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스메틱 시장 여전히 매력적일까?
사드 이전부터 가속화되던 제조업의 ‘탈(脫)중국’에 이어, 사드로 촉발된 한-중간 관계 경색으로 인해 기존에 소비재 브랜드들의 중국 탈출 러시가 이어진다. 이런 ‘중국 의존도 줄이기’가 가속화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에 근본적인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지만 단시간에 괄목할만한 스코어를 기록하는 유니콘 브랜드들을 키워내는 중국 코스메틱 시장에는 여전히 그 시장성에 눈길이 간다. 최근 2–3년간 중국 코스메틱 마켓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맞이했으며, 이미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지였던 마켓에 한국과 일본 브랜드뿐 아니라 로컬 브랜드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OEM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변화하는 지금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장 규모가 크고 유니콘이 탄생하는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브랜드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중국 코스메틱 마켓의 진출을 꺼리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인허가 이슈부터 브랜드의 발목을 1년 가까이 잡게 되고, 중국 총판과의 협상 줄다리기 등 내딛는 걸음걸음이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형국이다.
중국 코스메틱 마켓을 짧게라도 경험해보았던 업체들은 입을 모아 호소한다. ‘중국 마켓은 너무 모호하다’, ‘마케팅 비용 지출이 지나치게 크다’, 절대적으로 동감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중국 특유의 마켓 환경과 검열이 일상인 중국에서 퍼포먼스 마케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은 물론 광고의 ROAS 측정도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했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도 일찌감치 중국의 인플루언서 ‘왕홍’의 라이브 방송을 통한 제품 세일즈가 뿌리 내린 중국이다. 이들 왕홍은 여전히 강력한 세일즈 파워를 자랑하지만, 높아진 위상만큼 매체비도 부르는 게 가격일 정도로 치솟는다.
게다가 한국 브랜드가 가진 ‘가성비’라는 장점을 모조리 중국 브랜드가 흡수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데일리 제품인 마스크팩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구매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 채널을 장악해버리는 로컬 브랜드들의 강세에 국내 브랜드들은 랭킹에서 하나씩 그 자리를 내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에도 여전히 중국 마켓이 매력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마켓 세일즈 데이터’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할 수 있는 로컬만의 여러 마케팅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로컬 브랜드만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은 결코 옳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보다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여전히 요구된다.
중국 마켓에서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하기 이전 우선 중국 마케팅 시장의 특징을 간략하게 확인해보고자 한다.
a. 매체 비용 자체가 원래 비싸다
우선 이들 왕홍이 주로 사용하는 채널의 구독자 수가 많기 때문에 노출 효과에 큰 포인트를 두게 된다. 혹자는 글로벌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비해 중국만의 채널이라면 그 노출 효과나 지속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로컬 채널밖에는 선택지가 없는 탓에 글로벌 커버리지와 로컬 커버리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큰 의미가 없는 일이다.
b. 일찌감치 공급을 초과한 수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 이론이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무방하나,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왕홍에게는 선택지가 너무나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중국 로컬 브랜드에서부터 한국 브랜드, 글로벌 메스티지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 등 국적과 브랜드 타깃 등에 관계없이 뷰티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팬을 타깃으로 하기에 왕홍 채널이 가지는 파급력은 굉장한 수준이다. 왕홍의 이미지와 부합하고 가격만 맞는다면 로드샵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동시에 같은 왕홍을 통해 소개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다.
잘 파는 왕홍은 누군가?
페이스북, 인스타와 유튜브는 물론 글로벌 서비스의 SNS는 모두 서비스가 불가한 중국이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중국 로컬 서비스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고 그 안에서 중국 특유의 서비스들이 탄생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왕홍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파급력과 영향력을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시작했고, 리뷰는 물론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세일즈를 진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입히면서 개개인의 왕홍이 이미 중소기업의 매출을 거뜬히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로컬에서는 일반적으로 4개 분류법으로 왕홍을 나누어 본다.
다른 왕홍은 차치하고 소위 ‘잘 판다’하는 왕홍들은 누가 있는지 또 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잘 파는지 소개하려 한다. 국내 뷰티업계에서도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리쟈치(李佳琦, Austin)’가 그 주인공이다.
위는 글로벌 이비즈니스맨에서 7월 발표한 타오바오 왕홍 랭킹이다. 이는 타오바오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왕홍을 가리키며, 중국에서 가장 핫한 왕홍 가운데서도 확실한 세일즈 파워를 자랑하는 왕홍들을 타오바오 인덱스와 세일즈 파워 인덱스로 각각 표기했다.
잘 파는 왕홍이 파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왕홍 리쟈치를 통해서 ‘중국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의 특징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절’은 1년 중 매출이 가장 큰 프로모션이다. ‘광군절’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매년 ‘6월 18일’에 진행되는 ‘중반기 결산 세일’ 역시 블랙프라이데이만큼은 아니어도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다.
중국 코스메틱에서 한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하락세에 있다는 보도는 왕홍들의 판매 제품 구성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대다수의 왕홍 셀러들이 취급하는 제품 가운데 한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향세를 그린다. 반면 리쟈치의 경우 한국에서의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의 선호를 바탕으로 여전히 다수의 한국 제품을 판매하고, 몇몇 브랜드의 세일즈 스코어는 꽤나 준수한 편이다.
현재 리쟈치 타오바오 점포의 경우 해외배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이는 중국에서 인허가를 받지 않은 브랜드 역시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국내 여러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다만 리쟈치의 판매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브랜드 역시 이에 여러 형태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 내에서 떠오르는 제2, 제3의 리쟈치와의 협업도 한국 브랜드로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중반기 결산 프로모션 기간이었던 6월간 데일리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스코어를 기록한 브랜드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제품 판매가의 뚜렷한 양극화
- 피부 관리 기기 판매량 증가
- 스킨케어 제품 강세
계절 이슈로 인한 썬 케어 제품의 판매가 돋보였다. ‘RECIPE’의 크리스탈 썬 스프레이 제품과 ‘W.Lab’의 라이트케어 아쿠아 썬젤 제품이 6월간 모두 한화로 4,000만 원(판매가 기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데일리 판매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제품은 ‘Dr.Arrivo’사의 피부 관리 기기로 15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 판매에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클렌징 워터와 함께 립 케어 제품으로 중국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한국 브랜드 ‘유니클럽’도 리쟈치를 통해서만 2억 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스킨케어 제품 가운데 핫한 제품임을 증명했다.
립 제품 완판남(a.k.a 립스틱오빠)으로 유명한 리쟈치지만, 매출 볼륨이 큰 제품은 여전히 스킨케어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6월 판매 제품 가운데 대부분을 절반 이상이 에센스, 클렌징, 마스크팩, 선케어 제품이었으며, 이는 여름이라는 계절 이슈를 감안하더라도 메이크업 제품의 판매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리쟈치의 경우 타오바오의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판매’에서 ‘트래픽 전환 형태’로 전환하는 등 라이브 방송이 가능한 매체로써의 기능에 조금 더 집중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에 따라 리쟈치가 직접 운영하는 타오바오 점포의 매출 그래프는 기타 점포들과 같이 6월, 11월에 큰 폭의 매출 증대를 나타내는 형태와 일치하지 않는다. 위에서 분류한 판매 형태 가운데 트래픽 전환과 수익 셰어 형태를 차용함에 따라 브랜드에서는 타오바오나 티몰에 제품 판매가 가능한 점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티몰 점포 입점이 용이하지 않은 부분이기에 브랜드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19년도 상반기 왕홍 리쟈치의 월평균 매출은 한화 약 32.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위 타오바오 왕홍 랭킹의 상위 랭커 3명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치로, 웨이야(11.2억)나 리에얼(2억) 같은 왕홍보다 월평균 매출이 최소 10억 원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코스메틱 판매 스토어 데이터만 집계). 직접 판매가 아닌 라이브 방송과 트래픽 전환에 따른 수익 셰어 형태가 늘어남에 따라 실제 매출은 이보다 최소 1.5배 내지 2배 이상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결론
중국에서 만난 수많은 뷰티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만큼 코스메틱 브랜드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은 없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또한 확고한 브랜딩과 팬을 가진 브랜드와 좋은 퀄리티의 제품들이 여전히 많다. 이미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성장하는 한국 코스메틱 브랜드에게 중국 시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의 매출이 브랜드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매출 지표는 브랜드가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코스메틱 브랜드가 직접 증명한 방법이기도 하며, 지금 현재도 새로운 유니콘 브랜드가 탄생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회의론에도 여전히 중국 코스메틱 마켓의 공략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