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장애가 있는 친구와 계단을 내려가며 속으로 얼마나 식은땀이 흘렀는지 모른다.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 길로 오자고 했을까?’ ‘왜 여기 계단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까?’ 스스로의 무심함에 놀랐다.
세상이 새로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관에서, 대중교통에서, 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개개인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이제야 조금씩 질문하게 된다. 나에게 너무나 편안했던 세상을 더 이상 편안하게 바라보지 못할 거 같다.
이 그림일기는 홍윤이가 2014년에 쓴 「돌아가지 않는 길」에 대한 아주 늦은 답장이기도 하다.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준 홍윤에게 감사를 전한다!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