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한민국! 다이나믹 코리아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온 국민을 전문가로 만든다. 이번에 떨어진 떡밥은 이름하여 “다이빙벨(Diving Bell)”이라는 산업잠수용 특수장치였다.
비록 이번 사고에서는 활용되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진도에 온 시점도 많이 늦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이빙 벨이 구조에 있어 무척이나 유용한 장비인 것 역시 사실이다. 앞으로 해상에서 유사한 사고가 터졌을 때 경우에 따라 충분히 활용 가능한 장비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정보가 알려졌지만, 오해 또한 만만치 않아 다이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글을 써보려고 한다.
먼저 글쓴이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콜롬비아 카리브해에서 사기를 당해 자격증이 안 나온 관계로 인도네시아에서 교육과정을 한 번 더 밟았던 비운의 PADI 다이브마스터(Divemaster)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다. 두 번이나 마스터 과정을 거친 만큼 이론과 실기 나름 빡세게 배웠다.
참고로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계열의 세계최대 단체이며, 다이빙벨이 사용되는 수준의 특수잠수/산업잠수 쪽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다이빙의 기초적인 이론과 실기는 100%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특수/산업잠수는 대형항공기 조종, PADI/SSI 등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은 경비행기 조종 정도로 차이난다.
잠수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압병의 위험은 커진다
다이빙에 대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이다. 조금 어려운 부분인데 여길 이해하고 넘어가야 “왜 다이빙벨이 아니면 세월호 생존자를 구조할 수 없었는지”가 설명되니 주의깊게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아래의 사진은 ‘보일의 법칙(Boyle’s Law)’이라는 스쿠버다이빙의 기초지식을 설명한 것이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깊이 잠수할수록 주변부의 압력(수압)에 의해 ‘공기의 부피(volume)는 감소 혹은 압축(compressed)’되고, ‘공기의 밀도(density)는 증가’한다. 아래 그림을 보신다면 더 쉽게 이해가 되실 것이다. 빈 페트병 하나를 들고 잠수하면 사진과 같이 공기의 부피가 감소하며, 수면으로 상승하면 원래의 부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78% 질소와 21% 산소, 기타 1%로 구성되어 있다. 스쿠버다이빙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체가 바로 공기이다. ‘산소’로 많이들 잘못 알고 있는데, 잠수 시 100% 산소 호흡하면 독성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사람이 기도(氣道: airway)를 통해 들이마시고 내뱉는 부피는 일정하므로 수심 10m 지점에서 잠수하고 있다면 평상시 2배 밀도 즉 두 배의 공기를 흡입하는 셈이 된다. 20m에서는 3배, 30m에서는 4배로 많은 수준이다.
평상시에 폐를 통한 호흡으로 배출되는 질소는 깊은 수심에서 과다하게 흡입될 때 혈액 속에 녹아들어갔다가 상승할 때 압력의 변화(감압: decompression)에 의해 다시 커지는데, 이런 질소방울이 신체 각 부분의 혈관을 막아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이다. 급격히 커진 질소방울이 관절부를 막으면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뇌혈관을 막으면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심장쪽을 막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즉사할 수도 있다.
아래 사진처럼 물속에서 다이버가 내뿜은 공기방울은 상승하면서 커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인간의 체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것이다.
다이빙벨이 생존자 구조에 매우 유용한 이유
이제 감압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해하셨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세월호에 에어포켓이 존재했고 그 속에 생존자가 있었다면,(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이를 볼 때 추워서 사망한 이가 있었다는 것은 초기에 에어포켓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어떻게 구출할 수 있을까?
감압병을 피하는 방법은 잠수시간을 조절하고 깊은 수심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는 등 체내에 질소를 과다하게 축적하지 않거나, 체내에 쌓인 질소가 몸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상승하면서 호흡을 통해 배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2리터 짜리 스쿠버다이빙용 공기탱크를 장착하고 수심 30m까지 내려가면서 감압병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다이빙하려면, 실제로 상승과 하강을 제외하고 30m 지점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15분 정도라고 봐야한다. 천천히 상승하면서 몸 안에 축적된 질소를 빼내는 감압상승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이빙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압상승시간을 늘려야 감압병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데, 탱크 안의 공기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천천히 상승할 수도 없다. 그런데 다이빙벨이 만능은 아닐지언정, 공기튜브를 통해 수면으로부터 공기를 무제한 공급 받기에 감압상승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에어포켓 속의 공기는 이미 주변의 압력으로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잠수사가 수중에서 호흡하는 것과 동일하게 몸 안에 질소가 축적된다.
30m에서 10~15분 정도 머물렀다가 상승할 때도 최저 10분 정도의 감압상승(수심 5m 안전정지 3분 포함) 시간이 필요한데, 세월호 안에서 24시간, 48시간, 72시간 등 에어포켓 안의 공기를 흡입하면서 기다린 사람의 체내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질소가 쌓이게 될까? 그리고 그 질소들을 빼내려면 얼마나 천천히 감압상승을 해야할까?
잠수부가 수색중 배 안의 생존자를 발견했다면, 본부에 보고해서 구조를 준비시키고 물안경 하나 더 가져와 생존자에게 간단히 호흡기를 물고 숨 쉬는 법을 가르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김어준의 KFC에서 이종인 대표가 잘 설명하고 있다.
1시간 22분부터 보면 된다.
그러나 이때 생존자의 체내에는 일반 다이빙 시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질소가 쌓여있기 때문에, 수면까지 바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도하게 축적된 질소방울이 커져 혈관을 차례차례 막아 감압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바로 이때 다이빙벨이 유용하다. 생존자를 일단 다이빙벨 안에 넣어서 감압병 없이 수면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몇 시간’ 이상에 걸쳐 천천히 상승해야 한다. 사고 후 구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에 따라 감압스케줄을 참고하여 생명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상승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감압챔버(Decompression Chamber)6 에 넣어 추가적으로 질소를 빼내야만 완전한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주: 감압챔버는 감압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기압을 조절할 수 있는 캡슐형 의료장치. 수심 깊은 곳과 같은 기압상태를 만들어 혈관을 막고 있는 질소방울을 다시 작게 만들고, 서서히 정상기압으로 복귀하면서 체내의 질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돕는다.)
위의 사진은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가 직접 만든 다이빙벨의 내부. 3인실이라 생존자가 실내에 탑승하여 저체온증의 위험없이 천천히 감압상승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참사와 별개로, 다이빙 벨 무용론을 펼쳐서는 곤란하다. 정봉주의 전국구 50분부터 민간잠수사 강대영씨의 인터뷰 중 생존자 구조를 위해 다이빙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증언에서도 그 필요성을 읽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고 직후의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비”이다. 다이빙벨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 생존자를 발견했다면? 과연 무슨 방법으로 생존자를 그 찬물 속에서 몇 시간 동안 감압상승하면서 호흡시킬 수 있을까?
다이빙 벨이 아니라도, 진정 단 한 명의 구조도 불가능했을까?
일본방송에서 언급된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장비’ 중에는 다이빙벨과 더불어 수중재호흡기(rebreather)도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호흡한 공기를 재활용하여 수중에서 감압병의 위험없이 장시간 활동할 수 있는 잠수장비이다.
일반 스쿠버다이빙 방식은 공기통 용량의 제한과 감압병의 위험으로 실제 구조작업은 10~15분 밖에 할 수 없으며 무한정 호흡이 가능한 후까(hookah)방식은 공기호스의 길이제한이나 꼬임현상 등의 위험이 있지만, 재호흡기를 사용하는 잠수사는 수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잠수할 수 있어 구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각 나라별로 해군특수부대들이 재호흡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해군에서도 당연히 재호흡기 장비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기사에서 나오는 해군의 최정예 19명이 수중재호흡기 전문요원이 아니었을까 추측되며, 사고 초기에 이들이 투입되는 것을 해경이 막았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실책이다.
세월호 침몰 직후 장시간 활동 가능한 재호흡기 다이버가 배 안의 생존자를 찾아 구조본부에 연락하고, 일반 다이버가 생존자를 위한 보조호흡기와 마스크를 준비해 구출하고, 다이빙벨에 생존자를 넣고 서서히 감압상승한 이후 수면으로 올라오면 감압챔버에 옮기는 – 이것이 이상적인 세월호 사고 초기의 구조 프로세스가 아니었을까.
읽는 분들을 고려해 가볍게 쓰려고 노력한 글이지만 글쓴이의 마음은 전혀 가볍지가 않다. ‘세월호 사고 후 구조자 0명’이라는건 어떠한 핑계를 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장비도 있고 기술과 인력도 충분했는데, 기득권 싸움으로 인해 구조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또한, 구조에 동참하려던 여러가지 노력들이 지나치게 이슈화 되면서 본질이 가려진 듯한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나 의심도 있을 수 있지만 선의 그 자체는 그와 별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되겠지만, 불가피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감을 느낄 수 있고 투명한 정부의 구조노력’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로 운명하신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원문: Random walker on earth / 편집: 리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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