니즈가 있으니 이걸 연결할 수 있어요. 예로 저희 고객사 중 본죽과 도미노피자가 있다, 그러면 서로 할인받아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리: 그러면 제가 술집 사장 형님께 알밤으로 직원 등록하게 해달라 하면, 저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김진용: 음… 세상에 그런 생각까지 가질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네…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아무튼, 그 외에도 자영업자들이 화재 등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잖아요. 근데 보험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가입과정도 매우 복잡하고요. 내년 2월에 삼성화재와 협력하여 비대면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와요. 그렇게 자영업자의 힘든 점을 하나하나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려 해요.
삼성전자 출신, 치기 어리게 술집을 차리고 3년 만에 접기까지
리: 이전에 사업을 여러 차례 말아먹었다고 들었는데, 대학교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김진용: 아니요, 맨날 대기업 준비만 했죠. 서류를 30개 이상 냈는데, 운 좋게 삼성전자에 합격했어요. 연수 성적이 좋아서 신사업 TF로 발령이 났어요. 거기서 공기정화 기술, 피부노화방지 기술 같은 거 개발했어요. 관둔 지 5년 넘었는데 이제 와서 좀 상용화되었어요. 근데 저는 딱 3년 일하고 사표 썼어요.
리: 왜죠? 인센티브가 잘 안 나왔나요?
김진용: 신사업 TF가 정식부서가 되니, 결재라인이 엄청 복잡해지더라고요. 이전에는 미치도록 일해도 재밌었는데, 맘대로 못하니 너무 재미가 없어졌어요. 또 프로젝트 여러 개 동시에 돌리는데 팀 30명 중 제 밑에 아무도 없었어요. 제 위에도 대리님 1분 있고, 다 과장급 이상이었죠. 그래서 완전 번아웃이 온 것도 있었죠.
리: 그래서 사표 쓰고는 뭘 했습니까? 해외여행이라도 갔나요?
김진용: 아뇨, 그냥 잠깐 쉬고 맥주 프렌차이즈 가맹점 받아서 열었어요.
리: 갑자기 왜 프렌차이즈 가맹점을?
김진용: 엔지니어의 말로가 치킨집이잖아요. 나이 먹고 치킨집 해서 망하면 끝이니까, 망하느니 일찍 시작하자… 미리 한 번 망하면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 라는 나이브한 생각을 갖고(…)
리: 그래서 실제로 망했군요.
김진용: 예, 처음엔 잘 됐어요. 근데 갑자기 3년 차 때부터 막 매출이 떨어지는 거예요. 왜 그런가 다른 가맹점주분들한테 물어봤더니 다 마찬가지였어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직장인들이 외식에 돈을 안 쓰기 시작한 거죠. 자영업자가 정말 힘든 게, 자기 노력과 무관하게 매출이 죽죽 떨어져 망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매출 떨어지는 것만 해도 미치겠는데, 길바닥에 간판 하나 세우는 것도 자기 자리라고 주변 상인들과 다퉈야 하고…
리: 역시 헬조선…
김진용: 근데 이해는 갔어요. 자영업자에겐 생계의 문제예요. 돈을 못 벌면 자기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가 끊기는 거잖아요. 그러다 3년 차에 깔끔하게 폐업했죠. 가뜩이나 매달 손해 보는데 철거 비용까지 들이려니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리: 계속 적자 보면서 가게 운영은 어떻게 했어요?
김진용: 가게가 적자 볼 때쯤, 가게를 사촌 동생에게 맡기고 스타트업을 병행했어요. 원래 그렇게 빨리 접을 생각은 없었는데, 새벽에 남자 손님들이 술 먹다가 맥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더라고요. 그때 사람 말린답시고, 그 사람들하고 다투고 경찰 부르고 수습하며… 집에 가서 고민했죠. 사람이 힘든 상황에 몰리면, 내 이성과 상관없이 사고가 날 수 있겠다… 그래서 바로 접게 됐죠.
리: 겸업으로는 어떤 스타트업을 했었나요?
김진용: 처음엔 해외 쪽 아이템을 따라 해봤어요. 미국 업체 중에 퀄키라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거기에 사람들이 돈과 재능을 펀딩하는 업체가 있었어요. 그 모델을 한국에서 만들자!!! 라고 해서 시작도 못 하고 망했죠. 그다음에는 노트 앱을 만들었다가 말아먹었고… 앱스토어에 올렸다가 조용히 내렸어요.
리: 뭐, 하는 것마다 말아먹나요…
김진용: 제가 공대에 삼성 엔지니어 출신이잖아요. 맨날 제품 개발만 했으니, 잘 만들면 알아서 팔리겠거니 한 거죠. 마케팅의 개념 이런 게 아예 없을 때라서, 그냥 잘 만들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거예요. 나중에는 ‘트리플’ 비슷한 여행 솔루션을 만들었는데, 구글 멘토링에서 “어, 나도 그런 거 개발하는데 잘 안 돼”란 말 듣고… 고집부리며 1년 삽질하다 그것도 접었죠.
리: 가게, 아이디어 서비스, 노트 앱, 여행 서비스까지 순식간에 4개를 말아먹었군요(…)
김진용: 그때 모 대기업과 뉴욕 스타트업에서 오퍼를 받았어요. 근데 좀 억울한 거예요. 어느 대기업 가도 내 삶은 똑같을 건데, 내가 이러려고 사업 시작했나… 그때 같이 일하던 친구가 알밤 이야기를 꺼냈어요. 제가 장사하면서 직원들 알바 시간 체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알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거든요. 이미 저희 맥줏집 직원들은 알밤으로 출퇴근 체크를 했어요. 괜히 모르는 거 하지 말고, 우리가 느낀 문제점에서부터 출발하자, 내가 불편을 느꼈던 문제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독기로 자영업을 모르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까지
리: 자영업 대상이라 영업이 정말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김진용: 콜드콜(전화 영업)도 많이 해봤는데, 안 만나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맥주 팔았던 프랜차이즈 본사 찾아가고, 사람 좀 소개해달라 하고… 프렌차이즈 박람회에서는 부스 차릴 돈이 없어서, 종일 프린트 돌리고 그랬죠.
리: 성과는 좀 있었나요?
김진용; 아뇨. 공짜로 내주겠다고도 하고 별짓을 다 했는데, 아무도 안 쓰더라고요. 그때 정말 운이 좋았던 게, 예전 스타트업 오디션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에 출연한 적이 있었거든요. 1회에서 떨어져서 신경도 안 썼는데, 그걸 본 풀무원 올가 브랜드 담당자분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그분 만나서 PT하니까 도입해주겠다는 거예요. 너무 감사했죠.
리: 전국 매장에 알밤 설치하는 것도 일이었겠군요.
김진용: 네, 그때 3명이서 1달 동안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앱 설치에 교육까지 싹 다 했어요. 그게 실질적인 첫 매출이었죠. 기껏해야 월 100만 원도 안 됐지만, 의미 있는 첫 매출이었어요. 어디 가서 “풀무원에서 쓰는 서비스예요”라고 이야기하기도 좋았고요. 덕택에 작년부터는 정말 올가뿐 아니라, 풀무원 전체에서도 다 쓰게 됐어요.
리: 그 레퍼런스로 가게 영업 뛰니 좀 되던가요?
김진용: 아니오. 그때 정말 연락만 오면 경기도 가게까지 가서 상담해드렸는데도 잘 안 쓰시더라고요. 우리처럼 IT 밝은 사람에게는 별거 아니지만, 사장님들 다 현장에서만 오래 일한 분들이잖아요. 어차피 직원들 근무시간이랑 급여 계산하는데 하루 걸리지 않냐, 그거 9,900원에 쓰면 남는 장사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쉽지 않았어요.
리: 그런데도 관두지 않고 계속 회사를 운영한 동력이 있다면?
김진용: 일단 한 번 쓰면 관두시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해약하는 비중이 3% 정도? 이거 진짜 어마어마한 거예요. 영업은 어려워도 일단 뚫어놓으면 반드시 오래 쓴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 버티고 또 버틴 거죠. 그리고 회사에 돈도 없는데 계속 남아있는 직원들에게도 너무 미안했고.
리: 투자는 어찌 잘 안 되셨나요?
김진용: 초기에 본엔젤스에서 4억 투자는 받았지만, 멤버 10명 정도 되면 1년도 안 돼서 나가는 돈이잖아요? 영업이 워낙 안 되니 투자를 받기 위해 돌아다녔죠. 두 번째 투자 유치가 정말 힘들었는데… 장병규 고문님 덕에 그나마 수십 군데 투자기관을 만날 수 있었어요. 장병규 고문님은 제 경영 스승처럼 항상 조언도 해주시는 고마운 분이죠.
리: 확실히 투자자들 설득하기 엄청 어려운 서비스 같네요.
김진용: 힘들었죠. 투자자들도 베이스가 금융, IT잖아요. 저는 IT 출신이지만 자영업을 말아먹어 봤고… 그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번은 IR 끝나고 내려가는데 투자사 대표님이 “이거 CCTV 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을 정도였죠. 그만큼 앱으로 출퇴근 체크를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기가 힘들었어요. 반대로 보면 앱으로 출퇴근을 체크한 게, 저희 알밤이 최초로 만든 시장이란 거죠.
리: 그래서 어떤 논리로 대응했나요?
김진용: 그런 거 없었어요. 그때 정말 악에 받쳐 있었어요. 저는 카드빚 못 갚아서 채권자들에게 추심 받고… 사람이 극한에 몰리면 잘 기억 못 한다 하잖아요. 투자자들이 그러더라고요. 완전 악바리처럼, IR 끝나고 투자 안 해도 된다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고 이야기했다고…
리: 돈이 없어서 약간 정신이 나갔나 보군요(…) 대체 그간 어떻게 버텼습니까…
김진용: 정말 악으로 버틴 거죠. 저는 카드 빚 지고, 공동창업자는 전세 보증금 빼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회사가 흔들리며 직원들은 단체로 나가고… 그러다가 결국 저희를 믿어주는 투자사들이 있어서 18억을 투자받고, 작년에는 28억을 투자받게 됐죠. 한 번 투자받을 때마다 7–8배씩 성장했어요. 18억 투자받을 때는 힘들게 버티며 성장해온 게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며, 제 개인 부채상환도 도와주셨어요.
고객의 욕을 들으려는 노력, 완벽한 서비스의 집착으로 이어지다
리: 와… 좋은 투자자들이군요. 그래도 무료화한다고 하니 좀 반발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진용: 제 스탠스는 이거예요. 개인사업자, 법인 다 합치면 2백만은 족히 될 텐데, 고작 몇천, 몇만 잡으려고 투자한 거 아니지 않냐.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더 많은 고객을 만들어 성장하는 거지, 당장 몇억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여기에 투자자분들도 동의해주셔서 여기까지 온 거죠.
리: 투자받을 때마다 7–8배씩 성장한 엄청난 성장세에 비결이 있었다면?
김진용: 이건 제가 구글에서 배운 건데, 구글은 신제품을 내놓으면 고객의 욕을 잘 듣기 위해 우측 상단에 메시지를 바로 쏠 수 있게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고객이 욕하기 쉽도록, 바로 카카오톡 직접 연결을 큼지막하게 붙였어요. 출시 초기에는 정말 쓰레기라며 욕을 무진장하더라고요. 한 달에 업데이트 40번 한 적도 있어요.
리: 무슨 요구가 그렇게 많나요?
김진용: 생각보다 디테일한 요구가 많아요. 다들 월급 구조부터 다르잖아요. 급여일도 다르고, 추가수당도 다르고, 연차 체계도 다르고…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오너, 자영업자, 가게 매니저, 다들 권한도 달라야 하고… 그런 온갖 디테일을 하나하나 들어오는대로 다 처리해줬어요. 그래서 지금 어지간한 옵션은 다 개발해놔서, 웬만하면 버튼만 누르는 걸로 다 세팅이 돼요.
리: 경쟁사들도 슬슬 생겨나는 걸로 아는데, 별로 신경 안 쓰이나요?
김진용: 저희 따라 하는 서비스가 여럿 생겨나는데, 솔직히 별걱정 안 해요. 저희가 현재 시장 1위인데, 저는 이걸 경험치 비즈니스라 표현하거든요. 어떤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가 있으면, 이걸 다른 자영업자도 다 겪어요. 저희도 기능을 열심히 설명하고 소개서도 드리고 메일도 주고 교육도 하고 하는데, 그 속속들이 다 읽고 적용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이걸 다 자동화해뒀어요.
리: 자동화?
김진용: 자동으로 메시지 보내는 거예요. “이거 어떻게 써요?”라고 자주 묻는 부분을 단계마다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게 해놨어요. 알밤을 쓴 지 얼마나 됐는지,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고용 형태는 어떤지, 그런 것에 맞게 유저 그룹을 160개로 쪼갰어요. 그거에 맞는 자동 메시지를 세팅해뒀죠. 거의 변태적인 수준이에요. 지금 저희 고객이 10만 가까이 되는데, 고객 서비스 팀이 5명이에요. 그래도 문제가 안 생기도록 다 자동화한 거죠.
리: 어마어마한 기술 기업이었군요.
김진용: 네. 개발자가 절반 정도니까… 저도 겪었지만, 자영업 하다 보면 별의별 사고가 다 터졌어요. 실리콘으로 지문 떠서 야근 수당 받는 공무원 뉴스 뜬 적 있잖아요? 그런 어뷰징 요소를 하나하나 4년 넘게 업그레이드하며 막을 수 있게 했어요. 반대로 알바들도 알밤 덕택에 사장님을 믿을 수 있고요. 급여가 자동 계산되니 서로 못 믿고 멱살 잡을 일이 없는 거죠.
리: 자영업자 외에 법인 쪽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진용: 여기는 주로 출퇴근 체크로만 써요. 어차피 저희가 워낙에 업데이트를 많이 해서 법인도 알밤으로 급여 적용하기가 어렵진 않아요. 그런데 큰 회사면 주로 내부 ERP가 있잖아요. 그래서 필요할 경우, 내부 ERP와 연동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해 드려요. 커스터마이징이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저희가 문서도 다 드리고, 백 엔드 쪽 문의 주시면 다 챙겨드리고 하니까요.
자영업자를 위한 개인 비서 같은 토탈 솔루션으로 진화할 계획
리: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김진용: 처음에는 제가 편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서 시작했지만, 이제서야 지난 4–5년 하고 싶었던 걸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자영업 하며 힘들었던 문제를 풀어주는 서비스로 생각하니까요. 무료인데 출퇴근 기록, 월급 계산, 직원 복지, 보험 연결 등까지 모두 제공하는 자영업자 토탈 솔루션이니까요.
리: 혹시 구체적인 수치로의 목표가 있다면?
김진용: 장기적으로는 개인사업자 131만 명, 법인 사장님들, 그들과 관련된 직원들이 모두 알밤을 쓰도록 나아가야지요. 올해로 한다면, 저희 서비스 쓰는 자영업자분들이 쓰는 월 급여 총액이 300억이에요. 이걸 1,000억까지 늘리는 게 목표예요. 이를 위한 첫걸음이 아예 급여 이체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거예요. 급여 분석 나가고, 터치 한 번이면 바로 월급 나가도록. 그러면 자영업자들은 더욱 편해지겠죠.
리: 급여 자동이체 서비스는 언제부터 적용 가능한가요?
김진용: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가능해요. 이미 기존 사업자들 중심으로 테스트도 끝난 상태이고요. 그런데 금융 영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련 기관 승인을 받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올해 직원 채용하기, 일자리 찾기, 보험 중계까지 서비스를 확대했고, 곧 직원 복지 몰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내년 초에는 급여 이체와 가불 서비스가 가능해질 예정이고요. 어찌 보면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법인을 위한 비서라고 볼 수 있겠죠.
리: 출퇴근 기록에서 시작해서, 거창한 꿈으로 나아가는군요.
김진용: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온 것 같아요. 제가 맥줏집 할 때 알바비 계산하기 귀찮아서 만든 게 알밤의 처음이었죠. 그런데 출퇴근 기록을 조금씩 조작하려는 사람들이 보이니까, 그걸 탐지해서 막는 로직을 개발해서 특허 취득하는 데까지만 2년이 걸렸어요. 그다음 급여를 자동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1년 동안 만들었죠. 이와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데까지 또 1년이 걸렸고요. 여기까지 오니, 이제는 원클릭 이체도 되고, 자영업자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뭐든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리: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진용: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막연하게 마흔이 되기 전 50억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38이니 2년 남았는데, 여전히 돈은 없죠. 하지만 회사 가치는 높게 평가받았고 언젠가 상장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해요. 하지만 돈보다 제가 자영업자 시절 가장 많이 와 닿았던 키워드는 ‘생존’이었거든요. 너무나 힘들었던 그 생존의 현장에 있는, 자영업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기 위해 알밤도 계속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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