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서점을 창업하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이한별(꿈꾸는 별 책방 대표): 이제 딱 1년이 됐습니다. 출판사에 3년 다니며 마케팅, 저자 관리, 제작, 출판사 직영 서점 운영까지 맛보기를 했어요. 덕택에 맨바닥에서 창업하는 분들보다는 좀 수월하게 서점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리: 창업하면 온갖 문제가 터지잖아요. 어땠습니까?
이한별: 저희 서점의 콘셉트는 ‘블라인드 북’이에요. 책을 둘러싼 포장에는 문구와 날짜만 적혀 있어요. 어떤 책이 나올지 호기심으로 책을 구입하고 선물하고는 거죠. 그런데 막상 서점을 준비하려니 포장부터 너무 힘들었어요. 서점 열기도 전에 1,200권을 포장하느라 죽어났죠. 책이 팔리면 포장이 힘들고, 그렇다고 안 팔리면 또 문제고…
리: 블라인드 북 콘셉트는 어떻게 정하게 된 거죠?
이한별: 외국에는 이런 서점이 좀 있어요. 작가의 생일과 매칭해서 날짜만 쓰는 형태죠. 지금은 국내에도 서너 군데 하지만, 저처럼 모든 생일 책에 라벨을 붙여 설명을 넣은 곳은 없어요. 한 코너 정도로만 운영하죠.
리: 책을 안 보여주고 팔다니, 안 팔릴 게 걱정되진 않으셨나요?
이한별: 제목이 보여도 안 사는데, 무슨 책인지도 모르는 걸 누가 사겠냐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책을 평소에 안 좋아하는 분들도 편하게 고르실 수 있잖아요. 게다가, 고른 책이 마음에 안 들면 책방 주인 욕을 하면 됩니다. 덕택에 서점이 많이 알려지게 됐죠.
리: 서점 연 지 1년이 됐는데 수익은 어떤가요?
이한별: 책만 팔아서는 돈 못 벌고요. 지역도서관 납품, 국제도서전이나 와우북 페스티벌 같은 행사로 어찌어찌 수익을 내는 정도예요.
리: 월급쟁이 시절보다 더 잘 버나요?
이한별: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래도 저는 출판사 다닐 때 이미 직영서점을 운영해봐서 처음부터 돈 별로 못 벌 거라는 각오는 했어요. 솔직히 생각보다는 잘 되는 편이죠. 콘셉트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홍보하면, 아마 내년부터는 회사 월급 정도는 벌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 힙한 동네 놔두고 왜 광명에 여셨어요?
이한별: 힙한 동네는 마땅한 매물도 없고… 경기서점학교 수업을 듣다 보니, 경기도에 서점을 내는 것도 괜찮겠더라고요. 일단은 지역보다 블라인드 북을 산 사람이 만족감을 어떻게 느끼게 할지, 책 자체에 집중했어요. 최소 1년은 작가들의 생일 데이터를 모으고, 어떤 블라인드 북을 골라도 만족할 수 있는 큐레이션 강화 시간으로 가지겠단 의미도 있었고요.
리: 블라인드 북을 고르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이한별: 평소 책 안 접한 분들이라도 만족할 수 있게 책을 고르는 편이에요.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나는 콘셉트라서 주로 소설과 수필을 많이 포장하죠. 대중성을 고려해 저자가 특이한 성향은 좀 빼고요. 또 글뿐 아니라, 책의 만듦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선물 받았을 때 열어본 분이 기분이 좋아야 하니까 표지도 많이 생각하죠.
리: 경기서점학교는 서점을 차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나요?
이한별: 다른 곳에서 열리는 서점 관련 강연보다 경기서점학교 커리큘럼이 훨씬 좋더라고요. 실무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파트별로 그 분야의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인테리어면 인테리어, 큐레이션이면 큐레이션, 총판업체 담당자분에게 책 떼어오는 방법도 하나하나 알려주고…
리: 출판사 생활로 어지간한 건 알지 않았나요?
이한별: 안다고 해도, 장사할 거면 제대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죠. 제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전 출판사 일하며 이것저것 겪기라도 했지만, 이쪽 분야에서 일해보지 않은 분들은 꼭 한 번 수업을 듣기를 추천해요.
리: 서점이 좀 지식인의 로망이잖아요, 차리기 전에 꼭 점검해야 할 게 있다면?
이한별: 수익구조를 명확히 하는 거죠.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좀 있더라고요. 전 출판사 다니며 서점을 운영해 봤기에, 이게 정말 힘든 일이란 걸 알고 시작했거든요.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리: 책 수익보다 카페 수익으로 잘 벌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한별: 예전에 북카페가 좀 유행이었고, 요즘도 북카페 이야기 많이 듣는데… 저는 북카페 차릴 거면, 그냥 카페 차리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본다, 예뻐 보이긴 하는데 오래 머물수록 회전율이 떨어지잖아요. 반대로 이미 커피값으로 공간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으니 책을 잘 사지도 않고요.
리: 그래서 카페가 아닌 서점으로만 운영 중이신 거군요.
이한별: 네, 제가 내린 커피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커피는 잘하는 사람이 만들고 팔아야죠. 또 카페가 아닌 일반 서점으로 등록해야 도서관에 납품도 가능해요.
리: 앞으로 꿈꾸는 별 책방은 어떻게 될까요?
이한별: 최근에 홍대 경의선 책거리에 새 매장을 냈어요. 막 정신없는데… 두 군데를 동시에 관리하기는 힘들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에요.
리: 서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한별: 경기서점학교에서도 강의할 때 이야기하는 게, 일단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그래도 정말 하고 싶으면 생존방식을 고민하고 천천히 열기를 권합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서점을 여는 게 젤 중요하다고 봐요. 요즘 쓰타야 뜨면서 그거 따라 하려는 분 많던데, 동네서점에 쓰타야가 어울리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키고, 그것에 맞추는 게 나답게 하는 서점이라 생각합니다.
※ 해당 기사는 경기서점학교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