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보복: 동창회 살인 미수 사건
1991년,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다. 동창생 40명과 선생님 5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살인 미수 사건이었다. 범인인 남성은 스스로 간사를 맡아 12년 만에 동창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폭발물 3개와 치사량의 비소를 혼합한 맥주 21병을 준비했다. 중학생 시절 당한 이지메(집단 따돌림)에 대한 보복이었다.
범인은 범행 실행에 앞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범인은 이지메를 당한 중학 시절 이후로 자신의 모든 이력을 복수를 위해 쌓아 올렸다. 농업 고등학교 식품화학과 진학부터, 화학 시약을 취급하고 있는 기업 입사까지. 심지어 화학 관련 각종 면허도 취득했다.
누군가는 12년 전 일어난 왕따의 보복으로는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보복의 목표가 된 이들 중 억울한 이가 있지는 않을까? 어떤 직접적인 위해도 가하지 않은 자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집단 따돌림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이라면 알 것이다. 가해자는 주동자뿐이 아니다. 방관하고 있었던, 당신도 나의 가해자이다.
너도 구경해, 관객이 있어야 더 재미있으니까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제159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배웅불』은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도쿄에서 온 전학생인 아유무는 전학 온 첫날부터 학급의 중심인물이 아키라임을 단번에 눈치챈다. “여러 번 전학을 다녀서인지 아유무는 학급의 권력 관계를 잘 파악”한 것이다.
아이들은 도둑질, 심부름 등을 두고 ‘화투 내기’를 한다. 미노루는 내기에서 항상 패자가 되는 인물이자,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다. 주인공 아유무는 화투 내기가 아키라의 속임수로, 언제나 미노루를 패자로 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침묵한다. 때로는 자신이 패자가 아님에 안도하며.
따돌림의 대상인 미노루는 작은 산골 마을의 정육점 집 아들이다. 나머지 동급생은 대부분 겸업농가이다. 농가의 전망은 밝지 않고, 겸업농가의 아들들은 언젠가 마을을 떠나갈 가능성이 높다. 정육점 아들인 미노루는 다르다. 그는 정육점의 후계자로서 계속해서 마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를 저항할 수 없게 한다.
미노루는 계속되는 괴롭힘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황산 라벨이 붙은 가짜 설탕물을 뒤집어쓰고, 줄넘기 끈으로 목이 졸린 후에도 그저 곤란한 듯,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화투 내기는 계속된다. 괴롭힘은 점점 내기와 장난의 범주를 넘어선다.
폭력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으로 쓰러지는 미노루. 미노루는 마침내 폭발하고 만다. 언제부터 지녔던 것일까. 미노루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어 휘두른다. 아키라는 새 소리 같은 비명과 함께 아유무 쪽으로 돌진해 도망친다. 아유무를 향해 돌진한 것은 아키라뿐이 아니다. 돌연 미노루가 아유무를 덮친다. 아무래도 아키라로 착각한 것 같다. 아유무는 소리친다. “나는 아키라가 아니야!” 미노루는 부어오른 눈꺼풀 속에서 눈동자를 움직이며 말한다.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 받았었어!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 받았었어!
아유무는 ‘공정/공평’ 항목에서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것은 이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99쪽
아유무는 생각한다. “미노루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폭력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비웃지도 않은, 유일하게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반 친구였을지도 모른다”고. 더군다나 아유무는 음료수 내기에서 진 미노루가 가여워 남은 콜라를 내민 일도 있다.
그나마 놀아준 건 나야.
아유무는 자신이 표적이 된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 자신은 어쩔 수 없는 방관 상황에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방관자는 우연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방관은 선택이다. 『배웅불』에서 미노루의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 받았”다는 외침은 방관의 선택권자에게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일깨우는 경고음처럼 들린다.
방관자는 『배웅불』에만 있지 않다. 『배웅불』의 ‘집단 따돌림’은 생소하거나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다. 교실 또는 직장, 집단을 이룬 관계 내에 아슬아슬하게 축조된 권력 관계, 그리고 더 큰 힘과 권력을 가진 외부의 존재.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가해지는 폭력의 대물림은 우리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방관자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칼날은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그러나 방관자는 자신의 선택을 직시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1년 후든, 12년 후든. 비록 비소가 든 맥주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아유무는 왜 자신이 미노루의 표적이 되었는지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인가.
불 한 덩이를 굵게 그으며 떠내려가는 『배웅불』의 마지막 장면은 모든 독자를 소름 돋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불빛은 방관자들이 공유하는 은밀한 안광 같다. 불은 꺼지는가. 마침내 칼날은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방심하다가는 무시무시한 힘에 배신당할 것이다.
참고 문헌
- 『報道できない超異常殺人の真実』(竹書房文庫/犯罪心理追跡編/1997)
- 『明治・大正・昭和・平成 事件・犯罪大事典』(東京法経学院出版/事件・犯罪研究会編/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