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온 세상을 집어삼키는 녀석들
자, 플랫폼은 정말로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 플랫폼이 몰고 온 파괴의 바람이 특정 산업에 속한 비즈니스를 차례로 집어삼키고, 사실상 모든 정보 집약적 산업에까지 입을 벌리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 위력이 미디어와 통신 산업에 미친 파급력을 목도하고 있다. 소매업, 도시 운송업, 숙박업이 지금 공격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금융, 교육, 의료 부문도 플랫폼의 위력에 노출되리라 내다본다.
- 마셜 밴 앨스타인, 『플랫폼 레볼루션』 중
2011년 한때 월스트릿 저널의 칼럼 「Sowftware is eating the world」가 화두였던 시절이 있었다.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화되어 오프라인 산업 지형도를 바꾸는 트렌드를 정확히 표현했던 것 같다. 2019년 올해, 모빌리티 대표 플랫폼 우버가 10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상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미국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 포드(40조), GM(58조)를 합친 기업가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10년 전부터 우리는 모든 오프라인의 상품, 서비스를 검색 등을 통해 온라인 접점에서 만나왔다. 1세대 벤처 성공 모델인 포털사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 광고화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이제 PC 웹이 아닌 모바일에서 365일 24시간 소비하는 유저들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아졌고 검색 결과들은 실시간, 비정형의 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점이 있었다. 텍스트 기반의 필터링 되지 않은 방대한 검색 결과가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매칭 기술과 온디맨드(On-demand) 경험 설계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한 이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예로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의 온디맨드형 서비스들이 될 것 같다. 이들의 특징은 양면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매칭을 통해 소비자의 디맨드 맞춰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매칭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이 이러한 플랫폼들은 주요 산업 분야의 오프라인 No. 1 플레이어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한편 산업 전체를 흔들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래 예시 외에도 익스피디아(Expedia) 같은 여행 관련 플랫폼은 미국 오프라인 여행사의 수를 55% 급감시켰으며 일자리 매칭 플랫폼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몬스터(Monster) 같은 곳은 미국 종이 신문사의 광고 수입을 10년간 57%로 급감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
위의 해외 대표 선수뿐 아니라 국내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배달의 민족, 직방, 야놀자 등이 모두 오프라인 특정 분야를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시장 혁신과 함께 높은 성장성을 보여준다. 양면 시장의 플랫폼은 이제 오프라인 버티컬의 많은 영역을 장악해가고, 좀 더 과장하자면 ‘플랫폼이 세상을 모두 먹어치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튜터링은 ‘모바일 교육계의 우버(Uber for mobile learning)’라 표현할 수 있는 온디맨드 튜터 매칭 플랫폼이다. 2016년 런칭 후 지난 2년간 전 세계의 1,000여 명의 전문 영어, 중국어 튜터와 80만의 국내 회원을 실시간 매칭해 누적 200만 회가 넘는 수업을 제공했다. 그간 튜터링을 성장시키며, 또한 온디맨드 매칭 플랫폼 빌더 및 마켓디자이너스에 합류하며 얻은 다양한 노하우 중 몇 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본 플랫폼의 대표적인 성장 동력(Growth Drivers)을 뽑자면 아래와 같다. 모두 창업 전엔 예기치도 못한 반전이 있었다…!
- Balancing: 플랫폼 사업에서 시작은 반이 아니다. 1% 다.
- Growth Wheel: 눈엔 보이지 않는 선순환을 만들어라.
- On-demand Experience: 고객 경험 집착 없인 포털을 이길 수 없다.
플랫폼 사업에서 시작은 반이 아니다, 1%다
Positive Network Effect 극대화 전략에 대해
우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나중에 돈 버는 법을 알아내시죠.
식당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의 창업자가 초기 투자를 받았던 시절, 투자자와 경영전략가들의 조언에 따라 고객/식당 양적인 측면 먼저 성장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는 오픈테이블을 파산 위험까지 만든 전략이 되어버렸다. 이후 오픈테이블은 전략을 수정해 ‘좁고 깊게(Go narrow, Go deep)’ 갔다. 인기 있는 여러 식당과 계약을 맺고, 많은 식사 손님을 유치한 도시에서 임계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플랫폼 사업은 먼저 시작해서 빨리 성장하는 것 만이 답은 아니다. 플랫폼을 시작한 것이 1%라면 99%는 수요, 공급의 사업자 주도의 성장과 플랫폼 운영 전략에 의해 좌우된다고 본다. ‘사업자 주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수요/공급의 성장에서 어느 한쪽의 성장이 통제권 밖을 벗어나는 경우, 운영에도 큰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사업자 주도 성장이란 곧 수요(Demand)-공급(Supplier) 획득 공식의 내재화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고객 획득 모델에서 CAC(Customer Acqusition Cost)를 기반한 ROAS 모델을 분석해 볼륨을 키우곤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공급 획득 모델의 효율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획득과 운영 고도화의 비용 구조를 기반해 수요-공급 볼륨 성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생존을 좌우한다. 공급 획득 모델에서 채용, 인수, 제휴 등 외에 교육, 운영 비용 또한 모델의 중요한 원가 요소가 된다. 서비스 품질을 지속 상향 평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품질이 높고 차별화 요소가 강한 경우, 공급자 확보 비용이 높아도 플랫폼은 성장한다. 리텐션에 따른 LTV가 높아지기 때문에 유저 획득 비용의 비율이 점차 낮아져 초기 공급 풀 형성에 들어간 비용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서 거래당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매우 낮을 경우 발란스를 맞추는 데 실패하게 된다.
과거 청소 플랫폼 홈조이 예를 보면, 디맨드 사이드의 성장에 집착한 채, 정작 서비스의 퀄리티는 높이지 못했다. 이를 통해 공급 풀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구조의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공급 풀 성장 전략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선순환 구조부터 만들어보자
우리 플랫폼만의 성장 동력은?
플랫폼은 운영전략에서 99%가 좌우되는데, 플랫폼의 산업 분야에 따라 성장 동력이 다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아마존으로 예를 들어보자. 우버의 핵심은 좀 ‘더 빠른 픽업’ 경험과 가변적 가격 책정 설계를 통한 양 사이드 모두의 만족이 중요한 키였다.
에어비앤비는 다양한 호스트의 선택 옵션이 더 많은 부킹을 유도했다.
아마존의 경우 더 많은 상품군의 더 낮은 가격 경쟁을 통해 많은 유저를 유입한 것이 선순환의 키가 되었다.
플랫폼에서는 공급자 풀에 대해 얼마나 최소의 비용으로 좋은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선순환의 키라고 본다. 다양한 & 필요한 만큼의 최소 임계량을 넘은 공급자 풀이 있어야 유저가 모이고, 좋은 품질이 유지되어야 리텐션이 지속된다.
그런 의미에서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0% 전략과 함께 외식업주 교육을 위한 배민 아카데미 운영은 정말 탁월한 전략이었다고 본다. 이 과정은 CSR 차원이 아니라 실제 배민 플랫폼에 참여한 사장님들의 거래 향상에 기여했고, 이는 플랫폼의 거래 향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튜터링의 경우, 레거시 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대체하며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이익을 유저에게는 더 낮은 소비자가로, 튜터에게는 더 높은 페이로 돌려준 것이 선순환의 키가 되었다.
고객 경험 집착 없인 포털을 이길 수 없다
온디맨드 사용 경험 재설계 전략
생활에 필요한 것을 찾을 때 우린 무엇부터 하나? 모두 구글, 네이버에 접속해서 검색부터 할 것이다. 플랫폼 BM의 생존 가능성을 고민할 때 포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 대비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제공하는 온디맨드 경험이 압도적인가를 먼저 고민해 보길 권한다.
차별적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포털과는 다르게 필터링된 콘텐츠와 개인화된 서비스를 Right Timing, Right Context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러한 온디맨드 사용 경험이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과거 복잡했던 ‘송금’의 경험을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만든 토스는 현재 대국민 서비스가 되었다. 온디맨드 경험을 만든 이후 토스는 버티컬한 금융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했고, 이 또한 완결성 높은 UX을 보여주었다.
튜터링 역시 론칭 전부터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30초 만에 내가 원하는 해외의 전문 튜터와 1:1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 경험 설계였다. 이후 고객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튜터링만의 RTX(Real Time Experience)에 대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스위칭 코스트를 만드는 데에 주효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필터링 기반 매칭 알고리즘 설계 전략
온디맨드 사용 경험 설계가 프론트엔드 UX 전략과 가깝다면, 알고리즘 기획은 사용 경험을 완성하는 백엔드 아키텍처에 가깝다. 수요/공급자의 구체 정보가 많을수록 매칭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수 있고, 이는 거래 전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공급 서비스에 대한 어뷰징 없는 리뷰와 구체 정보는 저품질 공급자들을 자연 이탈시키며 플랫폼의 품질을 선순환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위매치 다이사의 경우, 기성 이사 업체에서의 리뷰 어뷰징 관행에서 벗어나서 실제 이사를 한 직후에 얻은 사용자의 리뷰로 이사 업체의 등급을 매겨 고객들에게 데이터 기반 업체 추천을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매칭 수가 누적될수록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며 만족도와 재방문 의사 역시 같이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생기게 되었다.
큐레이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연관성이 있고 품질이 뛰어난 콘텐츠, 상품, 서비스를 생산자들로부터 끌어내어 소비자들과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의 역량이 개선된다. 강력한 큐레이션은 바람직한 행동을 격려하는 한편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저지하며, 결국 그런 행동의 싹을 잘라낸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활약하기 쉬운 시장은?
소매업, 출판업 등 기성 산업에서는 확장 가능하지 않은 게이트키퍼가 있는 산업, 중고차, 인테리어, 대출 등 극단적인 정보 비대칭으로 특징 지어진 산업, 의료 등 실패 비용이 높은 산업, 지역 생산자들의 상품·서비스 거래 비용이 높은 여행 등 고도로 분화된 산업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금융, 의식주, 교육 등 수많은 시장의 전 분야에서 플랫폼 BM을 통한 파괴적인 혁신이 예고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미 유니콘 대열에 올라선 국내 유수의 플랫폼들과 국내 성장성이 높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두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정부 규제와의 싸움, 기성 기업과의 출혈 경쟁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긴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한국에서 시작한 플랫폼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글로벌 거인들과 경쟁할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친다.
[김성윤/김미희] 강연과 영업, 에듀텍의 미래: 에듀테크
- 에듀테크 생태계의 변화/트랜드
- 현시점에서 업계의 한계와 극복 방안은?
- 어떻게 업계를 변화시켰가? 앞으로는?
- 비즈니스/IT 트렌드의 동향을 감지하고 변화를 미리 알고 싶은 분들
- 에듀테크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
- 스타트업이 특정 산업군을 어떻게 혁신하는지 배우고자 하는 분들
- 날짜: 5/27(월)
- 시간: PM 7:30~9:30
- 장소: 스파크플러스 강남점 16층 갤럭시홀
픗픗 아카데미와 스파크플러스가 공동 개최하는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