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유럽여행을 꿈꾸는 가족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아이와 함께 유럽여행』 중 일부를 발췌·재구성한 글입니다.
‘방 있어요, 밥도 있어요!’
긴 여행에 지친 한국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한다는 컨셉의 tvN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데요,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다가 혹시 이런 궁금증이 생기진 않았나요?
산티아고의 순례길은 왜 유명해졌을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로, 세계인은 왜 그토록 산티아고를 찾는 걸까?
유럽 봉건제가 성립되고 크리스트교가 중세 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도 자아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여러 이유로 의미를 두고, 전 세계인들이 이 길을 걷는 의미를 찾아볼까요?
왜 순례길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인물이 있으니 바로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입니다. 직업은 어부였고, 예수가 처형된 뒤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까지 걸어왔다고 해요. 우리말로 ‘야고보’는 에스파냐어로 ‘산티아고(Santiago)’, 영어로는 ‘성 제임스(St. James)’, 프랑스어로는 ‘생 자크(Saint Jacques)’입니다.
마지막에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순교하지만, 열두 제자는 자신이 복음을 전파한 곳에 묻혀야 한다는 성 제롬(St. Jerome)의 말에 따라 그의 유해를 에스파냐로 옮겨 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야고보의 무덤을 찾아 경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길이 순례길이 된 것!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대성당을 비롯해 중세에 지은 많은 성당과 수도원, 교회, 그리고 대학 건물이 남아 있어요. 특히 1987년 파울루 코엘류의 《순례자》가 출간되고, 이곳이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죠.
중세인들에게 ‘순례’란 어떤 것이었을까?
중세에 ‘순례’는 당시 사람들의 문화와 정신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먼 길을 걷고 또 걸으면 사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고, 고행을 통해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어요.
가진 자나 가난한 자나 상관없이 누구나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고요. 당시 순례자들은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야고보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교회 입구에 있는 성인의 상에 입 맞추고 기도문을 외웠으며, 그다음에는 제단 뒤에 있는 조각상을 만지고 순례 확인증을 받았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은 조개껍데기! 사람들은 배낭에 조개껍데기를 매달고 걷습니다. 이는 야고보의 유해를 예루살렘에서 에스파냐까지 바닷길을 통해 옮긴 과정과 연관이 있는데요,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우연히 어떤 바닷가 쪽에서 결혼식이 치러졌는데 축하객들이 모여 말을 탄 상태에서 창을 던져 다시 받는 놀이를 했대요. 신랑 차례가 되어 말을 탄 채 창을 던졌는데 바닷가로 떨어졌고, 그것을 잡으려다 그만 신랑과 말이 바닷속에 빠졌어요. 바닷속으로 사라진 신랑과 말을 걱정하던 차에 그 옆을 지나던 야고보의 유해를 실은 배 옆에서 갑자기 신랑과 말이 무사히 떠올랐다고.
이때 신랑과 말이 온통 조개껍데기로 뒤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 이후로 사도들은 순례길의 상징을 조개껍데기로 정했고, 순례길에 오르는 여행자는 모두 조개껍데기를 지니도록 했다고 했어요. 지금도 순례길을 알리는 이정표와 애매한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조개껍데기와 화살표가 그려져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 길을 걸으며 무소유의 의미를 깨닫고 다른 사람의 아픔과 상처에 먼저 다가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물과 음식도 함께 나누어 먹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의 고민을 서슴없이 나누며 함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요. 우리도 인생을 살면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다고 생각될 때 이 길, 산티아고 순례길로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문: 여행 무작정 따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