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대표, 스타트업으로 오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웅진코웨이에서 대표 출신이라 들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경력인데, 어쩌다 공유 킥보드 씽씽에 오셨나요?
김동현(씽씽 부대표): 사실은 그만두게 됐습니다. 2016년 10월에 니켈 문제가 터졌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표로서 전체 책임지고 그만뒀죠.
리: 니켈 문제가 어떤 거예요?
김동현: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조각이 떨어졌다, 회사가 1년 동안 은폐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최악의 상황이었죠. 옥시 프레임에 딱 걸린 거예요. 민사재판에서도 니켈의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어요. 회사가 공지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유해성이 없었기 때문이고요.
리: 그래서 결국 리콜하셨나요?
김동현: 네, 어쨌든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꼈으니까요. 이틀 동안 대주주 설득하고 사흘 만에 전량 회수, 환불 조치, 문제가 생길 시 치료비 등 모든 비용 책임을 발표했죠. 결과적으로 정부도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발표했어요. 니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이잖아요. 이게 만약 문제가 되면 주전자, 숟가락도 쓰면 안 돼요.
리: 그러면 대표이사를 안 물러날 수도 있지 않았나요?
김동현: 물론 담당 임원이 책임지면 끝이라는 시각도 있었지요. 근데 제가 볼 때, 회사 차원에서 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그만두는 모양이 제일 맞는 것 같았어요. 이 야단법석을 만든 최종적 의사결정권자는 저잖아요.
리: 후임자가 힘들었겠군요.
김동현: 후임 하신 분이 뒷수습도 잘하셨고… 코웨이를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복원력입니다. 회사가 그렇게 큰 위기를 맞았어도,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노력을 보며 감동했어요. 내가 없어도 이 회사가 잘 돌아가는구나… 정말 크게 배웠습니다.
투자사를 말아먹고 코웨이 대표가 되기까지
리: 어쩌다 웅진에 가시게 된 건가요?
김동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어요. 같이 일하던 사수들과 VC, 그때 말로는 ‘창투사’를 차렸지요. 100억 펀딩도 받았는데 2년 만에 쫓겨났습니다.
리: 주로 어떤 데 투자하시다가 망했어요?
김동현: 돌이켜 보면, 너무 앞서가긴 했죠. IT와 오프라인을 엮으려 했거든요. ‘푸드푸드’라고, 요즘 마켓컬리 같은 데 투자했고 망했죠, 뭐… 70억 이상 투자받았지만, 지금처럼 IT와 데이터가 발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리: 안타까웠겠네요…
김동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접었으니 아쉬웠죠. 그러다 웅진코웨이 컨설팅을 맡게 됐습니다. ‘쿠첸’이라는 밥솥회사가 원래 ‘마마밥솥’이었거든요. 웅진코웨이의 마마밥솥 인수 타당성 조사를 맡았고, 이후 자연스럽게 웅집에 합류했습니다. 그렇게 웅진의 출판유통회사 대표를 맡기도 하고, 나중에 웅진코웨이가 사모펀드 MBK에 매각될 때, 회장님 허락받고 코웨이 CFO로 갔다가 대표까지 된 거죠.
리: IT 쪽 컨설팅하다가 전통산업인 웅진코웨이 대표라니, 좀 뜬금없는 면도 있습니다?
김동현: 제 시각에서는 IT 기업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어요. SK텔레콤 같은 통신회사들을 보면 초기에 인프라를 깔고 그다음 회수하잖아요? 코웨이도 200만 원짜리 정수기를 깔고, 매달 3만 원씩 회수하는 거죠. 이미 코웨이는 단순히 정수기 렌털 기업이 아니에요. 공기청정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안을 관리해주는 IoT 기업으로 발전했어요.
정리해고 없이 2년 만에 영업이익 2배로 키우다
리: 사모펀드에서 사 갔으면 실적 압박이 장난 아니었겠네요. 사모펀드에서는 일단 감원부터 하며 실적 올리자 하잖아요.
김동현: 예, 그때 MBK가 인수했을 때도 최고점에서 사 갔다는 논란이 있던 시기였죠. 거의 5조 가치에 지분을 매입했으니까요. 갑자기 회사 주인은 바뀌고 언제 잘릴지 모르고… 직원들 불안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그 와중에 저는 전 직원과 대화를 통해 ‘착한 믿음’이란 경영 정신을 새로 만들고, 분위기 추스르려 노력했죠.
리: 컨설턴트 출신이면 사모펀드의 논리에 더 충실할 것 같은데 되게 의외네요.
김동현: 컨설팅 밥을 먹었으니, 당연히 합리적인 걸 기본에 깔죠. 하지만 회사도 사람이 모인 곳이고, 사람 사는 게 논리적으로만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서도 사모펀드가 원하는 숫자 맞췄어요. 구조조정 안 하고… 제가 인수된 지 3년 만에 영업이익을 2배 이상 올렸습니다. 2,200억에서 4,600억까지.
리: 뭘 하신 거예요? 비용 줄이는 거 외에 갑작스럽게 영업이익을 높일 방법이 없잖아요.
김동현: 상품과 가격 정리였어요. 쉽게 말해서 제일 좋은 상품이 제일 비싸야 해요. BMW로 치면 7시리즈랑 미니가 가격이 같은 상황이었어요. 미니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렇다고 미니를 7시리즈 값을 주고 사는 거는 아니잖아요. 가격이 한 번 뒤죽박죽이 되면, 다음 해, 그다음 해, 갈수록 난장판이 됩니다. 이걸 정리하고 나니 직원들도 고객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자연히 실적도 올랐죠.
많은 대기업 대표 제의를 마다하고 공유 킥보드 씽씽을 택한 이유
리: 백수가 되고 나서 뭐 하셨습니까?
김동현: 저는 백수가 처음이었거든요. 쉬는 게 나이 47에서야 처음이었어요. 대기업 대표들은 2년간 동종업종 취업 제한이 있었는데, 되게 포괄적으로 적용이 돼요. 뭐할까 고민해도, 일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요. 이참에 남들처럼 뭐라도 좀 배우자… 요리가 갑자기 딱 땡겼어요. 그래서 일식 요리학교에 들어갔어요.
리: 와 정말, 가진 자의 여유가…
김동현: 어디서 주워들었던 르꼬르동블루에 전화했더니 이미 개강했고, 나카무라 아카데미가 시작하기 직전이더라고요. 요리한 적 없다고 하니, 교양반 들으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배우고 싶다, 중간에 나가라고 하면 환불 이야기 없이 나갈 테니 받아만 달라”고 빌어서 들어갔죠. 6개월만 하고 관두려 했는데, 같이하던 젊은 친구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 1년 동안 상급반까지 수료하고 일본 자격증까지 땄죠.
리: 이제 요리사로 제2의 삶을 살 생각은 없었나요.
김동현: 그럴 실력까진 아니고(…) 이후 몇몇 회사들의 경영 코치를 시작했어요. 근데 하면서 느끼는 게, 제가 좀 오만했구나… 하는 거예요. 사업은 파고 들어가면 다들 전문분야에요. 그러면 그 회사 대표가 제일 잘 알 거잖아요. 제가 하는 소리는 잔소리에 불과해요. 그러던 차에 공유 킥보드 씽씽의 윤문진 대표를 만나게 된 거죠.
리: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김동현: 씽씽이 생기기도 전이었는데, 대뜸 저한테 공유 킥보드 사업을 할 생각이니 대표를 맡아달란 거예요. 전 킥보드 전혀 모르는데 황당했죠. 그래서 사양했는데 계속 같이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유 킥보드 사업의 비전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대표감은 아니니 사양하고, 부대표 자리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리: 아니, 전 코스피 상장사 대표님을 부대표로 앉히는 게 더 부담스러워 보이는데요…
김동현: 그래서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대표는 사업을 가장 잘 알고 열정 있는 사람이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오면 갑자기 대표가 변경되는 건데 조직적인 차원에서 혼란이 있을 거다, 뒤로 빠져서 도와드리는 게 회사가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이렇게 씽씽과 연을 맺게 됐죠.
리: 2년 동안 대기업 대표 제의도 엄청 많이 받으셨을 거 아니에요? 그에 비하면 씽씽은 구멍가게잖아요.
김동현: 당연히 있었고, 고민했던 회사도 없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제 돈으로 씽씽에 초기투자금 넣고 들어왔어요. 그렇다고 씽씽이 무조건 잘 될 거야, 이런 생각을 심각하게 한 것도 아니에요. 다만 윤문진 대표님을 만난 게 의미 있는 인연이라면, 같이 일을 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자, 그 정도예요.
리: 어떤 점에서 그 만남이 중요하게 여겨졌나요?
김동현: 윤 대표님 관련 인터뷰 기사를 보며 저와 생각이 많이 비슷하단 생각을 했어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생각이 정말 선하구나… 좀 중2병 같지만 제게 모든 사업은 운명 같았거든요. 왜 하필 이 순간에 이 사람이 나한테 나타났지? 그렇게 컨설팅도, 코웨이도 경험한 거예요. 그 순간을 소홀히 지나치고 싶지 않았어요.
긴 무료 기간 테스트, 씽씽을 업그레이드하다
리: 그래도 씽씽에 합류한 게, 내가 하면 더 잘 될 수 있겠다… 이런 게 있지 않았나요?
김동현: 대기업은 일단 크게 보고 시작하잖아요. ‘씽씽이 버스나 택시처럼 누구든지 필요하면 당연히 타는 그런 서비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다른 킥보드 회사보다 큰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리: 씽씽이 가진 큰 지향은 어떤 거죠?
김동현: 사람이 먹고 자고 옷 입고를 ‘의식주’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한 곳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어요. 그사이를 이어주는 ‘모빌리티’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동수단은 자기 차와 대중교통이에요. 그사이에 편히 이동할 수 있는 건 생각에 없죠. 지금껏 없던 차세대 대중교통으로 여겨지는 게 목표예요.
리: 그러려면 킥보드를 엄청 많이 깔아야 한다, 이 얘기 아니에요?
김동현: 그렇죠. 근데 마냥 킥보드만 깐다고 될 일이냐, 그렇지 않거든요. 저희가 처음에 500대를 테스트해봤어요. 씽씽 윤문진 대표님이 맛집 배달 띵동 대표도 겸업 중이라 콜센터는 문제없을 거로 생각했죠. 근데 띵동 전체가 난리 났어요. 킥보드가 GPS 찍힌 자리에 없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킥보드 잘 숨기거든요. 연립주택 담장 안에 두고… 콜센터 전화 폭주하고, 관리하시는 분들이 죽어났어요.
리: ;;; 어떻게 했지요.
김동현: 대표님께서는 빨리 과금하자고 했어요. 과금을 안 하니까, 몇 시간씩 타고 다니고 심지어 경기도 집에 짱박아 두고(…) 근데 제가 반대했어요. 고객의 어뷰징을 막기 위해서 과금을 한다는 거는 좀 앞뒤가 안 맞단 거죠.
리: 왜 그렇죠? 진상 고객 때문에, 다른 고객이 씽씽을 못 타는데…
김동현: 우리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과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서비스가 별로인 상태에서 돈을 받으면, 정당하게 돈을 내는 사람들의 컴플레인만 더 많아질 거라고 본 거죠. 그래서 씽씽은 다른 회사보다 테스트 기간을 훨씬 길게 가져갔어요. 거의 두 달 가까이 했죠.
리: 결과는 어땠습니까.
김동현: 많은 것을 알게 됐죠. 경기도 하남까지 가져간 분을 보고, 솔직히 저도 화가 많이 났어요. 그러다 외국에서 킥보드를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나고서야 우리나라 사람들 수준에 놀랐어요. 외국은 훨씬 더했거든요. 사고 내고 버리고 가고, 부품 빼가고… 오히려 한국 고객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도덕 기준이 높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고객이 까다로운 거였죠. 그 눈에 맞춰가며 씽씽의 수준도 높아졌죠.
100만 원 고가 키보드와 운영능력으로 업그레이드된 씽씽
리: 그러면 어떤 식으로 씽씽의 수준을 높였나요?
김동현: 먼저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했어요. 저희가 처음 들여온 킥보드가 대당 50만 원 정도였는데, 이것도 경쟁사보다 높은 스펙이에요. 그런데 지금 들여오는 제품은 통관 포함하면 80만 원이 넘어요. 환율 등등에 따라 거의 100만 원 가까이 갈 때도 있고요.
리: 뭐가 그리 비싸죠;;;
김동현: 킥보드는 하드웨어가 정말 중요해요. 서울에 언덕이 엄청 많잖아요. 킥보드 힘이 딸리면 다리로 막 차주면서 가야 하는데, 되게 모양 없어요. 새로 들어온 킥보드는 20도 언덕 정도는 거뜬히 가거든요. 폼도 그렇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도 킥보드가 튼튼하지 않으면 흔들려서 위험해져요. 야간에 가시성도 중요하기에 밤에 LED도 들어오게 했고요.
리: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김동현: 비싸도 저는 그게 맞다고 봅니다. 일단 타는 사람들이 안전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비싼 기계 안 쓰면 빨리 고장 나요. 저희 초기 제품 중에서도, 지금 불량으로 창고에 있는 킥보드가 적지 않아요. 내 물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막 타게 되는데, 공유 킥보드는 당연히 막 탈 수 있어야 한다 보거든요. 그만큼 오래 가는 제품을 들여오는 게 맞는 거죠.
리: 하드웨어 외에는 어떤 차별화를 꾀하나요.
김동현: 장기적으로는 기술이 해결하겠지만, 그전에는 운영 능력, 속된 말로 노가다죠. 저희 대표님이 맛집 배달업체 띵동 대표를 겸업해서 콜센터와 퀵 배송 라이더들이 엄청 많잖아요. 이분들 역할이 정말 커요. 예를 들어 고장 난 킥보드를 얼마나 빠르게 회수하느냐, 이런 게 다 경험이고 노하우예요. 띵동의 라이더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띵동의 고객센터 덕분에 그 많은 문의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고요.
생각보다 더 많이 이용하는 공유 킥보드
리: 씽씽이 주목받았던 게, 60억 끌고 오면서부터였어요. 생기자마자 뭐 이리 달리는 거죠?
김동현: 빨리 스케일을 만들자고 했어요. 더 많은 분이 더 많은 지역에서 씽씽을 탈 수 있어야 한다고 했죠. 지역을 넓히려면 그만큼 많은 킥보드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쭉 역산해 보니까 돈이 언제 얼마 정도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IR을 하고 60억을 받은 거죠.
리: 아, 아예 목표를 그려놓고 생각을 하신 거군요.
김동현: 네, 그렇게 보니, 연말까지 1만 대는 깔아야겠고, 내년에는 5만 대까지 가려 해요. 이미 5,000대 정도 발주가 나가서, 다른 경쟁사들과는 차이가 커요. 올해 안에 1만 대 깔면 독주 체제가 될 거로 봅니다. 내후년에는 전국에 20만 대의 씽씽을 만날 수 있을 거고요.
리: 근데 그렇게까지 많이들 킥보드를 사용할까요?
김동현: 저라고 처음부터 마냥 낙관적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지켜볼수록 낙관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처음엔 집에서 전철역까지 킥보드 타고, 전철역에서는 전철 타고, 전철역 내려서 목적지까지 킥보드 타고, 사이사이 구간을 이용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지하철 몇 코스를 가더라고요. 정말 또 하나의 대중교통이 되어버린 거죠.
리: 신기하네요. 하지만 아무리 사업을 잘해도, 궁극적으로 공유 킥보드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하세요?
김동현: 음… 저는 결국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인식하며 시장이 커질 거로 생각합니다. 예컨대 강남역 갈 때 이동수단으로 떠올리는 것들이 있잖아요. 버스, 전철, 택시 말고도 ‘킥보드 탈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리: 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김동현: 근데 저는 그 시기가 굉장히 빠르게 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20–30대 남자들이 필요한 구간에서만 쓰는 아이템으로 봤는데, 정말 대중적 이동수단이 되어가요. 저도 이미 퇴근길에 차 막히는 거 보면 킥보드를 찾게 돼요. 익숙해지면 성별과 세대를 넘어서는 문화 현상이 될 거로 생각해요.
리: 갑자기 대기업이 뛰어든다… 카카오, 현대 같은 회사가 갑자기 킥보드 막 깔면 어떨 것 같아요?
김동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코웨이 정수기 렌털 사업도 돈 따라 한다고 다 성과가 좋진 않았어요. 킥보드도 실제 운영해보면 숨김이나 고장 등 온갖 자잘한 이슈가 많아요.
국민 모두가 킥보드를 당연하게 여길 날이 멀지 않아
리: 궁극적으로 이 사업을 통해서 하고픈 일은 무엇인가요?
김동현: 쿠팡 김범석 대표님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요즘 킥보드 위험, 규제 이슈들이 많이 이야기되잖아요. 하지만 전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공생의 길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게 모두가 좋은 길이니까요. 저 도로를 언제까지 자동차에게만 내줄 수도 없잖아요. 요즘 해외는 자동차 도로 폭을 좀 줄여요. 그렇게 한 0.5차선 정도면 킥보드나 전기자전거가 다닐 수 있잖아요.
리: 그렇네요? 지금 자전거들 보면 위험하게 노란 선 옆으로만 가고.
김동현: 네네, 그리고 거기에 안전할 수 있도록 작게 펜스를 쳐 줘요. 저는 그렇게 세상이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환경 문제, 도로 문제가 많은데, 저는 이게 도시 자체의 변화 없이 해결할 수는 없을 거예요. 소위 스마트시티 개념이 생기잖아요. 내연기관 자동차를 없앤다고 다가 아니라, 자율주행차,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이 엮이는 거죠.
리: 정말 원대한 비전이군요…
김동현: 그렇죠. 솔직히 저희가 아니라도 킥보드는 정착될 겁니다. 핸드폰 처음 나왔을 때, 아이폰 처음 나왔을 때, 생소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익숙한 세상이 됐어요. 킥보드 역시 마찬가지예요. 지금 어린아이들은 자전거 안 타고 킥보드 타요. 어린이집 앞에 가면 킥보드가 쫙 서 있어요. 우리 세대에겐 킥보드가 좀 생소할 수 있는데, 자라나는 친구들한테는 되게 익숙한 존재예요. 결국, 우리 사는 모습에 따라 도시가 변해가고 킥보드가 활성화되겠죠.
리: 전동 킥보드가 사업성 없다고 하는 사람들 되게 많은데, 언제쯤 흑자가 날 것 같습니까?
김동현: 계획대로라면 내년, 솔직히 작정하면 올해 말에도 날 수 있습니다. 쉽게 보면, 1대가 하루에 10회전 하잖아요? 1회전에 1,000원씩 벌면 한 대가 1만 원 버는 거예요. 얘가 3달 정도를 돌면 기곗값이 다 빠지는 거죠. 물론 운영비도 들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다만 지금은 일단 흑자보다 좀 더 많은 킥보드 보급에 힘을 기울이고 싶어요.
리: 시장 자체를 정말 크게 보시는 거군요.
김동현: 그러니까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요. 회사에는 비전이 존재하잖아요. 저는 그게 회사와 조직원 간 대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무슨 부동산 떴다방인 양 킥보드를 생각한다고 해봐요. 그러면 조직원들 지향점도 흔들리고 모티베이션도 안 되겠죠.
씽씽의 헬스 트레이너가 되고 싶은 전 대기업 대표
리: 요즘 킥보드가 안전 등에서 비판 많이 받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 보세요?
김동현: 당연히 우리 사업자들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이슈죠. 저는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만이 아니고, 아예 탈 생각이 없고 심지어 ‘저런 걸 왜 돌아다니게 만들어?’라고 하는 분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냥 더 많은 사람이 탔으면 좋겠단 생각으로는 반발에 부딪히겠죠.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이해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 요즘 각 분야에서 사람 엄청 많이 뽑는다는데, 어떤 사람을 선호하세요?
김동현: 일단, 본인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을 좋아해요. 면접에서는, 제 고민을 오히려 얘기해요. 코웨이 때부터 마찬가진데, 우리 회사는 이런 회사이고 지금 이런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을 하죠. 그러면 자연스레 우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분을 찾는 것 같아요.
리: 언젠가 이 비즈니스를 마치고 떠날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김동현: 그때가 좋았다(웃음). 가끔 우리 부대표님 지금 뭐하시지? 이런 정도면 좋죠. 물론 코웨이 대표 시절 좋았죠. 대기업 대표실에 떡하니 앉아서… 근데 이렇게 창업해서 빠르게 함께 성장하는 그 과정이 지금은 너무 좋아요. 우리 직원들이 동지처럼 느껴지고, 리스펙트하고… 그렇게 일해요.
리: 그래도 코웨이 대표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지 않나요?
김동현: 그리울 때야 있죠. 하지만 전 도전이 재밌어요. 솔직히 어느 대기업 대표를 맡아도 일정 이상 성과를 낼 자신감은 있어요. 그렇지만 씽씽처럼 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는 회사는 다른 이야기죠. 대기업에 있던 시스템을 스타트업에 가지고 와서 실패하는 분들 많거든요. 그런 걸 이미 많이 봐왔기에, 저는 제가 씽씽을 만들기보다 동료들을 도와주는 게 더 즐거워요.
리: 일종의 경영 멘토인 건가요?
김동현: 멘토란 말은 부담스럽고, 차라리 헬스 트레이너에 가깝지 않을까요? 헬스장에서 무거운 거 들 때, 마지막 한 개 못하겠는데 옆에서 트레이너가 살짝 들어주잖아요. 그렇게 무게를 늘리고 근육도 키우는, 그 정도 역할로 씽씽을 함께 키워보고 싶습니다.
※ 해당 기사는 (주)PUMP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