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이신영(달콘 대표): 귀농해서 초당옥수수를 생산하는 달콘 대표 이신영입니다.
리: 초당옥수수가 뭐죠?
이신영: 우리가 보통 먹는 찰옥수수보다 당도가 4배 정도 되는 옥수수예요. 세계적으로 찰옥수수 먹는 나라가 남북한, 중국 산둥성 일부예요. 나머지는 다 초당 계통입니다. 찰옥수수는 당도가 4–5브릭스 수준이죠. 저희가 재배하는 초당옥수수는 18–20브릭스 정도고, 좀 관리 안 되는 곳에서 재배한 것도 15브릭스 정도예요.
리: 4배? 그런데 왜 다들 찰옥수수만 생산하는 거죠?
이신영: 초당옥수수 재배가 굉장히 힘들어요. 찰옥수수보다 예민해서 모종 키우는 것부터 수확할 때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대신 그만큼 단가가 높아서 농가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죠. 일반 찰옥수수의 2–3배 정도니까요.
리: 재미는 좀 보고 있나요?
이신영: 20만 평 이상의 부지에서 생산 중이고, 올해 매출은 30억 정도 나올 것 같아요. 올해는 공장 짓느라고 빚더미에 앉았지만, 작황이 좋아서 영업이익률 자체는 20% 정도 나올 것 같아요.
리: 헐… 매출 30억에 영업이익률 20%… 귀농할만하네요.
이신영: 그게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지만… 귀농은 정말 빡셉니다. 저도 대기업 출신이지만, 그냥 회사 다니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5일 만에 떼돈 벌게 해준 초당옥수수, 대량 반품으로 빚만 늘리다
리: 좋습니다. 어쩌다 귀농을 하게 되셨나요?
이신영: 5–6년 전 농산물 쇼핑몰을 할 때, 종자 회사 다니는 친구가 초당옥수수를 줘서 먹어봤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이걸 팔아봐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매입하고 위메프 등에 올려봤어요. 5일 만에 3,000평에서 생산된 옥수수가 완판되더라고요. 6,000만 원 가까이 들어왔어요.
리: 5일 만에 6,000만 원? 대박이네요;;;
이신영: 대박 난 줄 알았죠. 근데 문제가 있었어요. 벌레를 못 잡아서 옥수수 끝부분을 다 벌레가 먹은 거예요. 반품으로 돌아온 게 엄청 많았어요. 한 푼도 못 벌고 반품 처리하느라 개고생했죠.
리: 뭔 반품이 그렇게 많아요;;;
이신영: 초당옥수수의 당도가 높아서, 벌레 먹는 수준이 거짓말 보태서 일반 옥수수의 100배 수준이에요. 주기적으로 방제를 엄청 촘촘하게 해줘야 해요. 또 사후관리도 힘들어요. 상온에서 이틀 정도 노출되면 당도가 급격히 떨어지거든요. 매일 단맛이 급격히 떨어져요. 그걸 잘 모르고 시작했으니 문제가 생겼던 거죠.
리: 그래서 반품 처리 후에 무엇을 하셨나요.
이신영: 퀄리티 컨트롤을 하려면 직접 농사를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초당옥수수가 잘 되면 돈 벌기는 좋아요. 마트에서 보통 찰옥수수를 500–800원에 파는데, 초당옥수수는 1,500–2,000원 사이에요. 그래서 농지 500평을 얻어서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귀농의 시작이었죠.
리: 500평으로 돈을 벌 수 있나요-_-???
이신영: 농사를 아예 지을 줄 몰랐으니까 테스트부터 한 거죠. 근데 정확히 500개 수확됐어요. 1년 고생하고 완전 망한 겁니다. 그때부터 인터넷 뒤지고 엄청 공부했어요. 국내에서는 그동안 재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관련 자료가 없었어요. 학계에서도 ‘재배가 까다로운 데다가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안 맞는다’는 게 정설이었죠. 그래서 미국, 일본 사이트까지 뒤지며 공부했어요.
리: 비싼 만큼 키우기가 훨씬 어려운 거군요.
이신영: 국내에 10년 전부터 알려지긴 했지만, 많은 농가들이 재배하려다 실패했어요. 벌레를 막기 힘들고, 가뭄이나 장마가 오면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져요. 옥수수 알이 듬성듬성 비거나 하며, 상품성 있는 이삭이 잘 안 나와요. 26–33도 정도가 잘 유지돼야 해요. 초당옥수수는 수분과 당도가 높아 관리가 잘 안 되면 비가 많이 오는 철에는 매달린 상태에서 쉬어버려요.
100배 늘린 경작지, 적자만 늘린 3년 연속 삽질
리: 그렇게 500평 초당옥수수 농사를 말아 먹고, 다음 해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신영: 다음 해에 500평을 6,000평으로 10배 이상 늘렸어요. 축구장 3개 사이즈에 농사를 지은 거죠. 망했지만 공부도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붙은 거죠.
리: 그래서 이번엔 돈 좀 벌었나요?
이신영: 그런데 또 망했습니다. 그해 봄에 태풍이 왔어요. 옥수수가 죄다 쓰러졌어요. 겨우 다 세워놨더니, 바로 가뭄이 또 와서 물을 못 대니까 제대로 못 자랐어요.
리: 6,000평에서 개고생하고 얼마 건지셨습니까…
이신영: 그때 기억으로 한 2만 개 수확? 1,500만 원 정도 벌었나? 완전히 망했죠. 환경 탓도 좀 있었지만, 갑자기 농지를 늘리며 장비도 갖춰진 게 없고, 상황이 발생할 때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었어요. 전부 손으로 해야 하니까 한계가 있었죠.
리: 500평 말아 먹고, 6,000평 말아 먹고, 다음 해는 어땠나요?
이신영: 3년 차에는 아예 6만 평 정도로 늘렸어요.
리: 말아 먹은 주제에, 왜 자꾸 일을 키우는 거죠…
이신영: 그때부터는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도움 주시는 농가 분들이 계셨어요. 자기들도 초당옥수수를 재배하고 싶다 하셔서, 그때부터 계약재배를 시작했어요. 그분들께 종자를 드리고 농가에서 키워주시면, 저희가 수매, 사들이는 거죠.
리: 10배로 늘리고… 이번에는 돈 좀 버셨습니까?
이신영: 그때도 수익은 제로였습니다.
리: ……
이신영: 농가 분들이 매뉴얼대로 농사를 안 지으시는 거예요. 일반 찰옥수수처럼 농사를 지은 거죠. 찰옥수수 농사는 초당옥수수처럼 빡빡하지 않거든요. 스프링클러는 왜 이렇게 설치해야 하냐, 방제는 왜 이렇게 많이 해야 하냐… 이러시며 매뉴얼대로 실행을 안 한 겁니다. 제가 초당옥수수는 다르다고 이야기한 게, 오버한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부 다 벌레 먹고, 제대로 못 자란 게 태반이었어요. 저도 손해를 봤지만, 농가도 마찬가지로 손해 많이 봤죠.
리: 그래도 매뉴얼 따른 분이 몇 명은 있을 거 아니에요?
이신영: 아무도 안 지켰어요. 방제 매뉴얼, 비료 사용량… 그분들 입장에서는 주 작목, 메인으로 키우는 농작물이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예를 들어 벼를 재배하던 일부 농지를 틈새로 들어간 거예요. 농사일이 워낙 바쁘니 초당옥수수는 2순위로 처진 거죠. 제가 쫓아다니며 이거 해야 한다 계속 말씀드려도, 주 작목이 더 소중하니 관리가 안 된 거죠.
리: 불만 장난 아니었겠네요…
이신영: 엄청났죠. 쌍욕 하신 분들도 많았고… 수확 철에 “벌레 조금 끼고 한 것도 수매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왜 수매 안 해 주냐” 따지고, 저는 “이렇게 많이 벌레 먹은 걸 팔 수는 없잖아요.” 이러고… 원래 개당 700원씩 사기로 계약했는데, 사실 찰옥수수에 비해 2배 이상 단가거든요. 잘만 지었다면 농가 입장에서 수입이 엄청난 겁니다.
초당옥수수에 대한 믿음, 농민에 억대 수입 안기다
리: 3년 연속 말아 먹었고, 다음 해에는 무엇을 했습니까?
이신영: 작년에는 12만 평, 또 재배면적을 2배로 늘렸어요.
리: 뭔가 주식 물타기처럼 망하니 더 때려 박는 느낌이네요. 돈도 없는데, 그렇게 큰 땅을 어떻게 확보했죠?
이신영: 그전 해에, 제가 욕 많이 먹었잖아요. 그래도 일단 농사 진행하며 인건비나 이런 게 발생했으니, 대출받아서 농사지은 어르신들 손해를 일부 메꿔드렸죠. 그러면서 적어도 얘가 사기꾼은 아니구나 하는 인상을 드린 것 같아요. 그리고 그분들도 본인이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을 거고요.
리: 그렇게 말아 먹으면서도 계속한 이유가 뭔가요?
이신영: 제가 처음 초당옥수수를 팔 때 5일 만에 3,000평 규모를 팔았다고 했잖아요? 돈은 못 벌었지만, 한 사이트에서 5일 만에 확 나가는 신선식품류는 없어요. 식품 쇼핑몰도 영업이라서, 위메프, 쿠팡, 지마켓, 이런 데에 전화해서 비비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전화도 잘 안 받고… 그런데, 초당옥수수 판다고 하니까, 별다른 거 없이 일단 입점하고 시작하자는 거예요. MD들도 아는 거죠. 이건 된다는 걸. 한 번이라도 먹어봤던 사람 중 고정고객이 꽤 많았던 거죠.
리: 해외에서 대규모 수입하면 되지 않나요.
이신영: 초당옥수수가 상온 보관이 안 돼서, 해외에서 들고 들어오는 건 좀 어려워요. 냉장 보관해도 1주일밖에 안 갑니다. 그리고 일단 옥수수가 식량 작물로 분류돼 있어서, 옥수수째로 들어오면 관세가 400%가 넘어요. 해외에는 초당옥수수 인기가 높은데,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점에서도 가능성을 봤어요. 국내 생산량이 워낙 적으니 잘 키우면 뭐라도 되겠다…
리: 그래서 이번엔 드디어 성공?
이신영: 네. 4년 차, 작년에 초당옥수수를 재배한 분들은 돈 많이 벌었어요. 평당 순수익이 3,500원 이상 나왔어요. 1만 평당 3,500만 원씩 번 거죠. 작물마다 좀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혼자 1만 평 하면 1,000만 원 정도 벌거든요. 물론 그분들이 1년 차와 달리 관리를 상당히 잘해주셨기 때문이겠죠.
리: 와… 초대박이네요.
이신영: 해남지역 농업기술센터의 도움도 컸어요. 농가에서도 수익성 높은 새로운 작물을 키우고 싶지만 리스크가 크잖아요. 그래서 제가 몇 년 농사를 지은 뒤 결과물이 나오자, 초당옥수수를 신작물로 선정해줬어요. 초당옥수수 농사를 지으면 종자와 비료 가격의 70% 정도의 보조금을 준 거죠. 수익률도 높은데 보조금까지 지급되니, 더 많은 농가가 참여하게 됐어요.
리: 님도 돈 좀 만졌나요?
이신영: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흑자는 만들었어요. 당장 돈을 벌기보다 사업을 더 키우는 데 주력했어요. 초당옥수수가 너무 재밌었거든요. 올해는 20만 평 이상 해요. 또 2배로 늘린 거죠.
차에 치어도 욕먹는 가락시장 도매상 생활
리: 문과 출신인 걸로 아는데, 어쩌다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이신영: 외대에서 프랑스어 전공하고 AK 유통 부문 공채로 들어가서 백화점에 3년 있었어요. 거기서 패션 MD 했는데, 갑자기 집이 망한 거예요. 제게 빚이 할당되며 어떻게든 큰돈을 마련해야 했어요. 마침 가락시장에서 도매하는 사촌 형이 있어서 같이 일하기로 했어요.
리: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이신영: 막상 들어가니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경쟁도 심하고, 큰 거래선과 물려 있는 상인들만 돈을 버는 구조였어요. 하루 16시간 일하고 월 100만 원 가져가고 그랬어요. 새벽 경매 나가서 1톤 트럭 몰고 다니며 배달하고… 호텔도 가고, 학교 급식 식자재 취급하는 업체도 가고… 몸도 상하고 살도 10kg 빠지고…
리: 하루 16시간인데 100만 원? 엄청 빡셌나 보군요.
이신영: 네. 또 시장 사람들이 다 파이터예요. 제가 오토바이 배달하다가 트럭에 치인 적이 있어요. 앞을 안 보고 운전하던 1톤 트럭이 제 오토바이 옆을 받아버린 거예요. 아파 죽겠는데 “오토바이 타고 가면 비켜서 조심히 가야지, 왜 길 한 가운데로 다니냐” 그런 소리 하고 가버리더라고요.
리: 경찰 안 불러요?
이신영: 거기는 다 그렇게 워낙 사람들이 바쁘니까요. 어찌 됐든 뭔가 빨리빨리 해야 합니다. 오전 중 모든 배송이 끝나야 하기 때문에, 저도 다시 오토바이 몰고 배달 갔어요. 그렇게 일하다, 대충 농산물이 이런 방식으로 흘러가는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광주로 와서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팔기 시작했어요.
리: 갑자기 광주는 왜 갔고, 어떤 농산물을 팔았죠?
이신영: 닥치는 대로 다 팔았어요. 광주로 간 건 생활이 안 되니까요. 광주에는 부모님 살고 계신 집이라도 있었으니까요. 토마토, 마늘, 감자 등 지역에서 구할 수 있던 건 다 인터넷에서 판 것 같아요. 마진폭이 워낙 작아서 큰 수익은 안 돼서 고민하던 과정에서 초당옥수수를 만난 거죠.
농촌의 텃세, 발로 뛰며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리: 그래도 힘든 과정에서 계속 땅을 늘리며 사업을 키워나가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이신영: 지역 분들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본인의 노는 땅을 거의 임대료 없다시피 수준으로 주신 분들도 있고, 계약재배하신 분들도 선금 요구 안 하시고 나중에 팔고 나면 돈 줘도 된다, 이렇게 도와주신 분들도 있어요. 원래 계약하면 30%든 50%든 선금을 주고 시작하는 게 관례거든요.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이 양해해주셨죠.
리: 귀농하면 텃세 때문에 엄청 빡세다던데, 의외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나 보네요?
이신영: 텃세도 심하고, 그런 내용 맞긴 맞습니다. 근데 그건 본인이 극복해야 해요.
리: 본인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신영: 일단 낯선 시골에 오면 막막하잖아요. 일단 음료수라도 들고, 이장님 찾아가서 비비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 이렇게 이렇게 옥수수 좀 해보러 왔는데, 주변에 관심 있는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주십쇼’, 그러면 소개받고 또 다른 분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싫다 하면 바짓가랑이 잡고 사정도 해보고… 그렇게 본인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리: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나요?
이신영: 일단은 옥수수 좀 해달라 이야기할 때 개무시하는 거죠. “농사도 모르는 젊은 놈이…”는 기본이고, 대뜸 “너 돈 있냐?”고. 돈 없다고 하면 돈도 없는 놈이 무슨 계약재배로 농사지어달라 하냐고. 나가라고.
리: 그땐 뭐라 했어요?
이신영: 다음에 또다시 찾아뵙겠다 하고, 지나가다 만나면 또 계속 옥수수 이야기해야죠. 그러다 보면 이쁘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자기도 해보겠단 분들도 있고, 여전히 안 된단 분들도 있고…
리: 그렇게 한 명 한 명 설득한 거군요.
이신영: 네. 이제는 4년 동안 옥수수에 미친 놈 하나가 동네 휩쓸고 다니니까 알아보는 분들이 많죠. 또 실제로 제가 얘기한 대로 농사지어서 수익 난 것도 들어서 알기 때문에, 제가 일일이 돌아다니며 그렇게 하진 않아요. 지금은 이야기 듣고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죠. 그전까진 맨날 돌아다니며, 소주도 한 잔 얻어먹고, 동네 분들 모여 계시면 쫓아가서 홍보도 하고…
귀농, 너무나 냉혹한 비즈니스
리: 귀농 관련해서 많이 물어볼 것 같은데, 뭐라 답하십니까.
이신영: 막상 와보면 꿈과 현실 사이 괴리감이 커요. 농사일이 결코 만만치 않아요. 일단 농사 경험도 많이 없을 테고, 웬만큼 대규모 면적 재배하지 않는 한 수익 가져가기 힘듭니다. 작물마다 좀 다르긴 하겠지만, 벼농사 같은 경우 그래도 5만 평 정도는 혼자 해야 대기업만큼 벌 수 있어요. 그것도 주말도 없이, 새벽부터 나가서 농사 시즌 계속 일해야 가능해요.
리: 그렇게 빡센데, 영감님들 어찌 일 해요;;;
이신영: 그분들이야 항상 하던 거기도 하고, 그래도 점점 힘들어서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마을의 젊은 분들이 이어받아서 농사짓고, 이런 사이클로 돌아갑니다. 결국 젤 중요한 건 수입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또 마을 어르신분들과 융화가 돼야 해요. 근데 그분들 엄청 보수적이거든요.
특히 사생활 개념이 매우 약해요. 시도 때도 없이 옆집에서 문을 불쑥불쑥 열고 들어옵니다. 허락 맡고 옆집 드나드는 게 아니에요. 특히나 여자분들은 적응하기 힘들어요. 일 안 하고 쉬면 동네 할머니들 와서 “농촌 왔으면 일할 생각 해야지 왜 놀고 있냐” 그러시고…
리: 좋은 게 전혀 없는데요?
이신영: 쉬는 게 아니라 경제활동 할 목적으로 귀농한다면 사전준비 정말 철저하게 하셔야 해요. 정부 지원 프로그램도 좀 알아보시고요. 제가 청년창업농 1기인데, 덕택에 월 생활비로 1년 차에 100만 원, 2년 차 90만 원, 3년 차 80만 원 정착지원금을 받았어요. 이조차 없었다면 생활비도 힘들었을 거예요. 거주환경도 안 좋습니다. 집이 싸긴 한데 너무 오래된 집들이에요. 제가 사는 집도, 겨울에 보일러 아무리 때도 찬물 나오고 벌레 엄청 끼고…
리: 대표님은 대체 어떻게 버텼어요?
이신영: 전 초당옥수수 하나만 어떻게 해보겠다 일념으로 혈혈단신 온 거라, 별로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귀농해서 본인의 수익을 내는 농가는 거의 없어요. 친척이나 부모님, 최소한 지인의 영농 기반시설 없이 몸만 들어와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저처럼 상당히 힘들 각오를 해야 합니다.
리: 귀농도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란 거군요.
이신영: 네. 그리고 여기 아니면 절대 다른 일로 성공할 수 없다, 무조건 농사해서 돈을 벌겠다, 이런 확실한 마인드가 있어야만 버틸 수 있다고 봅니다.
농사, 생산보다 자신만의 브랜드가 중요
리: 그럼 귀농 준비를 잘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신영: 귀농센터의 사전 교육도 중요하지만, 본인에게 맞는 농산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말이라도 시간 내서 그 작물 농사짓는 분을 찾아가야 해요. 직접 일도 도와드리면서, 이게 어떤 방식으로 재배되고 판매되고, 이런 걸 사전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본인이 정착하고자 하는 특정 마을이 있다면, 이장님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 들어보고, 또 집이나 환경도 체험해보고…
리: 근데 사실 잘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잘 파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이신영: 어떤 방식이든 본인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기억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농산물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별생각 없이 도매시장 나가면, 100% 제값 받기 힘들어진다 봐야 하거든요. 어떤 방식이든 직접 판매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달콘’이라는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소비자가 재구매하죠. 그것도 제가 농업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브랜드, 마케팅 부분은 아예 크레바 김형수 대표님이 다 책임져요. 올해부터는 아예 회사를 합쳐 더욱 시너지를 만들어낼 예정입니다.
리: 생산을 잘해도 브랜드 없이는 안 된다?
이신영: 막말로 농사는 마을 분들이나 기술센터나 누구 도움받을 데가 있어요. 근데 열심히 농사지어 막상 팔려고 보면 팔 데가 없습니다. 전 그나마 다행이었던 게 3년 동안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팔아본 경험이 있어서, 이 시즌 때는 요 품목이 어느 동네에서 잘 나간다는 것도 알고, MD들 연락처도 알죠. 귀농 전 그 준비도 꼭 한 번 해봐야 합니다.
리: 할 게 너무 많은데요… 농사도 지어봐야 하고 쇼핑몰도 굴려봐야 하고 도매시장 구조도 알아야 하고…
이신영: 정말 녹록지 않습니다. 가락동 농수산시장 검색하면 뭐가 얼마에 낙찰되고, 이런 게 실시간으로 떠요. 이에 맞춰, 어떤 작물을 몇 평 농사지었을 때 투입비용이 얼마인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해요. 그러면 대략적인 비용과 수익이 나올 겁니다. 그렇게 사전에 준비하고 오더라도 변수는 많아요. 저도 그래서 대학원을 다니며, 유학 가서 옥수수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신 교수님 밑에서 공부를 하고요.
리: 대체 도시보다 좋은 점이 뭡니까?
이신영: 음… 농번기 끝나고 몇 달 놀긴 합니다. 저도 겨울 오면 3달 정도 방학처럼 쉽니다. 물론 그전에는 주말도 없이 일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하는 만큼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안 하면 절대도 본전 건지기 힘들어요.
리: 주요 경쟁사로는 어디가 있나요?
이신영: 이건 좀 제 자랑이긴 한데, 초당옥수수 시장은 사실상 제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제가 사업하고 대학원 다니며 옥수수 연구하는 분들은 다 만나보게 됐어요. 본인들도 초당옥수수를 재배할 생각은 있었지만 실패할까 손을 못 댔다 하더라고요.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여기까지 왔지 어렵고 문제 많은 거 알았으면 시도 못 했을 거예요.
리: 진짜 자기 자랑 쩌네여…
이신영: ……
리: 그래서 경쟁사는 어디…
이신영: 올해 들어서 확실히 재배량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특히 제주도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어요. 따뜻하니까 옥수수가 제일 빨리 나오거든요. 반면 제주도는 능선이 많고 넓은 평야가 없어서 비용이 더 올라갑니다. 그래도 초당옥수수가 워낙 인기라, 지금 제주도에서만 40만 평 이상 재배되는 걸로 알아요.
리: 그럼에도 경쟁상대가 아니라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신영: 대부분 중간 벤더 역할 하는 분들께 납품해서 올라오지, 달콘 같은 전문 브랜드는 아니니까요. 또 초당옥수수가 수확 후 이틀만 지나도 당도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육지까지 오다 보면 당도가 떨어지기 쉽죠. 제주도는 섬이란 특성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최근 제가 있는 전남은 물론이고 충청도에서도 생산이 늘어나는 중이니 긴장을 놓지 않습니다.
리: 공장은 경쟁자들과 비교 안 될 규모를 만들기 위해 지은 건가요?
이신영: 신선한 초당옥수수의 보관이 어려웠기 때문이죠. 레토르트라고 하는데, 멸균처리를 하면 상온에서 1년 정도 유통기한이 확보되거든요. 우리 흔히 먹는 옥수수 통조림, 스위트 콘은 100% 수입산이에요. 식감도 별로지만 신선한 우리 옥수수로 만든 것이 없어요.
반면 초당옥수수 선진국 수확하자마자 3시간 이내에 가공하여 만들어지는 신선한 초당옥수수 제품들이 있어요. 우리도 달콘 산지에서 수확하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가공하여 신선도를 유지한 파우치 형태 상품을 준비해요. 그러면 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그대로 살아있거든요.
리: 수요가 좀 있을까요?
이신영: 국내 최초라 겁도 나지만, 잘 될 거라 생각해요. 마트나 백화점, 큰 온라인 쇼핑몰들과 이야기해보면 수요는 100% 있어요. 수입산이 아니라 우리 초당옥수수로 만든 가공상품을 더 편하게 많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VC가 선택하지 않은 옥수수, 20억 대출로 승부수를 띄운 이유
리: 공장 짓는데 비용 장난 아닐 것 같은데요.
이신영: 처음에는 VC 펀딩을 좀 받아보려고 했어요. 사업계획서 짜서 해남에서 서울에서 많이 만났죠.
리: 우리나라 농업 펀드 은근 돈이 많죠. 기술혁신 기업 찾기도 힘들다 하고.
이신영: 근데 제가 직접 부딪혀보니까 10억은 너무 적은 돈이라고 다들 거절하더라고요. 그리고 어디든 확실하지 않은 투자는 하기 힘들잖아요. 근데 투자자분들이 초당옥수수가 뭔지 잘 모르는 거예요. 아무리 PT하고 자료 드려도 반응이 없는 거죠. 금액 자체도 너무 소규모고 아이템도 너무 생소한데, 이걸로 과연 수익 낼 수 있겠냐…
리: 근데 돈은 어디서 마련하셔서…
이신영: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다가, 농협에 작년 재무제표 보여주니 이 정도면 대출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을 통해 20억 좀 넘게 빌렸죠. 빌리는 주체는 저희 회사고, 저는 연대보증책임자… 그렇게 또 모험합니다.
리: 와… 20억… 엄청 쫄리겠는데요?
이신영: 그런데, 저희가 작년에 버린 옥수수만 큰 공사장 덤프차 17대분이었어요. 금액으로 환산을 해보니까 2억 5,000만 원 정도더라고요. 근데 이걸 버리지 않고, 가공 처리하면 부가가치가 확 뛰어요. 원물의 4배 정도이니, 이것만 해도 당장 10억 정도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어요.
리: 엄청나게 뛰네요. 혹시 이모작도 가능한가요?
이신영: 이모작(다른 품종을 2번 재배)은 아니고 이기작(같은 품종을 2번 재배)이 가능하긴 해요. 그런데 적응성 시험이라 해서, 여름에 잘 견딜 품종을 선발해야 하거든요. 어차피 초당옥수수를 크게 재배한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제가 지금 실험 중이에요. 올해는 2만 평 정도에서 테스트 중이고, 성공한다면 해남 전 지역에서 2회전이 가능하겠죠.
리: 혹시 B2B 쪽으로도 관심이 있으세요?
이신영: 공장을 만들기 전까지는 힘들었는데, 공장 완공 후에는 바로 들어갈 것 같아요. 예로 SPC의 던킨도너츠에서도 레시피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을 줬거든요. 근데 원물 상태로 보내드리면 처리할 방법이 없었어요. 하지만 공장에서 가공하면 당도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샘플을 보낼 수 있어요. 급식 쪽 시장, 편의점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요. 공장이 9월 가동 예정인데, 이때부터는 판이 확 바뀌겠죠.
리: 정말 초당옥수수 올인 인생이군요. 3년 연속 농사 말아 먹고, 2년 만에 턴어라운드해서 30억이라니…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신영: 우연히 접한 초당옥수수 하나가 제 인생을 바꿔서 여기까지 왔네요.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 농사의 본질부터 완성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초당옥수수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정말 잘 키워낸 국내산 초당옥수수로 인정받고 싶어요. 지금까지 우리 식문화에서 옥수수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었는데, 좋은 원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여기까지 바꾸는 게 궁극적인 꿈입니다.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에서 초당옥수수를 이용한 요리를 판매하도록 만들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자작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