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5주기에 부쳐
세월호 사고 5주기, 아직도 그 상흔은 채 아물지 않아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잊어야 한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슬퍼하고 있을 순 없지 않냐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그리 말하는 작자들이 되려 상처를 헤집고 고통을 상기시키며 도저히 세월호를 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자유한국당의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이자 전 국회의원인 차명진은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쳐 먹는다”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 먹었다” “좌빨들에게 세뇌당해서 그런지 남 탓으로 자기 죄의식을 털고 있다”는 등, 사람이라면 차마 할 수 없을 망언들을 쏟아냈습니다.
같은 자유한국당의 정진석 의원은, 솔직히 죄질을 따지자면 차명석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그는 SNS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오늘 아침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 하세요” “징글징글해요” 란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야비합니다. 패륜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자신은 받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라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 패륜은 몇 단계를 거친다 해서 덜 더러워지거나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제가 자유한국당이 미워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의 발언만을 인용한 것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만큼 세월호 사고를 이렇게 비윤리적으로, 인간 된 도리와 생명권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오직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져 접근하는 집단이 정말이지 없습니다.
물론 극우단체나 극우 정당들도 있기야 있습니다만, 자유한국당은 우리 대한민국, 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제1 야당이며 보수의 수호자를 자칭하면서 이런 패륜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와 정치적 의도
누군가는 그렇게 말합니다. 5년이나 되었으면 놓아줘야 하지 않냐고, 이렇게까지 세월호를 거론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자유한국당의 한기호 당협위원장(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비판하는 것은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의 짓으로,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하고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언제 그랬냐고요? 4월 20일에 그랬습니다. 아직 4월 16일밖에 안 됐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맞습니다. 2019년 4월 20일이 아닙니다. 2014년 4월 20일에 그랬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5일이 채 지나지 않은 날에 그랬습니다.
정몽준 의원의 아들이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하다는 발언을 한 건 사고 이틀 후인 4월 18일이었습니다. 지만원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라 말한 것은 22일의 일이었죠. 송영선은 4월 23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꼭 불행만은 아니”며 “국가적인 공부”라 말했고요.
5월에는 합동분향소에서 한 노인이 “정부가 뭘 잘못했냐”며 유가족들을 자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또 물의를 일으켰고. 전광훈 목사는 세월호 사고를 좌파, 종북이 좋아한다며, 추도식을 집구석에서 해야 한다고 발언했고요.
세월호 사고가 있고 한 달 남짓 동안,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과 보수로부터 나온 망언들이 대략 이렇습니다. 대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누구입니까.
‘지겹다’라고요?
1년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식들의 억울한 죽음을 이용하여 현 정부를 정치적으로 음해하려는 세력과 결탁함으로 국민적 추모의 순수성을 훼손하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심지어 종교계에서, 굳이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한 고양시의회 의원은 세월호, 5.18 등을 두고 “나라가 빨갱이 보상으로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란 메시지를 보냅니다. 역시 새누리당입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구성되지만,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노골적인 보이콧으로 제대로 돌아가질 못합니다.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지는 세월호 특조위를 두고 ‘편향성’ ‘의도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온라인 극우 언론은 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극우의 목소리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점점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해경 청문회에서는 “아이들이 철이 없어 탈출을 못 했다”는 망언이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를 “물에 빠뜨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포스텍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학생들이 생각하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2주기도 되기 전입니다. 이쯤 되면 그 무신경함이 무섭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비하하거나 희생자들을 폄하하고, 사고의 책임 소재를 따져 물으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종북 등 일부 세력의 모략으로 치부하는 주장들… 이건 새로 나타난 게 아닙니다. 심지어 세월호가 가라앉은 그날부터 존재했고, 1주기, 2주기, 3주기, 4주기, 그리고 이제 5주기가 되어서까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체 뭐가 ‘지겨운’ 겁니까? 희생에 슬퍼하고 이처럼 참담한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따져 묻는 목소리가 지겨운 겁니까? 아니면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모함하고, 사고의 원인을 따져 묻는 것이 좌파와 종북의 음모라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겨운 겁니까? 저는 감히 말하건대, 이것은 인간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라면… 이러면 정말 안 됩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자는 목소리가 그렇게 지겨우신가요? 그럼 그 모든 모욕을, 망언을 5년 동안 끊임없이 들어온 유가족들의 심정은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요? 우리의 ‘지겨움’이 그 유가족들의 절실한 고통과 슬픔보다 중요할까요? 왜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해야 하는 걸까요?
누가 세월호의 상처를 헤집고 있습니까? 누가 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피와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습니까? ‘지겹다’고 말하는 그 목소리가 바로 세월호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건으로 만드는 원인입니다. 5년 동안 계속 상처를 쑤시고 후벼 파면서 ‘지겹다’고 말하는 그 보수란 이들의 만행이 말입니다.
원문: 임예인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