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박항기(메타브랜딩 대표): 사람 만나고 다녀요. 10년 전부터 대표이사 체제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어요. 지금은 초기에 했던 클라이언트만 자문해요. 좀 컸다고 회사 초기 고객 도와드리지 않으면 꼭 뒷말 나옵니다. 제 입장에서도 고맙잖아요. 그때 안 도와줬으면 지금 제가 없으니까요. 그 외에는 30대 스타트업 대표들을 주로 만나요.
리: 스타트업이면 돈 별로 안 되지 않나요?
박항기: 제가 이제 50대가 됐잖아요.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건 30대 대표들이라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이병철, 정주영 회장님 같은 창업자가 필요해요. 그분들도 젊을 때 아무것도 없이 큰 꿈을 꾸며 저돌적으로 투자했잖아요. 20대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이고, 40대는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 있어요. 30대 사장님들 보면 세상을 다르게 봐요. 우리가 ‘이렇게 경영해야 한다’는 기존의 룰을 깨고 다르게 해요. 그러면서도 성공시켜요.
리: 크면 다 비슷비슷해지지 않을까요?
박항기: 그런 면이 없진 않지만,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님도 30대에 창업했잖아요. 기존 회사와는 뭔가 달라요. 많은 스타트업 보면 기업문화가 달라요. 대기업이 답이면 지금 이렇게 불안하겠어요? 이런 위기의 답이 스타트업에서 나올 거란 거죠. 야놀자도 글로벌 가고. 10만 명 고용하는 회사 100개가 스타트업에서 나오면 되는 거죠.
리: 아무리 그래도 10만 명이 그렇게 많이;;;
박항기: 국내로 한정 지으면 다르겠지만, 글로벌에 한계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왜 30대에 주목하냐면 이분들은 언어 경계가 적고,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없어요. 글로벌하게 움직일 수 있다 생각하죠.
돈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던 고등학생, 대학 2학년 때 창업하고 망하다
리: 그러는 대표님도 20대에 창업하지 않으셨나요?
박항기: 네. 25살에 군대 다녀오자마자 창업했어요. 전 17살 때 이미 사업가가 꿈이었어요.
리: 왜 고딩 때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나요?
박항기: 그때 이미 세상이 돈으로, 돈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걸 깨달았어요. 안 좋은 걸 너무 많이 봤어요. 학교든 정치든 다… 1980년대 초반이었으니 개판이었죠. 대학교 1학년 때 학생운동을 해보니까 못 바꾸겠더라고요. 그래서 40대에 운동권이 되자, 이런 생각을 했죠. 40대부터는 좌우를 떠나, 작은 기업, 약한 사람, 이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런 발언을 많이 해요.
리: 그렇다고 막 창업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박항기: 세상은 돈으로 움직이니까 돈으로 바꿔야겠다, 사촌 형한테 물어봤죠. 돈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사업을 해야 한대요. 사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경영학과를 가라, 서울대 경영학과 가면 정말 쉽게 돈 번다. 다음 날부터 공부를 시작했죠. 벽에 서울대부터 모든 경영학과 순을 쭉 적었어요. 대학은 바꿔도 과는 안 바꾼다. 그렇게 연대 경영학과를 들어갔죠.
리: 가서 창업 동아리라도 만드셨어요?
박항기: 아무도 창업에 관심 없었어요. 창업 2년 뒤인 1996년에 대학생이 창업했다고 신문에 날 정도였어요. 다 취직되고 경기 좋아서 창업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군대 제대하고 2학년 2학기 때 이미 신문 스크랩 회사를 만들었어요. MVP를 돌려본 거죠. 신문 10개를 사서 핵심 기사를 복사해서 제공했어요. 이것만 보면 1주일에 일어난 모든 일을 알 수 있는 거죠.
어찌 보면 일찌감치 큐레이션 구독경제를 실현한 거예요. 30명이면 BEP인데 6명 확보하고 6개월 만에 망했어요. 월 3만 원이었으니, 지금 10만 원 되는 거잖아요. 당연히 안 사죠. 그렇게 말아먹고 연애하다 차여서 군대로 도망갔어요.
나이 어려서 무시당하던 20대 사장, 브랜드 컨설팅의 장을 열다
리: …… 그러다 제대하고 메타브랜딩은 어찌 창업한 거죠.
박항기: 사업하기 전에 네이밍 해주는 프리랜서를 했어요. 대학 다닐 때 한글 운동을 하면서 한국어 이름 짓는 책을 후배들과 쓴 거예요. 아기 이름, 가게 이름을 한국어 이름으로 짓는 책이죠. 그게 3쇄 찍어서 아모레퍼시픽, 당시 태평양에서 일도 받고 그랬어요. 그때 네이밍 일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학생 창업을 하게 된 거죠.
리: 1994년에 문과 창업이라니, 정말 드문 일이었겠네요.
박항기: 이과야 좀 있었지만, 문과에서 학생 벤처는 거의 원조 격일 거예요. 근데 정작 창업하고 2년 동안 손가락 빨았어요. 태평양에서 가볍게 알바 준 걸 대단하다 생각한 거죠. 2년간 연 매출이 1,000만 원이 안 됐어요. 딱 서른 살 되기만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미팅하면 꼭 나이를 물어보더라고. “28살입니다” 하면 휙 돌아가요. 대학생, 20대 회사라는 걸 이해 못 하는 시대였어요. 다음이 1996년 생겼고, 저는 1994년에 창업했으니… 30만 원 받고 한의원 이름, 가게 이름 지어주고 그랬어요.
리: 한국어 네이밍의 좋은 점이 뭔가요?
박항기: 의미가 명확하고, 정감을 느껴요. 고어(古語)는 뜻을 모름에도 그래요. 풀무원의 ‘풀무’란 말 안 쓰잖아요. 대장장이들이 풀무질한다는 뜻인데도 정감을 느끼죠. 그렇다고 제가 한국어 이름만 추천하는 건 아닙니다. 글로벌 시대니 80%는 영어 이름을 추천하죠. 요즘은 오히려 해외 진출할 때 한국어를 많이 씁니다. 영어는 너무 많이 등록돼 있어서요.
리: 서른이 되니 일이 좀 들어오던가요?
박항기: 네. 학생 창업이 언론에 이슈가 된 것도 있었죠. 사업 초기에 언론에 나오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대학생 창업이니 실적과 경험이 없잖아요. 그런데 언론에 나오니 뭐라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대학생들이니 기존 회사보다 싸지 않을까… 근데 네이밍은 한계가 있는 게, 가격이 1,000만 원을 못 넘었어요. 그래서 선배가 하던 작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와 합쳤어요. 종목을 브랜드전략 컨설팅으로 바꾸고 단가가 2배로 올랐어요.
리: 헐… 대단하시네요.
박항기: 이것도 일종의 브랜딩이에요. 처음에 네이밍 회사로 간 건, 브랜딩에는 더 큰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네이밍 전문으로는 우리가 탑을 찍었어요. 직원이 14명까지 늘어났으니 브랜드 컨설팅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간 거죠. 이후 디자인 회사를 인수해서 영역을 확장했죠. 당시 브랜드앤컴퍼니와 저희가 브랜드 컨설팅 영역을 연 회사예요.
리: 초기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셨나요?
박항기: KT&G가 기억에 남네요. 아이덴티티부터 포트폴리오 전략까지 다 건드렸어요. 대표적인 게 에쎄 브랜딩 리뉴얼이에요. 당시 KT&G 매출액이 8조고 에쎄가 8천억 정도였어요. 자잘한 500억 정도 되는 브랜드는 버리고, 잘 되는 브랜드에 집중하자는 거죠.
리: 결론적으로 먹혔네요. 요즘은 담배 성공하면 라인 만들잖아요. 에쎄 1mg, 에쎄 체인지업, 에쎄 클래식…
박항기: 네. 그 시도를 제안했죠. 또 담배회사라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Korea Tomorrow and Global”도 제안했어요. 타바코 진생이라고 하면 구리잖아요.
리: 다음은 어떤 브랜드를 하셨죠?
박항기: 5년 차 된 청정원을 맡았어요. 그때 청정원은 백설을 이기는 게 목표였어요. 근데 컨설팅하다 보니, 백설이 아니라 풀무원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았어요. 닐슨에서 리서치를 했는데, 풀무원은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였던 거예요. 백설은 올드하지만 힘세고… 그래서 풀무원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30대 때 저는 정말 똑똑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멍청하지만…
브랜드는 두 가지만 기억하라: 가격, 재구매
리: 그러면 청정원에는 어떤 극복방안을 제안하셨나요?
박항기: 거기는 제안한 대로 안 됐는데, 청정원 브랜드에 여러 제품 붙이지 말라 했어요. 더 팔리긴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나빠지니까요. 냉동 같은 거 다 떼고 정말 프리미엄한 것만 가자, 풀무원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면서 가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근데 그게 왜 안 되냐, 식품 회사는 영업이 세거든요. 영업 센 회사는 브랜드 만들기 힘듭니다.
리: 영업 센 회사면 매출 잘 내고 좋은 회사 아니에요?
박항기: 영업이 세다는 건 밀어내기를, 판촉 할인을 잘한다는 거예요. 세계적인 브랜드 중 판촉하는 회사 보셨어요? 나이키, 스타벅스가 할인하나요? 오히려 로열티 있는 고객 대상으로 할인하지, 30%, 정기세일 안 해요. 그러면 브랜드 이미지 못 만듭니다.
리: 유니클로는 할인 잘하잖아요.
박항기: 그건 가격 이미지를 만드는 거죠. 안 팔려서가 아니라 가성비 브랜드 강조하기 위해 메시지를 주는 거죠. 그렇다고 다른 SPA 브랜드에 비해서 무조건 싸구려로 만들지도 않고요.
리: 가격도 브랜드의 중요 요소라는 건가요?
박항기: 전 브랜드 가치를 크게 둘로 봅니다. 하나는 가격 프리미엄, 또 하나는 재구매율이죠. 이 2개만 확실히 되면 무조건 돈 법니다. 남들보다 비싸게 팔고, 샀던 사람이 또 사면 됩니다. 삼다수도 다른 데보다 비싸지만, 계속 삼다수만 먹으니 잘되는 거죠. 유니클로도 다른 SPA보다 좀 비싸지만, 유니클로 산 사람은 계속 유니클로만 사죠. 여러 번 안 사면 브랜드라 보기 힘들어요. 다음에 사려면 기억해야 하니까, 오늘 사고 끝나면 브랜드가 아니죠.
리: 죽어도 기억시키려면 광고 빵빵 때려야 하나요?
박항기: 아니죠. 그 제품이 나에게 맞아야 하는 거죠. 얼마에 사든 그보다 더 높은 효용 주면 되는 거죠. 아이시스가 광고 때려도 삼다수 못 잡잖아요. 제주워터라고 다른 제주 물도 이미 있거든요. 그런데 안 팔려요. 사람들에게 삼다수가 익숙해진 거예요. 이미 경험한 게 편하니, 굳이 바꿔야 할 이유가 없죠. 달리 말하면 익숙해야 한다는 겁니다.
리: 프라다 같은 명품은 어떤가요? 마냥 편하다고 보기 힘들 것 같은데요.
박항기: 그 사람한테는 편하겠죠. 불편하면 들고 다니겠습니까? 편한 게 브랜드의 본질은 아니에요. 가격과 재구매죠. 고객 경험이 좋다 한들 비싸면 못 사잖아요. 그 고객 경험과 가격이 밸런스가 맞아야 해요. 가격이 경험보다 싸면 구매가 일어나죠. 그러려면 품질이 뒤따라야 하고요.
리: 가격, 품질… 제품과 서비스의 원점으로 돌아가네요. 광고나 마케팅보다…
박항기: 가격 되게 중요해요. 가격만 조절해도 구매량이 확 바뀌어요. 가성비 많이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프라이싱이 지배하는 시대예요. 어지간한 제품 품질은 비슷하거든요. 그럼에도 그 비싼 프라다를 왜 사는가? 500만 원 가방이라도, 사람들은 프라다가 500만 원보다 더 큰 가치를 줬기 때문에 산 거예요. 그게 제품이든 서비스든 뭐든… 그런 경험이 다 모인 게 브랜드인 거죠.
리: 사실 브랜드빨이 정말 놀라운 게, 별거 아닌 제품에도 브랜드 붙이면 잘 팔리지 않습니까.
박항기: 저는 브랜드를 이미지라 생각하는 걸 빨리 버려야 한다 생각해요. 그저 그런 제품에 프라다 붙이면 한 번은 팔립니다. 바보 아닌 이상 두 번은 안 삽니다. 사람들이 로고 보고 산 것일까요? 아니에요. 과거에 프라다를 샀던 직접적인 경험이 있거나, 사람들의 간접적인 경험을 들었기 때문에 사는 거죠. 그런데 품질이 떨어진다? 재구매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욕을 하겠죠. 그러면서 나머지 사람들도 안 사는 거죠.
브랜드는 네이밍과 디자인이 아닌, 비즈니스의 결론
리: 브랜드가 마치 비즈니스의 총체 같다고 느껴지는군요.
박항기: 저는 브랜드를 비즈니스의 결론이라 생각합니다. ㅍㅍㅅㅅ, ㅍㅍㅅㅅ 아카데미 광고 때려서 되는 게 아니에요. 수업 들은 사람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 주변에 너도 가보라 하겠죠. 가봤더니 그 사람도 괜찮아요. 많은 사람이 진짜 괜찮다고 하면 브랜딩이 된 거죠. 로고가 어떤가는 그다음의 문제예요. 로고 좋으면 당연히 도움은 되겠지만, 정작 강의 별로고 강의장 후져 봐요, 사람들이 절대 다시 안 오죠.
리: 네이밍, 칼라, 폰트, 콘셉트… 이런 것들의 역할은 뭘까요?
박항기: 다른 건 부수적이지만, 콘셉트는 좀 달라요. 콘셉트는 고객 경험의 컨트롤 센터 같은 거예요. ㅍㅍㅅㅅ 아카데미의 콘셉트가 유익함인지 친절함인지, 그건 정해야 해요. 예로 저희가 브랜딩을 도와준 위스테이의 콘셉트는 “느슨하고 재밌는 공동체”예요. 이걸 사람들에게 경험시켜주면 되는 거죠. 메타클래스는 “브랜드 교육의 오리진”이니까 그걸 느끼게 하면 된다는 거죠.
리: 그러면 콘셉트는 기업의 미션 같은 건가요?
박항기: 아니오. 콘셉트는 고객과 소통하는 고리예요. 미션이나 비전이 내부라면, 브랜드 콘셉트는 밖으로 나가는 거죠. 근데 소비자는 이거 아무리 이야기해도 몰라요. 경험밖에 없는 거죠. “느슨하고 재밌는 공동체”이기에 타이트하게 가면 안 돼요. 고객에게 메일을 보내도 빡빡하게 쓰면 안 돼요. 회사 소파도 푹신한 소파여야 하고, 직각이나 날카로운 거로 가면 안 돼요.
리: 예로 뭔가 재밌는 콘셉트의 콜라를 파는 회사가 있어요. 그러면 기업 내부와 외부 미팅에서도 재미있어야 하는 건가요?
박항기: 그렇죠. 그게 진짜 브랜드인 거예요. 이게 재밌는 콘셉트의 콜라면 광고도 매대도, 일하는 방식도 재밌어야 해요. 조용하고 차가운 사람이 재밌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어려워요. 광고 갖고 오면 다 커트하겠죠. 배민 브랜드를 보면, 그들의 기업문화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비즈니스고 브랜드예요.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게 밖으로 흘러나와서 고객과 만나고, 고객은 이를 경험하는 거죠.
리: 하지만 처음에는 정체성 비슷한 사람끼리 시작한 회사도, 커지면 다양한 사람이 모이지 않습니까.
박항기: 그래서 브랜드 끝판왕이 HR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 회사에 맞는 사람만 받아야 해요. 배민도 그렇고 메타브랜딩도 그래요. 저 빼고는 대외활동 별로 안 좋아하고, 잘난 척하는 거 싫어해요. 실력은 있지만 나불거리는 거 싫어해요. 로비도 안 하고, 클라이언트 밥도 안 사요. 부정한 방법으로 돈 안 번다는 철학이 뚜렷하죠.
리: 브랜딩은 난이도가 정말 높군요. 브랜드 이야기하다가 문화에 HR에… 컨설팅할 때 고객사가 받아들이나요…
박항기: 일단 클라이언트가 그런 이야긴 안 듣죠. 아직도 많은 기업이 브랜딩을 네이밍과 디자인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브랜딩이 안 되는 거예요. 한국에서 브랜딩 잘 되는 회사 공통점이 뭐냐, 대부분 오너가 브랜드를 잘 알아요.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님도 그렇고, 풀무원 전 남승우 회장님도 브랜드 중심으로 의사 결정해요. 배민 김봉진 대표님도 그렇고요. 지자체도 브랜드 잘된 곳은 보통 시장님이 3선 한 곳이에요.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초선하면 새로운 거 하려 하고, 앞에 거 엎어버리고… 그러니 인지가 안 되는 거죠.
리: 골치 아픈 게 브랜드도 낡잖아요?
박항기: 리브랜딩이 진짜 기술입니다. 코카콜라 130년 됐잖아요. 아무도 시대에 뒤떨어졌다 안 해요. 근데 우리나라 브랜드는 10년만 돼도 올드하다 생각해요.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낡죠. 코카콜라가 130년 동안, 로고든 병이든 20번 이상 바꿨어요. 중요한 건 바꾸는지 모르고 조금씩 바꾼 거예요. 우리나라 같으면 빨간 뚜껑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폰트 대문자로 바꾸고 했겠죠. 우리나라도 칠성사이다 별로 안 바뀌었어요.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지겹지 않게 오래 가져가는 거예요.
리: 제조와 달리 서비스는 신경 쓸 게 끝도 없이 늘어날 것 같은데요…
박항기: 서비스는 제품보다 훨씬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의 차이 클까요? 야놀자와 여기어때,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다 그래요. 제품은 눈에 보이니 금방 차이 나요. 그런데 서비스는 애초에 2개 경험도 잘 안 해요. 배달의민족 쓰면 요기요 쓸 일이 없어져요. 그리고 익숙해지면 그게 기준이 돼요. 예를 들어 코카콜라와 펩시,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맛이 다르면 맛이 다르다고 안 해요. 다른 하나가 맛이 없다고 하죠.
브랜딩, 일찍부터 확립하고 성장하면 위기관리로 들어가라
리: 일전에 스타트업에는 브랜드 빌딩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박항기: 극초기에는 그렇죠. 아이디어가 돈이 될지 안 될지, 고객에게 먹힐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브랜딩, 네이밍에 시간 쓰는 건 낭비라는 거예요. 고객을 만나고 비즈니스 검증하다 보면 고정 고객이 생겨요. 이때쯤 됐을 때 브랜드를 고민하면 늦지 않아요.
리: 그때라면 보통 인원 10명 좀 넘고 할 때? 이때라고 해도 비즈니스 구조 고착화는 힘들 것 같은데요.
박항기: 힘들죠. 사람 수의 문제는 아니에요. 3명일 때도 브랜드 들어가야 할 때가 있고 100명일 때도 아닐 때는 있겠죠. 보통 프리 시리즈 A 정도 가면 브랜딩에 돈도 좀 들어가요. 그때쯤 되면 브랜드는 가동돼야 해요. 인큐베이팅 단계에서 브랜드 가치 만들고 해봐야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요.
리: 작은 회사면 이게 쉽지 않은 게… 사실 맨날 바뀌잖아요. 사람 얼마 없는데 누구 나가고 누구 들어오고…
박항기: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알려줘야죠. 우리가 이런 문화 있으니 동화시켜야죠. 누가 들어와서 문화가 새로 바뀌는 것도 웃기는 겁니다. 사업모델도 많이 바뀌면 브랜드 새로 내는 게 나아요. 기존 고객 경험이 따뜻한 건데 새로운 모델이 차가운 거로 갔어요. 둘이 충돌되잖아요. 1백만 명이 있는데 내일부터 차가움입니다, 이야기할 거냐고요.
리: 그러면 사업 분야가 둘이면 어쩌죠?
박항기: 이걸 또 묶는 위의 회사 브랜드가 있잖아요. ㅍㅍㅅㅅ에서 ㅍㅍㅅㅅ 정의에서 벗어난 사업은 하면 안 돼요. 벗어나면 분사해야죠. 하지만 예를 들어 ㅍㅍㅅㅅ 회사 브랜드 콘셉트가 ‘따뜻한 즐거움’이라면, 미디어는 “따뜻하고 즐거운 미디어”를, 교육은 “따뜻하고 즐거운 교육”이 되는 거죠. 고객에게 그런 경험을 전달하는 거고요.
리: 임블리에서 드러났듯, 큰 다음 브랜드 위기관리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박항기: 안타깝지만 예전처럼 살아나기 힘들다고 봐요. 너무 적을 많이 만들었어요. 책에 나올 만큼 위기관리 못한 케이스죠. 위기관리 최고봉은 위기를 기회로 가져가는 거죠.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문제 나올 때 수수료 폐지하고 광고로 돌렸잖아요.
리: 그러면 임블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했다고 생각합니까.
박항기: 사고는 어디나 터지고, 모든 브랜드는 뜨면 두들겨 맞아요. 맞고 죽는 애가 있고 안 죽는 애가 있죠. 살아남은 이들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거예요. 임블리는 너무 단시간에 고속 성장하며 조직 세팅을 못 해서 대응력이 없었던 거예요. 너무 빨리 성장하면 리스크가 엄청나게 따라와요. 그때 리스크에 대비한 시나리오와 매뉴얼이 있어야 해요. 어느 정도 빌딩된 브랜드는 브랜드를 더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뜨면 일찍부터 리스크 매니지먼트 체제로 들어가야 해요. 그런 게 있어야 대응이 기민할 수 있어요. 갑자기 뜨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얻어맞죠.
리: 임블리는 하필 모델이 쇼핑몰의 상징이라 더 타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박항기: 비즈니스의 총체적 경험들이 어디로 몰려오냐? 브랜드로 몰려와요. 프런트맨, 예를 들어 LG전자 좋다 그러는데 LG전자 제품이 얼마나 많아요. LG전자라는 브랜드로 남아 있을 뿐이죠. 심지어 사지도 않았는데 그런 느낌을 가져요.
브랜드, 전 직원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지침이 되어야 한다
리: 그때 스타트업 브랜딩은 일반 대기업 브랜딩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박항기: 스타트업은 여전히 가설 단계죠. 또 대기업은 오너의 관심사가 아닐 수 있어요. 근데 스타트업은 오너가 죽어라 몰입하게 돼요. 또 대기업은 이미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지만, 스타트업은 새로운 사람이 많이 들어오죠. 그래서 브랜드뿐 아니라 사업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갈등이 많이 생겨요. 반대로 그러니까 브랜드가 또 중요한 거죠. 그걸 브랜드로 정리해줘야 해요. 우린 이거 하는 사람이야.
리: 갈등 장난 아닐 텐데요.
박항기: 요즘 OKR에 관심이 많잖아요. 조직의 목표(O)를 정하고 핵심지표(KR)를 설정하는 거죠. 결국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고객 경험도 되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게 지향점을 제시해주는 거죠. “느슨하고 재밌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뭘 공부해야 하지, 우리 리플렛과 웹사이트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이런 걸 모두 알 수 있지요.
리: 그러면 그 브랜드는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박항기: 제가 만든 ‘참여 브랜딩 모델’은 최소 10명, 최대 16명까지 직원들이 참여해요. 보통 8명씩 나눠서 A조에 사장, B조에 부사장, B조에 영업이사, A조에 영업부장, 이렇게 비슷한 전력을 만들죠.
리: 최종 결정은 결국 오너가 내리나요?
박항기: 그러면 절대로 안 돼요. 그래서 우리나라 브랜딩이 안 되는 거죠. 오너는 생각이 계속 바뀌고, 밑에서는 오너 생각 이해 못 해요.
리: 그러면 누가 책임집니까?
박항기: 사람은 자기가 결정 안 하면 열심히 안 해요. 함께 만들어야죠. 제가 이미 20개 기업 해봤는데 일단 같이 브랜드를 만들면, 사장님이 말할 필요가 별로 없어요. 사장님 없어도 알아서 해요. 그다음에 “사장님, 우리가 같이 합의한 거랑 다른데요?”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게 없으면 사장님이 법이에요. 우리나라 중소기업 브랜딩 안 되는 게 돈이 없어서? 아니에요. 사장님의 지나친 열정과 관심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브랜드가 달라져요. 직원은 퇴근하면 스위치를 끄지만, 사장은 온종일 회사와 브랜드 생각만 하니까요.
리: 답 안 나오는 토론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박항기: 저는 앞으로 이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다 찍을 예정이에요. 참여하지 못한 직원도 그 과정을 보게 만들려고 해요. 브랜딩의 단어 하나, 예로 “만든다”와 “세운다”를 두고 30분간 토론해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그 아무것도 아닌 걸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단 거예요. 그걸 본 말단사원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느끼게 돼요. 그 과정을 경험시켜주는 게 유식한 말로 인터널 브랜딩이죠. 야, “느슨한 공동체”를 외워, 가 아니라 이 과정을 경험시켜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돈과 시간이 없어도, 대표와 직원이 함께 브랜드를 설계하라
리: 작은 회사는 메타브랜딩의 프로그램 경험이 힘들 수 있잖아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출발은 무엇일까요?
박항기: 같이 만드는 거죠. 앉아서 만드는 거예요. 이거 만들면 웃기게도 이름이 금방 결정돼요. 이름은 나중에 지어도 돼요. 이름부터 있으면 거기에 브랜딩을 맞추게 돼요. 근데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누구나 이름을 지을 수 있어요. 예로 호빵 이름 짓자면 안 나오죠 그런데, 10대 여고생의 감성을 움직일 블링블링한 호빵, 그러면 브랜드가 나오고 이름이 나와요.
리: 비즈니스가 참 복잡한데, ‘브랜드 캔버스’ 한 장으로 정말 모든 브랜딩이 커버 가능할까요.
박항기: 실제로 제가 만든 브랜드 캔버스가, 실제 필드에서 다 쓰는 걸 집대성한 거예요. 브랜드 설명문은 리서치 회사에서 쓰는 콘셉트 스테이트먼트예요. 콘셉트 보드, 타깃, 차별점, 카테고리 이거 4가지만 들어가면 웬만하면 외부 사람도 이 비즈니스와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일반인이 알 정도면 직원들은 확실히 와닿겠죠. 그러면 그 브랜드의 방향에 따라 직원들은 움직이겠죠. OKR이 숫자로 비즈니스를 표현한 거라면, 브랜드 캔버스는 문장으로 표현한 게 차이예요.
리: 그러면 브랜드에 따라 직원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박항기: 네. ㅍㅍㅅㅅ의 브랜드 캔버스를 직원들 책상에 붙인다고 쳐요. 그러면 직원이 ㅍㅍㅅㅅ의 고객 경험에 맞는 굿즈를 기획해 올 겁니다. 그러면 사장은 두 가지만 하면 돼요. 고객 경험에 맞냐, 지금 예산으로 할 수 있냐, 지금 예산으로 못 하면 대표가 펀딩하거나 좀 싸게 해오라 하든가. 이렇게 직원들이 다 자발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이게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죠. 브랜드는 직원들이 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직원이 실천하고, 고객이 경험해야 해요. 이것만 되면, 브랜딩은 자동으로 흘러가요.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항기: 브랜드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비즈니스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여 만들어낸 고객 경험의 합이에요. 대표님 혼자 브랜드를 기획하지 마시고 직원,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만들어 보세요. 놀라운 결과를 경험하실 겁니다. 그러려면 우선 브랜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해요. 이번 브랜드 캔버스 세미나에서 그 해답을 찾아가셨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