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C의 「Is value investing dead? It might be and here’s what killed it」와 그에 대한 반박으로 Grahamites가 GuruFocus.com에 기고한 「Value Investing Might Be Dead?」를 번역한 글입니다.
가치 투자가 그 가치를 잃었을지 모른다
가치 투자란 장부 가치 대비 주가가 저렴한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워런 버핏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 AB 번스타인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기술주의 부상으로 인해 점점 빛을 잃는다.
번스타인은 가치 투자의 저조한 성과는 무엇보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의 탓이 크다고 말한다. 2008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연준은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양적 완화 통화 정책은 전반적인 주식 시장의 주가 수준을 끌어올렸고, 저렴한 주식의 프리미엄이 줄어들면서, 가치주의 저조한 성과가 장기간 이어지게 만들었다.
S&P 500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추적하는 상장 지수 펀드인 “iShares S & P 500 Value ETF”를 보자. 지난 5년 동안 계속 시장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여 왔다.
번스타인의 유럽 퀀트 전략 책임자 이니고 프레이저-젠킨스는 “저금리 상황이 길어진다. 따라서 가치주의 성과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금리 상승이 필요한데, 실제 당분간 그런 상황이 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양적 완화가 경기 순환에서 의례 일어나기 마련인 평균 회귀 과정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자’의 붕괴
지난 10년간의 강세장 대부분은 전통적인 산업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요 기술주의 상승세에 힘입은 바 크다. 그들의 지배력은 많은 산업의 경제적 해자를 붕괴시켰다. 버핏 때문에 유명해진 해자는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막아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보호해 주는 기업의 경쟁 우위를 말한다.
프레이저-젠킨스는 “아마존이 계속해서 소매 부문을 파괴해 나간다면, 평균 회귀를 기대하기 곤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가치주가 저조한 성과를 올리는데 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여러 산업을 혼란에 빠뜨렸고, 이들 산업에 존재해 왔던 “해자”를 영구적으로 파괴했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고속 성장하는 기술 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성장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가치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치주보다 성장주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가치주를 저조한 성과로 밀어 넣었다.
프레이저-젠킨스는 “성장주 대부분의 중요 자산은 무형 자산이며, 장부 가치와 유보 이익에는 거의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장부 가치와 수익이 가치 평가에 유용한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덧붙였다.
분명 한 세대 단 한 번 일어날 금융 위기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 성장주 투자의 우수한 성과가 앞으로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경기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이 두 투자 방식이 다시 자리를 바꿔 앉을 수도 있다.
반박: 가치 투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다만 더 어려워졌을 뿐이다
최근 CNBC의 기사 「가치 투자는 죽었을까? 몇 가지 이유에서 그럴지 모른다」에서는 AB 번스타인의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가치 투자가 죽었을지 모르는 3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 가치 투자의 저조한 성과는 무엇보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의 탓이 크다. 가치 투자가 우수한 성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금리 상승이 필요한데, 실제 당분간 그런 상황이 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 고속 성장하는 기술 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성장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가치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성장주 대부분의 중요 자산은 무형 자산이며, 장부 가치와 유보 이익에는 거의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장부 가치와 수익이 가치 평가에 유용한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 기술이 여러 산업을 혼란에 빠뜨렸고, 이들 산업에 존재해 왔던 ‘해자’를 영구적으로 파괴함으로써, 그에 따라 평균 회귀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투자 방식이 저물어간다는 글을 읽는 일은 항상 흥미롭다. 때로는 주장의 근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엉터리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사이 어디엔가 진실이 놓여 있기도 하다. CNBC의 기사 바로 마지막의 경우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 동안 “고전적인 가치 투자자” 또는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의 성과가 저조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올해 데일리 저널 주주총회 이후 베키 퀵과의 인터뷰에서 찰리 멍거의 말이 떠오른다.
베키 퀵: 투자의 황금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찰리 멍거: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쉬울 때가 있듯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려운 때입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가치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지능적이고, 공격적이며, 복잡해집니다. 물론 더 어려워집니다. 그로 인해 가치 투자자들의 성과 역시 더 악화합니다. 우리 모두 기억하는 가치 투자 기회는 주식 투자자 중 90%가 투자에 아주 실망하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등장했습니다. 그런 기회가 내 세대들이 훌륭한 투자 성과를 올리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나 같은 드문 사람들에게 드문 기회였습니다. 그중에는 워런도 있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훨씬 더 적어졌습니다.
지난 10년은 미국 가치 투자자들에게 특히 어려웠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가치 투자가 죽었는지? 아니면 힘든 시기인지?” 여부다. 우선 AB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가 언급한 ‘가치 투자’ 스타일은 ‘진정한 가치 투자’가 아니다. 가치 투자란 내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무언가를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들어 낮은 PBR 배수는 기업의 기본적인 내재 가치를 거의 알려주지 못한다. 주가가 역사적 평균으로 돌아오리란 바람으로 PBR 배수가 낮은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은 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AB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는 가치 투자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분석에서 잘못된 방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가치 투자를 내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무언가를 매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세 가지 요인 모두는 가치 투자가 죽었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없다. 모두가 현명한 분석을 통해 극복해 낼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 무위험 이자율은 자본 시장의 출발점이다. 투자자는 무위험 이자율을 기준으로 위험 프리미엄을 조정할 수 있다.
- 성장주와 가치주를 나누는 식은 곤란하다. 기업의 내재 가치는 느리던 빠르던 상관없이 해당 기업의 성장에 내포되어 있다.
- 해자 분석은 모든 가치 투자자들의 연구조사 과정 중 일부일 뿐이다. 해자가 멀쩡해야만 평균 회귀가 일어난다고 생각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가치 투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단지 더 어려워졌을 뿐이다. 멍거가 예리하게 관찰 한 대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그리고 가치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지능적이고, 공격적이며, 복잡해진다. 물론 더 어려워진다. 그로 인해 가치 투자자들의 성과 역시 더 악화하는 것이다.
모든 가치 투자자들은 이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새로운 현실을 거부하고 변명거리를 찾는 데 갇혀 있지 말고 적응해야 한다. 시장을 이길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 더 좋고, 더 심도 있는 연구조사를 진행하라. 깊은 연구로 알려진 가치 투자자는 거의 없습니다. 3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더 심도 있는 연구조사를 통해 더 싸 보이는 종목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토마스 맥퍼슨 (Thomas Macpherson)에게 배워야 한다. 그는 사실수집(scuttlebutt) 방식을 접목한 심도 있는 연구조사를 진행하는 귀감이다.
- 투자 종목 수를 줄이고, 더 집중 투자하라. 다시 한번 멍거가 말한 것처럼, “가치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지능적이고, 공격적이며, 복잡해진다.” 이 말은 투자 기회가 적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더 까다롭게 투자 기회를 선별해야 한다.
- 더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라. 초소형 주식, 해외 주식, 특수 상황, 전문화된 틈새 부문 등이 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장이다. 스마트 머니가 덜 유입되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다.
- 웨지우드의 데이브 롤프(Dave Rolfe)의 말을 빌자면, 더 개방적이 되어, 주식을 굳이 초저평가 가치주 또는 성장주 또는 GARP, 기술 기업 또는 전통 기업으로 나누려고 하지 말라.
결론
올바른 정의를 기준으로 하면, 가치 투자는 절대 죽은 것이 아니다. 이전 세대 가치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았던 순풍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의 가치 투자자들은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다. 앞으로도 가치 투자에 매진하려는 투자자라면 이 새롭고 어려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진화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