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더울 때 떠오르는 책은 뭐니 뭐니 해도 오싹한 미스터리가 아닐까? 그냥 미스터리면 뭔가 2% 아쉬워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실화 미스터리를 준비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 더욱 실감 나고 오싹하다.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공포스럽다. 여름에 추천하는 소름 돋는 실화 미스터리 Best 4권을 소개해본다.
1. 도쿄전력 OL 살인사건
1997년 일본을 충격에 빠지게 만든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름도 특이한 ‘도쿄전력 살인 사건’. 도쿄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서 목 졸려 죽은 여성이 발견, 목격자 신고로 네팔 노동자를 체포했다.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숨진 여성의 신원이 밝혀지며 사건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됐다.
숨진 여성이 도쿄전력(우리나라로 따지만 한국전력) 간부였던 것이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낮에는 도쿄전력 간부로, 밤에는 도쿄 뒷골목 매춘부로 생활했다고 밝혀졌다. 그녀의 매춘에 대해 가족과 회사에서는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고 한다. 대기업 간부로 능력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왜 매춘을 해야 했을까?
‘낮엔 엘리트 간부, 밤엔 매춘부’란 자극적인 카피로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미스터리 사건으로 남은 ‘도쿄전력 살인사건’을 3년간 취재한 르포다. 그녀의 성장 과정, 가족사부터 사건의 재판 과정까지, 도쿄전력 살인사건의 모든 것을 다룬다.
2. 화차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년(1988년~2008년) 동안 출간된 작품들 가운데 1위로 뽑힌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단순히 미스터리적 서사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총에 맞아 잠시 쉬던 형사 혼마를 찾아온 친척 가즈야는 갑자기 자신의 사라진 약혼녀 쇼코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약혼녀에게 편리하다며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한 가즈야는 함께 은행을 찾았고, 거기에서 그녀의 개인파산 상태를 알게 된다.
어리둥절해진 가즈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인 쇼코는 다음 날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혼마는 먼저 쇼코가 다닌 직장에 찾아가 그녀의 이력서를 살펴보지만 이력서에 쓰인 모든 것은 다 거짓이었다. 이름과 사진 외 모든 게 다 거짓인 이력서, 혼마는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 본격적으로 쇼코를 찾기 시작한다.
『화차』는 일본 경제가 활황이던 1980년대를 지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1990년대가 배경이다. 당시엔 기업들은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은행에선 대출 제한 없이 퍼줬으며 그 돈으로 누구나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무너졌다. 은행이 도산하고 회사가 쓰러졌으며 땅값은 곤두박질쳤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 바로 『화차』다.
3. 검은 집
1997년 일본에서 출간 당시 ‘사이코패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화제작이다. 2004년 국내 출간 이후 동명 영화 개봉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에서도 사이코패스 감별법이 나오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보험회사 사망보험금 사정관인 신지는 여느 날처럼 사망통지서를 확인하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자살하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묻는 수화기 너머의 여자. 며칠 후 직접 자신을 지목해 집으로 방문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으로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된 신지는 보험금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자식의 목을 맨 끔찍한 범죄와 마주한다. 집안에 퍼져 있는 알 수 없는 악취와 음산한 기운을 시작으로 신지는 지옥과도 같은 공포에 빠지게 된다.
연이어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 앞에서 신지는 목숨 건 사투를 벌이고 끝내 어둠 속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범죄들을 암시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실제 생명보험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접하게 된 보험사기를 바탕으로 집필했다는 이 이야기는 인간의 비정함을 넘어선 악마적 모습의 ‘사이코패스’를 보여주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4. 용와정 살인사건
일본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전대미문의 살인극, 일명 ‘쓰야마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일본 범죄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 사건은 1938년 5월 21일, 2시간 동안 자살한 범인 포함 3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범인 도이 무쓰오는 당시 만 21세였다. 일본 추리 소설계의 거장 시마다 소지는 희대의 살인극 쓰아먀 사건을 재해석한다.
이시오카는 니노미야라는 여성의 의뢰로 오카야마현까지 제령을 하러 가고, 한적한 산골 마을로 들어가 ‘용와정’이라는 여관에 다다른다. 용의 모양을 본떠 만든 용와정은 일본 전통 현악기의 형상을 재현한 건축물이다. 정교한 구조물 자체가 트릭으로 쓰이며 살인 사건의 서막을 연다.
마을에 내린 저주와 엽기적 살인사건의 절묘한 조합은 쓰야마 사건의 광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80여 년 전의 사건이지만 범죄사를 이야기할 때 꼭 이야기될 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사건이다.
원문: 명랑 소년의 일상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