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요즘도 퀀트 알고리즘 짜느라고 정신이 없으십니까?
이우근(헤이비트 시스트레이더): 취미죠. 제게 퀀트 투자는 게임이랑 비슷해요. 규칙을 짜다 보면 대다수는 손실을 보지만, 때로 어떤 규칙은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그런 재미로 하는 거죠.
리: 어쩌다 그 세계에 입문하신 거예요?
이우근: 2008년도에요. 2005년 시장에 펀드 광풍이 불었어요. 이때는 주식 안 하면 완전 바보 되는 시절이었죠. 얼마 안 되는 월급을 털어서 넣었더니, 2007년까지 수익률이 엄청난 거예요. 그래서 계속 넣었더니, 2008년에 완전히 박살 났죠.
리: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때는 월급이 얼마 안 될 때였겠군요.
이우근: 인생이 뭐 어떻게 될 정도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한 연봉 정도 날린 것 같아요. 억 단위로 날리는 사람들에 비하면 별 건 아닌데, 어쨌거나 그 당시 저에겐 큰돈이었죠. 그때 미래에셋 인사이트에도 넣고… 많이 벌 때는 하루에 2~3백씩 계속 벌기도 했어요. 당시 잘될 때는 하루에 지수가 2~3%씩 올랐으니까… 정말 어마어마한 시대였어요.
리: 아, 나는 주식의 천재구나… 생각 들고…
이우근: 그땐 그랬죠. 진짜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생각인데… ‘왜 난 늦게까지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해야 할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하고 그랬죠. 근데 이제 와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봤을 때 시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겪지 않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깨져보고 반성하고 공부해야지, 잠깐의 운으로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에요.
리: 외려 초반에 너무 운이 좋으면, 크게 다치는 경우도 많죠.
이우근: 네 맞아요. 보통 그렇게 손실 보면, 손 떼자 생각을 하는데… 오기 같은 게 있어요. 돈이야 사실, 그 당시에는 큰돈이었지만 긴 인생에선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근데 계속 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던 게 너무 답답하고 억울한 거야, 이게… 너무 의미 없이 날린 것 같아서, 꼭 돈을 벌어야 한다기보다는, 수익을 내는 길을 너무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강의도 들어보고, 투자도 해보고… 제대로 시작한 게 2008년 정도였죠.
리: 정말 장이 다 망한 2008년 때 공부를…
이우근: 음, 오히려 홀가분하게 공부할 수가 있었죠. 저는 장기 가치 투자보다는 트레이딩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중장기 쪽이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고, 자산 배분 투자에 관심이 있었죠. 지금도 주식, 채권 등의 자산 배분에는 관심이 많아요.
리: 주로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우근: 굉장히 간단한 거예요. 가장 쉬운 자산 배분은 주식, 현금, 채권을 그냥 1/3씩 나누면 돼요. 그렇게 적립식으로 장기적으로 투자해도, 아마 상위 5% 안의 투자자에 들 거라고 확신합니다.
리: 현금이 꼭 필요한가요. 어차피 채권이 내리막에 방어해주니, 주식과 채권을 5:5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우근: 맞아요. 현금이 있으면 오히려 수익률은 조금 떨어지죠. 하지만 살면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요. 또 어쩌다가 주식이랑 채권이 같이 빠지는 구간이 있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지만, 그 구간이 오면 스트레스가 엄청나죠. 그래서 저는 꼭 현금을 가져가시길 추천합니다.
리: 처음으로 공부할 때 좀 감동한 책이 있습니까?
이우근: 여러 책이 있죠. 저는 아무래도 기술적인 트레이딩 쪽에 관심이 있으니까 터틀 트레이딩 쪽을 관심 있게 봤죠. 근데 바로 트레이딩에 응용하기 쉽지는 않아요. 터틀이 결국 추세 추종 방식이에요. 이게 현재도 유효하긴 한데, 그게 참 사람으로서 할 방식이 아니거든요. 왜냐면 추세 추종 승률은 30% 정도에 불과해요. 10번 매매하면 7번은 깨진다는 거죠. 한두 번 큰 추세로 그 손실을 다 만회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런 큰 추세가 언제 날지 몰라요. 굉장히 심리적으로 힘들고 피곤한 투자 방식이죠.
리: 그 추세 추종이라는 것도 텀을 얼마로 두느냐에 따라 완전 다르지 않나요? 몇 분이냐, 몇 시간이냐, 며칠이냐…
이우근: 맞아요. 근데 어쨌거나 승률이 낮고 잃을 때 손해가 크다면, 그 본질적인 속성은 변하지 않아요. 이게 투자자를 굉장히 힘들게 하는 거죠.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추세 추종을 해도 자산 배분 형태로 추세 추종을 하는 거죠. 추세 추종을 하되, 주식이랑 채권을 포트폴리오로 묶어서 하는 거죠. 그러면 한 자산이 추세 추종을 하다가 떨어질 때, 다른 자산이 어느 정도 커버해주거든요. 그래서 좀 수익 곡선이 스무스해지는 거죠.
리: 보통 연 목표 수익률이 어느 정도세요?
이우근: 저는 자산 배분 투자를 섞으니 8% 정도를 목표로 해요. 실제로도 그 정도 나고요. 하지만 아직 이 방식의 제 투자 레코드가 그리 길진 않아요. 왜냐면 자산 배분 투자가 가능하게 된 게, 진짜 몇 년 안 돼요. 채권형 ETF가 나온 지가 한 5년 됐나? 10년 장기 채권은 그보다 더 짧고요. 최근 몇 년 사이에 겨우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거죠. 물론 백테스트 상으로는 충분히 유효하게 나오고, 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안 되는 이유: 관심이 없고, 생각하지 않고, 검증하지 않는 사람들
리: 보통 트레이딩이라고 하면 수익률 이야기 많이 하는데, 오히려 되게 안전을 강조하시네요.
이우근: 예. 단기 트레이딩은 좀 다르긴 하죠. 3일 내외로 하는 스윙 트레이딩도 있지만,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딱 하루 오버나이트 하는 방법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다 주식을 장중에 매매하려고 하잖아요? 근데 통계적으로 일 단위 코스닥 지수를 분석해보면 코스닥은 80% 이상이 음봉이예요. 장중에 매매하면 대부분 손실을 본다는 거죠. 그런데 근데 많은 단타쟁이들이 장중에 매매해서 수익 내고, 깔끔하게 매매를 마무리 짓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밤사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리: 되게 신기하네요? 그러면 오후 3시 장 마감 땡 하면 코스닥 지수가 당일 시가보다 하락해 있을 확률이 80%에 가깝다고요?
이우근: 네. 정말 놀랍죠? 그러면 역발상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코스닥 인버스 ETF를 쓸 수 있겠죠. 인버스는 떨어져야 수익이 나는 거니까. 모의고사가 갑자기 어려워지면, 물론 성적이 오르는 친구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다 떨어지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예요. 근데, 내가 당일에 오르는 종목만 귀신같이 찾아낼 방법은 없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 인버스를 매일 오전에 사서 마감 전에 판다?
이우근: 간단하게는 그런 방법도 있지요. 근데 인버스를 딱 처음 시가에 사서 파는 건 너무 무식하잖아요. 오르는 날도 있는데… 그래서 어떤 식으로 하냐면, 일단 장이 열린 후 변동성을 보고 사는 방법도 있죠. 또 희한한 게 뭐냐면, 역으로 오버나잇 스윙, 종가에 사가서 다음 날 시가에 팔면, 수익 날 확률이 80%가 넘어요.
리: 참 세상엔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군요. 그런 거 발견은 어떻게 하셨어요?
이우근: 매매하다 보니 느껴지는 거예요. 장중에 아무리 매매를 해도 계속 손실이 나잖아요? 근데 다음 날 장 초반이 되면 항상 올라 있어… 이건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모든 투자자가 다 느꼈을 거예요.
리: 그렇네요? 오전 장 보니까 신나서 더 사자… 그러다 보니까 또 떨어져 있고.
이우근: 어떻게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쟁이 심하면 먹을 게 없잖아요. 데이트레이더들이 다 똑같이 아침에 불을 켜고, 어제 난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불을 켜고 달려들어요. 그때는 경쟁이 치열해서 먹을 게 없어요. 근데 평균적으로 거래량이 저점을 찍을 때가 언젠 줄 알아요? 딱 12시 반이에요.
리: 밥 먹으러 가서 이제 거래가 없는 거예요?
이우근: 맞아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 굉장히 상식적인 거예요. 오히려 그게 알파의 소스가 되는 거죠.
리: 그냥 수학으로 혹은 알고리즘으로 잘 짜는 것보다 일상에서의 경험에서 얻는 인사이트들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우근: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착각하는 게, 온갖 복잡한 기술적 지표 같은 거를 막 무슨 수학적인 식으로 결합해서 커브를 뽑는다 생각해요. 근데 아니에요. 오히려 의미 없는 노이즈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과최적화라 그러죠, 인위적으로 끼워 맞춘 거죠. 과거의 데이터만 가지고 보면 얼마든지 끼워 맞출 수 있는 거죠.
리: 원리로 설명을 못 해도 돌아가는 것들은 굉장히 많잖아요.
이우근: 자연계에는 만유인력의 법칙 같은 일반적인 규칙성이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금융시장에는 그런 걸 찾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규칙성이란 사소하더라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는 거잖아요? 그런 걸 찾아내야 해요. 요즘 인공지능 펀드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 그런 곳에서도 무식하게 의미 없는 모델을 만들어서 돌리진 않아요. 다 생각을 하고 원리를 찾아 나가고 조합하죠. 결국 가설을 세우고 백테스트를 통해서 검증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어요.
리: 다시 돌아가서… 금융시장에 비효율성이 많이 존재하는데, 그 똑똑한 사람들이 그걸 해킹하듯 벗겨내잖아요? 그런데도 왜 같은 공식이 계속 통하는 걸까요?
이우근: 비효율성이 줄어들긴 하는데, 시장은 항상 95%의 새로운 호구들로 채워지거든요? 시장의 95%는 아무 생각, 주관이나 철학이나 원칙 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호구들이 유입되고, 알파를 찾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죠. 제가 항상 비유하는 게 ‘시중에 좋은 문제집들이 많이 있는데 왜 다 서울대를 못 가냐’ 그런 거랑 마찬가지 원리라고 보면 돼요. 좋은 투자전략이 다 알려졌지만 절대다수의 투자자는 공부를 안 하고 관심도 없는 거죠.
리: 공부하는 게 힘들죠… 의사 선생님은 워낙 공부 잘해서 모르시겠지만…
이우근: 그러니까 알파 같은 것도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노력해서 뭔가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결실을 얻는 거고, 별 생각 없이 쉽게 그걸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항상 돈을 잃죠. 저는 알파가 영원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게 쉽사리 그렇게 확 없어지지도 않을 거라 생각해요. 투자해서 수익이 나는 그런 기본 원리는 불변하는 것도 많이 있거든요. 추세, 추세 반전의 원리, 거래량이나 변동성의 원리… 이런 건 투자자들의 대중적인 심리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 거죠.
리: 일반인들이 차트 책을 보고 따라 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우근: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트나 기술적 분석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차트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다 던지고 장을 정리하는 종가에 사서 다음 날 시가에 무식하게 팔아버리면 수익이 날 확률이 80%가 넘죠. 근데 사람들이 왜 못할까? 첫 번째는 관심이 없고, 두 번째는 생각을 안 하고, 세 번째는 검증을 안 해요.
리: 팩폭 지리네요…
이우근: 출근길에 전날 산 주식 올라 있는 걸 안 느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오르다가 점심시간에 또 떨어지는 것도 여러 차례 느꼈을 거예요. 이거를 한두 달도 아니고 몇 년 당했으면,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어야죠. ‘어, 좀 이상한데… 왜 항상 아침에는 오를까? 그럼 데이터를 한 번 분석해 볼까?’, 이렇게 통계를 내보면 백테스트를 통해 검증이 되겠죠. 그런데 여기서 딱 진입장벽이 생기는 거예요. 막연하게 차트를 보느냐, 아니면 검증까지 가느냐…
리: 보통 뭐 이평선이 크로스할 때, 그런 얘기 하잖아요.
이우근: 지나간 차트를 보면 대충 감은 오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검증입니다. 요새는 뉴지스탁 같은 좋은 백테스트 툴도 많아요. 뉴지스탁은 우리나라 시스템 트레이딩에 큰 획을 그은 툴이죠. 이런 걸 잘 쓰는 분들은 검증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간을 발견하는 거죠. 예전에야 툴도 없고 프로그래밍도 힘드니, 소수의 진짜 능력자만 쓸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인터넷 검색만 해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데.
리: 데이터 만지는 거에 좀 재미를 느끼는 게 되게 중요하긴 하겠네요.
이우근: 그렇죠. 이런 트레이딩 전략을 짜는 것도, 이 자체에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죠. 팔자에 없는 프로그래밍 공부해야 하지, 백테스팅 툴 익혀야 하지, 구글링해가며 논문도 봐야 하지, 그러면 영어도 할 줄 알아야 하지… 저도 대학교 때 통계학 엄청 싫어했거든요? 그랬는데 퀀트에 관심이 생기니 결국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러지 못하니 알파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거죠.
리: 근데 시장에 기관 비중이 굉장히 높잖아요? 기관에 똑똑한 놈들이 다 있을 텐데, 왜 이런 투자가 통하는 걸까요?
이우근: 요즘 시대에는 기관이랑 개인 투자자들의 차이가 좀 많이 없어진 시대예요. 기관 투자자들이 실력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고, 예전에는 소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정보나 데이터를 독점했어요. 근데 요즘은 개인도 틱 단위 데이터까지 HTS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죠. 기관 투자자들이 쓰는 데이터베이스도 유료이긴 하지만, 돈 내면 얼마든지 쓸 수 있고요. 그냥 본인이 코딩할 수 있는가,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가의 문제죠.
리: 투자하실 때 개별 종목을 사시는 케이스도 혹시 있나요?
이우근: 저 같은 경우에는 개별 종목을 투자하는 게 종가 배팅을 많이 합니다. 종가에 사가지고 시가에 팔아치우는 거죠. 쉽게 말해 장 마감할 때 코스닥에서 거래 대금 제일 많이 터지고 사람들이 많이 욕하는 급등주 있잖아요. 10%~20% 막 오르고 거래되는 장대양봉 걸린 주식들. 그게 어쨌거나 장 마감할 때 상승의 에너지가 가장 강하다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오늘 10% 장대음봉을 맞은 애를 사는 게 다음 날 수익이 높을까요, 시뻘건 불기둥인 애가 수익이 높을까요?
리: 우리나라 개잡주 시장에서는 오른 놈이 더 오를 것 같긴 하네요.
이우근: 맞아요. 당연히 오른 종목들이 더 오릅니다. 아직까지 상승 에너지가 남아 있고 사람들이 사려고 달려드는 종목이니까요. 백테스팅 해보면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죠. 이런 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주가가 비싼 100만 원짜리 주식이 많이 오를까요, 1,000원짜리 주식이 많이 오를까요?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면 테스트를 해보는 거죠. 당연히 싼 주식이 오를 확률이 현저히 높죠.
리: 보통 백테스트는 어떻게 하세요?
이우근: 정교한 아웃소싱은 제가 만든 텔레그램 방에서 능력이 되는 분들께 맡겨요. 그런 분들은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니까. 저도 강의하면서 큰 도움을 얻었어요. 서로 도움을 얻으니까요. 그렇게 서로 계속 모델을 정교화하죠.
리: 그렇게 발견해서 그 전략을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전략이 안 먹은 적도 있나요?
이우근: 있죠. 저는 단톡방에서 만든 전략을 다 공개해요. 근데 그 방에 500명이 넘으니까, 다들 2,000만 원 정도 투자해도 2,000만 원에 500명이면 100억이잖아요. 똑같은 전략으로 투자하면, 알파가 없어질 수밖에 없겠죠. 특히 단기 트레이딩 전략은 대부분 소형주이기 때문에 훨씬 더 민감하죠. 그러면 오픈하자마자 워킹하지 않는 구간이 실제로 나타나요. 아이러니한 게 뭐냐면 그중 사람들이 지쳐 나가떨어지기 시작하면 또다시 그 전략이 살아나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균형상태로 돌아온 것 같아요. 수강생들이 다 자기만의 전략으로 변형하면서 자신만의 전략을 만들어내죠.
리: 지금까지 몇 개 정도 만들어 보신 것 같아요?
이우근: 전략이요? 뭐 셀 수도 없지만, 큰 카테고리만 잡아보면 4가지인 것 같아요. 장 초반에 떨어질 때 사서 다음 날 파는 거. 보통 전날 종가 대비 2% 정도 빠졌을 때 사요. 급등한 다음 날은 시세 차익 시장에 매물이 떨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조정받을 때 싸게 사고 다음 날 아침에 파는 거예요. 다음 전략은 반대로, 어제나 오늘 주가가 급락하는 종목을 사는 거죠.
리: 오.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우근: 약간 드로우다운이 크긴 한데 그래도 이상하게 수익이 나와요. 역발상이죠. 이게 승률 자체는 높아요. 10번에 7번은 이겨요. 대신 한 번 손실 볼 때 대박으로 잃죠. 근데 이게 추세 추종보다는 심리적으로 더 편해요. 세 번째 전략은 장 초반 급락할 때 사서 당일에 파는 전략이죠. 이것도 위험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아요. 천천히 빠지는 종목이 위험할까요,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빠지는 종목이 위험할까요?
리: 일반적으론 급락하는 걸 위험하다 생각하겠죠.
이우근: 다들 그렇게 여기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반대죠. 장 초반에 엄청나게 빨리 한 5분 내에 엄청나게 급락을 하는 종목 같은 경우에는, 나머지 동안 반등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반등 구간이 많이 나와요. 근데 시작할 때 높게 시작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애들은 끝날 때까지 계속 떨어지죠.
리: 와……
이우근: 그런 것들이 다 어떻게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알파라는 게 수익이 나는 원리가 대중들이 생각하는 심리와 정반대라는 걸 알 수가 있죠. 근데 이걸 데이터로 검증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뭐 하려고 종가에 사서 시가에 팔아? 오버나이트 리스크를 피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검증하지 않죠. 그런데 검증해보면 대중의 생각은 사실과 반대에요.
리: 굉장히 작은 실험실 같은 느낌이군요. 지금 의사 연봉보다 더 줄 테니, 투자 업계 오라고 하면 가겠습니까?
이우근: 안 가죠. 저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좀 채권 같은 거예요. 굉장히 건전한 채권이고, 나쁘지 않은 수익까지 주죠. 사람이 아픈 이상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니까. 반면 투자업계는 완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변동성이 큰 주식이죠.
리: 인생 전체를 투자 관점에서 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이우근: 굉장히 얘기를 잘하셨는데, 제가 투자하다가 인생을 많이 배웠어요. 우리 인생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임을 많이 느껴요. 워런 버핏이 손실을 줄이는 게 투자의 철칙이라 했는데, 투자를 공부하며 인생의 방향도 자연히 그런 쪽으로 가더라고요. 게다가 어느 분야든지 그게 자기 업이 돼버리면 스트레스받잖아요. 또 투자 스트레스 덜 받아야 일도 잘할 수 있고.
리: 덕업일치가 되면 힘들죠.
이우근: 그리고 투자를 공부하면 겸손해져요. 지금 제가 만든 어떤 알고리즘이 잘 동작하지만 또 언제든지 잘 동작하지 않을 수 있어요. 시장이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세상에 공짜가 없어요. 끝없이 유지보수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덕질로 만족하려고 해요.
리: 덕질… 하니 떠오르는 게, 백테스트는 처음에 뭐로 하셨어요?
이우근: 어설프지만 증권사 제공 툴로도 돼요. 느리지만 엑셀로도 가능하고요. 저는 주로 파이썬, R로 했지요. 백테스트하려다 보니 배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다만 공부하는 방법은 중요한데, 백과사전 같은 책으로 공부하면 안 돼요. 얇고 간단한 책으로 기본적인 것만 빨리 훑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가며 부딪혀보는 거죠. 그게 가장 빨리 배우는 길이에요.
리: 그렇게 백테스트 가능할 때까지 얼마나 걸리셨나요?
이우근: 말씀드리기 애매한 게, 허접한 거야 금방 만들죠. 여기서부터 내 실력이 얼마나 늘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백테스트를 못하다가 갑자기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작정하고 마음먹으면 두세 달이면 완전 초보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일단 엑셀은 할 줄 알아야 해요. 어느 정도 주식 관련 통계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달까, 예로 3개월 전 주가와 현재 비교하는 등의 간단한 백테스팅은 할 수 있어야겠죠.
리: 덕질이란 참 놀랍군요.
이우근: 덕업일치라고 하는데, 전 반대로 덕질을 일에 적용했어요. 논문 쓸 때, 자료 정리할 때, 병원 통계 낼 때… 그때 백테스팅하며 배운 지식들을 써먹었죠. 엑셀로 하면 노가다 심한데 이걸 좀 코딩으로 한 번에 처리하죠. 한 번 R로 스크립트 짜놓으면 클릭 몇 번에 다 처리 가능하니. 요즘은 파이썬이 인기인데, 순수하게 데이터 분석 목적으로 쓴다면 R이 더 좋은 것 같긴 해요 R은 라이브러리가 편하게 만들어져 있거든요.
단기투자, 장기투자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어야 한다
리: 헤이비트에서는 암호화폐로 퀀트 전략을 만드는 거로 아는데 어떠세요?
이우근: 암호화폐 단기 트레이딩 전략을 짜죠. 암호화폐는 움직임의 특성상, 장기 추세 추종을 하기 좀 어려운 면이 있기는 해요. 장이 굉장히 좋았을 때 추세 추종했다면 어마어마하게 벌었겠죠. 그런데 이후 장이 계속 안 좋잖아요. 이때 장기 추세 추종하면 그야말로 쪽박 찼겠죠. 하지만 단기 트레이딩 전략은 짧게 짧게 부분적으로 먹을 수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하락장에서도 부분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 있어요.
리: 근데 암호화폐처럼 역사적인 길이가 짧으면, 그 백테스트의 의미가 좀 힘들어지지 않나요?
이우근: 그런 면이 없진 않죠. 하지만 내가 투자하는 시계를 어느 정도로 짧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예를 들어서 20일 이평선, 60일 이평선을 돌파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기본 보유 기간이 최소 한달에서 몇 달이 돼요. 그러면 5년 해봐야 10번, 20번밖에 투자 데이터가 안 모여요. 근데 하루만 보유하는 데이 트레이딩 전략으로 보면 5년만 해도 N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요.
리: 또 한가지 궁금한 게, 암호화폐는 지난 번 미친 상승장, 하락장처럼 이레귤러 구간이 너무 심한 왜곡을 주지 않나요? 이것도 데이터에 들어가야 하나요?
이우근: 다 넣어야죠. 그런 것도 시장의 일부이자, 그게 시장의 본질적인 속성이에요. 혹자는 버블이 생기면 ‘아, 저건 비정상적인 거야’라고 규정을 짓잖아요? 근데 트레이더 입장에서 보면 이래요. ‘그게 무슨 비정상이냐? 정상적인 시장의 속성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니네들이 더 이상한 거다’라고. 변동성을 이용해서 트레이딩하는 사람들에겐 수익을 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에요. 큰 버블이 터지면 추세 트레이더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죠.
리: 그래서 요즘 암호화폐 트레이더는 요즘 재미없어 하더라고요. 장의 흔들림이 적다고.
이우근: 단기 트레이딩은 무조건 변동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은 암호화폐 시장이 거래량도 너무 죽고 변동성도 너무 작아져서 힘들 때가 됐죠.
리: 본인이 만든 전략을 통한 헤이비트의 암호화폐 수익률은 얼마나 나왔나요?
이우근: 장기 백테스트에서는 연 50% 정도 나왔고, 최대 손실 폭은 마이너스 6~7% 정도 나왔어요. 그리고 실제로는 1년 좀 넘게 돌렸는데, 수익률은 2~3% 정도일 거예요. 그런데 최근 1년 동안 암호화폐 시장이 그야말로 개박살이었잖아요. 50~60% 정도 떨어졌으니까요. 그런 구간에서 2~3% 수익을 봤다면, 시장을 말도 안 되게 이긴 거죠. 애초에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수익을 잘 내기보다는 엄청나게 빠질 때, 일단 장에 안 들어가도록 로직을 설계했어요. 죽 빠지다가 위로 탁 튀어줄 때, 잠깐 먹고 빠지는 거죠. 소위 말하는 변동성 돌파 전략이에요.
리: 어마어마하군요… 이 원리는 코스닥이나 코스피에도 먹히는 건가요?
이우근: 코스닥에는 잘 먹히고요, 코스피에서는 그렇게 잘 먹히진 않아요. 시장마다 각자 특성이 있는데 코스피는 양방향 매매가 가능한 선물이 잘 돼 있어서, 조금만 올라가도 또 찍어내리는 애들과 피터지게 싸워요. 또 아무래도 코스닥보다는 코스피가 변동성이 적잖아요. 변동성 돌파 전략은 변동성이 큰 자산군에 잘 적용되는데 그게 코스닥이나 암호화폐 같은 거죠.
리: 그럼 암호화폐도 직접 투자 좀 하나요?
이우근: 암호화폐는 로직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해서 헤이비트를 통해 투자할 예정입니다.
리: 정말 극도로 보수적으로 투자하시는군요.
이우근: 그… 사람들이 장기투자가 보수적이라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제 생각은 완전히 달라요. 단기로 갈 수록 훨씬 보수적이죠. 물론 개념없이 그냥 몰빵하고 그러면 문제죠. 하지만 딱딱 손절하며, 자금 관리,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수익이 나는 작은 반경 내에서만 딱딱 들어가서 먹고 빠지는, 이런 게 의미 있는 단기투자거든요. 예를 들어서 코스피가 한 10%, 20% 빠질 때 안 들어가고, 떨어져도 한 1~2% 선에서 손절 탁탁 치고 나오죠. 수익은 하루 단위로 굉장히 적지만, 조금씩 누적되죠. 장기투자보다 더 보수적인 투자 아닌가요.
리: 오히려 어떻게 보면 장기투자보다 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거네요.
이우근: 그렇죠. 훨씬 더 철저해야하죠. 그래서 장기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커다란 움직임에서 버티면 딱 그 차익만 먹는 거지만, 단기투자는 작은 알파 구간을 하나하나 다 먹으니까요. 물론 연 100%수익률을 복리로 계속 올리는 건 유동성 문제로 불가능하죠, 하지만 수천만 원 단위에서는 장기투자보다 훨씬 효율적이죠.
리: 보통 그 고수익률을 올리는 구간을 10억 언더로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우근: 예, 맞아요. 10억 정도면 좀 크게 잡은 거고, 제가 봤을 때는 그래도 한 2~3억 정도? 유동성 큰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여러 가지 달라지겠지만… 근데 솔직히 개인 투자자가 2~3억 정도로 트레이딩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거든요.
리: 극히 드물죠. 어차피 부동산도 하나쯤 잡혀있고,
이우근: 네. 어차피 짤짤이예요, 짤짤이. 근데 이것도 수천만 원 단위에서 한 달에 10% 정도씩 수익을 낼 수 있으면 그것도 대단한 거잖아요? 어지간한 월급 레벨인데. 그러니까 장기 투자자들이 ‘니네들 짤짤이에 불과하다’ ‘복리도 수익도 못 내는’ 그런 건 그냥 시기 어린 질투라고 봅니다. 장기건 단기건 둘 다 의미 있는 기법이에요. 짤짤이로 돈을 조금씩이라도 벌고, 그거를 장기 투자에 넣어서 불리면 되는 거고, 그런 거죠.
리: 어떻게 보면 결국 병행하게 되네요.
이우근: 병행하죠. 이것도 일종의 분산투자거든요. 모든 게 다 분산투자예요. 암호화폐도, 장기투자, 가치투자, 모멘텀투자, 상관관계가 낮은 건, 분산 투자, 리밸런싱과 유사하죠. 그렇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신 스트레스는 장기투자보다 훨씬 더 심할 수 있어요. ‘그토록 보수적이고 매일 수익을 내는데 왜 더 스트레스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장이 안 좋을 때는 매매를 안 하고 그걸 또 참아야 하거든요. 그것도 인내력이죠. 장기투자같은 경우는 오늘 내일 수익이 안 나도 어차피 일희일비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라도 알파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봐요.
리: 닝겐의 본성이 있는 한…
이우근: 인간의 본성도 있고, 굉장히 자기 규율과 원칙과의 싸움이거든요. 운동선수들이 홈런 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보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 피땀 흘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이런 건 보이지 않잖아요. 엄청난 수익 곡선은, 수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원칙을 지킨 노력의 산물인 거죠.
시장을 계속 관찰하는 이유: 단순하고 명쾌한 로직, 그것을 찾아내라
리: 강의에서는 뭐 어떤 이야기 하시나요?
이우근: 단기 트레이딩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을 좀 깨주고 싶어요. 마치 트레이딩은 나쁜 짓이고, 우량주 장기투자는 선한 거라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암호화폐, 코스닥 잡주, 단타, 데이트레이딩 하면 불건전한 도박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투자는 철저하게 가치중립적이라고 봐요. 투자와 투기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봐요. 물론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된다면 문제겠지만, 사실 삼성전자에 투자하든 잡주에 투자하든 똑같은 도박의 속성이라고 봅니다.
리: 생각해보면 도박이랑도 비슷한 게, 돈 잃는 사람은 실력도 없지만 운영 원칙이 없잖아요. 심리에 휘둘리고. 자기 관리도 전혀 안 되고.
이우근: 네, 프로 도박사들은 수학자예요. 확률 계산 다 하고 거기에 따라 배팅 규모도 캘리 비율 구해서 하죠. 그냥 감으로 때리고, 영화 〈타짜〉처럼 밑장 빼고,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죠. 제가 하는 단기 트레이딩 전략 만드는 사람도 다 데이터 기반이죠. 거기에 근거해 베팅하는 거고.
리: 엄청난 프로들이 위에서 돈을 다 먹고, 호구 중 잘난 호구가 돈 버는 점도 비슷하네요.
이우근: 그렇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계속 관찰하고 분석하고 통계적인 속성을 찾아내야 하죠. 찾아냈다면 또, 우연히 찾아낸 건지 진짜로 의미가 있는 건지 알려면, 그 로직이 명쾌해야 하죠. 브렌트 펜폴드가 『주식투자 절대원칙』에서 맥도날드 테스트를 이야기해요. 투자 로직이 진짜로 유용한지 과최적화인지 알기 위해서는, 맥도날드를 자기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을 정도 된 10살 아이에게도 로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약간 과장된 면도 있지만, 그 정도로 단순하고 명쾌한 로직이어야 한다는 거죠.
리: 굉장히 과장된 것 같은데요.
이우근: 네, 심하게 과장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핵심은 단순 명쾌하고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자면 이런 거 있잖아요. 코스피 지수가 27이평선을 뚫고, RSI 값이 37.2고… 그럴 때 2.3% 수익을 내고 팔아야 한다, 이런 거는 굉장히 작위적이고 인위적이잖아요. 실제로 수익이 나는 전략들을 찾아보다 보면 굉장히 단순한 지표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가 꽤 많이 있어요. 종가에 사서 다음 날 오전에 팔라는 거, 얼마나 명쾌해요?
리: 너무 명쾌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죠.
이우근: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면, 시가가 음봉에서 양봉으로 바뀌는 시점, 아니면 전일 종가 대비 상승이냐 하락이냐, 이런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지표들이잖아요? 근데 그런 게 효과가 제일 좋아요.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투자자들의 심리가 직접적으로 제일 많이 좌우되는 건, 투자자들이 무슨 복잡한 지표값, 뭐가 뭐고 무슨 값이 몇 점 몇이 됐으며, 이런 걸 다 바라보지 않는다는 거죠.
리: 일단 눈이 가는 거, 벌었냐 잃었냐겠네요.
이우근: 맞아요. HTS나 네이버 증권 딱 켰을 때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그거에 따라서 확 심리가 좌우돼요. 그리고 어제 주가 대비해서 지금 오르냐 내리냐, 이것도 중요하죠. 100원이라도 벌면 기분이 좋아지고, 100원이라도 내리면 기분이 더러워지고… 그렇기때문에 테스트 해보면, 그런 게 다른 복잡한 지표보다 유의미하고 훨씬 뚜렷한 수익률로 연결돼요. 괜찮은 걸 찾고 찾고 찾다 보니까 기본으로 회귀하는 거죠.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바라보고 여기에 따라 심리가 휘둘리는, 그런 군중들의 습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음을 알게되는 거죠.
리: 저희가 못 본 지 한 2년 됐는데 되게 철학적으로 되신 것 같아요.
이우근: 아니, 뭐 예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물론 계속 연구하다 보면 점점 더 이런 쪽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선수나 무술 고수들도 처음에는 굉장히 화려한 동작으로 하다가, 결국은 굉장히 간결하고 단순해지잖아요. 트레이딩의 원리도 약간 좀 그런 것 같아요.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이런 말이 있듯이…
리: 명언이죠.
이우근: 네, 그렇게 간결하게 나왔을 때 수익 곡선이 쫙 잘 나오면 굉장히 짜릿하죠. 이제는 시스템 트레이딩의 훌륭한 고수들도 많이 있죠. 그런 분들이 전략을 노출하지는 않지만, 가끔 자기들의 로직이 결국은 서너 줄밖에 안 된다는 얘기를 하죠. 물론 그걸 찾기는 정말 쉽지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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