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가 직장 다니며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다. 업무에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스펙도 쌓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왠지 나만 석사학위 없는 것 같고, 석사 따면 이직도 수월해질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은 나를 ‘대학원’이라는 곳으로 이끈다.
그러나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은 정말 쉽지가 않다. 특히 직장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죄인, 학교에서도 죄인이다. 회사에서는 공부하느라 회사 일에 소홀한 놈으로 찍히기 십상이고, 학교에서는 일하느라 공부 안 하는 놈으로 분류된다. 정말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 졸업하기는 힘든 걸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입학 전과 입학 후를 나누어 어떤 점이 힘든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써보려 한다. 대학원 입학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미 학위를 취득하신 분들은 저와 함께 주경야독의 추억을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어떤 대학원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대학원을 선택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공은 이미 염두에 둘 터이니, 여기에서는 학위 과정의 형태를 논하고자 한다. 먼저, 대학원은 크게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 전문대학원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직장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대학원은 특수대학원이다.
일반대학원은 전일제(Full-Time)가 기본으로, 학업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이다. 일반대학원 졸업자가 취업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 학술적 이론적 논의를 진행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조교 생활을 하며 학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이 일반대학원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특수대학원이다. 글쓴이도 특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디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기에 대학원에서도 학부 전공과 같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을 선택했다. 특수대학원은 학부 전공과 일치되기보다는 현재하는 일과 관련된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PR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특수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전문대학원이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등이 이에 속한다. 소위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직종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한다. 합격한 이후에는 전일제로 학업을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위 과정은 누구나 알다시피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으로 나뉜다. 직장인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정은 석사과정이다. 박사과정은 전일제가 기본인 데다, 직장과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원대학’이라고 학교 이름이 끝나는 곳이 있다. 학부 과정은 없고 대학원 과정만 있는 곳이다. 이런 대학원에는 시간제(Part-Time) 박사과정이 있는 곳도 있다. 직장생활과 박사학위 과정을 병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직장인이 대학원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퇴사 후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면 어떤 학교든 선택해도 되지만, 회사생활과 병행하려면 무조건 시간제 대학원을 선택해야 한다. 아무리 여유로운 회사일지라도 전일제로 학업을 지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글쓴이는 석사학위 취득 후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해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직장과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해 포기했다. 시간제 박사과정도 고려했지만 전공이 맞지 않아 결국 입학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시간’을 염두에 두고 최종적으로 학위를 딸 수 있는지 가늠한 뒤 입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학 전: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1. 논문을 쓰고 졸업하겠다는 마음가짐.
직장인이 회사와 병행할 수 있는 특수대학원의 경우는 논문을 쓰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한 학교가 많다. 졸업시험이나 보고서 제출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왕 등록금을 내고 대학원에 갔다면 논문을 쓰고 졸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또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석사학위 논문이 필수다. 박사를 딸 생각이 없었어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졸업논문을 쓰는 것이 향후 도움이 된다.
특수대학원에는 말 그대로 석사 졸업장만 필요해서 온 사람들도 많다. 내가 다녔던 대학원에는 선임급 기자들이 정말 많았다. 언론사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아저씨들 사이에 있으면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같은 석사 졸업장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민다. 그러나 같지 않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졸업장의 결이 다르다.
특수대학원의 석사과정은 대부분 5학기로 운영된다. 앞의 네 학기는 코스웍(Course Work)이라고 불리며,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는 과정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석사과정은 총 24학점 정도 이수해야 한다. 한 학기당 6학점을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대학원에서의 6학점, 즉 3과목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강독해야 할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덕이며 네 학기를 보내면 5학기 논문 학기가 온다. 이때쯤 되면 논문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입학하기 전부터 논문을 꼭 쓰고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나는 애초에 ‘대학원=논문 쓰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입학했다. 졸업논문 외에 연구논문 한 편을 학회지에 싣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수업 시간 때 기말고사 페이퍼로 낸 내용을 다듬어서 논문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 경험은 졸업논문을 쓸 때도 크게 도움이 됐다. 더불어 연구논문과 졸업논문의 차이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2년 반이라는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라면 논문을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입학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인맥 쌓기보다는 공부하러 가는 곳으로 생각하기.
인맥을 쌓으러 대학원에 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사회에서 인맥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원에 가는 주된 목적이 ‘인맥 쌓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리 특수대학원일지라도 대학원은 대학원이다. 인맥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갔다가 생각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어차피 인맥은 학업 이후에 따라온다.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인맥 쌓기가 주요 목표라면 대학원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인맥 늘리는 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SNS로 다 연결돼 있다. 차라리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인스타 DM을 보내는 게 더 낫다.
스타트업 중 헤이조이스라는 곳이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끼리 인맥을 만들 수 있게 해놓은 커뮤니티다. 여성만 가입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멤버십을 신청하면 다른 멤버들과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멤버십 비용이 대학원 학비보다 싸다.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면 대학원은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이다.
입학 후: 무사히 학위 따는 방법
입학을 했다면 무사히 학위 취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학원 중도 포기는 매몰 비용이 너무 크다. 학원이나 운동을 그만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학원이나 운동은 그만두더라도 그때까지 습득한 것은 내가 그대로 가져간다. 하지만 대학원을 한두 학기만 다니다 그만두면 남는 게 없다. 비싼 등록금도 아깝다. 입학 후에는 내 모든 에너지를 ‘학위 취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써야 한다.
1. 웬만하면 휴학하지 않는다.
휴학하고 무사히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웬만하면 휴학하지 않아야 빠르게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학업은 연속성이 필요하다. 공부를 안 하다가 하면 ‘워밍업’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대학 졸업 후 책을 손에서 놨기 때문에 거의 첫 학기 내내 워밍업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휴학하면 생각의 고리가 단절돼 워밍업하는 시간이 또 필요하다. 휴학을 두 번 이상하면 학업에 분절이 생긴다. 학부생의 휴학과 대학원생의 휴학은 다르다. 학부생은 휴학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 활동들이 학업에 생기를 더해준다. 반면 직장인 대학원생은 휴학하고 학업과 전혀 관계없는 일들을 한다. 복학했을 때 더 멍한 이유다.
또 휴학하지 않는 걸 추천하는 이유는 휴학하면 돌아가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한두 학기 다니다 휴학하면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이 알게 된다. 당연히 돌아가기 싫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걸 방지하려면 휴학하지 않고 다니는 게 학위 취득에 빠르게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 우선순위를 정한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 꼭 두 개가 충돌하는 상황이 생긴다. 평일 저녁 수업이 있는 날인데 갑자기 야근해야 한다든지, 기말고사 날인데 회사 행사가 잡힌다. 가정이 있는 분들은 고충이 더하다. 발제를 하기로 한 날에 아이가 아프거나, 졸업시험 날이 시아버님 생신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 전 마음속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대학원을 1순위로 정했다. 회사에 일이 있어도 무조건 대학원으로 향했다. 단, 회사에는 내가 대학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일절 알리지 않았다. 대학원 때문에 일에 소홀한 사람 취급받기 싫어서였다. 학교에 가야 하는 날에는 집 핑계를 댔다. 회사에는 집 핑계, 학교에는 회사 핑계, 집에는 회사 핑계 대면서 요령을 부렸다. 평생 그럴 것도 아니고 2년 반만 참으면 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흐지부지된다.
3. 이동 시간을 최소화한다.
내가 다녔던 대학원은 학교에서 1시간 반,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수업받는 것보다 학교에 가는 게 더 힘들었다. 평일에 두 번, 토요일에 한 번 갔다. 글쓴이는 자대 대학원에 지도를 받고 싶은 교수님이 있어서 먼 거리에도 선택했으나, 처음 학교를 선택할 때 이동거리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장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하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동 시간을 최소화해서 체력 낭비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나는 차가 없는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학기가 절반 이상 지나면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 이럴 땐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등 체력을 아꼈다.
졸업
글쓴이가 다닌 대학원은 전원이 졸업시험을 봐야 했다. 졸업시험을 보고 논문을 쓸지, 보고서를 쓸지 정하는 구조였다. 영어 시험은 토익 등으로 대체할 수 있었는데, 나는 점수가 없어서 졸업시험 과목에 영어를 포함해서 봤다. 졸업시험에 무사히 통과했고, 논문 심사 날이 왔다.
석사는 지도교수를 포함해 교수님 3명이 심사한다. 심사 당일 논문 개요을 3분가량 브리핑할 시간이 주어지는데, 여기서 버벅대면 안 된다. 연습을 많이 했다. 심사 때는 날 선 비판들이 오간다. 나는 “이 주제에 관해서는 이 논문을 쓴 내가 제일 잘 안다”는 배짱으로 심사에 임했다.
비판이 들어오면, 그 부분을 인정하면서 “지적해 주신 부분은 후속 연구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라고 넘어갔다. 교수님들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의 논리 구조를 지적할 뿐이라고 되뇌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심사가 끝나면 잠깐 나가보라고 하신 뒤, 5–10분 뒤에 다시 들어오라고 하신다. 교수님은 논문이 통과되었다며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되돌아보면 2년 반이라는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대학원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학업의 과정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학업에 집중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미움도 조금 가라앉는 걸 느끼게 된다. 학업은 그렇게 오늘 하루도 근근이 살아갈 힘이 된다.
마치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원을 더 알고 싶으시거나, 저와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구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요와 댓글도 큰 힘이 됩니다. 일러스트도 계속 업로드합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슈뢰딩거의 나옹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