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정치가 중단됐다.
진보건 보수건 언론과 정치가 이렇게 불신 받던 때가 있었던가? 아이들이 주된 희생자가 되었지만, 언론은 다른 이들의 고통을 스펙타클로 만들어 윤리성을 의심받았고, 정부는 과연 시민의 생명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정치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배척당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일으킨 원인, 우리 주변에도 즐비하다
하지만 결국 정치가 일을 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대응에 실패한 기관장을 경질하는 것은 기본적인 문제다. 재난대응체계를 재검토하고 선박안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은 이전에도 정당들이 해 왔던 일이다.
그러나 멸시에 가까운 불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치가 그 정도에서 멈춰서는 안된다. 죽음을 만든 사회적 원인에 정면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배는 대부분 계약직인 항해사들이 운항을 맡았으며, 사고 시점에는 경력 4개월의 항해사가 선임 항해사의 도움 없이 운항하고 있었다. 늦은 출항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속력을 한껏 높인 상태였다. 선박의 운항에는 수백명의 생명이 달려 있지만, ‘비용’을 이유로 경력 있는 인원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으며 위험 수역에서도 ‘속도’가 우선 고려됐다.
거의 똑같은 행태가 산업현장에서도 반복된다. 위험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비용을 이유로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공기단축을 이유로 야간작업과 위험작업을 반복시킨다. 이로 인해 소득 3만불을 앞 둔 시대에 여전히 산재사망율 1위를 다투고 있다.
불안과 위험은 산업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먹을 것, 입을 것도 비껴가지 않는다. 후쿠시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라는 에너지 계획은 한번도 수정된바 없다. 속도와 이윤이 사회의 지배적 원리가 된 상황에서 아이들과 노인들과 장애인들과 비정규직들이 맨 먼저 쓰러진다.
더 이상 시장경제의 이름으로 기업의 도덕성을 버려서는 안 돼
비겁한 선장을 도덕적으로 규탄하고 정부 책임자들을 옷벗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정치가 정말 해야 할 일들은 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은 반드시 시민의 안전과 양립해야만 한다. 안전 훈련을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하면 운수업체는 영업을 멈춰야 하고, 인명사고라도 나면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영국조차 기업살인법을 두는 것처럼 산재 발생기업에게는 막대한 영업상의 손해를 줘야 한다.
‘그러면 시장경제의 활력이’ 어쩌고 하다보면, 이 아비규환은 계속될 것이다. 산업화 이후로 한번 항로 변경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의 좌표를 바꾸지 않는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영원히 지킬 수 없다.
이게 내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정치가 아이들을 추모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당장 저 복지국가들처럼 안전하게 될 수는 없더라도, 정말 지금부터 이 일을 해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냥 정치를 때려 쳐야 한다. 아니면 인간을 때려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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