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서방국가들에게 퍼져있었던 문명의 진보에 대한 낙관을 침몰시켰습니다. 이번 세월호의 침몰은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혹은 선진국에 근접했다는 낙관과, 개인이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제1세계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침몰시켰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의 부재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이 역시 재앙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시스템이 존재 하지 않았는지, 있는데도 고의로 혹은 실수로 이를 어겼는지 검토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고시 선박자체에서 승객과 선원들이 탈출을 도와주는 구명설비에 대한 규정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기준인 SOLAS(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ty of Life at Sea, 해상인명안전협약)와 국내 규정을 비교검토해보겠습니다.
언제든 승객 전원이 생존할 수 있게 한 SOLAS 규정
SOLAS는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로 인해서 생긴 국제협약입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사망했고, 심지어 구명정에 탑승한 사람조차 죽었습니다. 원인은 해상에서 체온을 잃기 쉽고, 옷이 물에 젖는다면 체온은 더욱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SOLAS는 일단 구명정(Lifeboat)은 반드시 완전히 혹은 부분 밀폐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명 뗏목(Life Raft)도 그렇게 하도록 하였습니다.
구명용품은 기본입니다. 구명조끼(Life Jacket), 방수복(Immersion suit), 보온복(Thermal Protective Aid)를 갖춰야합니다.
그리고 선박에 장착해야하는 구명정과 구명뗏목의 탑승가능인원도 규정했습니다. 여객선의 경우 구명정 혹은 구명뗏목을 좌현과 우현에 각각, 최대 탑승인원의 50%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수 있을 만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좌현과 우현을 합치면 100%이상, 결국 모든 이가 탈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그리고 더해서 최대 탑승가능인원의 25%의 인원이 탈 수 있는 구명뗏목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잡아당기고 던지면 끝입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구명뗏목은 갑판 위 여기저기 하얀 통 안에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시고 혹시 배에 탈 일이 있으면 위치를 확인해보세요. 세월호에도 이와 같은 구명뗏목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으나, 여러차례 보도 된 바와 같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SOLAS와 별 차이 없는 한국 규정, 완전히 다른 결과
그렇다면 우리나라 규정은 어떤가요? 큰 차이는 없습니다. 국내 운항 여객선의 경우 전체 탑승인원이 탈 수 있는 구명정이나 구명뗏목을 설치해야하게 되어있습니다. 국제적인 규정과 차이는 국제규정은 좌현과 우현에 각각 50%로 되어있다는 것, 다시 말하면 설치 위치에 대해 국제규정은 지정하였고, 국내 규정은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는 외국에는 엄청나게 큰 여객선이 있고, 우리나라는 굳이 좌현 우현에 각각 구명정을 비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선박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세월호는 921명 정원에 1150명이 탑승 할 수 있는 구명뗏목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규정대로 설비는 갖춘 셈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구명뗏목은 1년에 한번씩 개방검사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검사를 했다는 증서가 발행되며, 유효한 증서가 없는 경우 설비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국내 규정도 대동소이합니다.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사에 따르면 세월호도 이 검사를 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설치와 관리 규정을 충실히 따른 세월호에서, 구명뗏목 46개중 단 2개만이 사용되었습니다. 승객들은 구명설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고, 구명설비를 사용할 수 있는 선원들은 구명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의 관리’
결국 어떠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사용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게다가 사고가 나자마자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행동은 훈련을 받지 않은 인간이 비상시 무슨 행동을 하는지 극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이 사고가 터졌을 때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이 본능을 거스르고 자신의 직업적 책무 중 하나인 구명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훈련뿐입니다.
SOLAS에서는 매주 탈출훈련과 소방훈련을 하도록 규정되어있습니다. 국내법은 국내 여객선에 대해 10일마다 탈출훈련과 소방훈련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단 한번도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제항은 이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입항과 출항을 제한합니다.
그러나 세월호가 단 한번의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1년동안 문제없이 운항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법이 마련되어 있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제대로 시행하고 규제, 감독하지 않는 현실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세월호는 실제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서류상으로는 훈련을 했다고 꾸며놓았다고 합니다. 많은 한국 회사의 관행이죠. 그렇다면 외국 항구는 어떻게 허위서류를 적발할까요? 실제 훈련시 입회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사기업은 결코 자발적으로 안전시스템을 완성하지 않습니다.
쉬워 보이는 안전훈련, 해보면 정말 힘듭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에게 시스템이 없지않습니다. 있는 시스템을 시행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슬픔, 절망과 동시에 행동과 감시라는 큰 숙제를 남겨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평소 안전훈련을 실시하시나요? 제가 아는 한 고층건물은 1년에 한차례 소방훈련을 실시토록 되어있습니다. 이글을 보시는 회사 고위자분들은 서류상 사인만 받지 마시고 이번 일을 교훈삼아 꼭 훈련을 실시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 훈련을 두번 받았는데, 처음 시뮬레이션 할 때는 시나리오를 짜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못해서 세차례를 한 다음에 합격했습니다.
탈출, 교신, 자체소화 훈련을 하지 않고서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사고 관계자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도 우리 스스로 할 일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덧. 한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선박개조를 처음하는 회사에서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은 결코 새로운 산업은 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뭐든지 처음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처음하면 문제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관리감독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덧2. 구명정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는 보도가 있던데, 사실이라면 당국 관리자가 배에 승선이나 해 봤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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