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제주에서 꿈 같은 한 달
우리 한 달만 살자!
열세 살 첫 제주여행을 이후로 제주도를 오가는 여행자로만 20년 넘게 살았다. 그러다 문득 (사실은 매번…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ㅠㅠ) 잠시 떠나온 여행자가 아닌, 조금 길게 머무는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 날 불쑥 제주로 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카페와 블로그를 전전하며 부러운 맘을 달랬던가. 막상 저지르고 보니 그동안 그토록 넘기 힘들던 ‘한 달’의 벽은 내 인생에서 얼마 안 되는 짧은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한 내 삶의 흔적이자 추억이 될 테니 이보다 더 멋질 수 있을까!
이제, 어렵게 한 달 살기를 결심했을 당신에게 고작 몇 달이지만 먼저 된 선배로서 나의 제주살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STEP 1. 숙소 구하기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 아마 숙소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한 달이라는 기간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숙소의 개념보다는 나의 제주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숙소야 뭐 ‘비만 안 맞고 몸 뉘일 수 있음 되지’라고 생각하는 초야의 고수가 있는가? 그렇다면 이번 장 퀘스트는 이미 마친 걸로 하자. 안타깝게도 나는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해 숙소가 여전히… 중요하다.
1. 숙소 위치 정하기: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숙소를 정하기 전 ‘뭣이 중헌지’부터 생각해보자. 쉽게 말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계획한 당신이 뭘 하고 싶은지’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말이다.
제주도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싶을 수도 있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그저 멍 때리거나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1일 1오름을 목표로 매일 다른 오름을 오를 계획을 세우거나 올레길 완주를 꿈꾸는 사람도 있을 테고 말이다. 그러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주로 여행하고 싶은 지역이 어딘지를 먼저 정하고 숙소를 알아본다면 훨씬 알찬 한 달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의 한 달 살기의 목표는 휴식이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맘 내키는 대로 빈둥거리면서 책이나 실컷 보다 올 테다!
그러다 보니 지역은 크게 상관없었고, 바닷가 근처에 있을 것, 너무 비싸지 않을 것, 깨끗할 것. 이 세 가지를 만족하면 됐다. 그래도 동서를 다 살아보고 싶은 욕심에 보름은 서쪽 애월 바다 앞, 보름은 동쪽 함덕 바다 인근의 숙소를 잡았다.
급하게 결정하고 숙소를 잡았던 터라 원하는 날짜와 원하는 숙소가 안 맞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그중 최선을 선택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한 달 살기를 결심했다면 일단 숙소는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성수기의 경우 1월부터 예약 문의를 하기 때문에 틈틈이 봐두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자의 짤막한 TIP: 위치 정하기
- 차가 없는 뚜벅이라면, 버스노선이 다양한 제주 시내 or 서귀포 시내의 숙소를 잡는 것이 동서남북 이동하기엔 편할 수 있다.
- 제주의 다양한 오름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동쪽 추천. 용눈이오름, 아부오름, 다랑쉬오름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표 오름이 구좌읍에 모여 있다.
- 바다가 목표라면, 좋아하는 해수욕장 근방 숙소 찾기. 아이들이 놀기 좋은 야트막한 해변으로 김녕, 세화, 협재 해수욕장 추천!
- SNS 핫플은 어느 지역에나 많다. 그러니 꼭 가고 싶었던 곳을 체크해두고 동선을 고려해 숙소를 잡자.
- 차가 있고 위치에 대한 욕심을 조금 버린다면 금액은 저렴해진다. 하지만 차가 있든 없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이 내가 살고 싶은 동네냐는 것!
2. 숙소 알아보기: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묻는 사람이 나뿐인가요”
포털사이트에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검색하면 수많은 카페가 나온다. 한 달 살기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카페 가입이다. 이곳은 한 달 살기, 혹은 1년 살이 집부터 단기 알바 자리, 맛집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오가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때때로 함께 올레길을 걸을 파티원(?)을 모집하기도 하니 혼자 제주도를 갈 생각이라면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제사모: 부동산 관련 내용은 따로 사이트를 분리해 운영한다.
- 제주도 한달살기 멘도롱또똣
- 제주도 한달살기 이민정착이주
이 세 카페를 수없이 드나들며 비교해보고 숙소를 골랐다. 한 달로 계약하고 사는 것이지만 임대료가 최소 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위치나 조건 예산을 고려해서 본인에게 맞는 숙소를 찾으면 된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해당 게시자의 이전 글들을 확인하고 포털에 검색하면 이용했던 블로거들의 생생한 후기를 확인할 수도 있으니 발품은 못 팔더라도 손품이라도 꼭 팔길 바란다. 막상 약속한 날짜가 돼서 집에 갔는데 “스은생님… 이건 사진과 다르잖아요….” 하는 경우를 겪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또 주소를 미리 받아 로드 뷰를 통해 동네 분위기도 꼭 파악해보자. 그래야 허허벌판 위에 동그마니 나를 기다리는 무인숙소…는 아니지만… 어쨌든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매일 여행자처럼 집을 나설 게 아니라면 동네 분위기 역시 무시 못 한다.
3. 조건 확인하기: 놓치지 마 디테일!
숙소를 알아보다 보면 룸 컨디션은 물론 조건들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할 사항은 공과금 포함 여부와 서비스의 범위. 숙소에 따라서 드물게 전부 포함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기세와 난방비(가스 or 기름) 사용료는 별로도 쓴 만큼 계산해서 낸다.
바람 많은 제주의 겨울은 외풍도 장난이 아닌 데다 최소 4월까지는 쌀쌀하기 때문에 난방비는 무시할 수 없는 +@ 비용이 된다. 온 집안이 뜨끈뜨끈하게 보일러 빵빵 틀던 도시에서의 생활을 생각했다간 자칫 난방비 폭탄을 맞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20–30만 원이 통장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기름과 가스를 둘 다 써본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가스가 더 저렴했던 것 같다.
경험자의 짤막한 TIP: 그 외 체크 사항
- 한 달 살기 중 침구 교체 여부
- 옵션 사항에는 조미료 구비부터 커피 머신, 고급 스피커 등 다양한 것이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많이 갖춰져 있는 숙소를 선택해 마음껏 누리길! 특히 바닷가 근처 집이라면 제습기는 있는 것이 좋다.
이제 겨우 숙소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한 달 동안 쓸 차량과 항공권 등이 있으나, 살 집이 정해졌으니 다른 것들은 맘 편히 준비 할 수 있다. 그러니 걱정을 마라. 곧 제주에 살 거니까!
STEP 2. 렌트하기 vs. 탁송하기
한 달 살기를 계획하고 숙소까지 정하고 나면 이제 다음 퀘스트는 차다. 물론 차 없이도 충분히 제주여행을 즐길 수는 있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오가는 사이 동네 어르신들의 정겨운 사투리를 들으며 천천히 돌아다니는 버스 여행도 너무나 좋지만 여기서는 차를 이용할 것을 결정했다는 가정하에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1. 렌터카 예약하기
제주도에는 렌터카 업체가 엄청나게 많고 같은 시기에 같은 차종을 선택하더라도 가격은 조금씩 다르다. 웹사이트나 전화로 직접 문의해서 가격을 비교해보고 업체를 선정하면 된다.
이때 꼭 확인할 점은 보험료 포함 여부다. 간혹 웹사이트에 싼 비용이 눈에 띄어 연락해보면 보험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금액인 경우가 있어서 보험료까지 함께 계산할 경우 타 업체보다 더 비싸거나 결국은 비슷해지기도 한다.
2. 탁송하기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준비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차를 가져간다고 하면 내가 차를 따고 저 멀리 남쪽으로 내려가서 배에 싣고 함께 타야 하는 줄 알았다. 그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그냥 렌트하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세상에나! 원하는 장소에서 차 키만 건네주면 도착하는 날짜 시간에 맞춰 제주공항에 차를 딱 데려다주는 기가 막힌 서비스가 있다니! 한 달 렌트 vs 탁송 이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따져보는 것이 아마 비용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선택이 한결 편했다.
- 레이 한 달 렌트 비용: 약 45만~50만 (성수기 요금 상이)
- 프라이드 해치백 탁송 비용: 편도 약 27만 (왕복 약 54만)
탁송 비용은 차종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니 해당 업체에 상담받아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전화 한 통이면 아주 금방 견적을 내준다. 종류는 카캐리 탁송과 로드 탁송이 있다. 카캐리 탁송은 전용 이동 차량에 내 차를 싣고 항구까지 이동하는 것이고, 로드 탁송은 전문 기사님이 직접 운전을 해서 차를 항구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비용은 당연히 로드 탁송이 저렴하다. 견적을 받아 탁송 서비스를 신청하고 나면 내가 할 일은 1) 입금, 2) 출발 전 차 상태 확인, 3) 기사님께 자동차 키 전달, 4 제주공항에 도착 후 차 받기. 이게 전부다. 보험 걱정 없이 익숙한 내 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경험자의 짤막한 TIP
- 운전자의 제주 도착 하루 전에는 차를 보내야 한다. 16일 제주 도착 비행기라면 15일에는 인계.
- 기름은 출발 시 꽉 채워서!
- 금연 차량의 경우 기사님께 미리 부탁드리자.
- 차를 보낼 때 짐을 실어 보내면 아주 홀가분한 비행을 할 수 있다.
STEP 3. 항공권 예매하기
이제 큼직한 준비가 끝났으니 비행기 표만 구하면 된다. 팁이랄 것도 없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 어차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으니 항공권은 편안하게 평일 시간대에 싼 걸 고르자.
- 연휴가 시작되는 전 주나 성수기 직전인 6월 7월에는 항공권이 저렴하다.
- 단 할인이 많이 된 항공권일수록 취소 수수료는 높아진다. 일정에 변동 가능성이 있다면 수수료를 고려해 예매하자.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떠나자! 제주로!
여행을 쓰자, 볼로!
- 글, 사진: 제주가 좋아 한 달 살기가 아홉 달이 된 자유로운 영혼, 희원
- TAKE OFF
꼭 기록하고픈 여행의 추억이 있다면 여행 필수 앱 볼로를 이용해보세요. 사진, 경로, 위치, 메모를 간편하게 작성해두면 볼로가 알아서 멋진 여행기를 만들어 드립니다. 볼로와 함께 즐겁고 특별한 여행을 만들어 보세요. 그럼 더 재미있는 여행 정보로 찾아오겠습니다 🙂
원문: 볼로 VOLO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