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상품권 전쟁”이 치열하다. 이전에 작성한 「티몬이 무이자/무담보로 현금 150억을 대출받는 방법」 포스트 이후로 조금 다른 양상의 전쟁이 새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전 포스트에서는 ‘티몬이 결제 시점과 상품권 발송 시점의 차이를 활용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확인했다면, 이번엔 소셜커머스 경쟁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상품권 전쟁”을 조금 자세히 보려고 한다.
올해 7월 들어서 티몬과 위메프의 문화상품권 할인 판매가 급격하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1일부터 10월 2일까지 티몬은 400억, 위메프 150억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판매했다. 각 소셜커머스 업체가 문화상품권 소소하게(?) 월 수십억 단위로 진행하던 문화상품권 핫딜 판매를 일 수백억 단위로 진행하며 ‘미친’ 경쟁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10월 1–2일 사이에 유독 많았던 티몬과 위메프의 문화상품권 핫딜. /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8월 중순부터 10월 첫 주까지 티몬과 위메프에서 한 달 반 동안 판매된 해피머니, 컬쳐랜드 문화상품권을 합하면 무려 1,000억 원에 달한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온라인 쇼핑몰이 10만 원권 상품권을 저렴하게 파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 대내외용 거래액 수치를 크게 늘리기 위해서
- 그 어떤 상품보다 거래액을 늘리기에 용이해서
티몬과 위메프가 거래액을 늘려야 하는 이유
시장 경제에서 경쟁 아닌 분야가 있겠냐만,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이전과는 다른 과열 양상을 보인다. 바로 쿠팡이라는 메기의 등장이 큰 이유. 로켓배송으로 요약되는 직접 매입, 직접 배송 기반의 수익 모델은 판매 수수료 기반의 기존 오픈마켓/소셜커머스와는 다른 방식의 매출 계산법을 적용하게 된다.
판매 수수료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다수의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거래액의 5–15%에 해당하는 판매 수수료만 매출로 산정하지만, 제품을 직접 매입해 재고를 직접 부담하고 영업하는 쿠팡의 경우에는 거래액의 100%를 모두 매출로 산정하게 된다. (물론 오픈마켓/소셜커머스에도 플랫폼사가 직매입하는 상품이 있고, 쿠팡에서도 입점 파트너가 재고를 부담하는 판매 수수료 기반 상품이 있긴 하다.)
이런 산정 방식의 차이로 2018년 기준 쿠팡의 거래액(약 8조 원)은 티몬의 거래액(약 4조 원)보다 두 배 많지만, 매출액(쿠팡 4조 4,227억 / 티몬 4,972억)은 열 배 더 많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쿠팡과 티몬/위메프를 “경쟁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비교하게 되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가 힘들어진다.
매출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기 시작하자 非쿠팡 이커머스 기업들은 쿠팡과 동일 선상에서의 비교를 위해 ‘거래액’ 또는 ‘결제액’ 개념을 더 내세우기 시작했고, 이런 배경에 따라 매출/영업이익보다 거래액이 더 중요한 수치가 된 것이다.
왜 하필 ’10만 원권 문화상품권’일까?
마케팅 비용을 태운 초특가 핫딜, 독점 상품 공급 등을 통해 신규 회원을 유치하거나, 리텐션을 높이는 것은 이커머스 기업의 일상적인 영업 행위다. 그렇다면 티몬과 위메프는 수많은 핫딜과, 독점 상품 중 왜 하필 ’10만 원권 문화상품권’을 선호하고 이렇게 큰 규모로 할인 판매를 진행해 거래액을 늘리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높은 수요, 끝없는 공급이라는 상품권업의 특성, 그리고 높은 객단가 그리고 폭발적인 ROAS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상품권이라는 상품의 높은 환금성으로 인해 최소한의 수요는 보장된다. 특히 평소 할인율이 3–4% 정도지만 추가로 4%P 정도의 할인을 더 적용하면 수요는 폭증한다.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등의 온라인 쇼핑몰은 월말, 분기말에 7–9%의 할인율로 수십억 원 정도의 문화상품권을 한정 판매하며 이는 각 온라인 쇼핑몰의 기간별 거래액 성과 달성 목표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1,000원에 할인 판매되는 문화상품권 10만 원권의 마이너스 마진을 1%로 잡고 이를 마케팅 비용으로 산정한다면, 1,000원의 마케팅 비용으로 91,000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액 수치인 ROAS로 환산해보면 무려 9,100%에 달한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의 마이너스 마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평시 할인율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노마진 혹은 최대 4,000원의 마이너스 마진으로 마진 범위를 추측해볼 수 있겠다.)
이 정도의 ROAS가 나오는 제품이 있을 수는 있지만, 거래 규모 자체가 크고 공급과 수요가 안정적인 제품은 문화상품권 10만 원권이 유일하다. 기업의 KPI가 매출이나 영업 이익이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처럼 거래액일 경우에만 적합한 특가 상품이다.
한 달 동안 문화상품권만 1,000억… 거래액 뻥튀기 어디까지?
상품권 대전에서 위메프 보다 티몬의 출혈 판매가 큰 상황인데, 이는 티몬이 현재 처한 현금 흐름 악화 상황과 이커머스 시장 재편 구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18년 매출 4,972억을 기록한 티몬은 영업 적자는 1,255억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로 인한 현금 부족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티몬은 상품권 발송 시점 차를 통한 150억 단기 대출을 구현하기도 했다.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하루빨리 대규모 투자 유치 혹은 피인수가 필요한 상황이고, 업계에 따르면 전통 유통 강자 롯데가 티몬 인수 합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티몬보다는 조금 낫지만, 위메프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다행히 위메프는 모회사 원더홀딩스가 넥슨코리아로부터 3,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 중 2,500억 원은 위메프로 수혈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후속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투자 유치 및 가치 확대가 시급히 필요한 분위기 속에 위메프는 “10월 1일, 위메프데이 행사를 통해 올해 최대 일 거래액 378억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위메프가 올해 최대 일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10월 1일은 이 글 앞부분에서 소개한 “상품권만 150억 원을 판매한” 바로 그날 중 하루다.
공교롭게도 티몬도 “10월 1일 역대 최고 일 거래액 408억을 기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위메프처럼 “상품권만 400억 원을 판매한” 바로 그날 중 하루다. 티몬과 위메프, 각각 400억 원에 달하는 올해 최대 일거래액 수치는 문화상품권 뻥튀기 거래액이 절반 이상 포함된 섞인 셈. 우리는 문화상품권을 미친 듯이 판매하는 위메프와 티몬의 거래액 발표 수치를 유의해서 봐야 한다.
ROAS 9,000% 대로 하루 수백억 거래액을 만들어주는 ‘개꿀’ 상품이 있다. 쿠팡이라는 메기에 치이고, 낮은 매출액과 높은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비슷한 상황이 된 티몬과 위메프는 8월 중순부터 한 달 반 동안 문화상품권만 1,000억 원어치 팔았다. 이 제품을 판매한 덕분에 티몬과 위메프의 일 거래액이 수백억 원씩 늘어났다.
사실 티몬과 위메프가 걱정해야 하는 건 1,000억 원의 행방이다. 문화상품권이 평소보다 월 1,000억 원 더 발행됐는데 이 문화상품권은 어디에 쓰일까. 당장의 일 수백억 거래액 수치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가 매월 수십억 원 거래액을 꾸준히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건 아닐까?
원문: 미디어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