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용 상승, 의료보험 보장의 간극 등으로 인한 의료의 질 하락은 개인의 안녕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 하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들은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 발전에 따라 더욱더 큰 비용을 의료 질 및 비용 개선에 투자하는데요. 이런 추세를 감안해, 밸류챔피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3개 국가의 의료 체계를 분석해 저렴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들을 정리했습니다.
핵심 조사내용
- 종합 1위를 차지한 국가는 일본으로, 의료의 질·비용·접근성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우수하고 암 생존율이 비교적 높아 상위권에 포함되었으나, 의료비의 민간 부담률이 41%로 비교적 높아 종합 5위를 차지했습니다.
- 싱가포르, 일본, 홍콩, 오스트레일리아는 기대수명, 사망률, 고품질 의료 서비스에의 접근성 등에서 종합적으로 우수한 의료 지표를 나타냈습니다.
1위: 일본
일본은 탁월한 의료 지표, 접근성, 낮은 비용 등으로 인해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보편적 질환 치료에 대한 고령자 접근성이 높아 의료의 질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미국의 독립 연구기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가 발표한 의료의 질 및 접근성 지표(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에 따르면 195개국 중 94.1점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기대수명도 글로벌 평균 대비 13세 이상 장수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일본은 고령층도 고품질 의료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전체 예산의 23%를 의료분야에 할당하며 전체 의료 지출 중 조사 대상국 최고 수준인 84%를 국가에서 부담합니다. 이런 예산 지출은 일본의 국민건강보험에 쓰입니다. 건강보험의 공제금액은 없으며, 연령과 소득수준에 따라 환자 공동부담금 및 보험료가 달라집니다.
2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오스트레일리아는 의료예산 지출이 크고 건강 관련 지표가 우수하며, 인구 1인당 의사·간호사 수가 많아 전체 조사대상 국가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HAQ 지표(Health Access and Quality)가 매우 높아, 암·당뇨·폐렴 등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암 사망률은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높은 의료 예산에도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들은 무려 7개 국가 대비 높은 자기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사보험이 비교적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제도를 통한 무상 의료 혹은 염가 의료가 가능함에도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의 절반은 자기 부담금이 25%에 달하는 사보험에 가입합니다. 개인의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은 것은 민영 의료 서비스에 대한 자가 부담 의사가 높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3위: 뉴질랜드
뉴질랜드가 3위의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의료 접근성과 낮은 비용에서 기인합니다. 뉴질랜드의 의료 체계는 국가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고 모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급여가 지급되며, 13세 이하의 모든 아동은 무상으로 1차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 덕분에 뉴질랜드 국민은 3개 비교 대상 국가 대비 23%가량 낮은 본인부담금을 지출합니다. 나아가 2016년 기준 뉴질랜드는 인구 1인당 의사 수 1위(10,000명당 30.25명) 및 인구 1인당 간호사 및 산파 수 3위(1,000명당 11.1명)를 기록해, 의료진에의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질랜드가 의료 자금 투입과 접근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DTP 접종률이 비교 대상 5개국 대비 낮은(2세 이하 아동 중 92%)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는 인구 일부의 접종률이 비대칭적으로 낮은 데서 기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원주 민족인 ‘마오리족’ 아동의 접종률은 2016년 93%에서 2018년 88%로 감소했습니다.
4위: 싱가포르
종합 4위를 차지한 싱가포르는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의료 서비스와 건강보험 체계를 갖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고품질 의료 서비스, 세계 최장 수준의 기대수명을 누리는 것은 물론, 산모 및 태아 사망률이 낮고 국민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보장 혜택을 받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싱가포르의 기대수명은 전 세계 평균보다 12년 이상 길고, 영아 사망률(1,000명당 2.2명)과 산모 사망률(1,000명당 10명) 모두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합니다. 싱가포르는 세계 5위의 인구 1인당 의료진 수를 자랑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모든 국민들이 ‘MediShield Life’라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나, 의료비에 대한 부담은 다른 국가 대비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특히 개인의 의료비용 지출 비중이 46%에 달해 평균을 10%p 이상 상회하며 연간 환자 본인 부담금은 PPP 기준 1,273달러로 상위 5개국 대비 높은 편입니다. 다만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 대비 자기 부담금의 경제적 부담은 덜 할 수 있습니다.
5위: 한국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보편적 질환에 대한 의료 접근성이 가장 훌륭한 편에 속해 높은 HAQ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장암과 자궁경부암의 5년 생존율이 가장 높으며,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율이 최저 수준을 기록합니다.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만 명당 23.66명, 병실 수는 1,000명당 11.5개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나아가 DPT접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해, 아동 백신 접종 접근성이 매우 양호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정부에서 공공 의료 재원과 건강보험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 13%가량이 의료 분야에 집행됨에도 민간 의료비 분담률은 41%로 비교적 높으며, 환자 부담금 비율은 조사 대상국 중 상당히 높은 편인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신약 급여 확대 정책에도 여전히 일부 질병과 수술비용 등은 환자부담금 또는 비급여로 처리되는 데서 기인합니다.
아태지역 기타 국가들의 의료 체계 비교
본 조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선진 의료 체계를 구축한 국가를 선별하는 것에 목적을 두며, 하위권 국가들의 순위를 책정하기 위함은 아님을 일러둡니다. 따라서 5위권 이하(6-13위)의 국가들은 의료의 전반적인 질이 낮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조사의 목적과 방식에 보다 부합합니다.
이와 같이 하위권 국가들은 순위 책정이 되지 않았음에도 몇 가지 사항을 일러둡니다. 첫째, 정부의 의료사업 예산 대비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의료 비용은 전체 순위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아가 개인 지출의 비중이 큰 국가들은 의료 접근성 및 결과지표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했으며 낮은 기대수명, 평균 이하의 HAQ점수 등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고품질 의료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보급되지 못해 일부 대도시에 의료시설이 집중되고 국가 내에서도 HAQ 점수가 큰 격차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 예인 중국의 경우 베이징은 상당히 높은 HAQ점수인 91.5점을 나타냈으나, 티베트(중국의 일부로 포함)는 48점을 기록했습니다.
하위권 국가들은 종합 순위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지난 10여 년 간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2005년과 2016년 사이 인도·중국·인도네시아는 질병 생존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HAQ점수가 각각 32%, 26%, 24% 상승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태국 및 중국은 영아 백신 보급이 잘 되어 있어, DPT 접종률이 거의 100%에 달합니다. 실제로 태국은 저렴한 의료비와 선진화된 의료 기술 덕분에 몇 년 전부터 인기 있는 의료 관광지로 변모했습니다.
평가 항목
본 조사에서는 각국의 의료 체계 순위를 평가하기 위해 의료 결과지표, 의료 지출, 의료 비용을 포함한 총 3개 평가 항목을 사용했습니다. 이와 같은 평가 방식이 각국의 의료 체계를 보다 포괄적으로 비교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의료 결과지표
의료 결과지표는 인간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기본적인 지표들을 활용합니다. 여기에는 영아 및 산모 사망률, 남녀 기대 수명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발병률이 높은 질병(암, 심장질환, 홍역, 폐렴 등) 치료에 있어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가늠하기 위해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지표를 통해 한 국가의 전반적인 건강 생활 수준과 질병 고품질 의료 서비스의 활용 가능 여부를 검증했습니다.
정부 예산 및 개인의 의료 지출
의료 예산과 국민들의 의료 지출은 한 나라의 정부가 의료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요소입니다. 우선 본 조사에서는 정부 의료 예산 대비 개인의 의료비 지출을 비교했습니다. (하단 표의 ‘정부의료지출’ 열 참조). 본 수치는 국민들이 환자부담금이나 보험금 납부 등을 통해 짊어지는 의료 비용 부담률을 나타냅니다. 또한 ‘전체예산대비(%)’ 열은 전체 예산 대비 의료부문에 할당되는 예산의 비율로, 한 국가가 의료 체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나타내주는 척도입니다.
비용 관련 평가항목은 환자부담금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2개 항목 모두 PPP 기준) 비율로, 소득 대비 의료비용 지출 수준 및 가구 소득 대비 해당 지출의 비중을 나타냅니다. 분모 값으로 국내총생산(GNI)을 선택한 것은 재외국민 소득을 포함하기 위함입니다. 일부 국가의 해외 근로자들은 해외 발생 소득을 본국으로 송금해, 해당 금액을 포함하는 것이 의료 비용의 더 적절한 척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접근성
접근성은 의료 체계를 얼마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병상·의사·간호사의 수 및 보편적건강보장(UHC) 점수를 포함합니다. 인구 1인당 병상과 의사, 간호사의 수를 비교하는 것으로 의료진 수가 충분한지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인당 병상 수가 WHO 권고치 대비 지나치게 낮을 경우 병원의 과밀현상, 대기시간 연장 및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UHC 지표에는 면역 접종률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한 국가의 의료 접근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사 방법론 및 한계
각국의 의료 체계를 분석하기 위해 세계은행(WB), 세계보건기구(WHO) 및 기타 전문 연구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했습니다. 조사에는 가능한 한 최신 데이터를 사용했으나, 불가피한 경우 연도를 명기했습니다. 두 개 이상의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수치를 계산하는 경우, 같은 연도의 것으로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GNI 대비 개인의 의료지출 비율을 나타낼 때는 2개 수치 모두 자료가 존재하는 2016년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조사 방법론의 한계점을 일러둡니다. 우선 모든 국가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거시적인 의료 질을 나타내는 지표를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환자의 진찰 시간이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의 경우 의료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각국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해 조사에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의료비 지출로 인해 저소득층으로 편입된 인구의 비율도 이와 같은 자료에 해당합니다. 홍콩의 경우 중국의 일부로 간주해 같은 UHC 점수를 사용했으며, 대만은 자료 부족으로 인해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원문: 밸류챔피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