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기적일까, 이타적일까? 왜 인간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 밝혀낸 놀라운 실험이 있다. 실험은 다음과 같다.
10명을 한 그룹으로 묶어 한 사람당 10달러씩 지급한다.
참가자들은 10달러를 챙겨도 되고 프로젝트에 기부할 수도 있다.
참가자가 프로젝트에 1달러를 쓰면 연구자가 2배로 늘려준다.
2배로 불어난 돈은 10명에게 똑같이 나눠준다. 즉 한 사람이 10달러를 기부하면 모두가 2달러씩 나눠 받는 셈이다.
모두가 기부하면 돈이 1,000배로 늘어나는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유
만약 모두가 10달러를 기부하면 우리 모두 2배의 수입을 거둔다.
이걸 10번 반복하면 10달러가 약 1만 달러(10,240$)가 된다. 무려 1,000배!
하지만 자기만 10달러를 내고 아무도 기부하지 않으면, 혼자 돈을 잃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에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1~2단계에서 참가자들은 가진 돈의 40–60%를 기부했다. 당연히 돈도 1.5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10차례 계속되는 동안 협력 비율이 늘어나긴커녕 계속해서 떨어진다.
이타적이었던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변한 이유는?
그래도 처음에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의 평균 50%를 기부했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이 기부했다. 그런데 참가자 중 30%는 전혀 기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나머지가 70% 정도를 기부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30% 때문에 사람들은 이타적인 행동을 줄인다. 혹시나 누가 이기적 행동을 하지 않을지 의심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은 그냥 이타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에 이타적으로 기부했던 사람들은 이기적인 일부 때문에 기부를 거둬들인다. 다른 사람이 더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만 사람은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즉 소수의 이기적인 인간이 존재하는 한 다수의 선량한 사람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기심을 제어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법
그런데 단 한 가지 변화를 주자 사람들은 다시 이타적으로 변했다. 누군가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을 때 제삼자가 그 사람을 벌하는 데 1달러를 쓰도록 한 것이다. 제삼자가 1달러를 내면 기부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의 몫에서 3달러가 사라진다. 누가 자기 돈까지 쓰면서 무임승차자를 잡으려 할까.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무임승차자에게 집중적으로 제재를 가했다. 그러자 10번째 단계에서 0%에 달했던 기부가 점점 올라오더니, 20번째 단계에서는 거의 100%로 올라갔다. 약간의 시스템만으로 이기주의에 징벌을 내리고 협력을 강화하며 서로의 이타성을 되찾은 것이다.
사회를 보는 관점이 넓어져야 하는 이유
사람들은 점점 성악설을 받아들인다. 충격적이고 나쁜 뉴스가 끝도 없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좀 다르다.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좋은 소식은 느리게 퍼지거나 알려지지 않는다. 나쁜 소식은 충격적이고 빠르게 퍼진다.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지 말고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나쁜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작 우리의 이타성을 무시한다. 올바른 문화 규범이 자리 잡은 사회라면 약간의 장치로 충분히 모두가 행복을 높일 수 있다. 상대방이 이기적이라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똑같은 사람이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를 만들고, 어떤 행동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자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온 이래, 경제학 이론에서는 사람의 근본적인 이기심에 기반해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점점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지금의 경제구조를 보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인간의 이기심에 기반할수록 경제가 더 성장한다는 믿음은 사실일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구조에서도 여전히 유효할까? 빈부격차를 더 줄이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 이타주의와 자비에 기반한 경제구조는 불가능한 꿈일까?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2010년 스위스 취히리에 모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10년,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자비’라는 주제로 마인드&라이프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이다. 영적 스승으로 추앙받는 달라이 라마와 차기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꼽히는 에른스트 페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윌리엄 조지, 인지뇌과학자 타니아 싱어 등 세계적인 석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 시스템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성장과 분배, 결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2010년에 열린 콘퍼런스지만, 지난 10년간 오히려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기에 지금 이 시기에 꼭 되돌아보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 해당 기사는 나무의마음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