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 소속, 이하 최): 누구시죠?
단테(이루다투자일임 대표): 퀀트를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테스트 검증하며 투자하는 개발자 ‘단테’로 더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이루다투자일임의 대표를 맡은 김동주입니다.
최: 퀀트를 직접 짜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그게 되신 거죠?
단테: 제가 개발자 출신이거든요.
최: ;;; 역시 개발자느님…
단테: 제가 전산과를 나오고, 생명정보학이라는 생소한 석사를 땄어요. 이게 사실 완전 다른 학문은 아니고, 생명 문제를 전산학과에서 쓰는 방법으로 푼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학부 때 생명정보 쪽 교수님이 수업을 너무 재미있게 하셔서 관심이 생겼고, 그 길로 대학원까지 들어갔는데 막상 가니까 저랑 안 맞더라고요.
최: 뭐가 안 맞았죠?
단테: 저는 기술이 실생활에 즉각 즉각 적용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제가 연구한 분야는 학계와 실생활의 간극이 너무 큰 거예요. 연구가 인류에 보탬이 되긴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너무 먼 거죠. 예를 들어 제가 하던 게 간암 조기 진단과 연관된 연구인데, 그게 실용화 단계를 거쳐 간암 조기 진단제까지 만들어지려면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십몇 년까지 더 남은 상황이었던 거예요. 학계는 피드백도 느리고… 그런데 그것과 정반대인 게 창업이더군요. 창업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나면 사용자에게서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최: 그래서 대학원 때려치우고 바로 창업으로 가셨나요?
단테: 그건 또 아니었어요. 사실 석사 끝내고 유학 가려고 했거든요. 생명 말고 전산과 쪽으로. 그런데 같이 GRE(미국 대학원 유학 시험) 공부하던 친구 중 하나가 대뜸 창업을 하자는 거예요.
최: 왜 갑자기?
단테: 2010년 말이었는데 그때 소셜커머스가 되게 붐이었어요. 티몬, 쿠팡 이런 게 시작하던 때였죠. 친구가 자기 동네에서 그걸 해 본 거예요. 근데 그게 잘 됐어요. 마침 아이폰도 한국에서 출시됐을 때니까 모바일 버전도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모바일로 소셜커머스를 하자는 거예요. 왜냐면 모바일로 소셜 커머스를 하는 회사가 아직 없었으니까요. 소셜커머스는 핫하고 모바일은 아무도 안 한다, 우리는 다 개발자니까 빠르게 잘 만들면 사람들이 좀 쓰지 않겠냐… 그래서 마침 회사생활에 염증 느끼던 동기 모아서 진짜 모바일로 소셜커머스 하는 회사를 창업했어요.
최: 개발자만 득실득실했겠군요…. 그 회사 이름이 뭐였어요?
단테: 로티플이라고, 진짜 다 개발자만 모인 특이한 회사였죠. 한 6개월 운영하니까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가 나오긴 했어요. 그런데 ROI(Return On Investment)가 되게 안 나오는 거예요. 사람들은 할인을 원하고, 그에 맞추다 보니 가격은 떨어지고, 막상 사람들도 모바일로 커머스하는 게 익숙하지 않던 때였어요. 그래서 회사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많던 즈음 카카오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왔죠. 회사 서비스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개발자만 득실득실하고 희귀한 모바일 시장에서도 굴러봤으니 인력확보 차원에서 좋은 인수대상이었다 봐요. 그때 카카오 인력이 한 100명 좀 안 되던 시기니까… 그래서 결국 카카오에 매각됐어요. 인력 인수라서 비싼 가격에 매각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카카오 주식을 받았죠.
최: 헐? 이야…
단테: 카카오 주식이 그때 2,000억에서 2,50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카카오 시가총액이 한 8조에서 9조 정도 되거든요. 저희가 주식으로 받은 거 기준으로 약 40배가 올라간 거죠. 받았을 때야 긴가민가 했는데, 카카오가 다음이랑 합병하면서 우회상장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자산이 확 늘어난 거예요.
최: ㄷㄷㄷ;;;
단테: 근데 이때부터 진짜 희한한 경험을 했어요. 제 전 재산의 99%가 주식이었거든요. 제가 월급으로 번 거는 1%도 안 돼요. 반강제적으로 한 주식에 제 전 재산을 몰빵한 상황이 된 거죠. 근데 비상장일 때는 사람들이 팔 생각을 별로 못 해요. 계좌에 찍혀 있는 것도 없고. 그런데 상장되어서 주식 앱에 돈이 찍히기 시작하니까 멘탈이 막 흔들리는 거예요.
그때 카카오 주식이 정말 아주 아름다운 그래프를 그렸거든요. 제일 높이 올라갔을 때 한 18만 원까지 찍었어요. 지금이야 10만 원대 됐지만, 그때는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이 되더라고요. 회사 일에도 집중이 잘 안 됐어요. 생각해 보세요, 전 재산이 아침저녁으로 출렁거리니 멘탈도 같이 왔다 갔다…
최: 금액이 꽤 컸나 봐요?
단테: 하루에 차 한 대 가격이 왔다갔다 했어요. 그러니까 정신적으로도 되게 힘들었어요. 14만 원에 팔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그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자꾸 14만 원이 생각나요. 지금도 최고가를 기억해요. 18만 원. 그게 잊히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하면 계좌부터 열어봤어요. 출근해서 HTS만 보다가 욕먹는 주식쟁이(?)가 되어버린 거죠.
결국 팔았어요. 어떤 기준이 있던 건 아니었고, 그냥 던졌어요. 그렇게 팔아서 현금이 통장에 쾅 박혔어요. 근데 그걸 보니까… 월급 받는 게 정말 의미가 없는 거예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월급에 의미가 없으니까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회사에도 민폐고 저에게도 도움이 안 되니까, 그냥 회사를 나왔어요.
제2의 창업, 픗픗아카데미와 함께했습니다 (진짜)
최: 부럽… 나오고 뭐 하셨어요?
단테: 놀았죠. 회사 나와서 한 1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았어요.
최: 그러다 바로 투자자로 전업하신 건가요?
단테: 친구들과 창업을 하긴 했었는데, 정말 어떤 일을 하고 싶던 건 아니에요. 창업을 한 이후에도 재테크 공부는 꾸준히 했어요. 우선 부동산 공부를 해봤죠. 책을 한 20권 읽어도 도통 모르겠는 거예요. 상승하는 것도 보고 하락하는 것도 봤다, 근데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는 진짜 모르겠다… 상승하는 것도 보고 하락도 보고 다 봤는데 어떤 요소로 저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최: 지금도 그러세요?
단테: 그래도 지난 150년 동안의 그래프를 보면 물가상승률 이상은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크게 부정적이지 않아요. 완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특히 그렇고요. 그러다 같이 놀던 친구(지금의 헤이비트 이충엽 대표)가 주식 강의를 추천해서 주식 수업을 듣게 됐죠.
최: 픗픗 아카데미에 오셨군요.
단테: ㅎㅎㅎㅎ 맞아요. 강환국 님 수업이었는데, 완전 신세계더라고요. 이렇게 투자할 수 있다는 걸 아예 몰랐어요. 그때까지 제가 생각했던 주식투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읽는 가치투자 쪽이었어요. 워런 버핏이 좋아하는 그런 거요. 그건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그러다 강환국 님의 퀀트 투자를 접하니까, 그 스타일은 저 같은 엔지니어에게 아주 명확한 거예요. 전부 데이터, 숫자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든요. 계량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가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인 거예요.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계량투자 관련 수업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김성일 님 수업도 듣고, 시스트레이더 님 수업도 듣고… 진짜 너무 재밌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 스스로 검색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현금이 많아져서 이걸 어떻게 굴려야 하나 싶을 때 여기저기 맡겨 봤거든요. 친구가 소개해준 분들에게 맡기기도 하고. 근데 결과가 다 처참한 거예요. 전문가란 사람들이 맞추는 것도 어째 하나도 없고…
최: 소개해준 친구하고는 잘 지내요?
단테: 연락 안 합니다(웃음). 근데 돌이켜 보면, 그 경험이 저에게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투자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죠.
최: 그때 어떤 거 배우셨어요?
단테: 강환국 님 수업 기준으로 얘기하면 PBR이나 PCR, 재무회계에서 나온 지표 좋은 주식 사서 6개월 정도 보유하다 팔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게 기본 콘셉트예요. 김성일 님 같은 경우는 주식과 채권을 잘 배분하자는 거고요. 결국에는 다 자기 성격대로 가요. 강환국 님은 알파를 추구하는 스타일이고, 김성일 님은 베타를 추구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둘 중 하나만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는 두 개(알파 투자와 베타 투자)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레이 달리오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 사람이 쓴 책도 열심히 봤어요. 그 중에서 『원칙』이라는 책이 너무 와닿는 거예요. 자기 나름대로 명문화된 원칙을 만들고, 한 번 부딪쳐 보고, 원칙대로 안 되면 다시 고쳐라. 그리고 다시 시도해 봐라. 이게 프로그래밍과 거의 똑같거든요. 이 마인드에 너무 감명을 받아서 이 사람 뒷조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최: 무서운 성격이시네요.
단테: (웃음) 레이 달리오는 우리나라에서 별로 자료가 없어요. 그런데 해외에는 꽤 있어요. 제가 알파-베타 투자를 병행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레이 달리오 펀드를 보고 벤치마킹한 거거든요. 레이 달리오가 세계 1위의 헤지펀드를 운영하는데, 이 회사가 딱 두 개의 펀드를 운영해요. 하나는 퓨어 알파 펀드라고, 알파만 추구해요. 하나는 올 웨더라고, 베타만 추구해요. 무조건 시장 수익률만 따라가겠다는 거죠.
최: 일단 듣긴 하는데…. 알파와 베타가 대체 뭔가요?
단테: 알파 투자와 베타 투자를 나누는 건 ‘타이밍’이에요. 타이밍 요소가 들어간 모든 투자는 ‘알파 투자’라고 할 수 있고, 타이밍 들어가지 않은 투자는 ‘베타 투자’라고 할 수 있어요. 베타는 전체 시장을 철저히 추종하기에 시장 수익률을 얻는 거고, 알파 투자는 살 타이밍과 팔 타이밍 등을 고민하기에 시장수익률과는 다른 수익률(시장초과수익률이라고도 합니다)을 얻어요.
알파 투자는 타이밍을 고민해야 해서 아주 어려워요.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이유도, 알파 투자만을 추구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도 베타 투자를 위주로 한다는 개인은 만나본 적이 없어요. 반면에 타이밍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베타 투자는 인덱스 펀드, ETF가 발명되면서 개인도 하기 아주 쉬워졌어요. 하지만 주식이라는 자산군에만 베타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1년에 반 토막이 나는 경우도 꽤 흔해서, 주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을 섞어서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대충 이 정도가 베타 투자(자산 배분투자)의 기본이죠.
하여튼 이 베타 투자와 레이 달리오에 대해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브릿지워터(레이 달리오 회사, 세계 헤지펀드 운용금액 기준 1위)에서 만든 백서도 읽어 보고, 고객사에 제안한 제안서도 다 찾아봤어요. 거기에는 브릿지워터 수익률도 다 나오고, 얘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장점을 얘기하는지 다 보여요. 심지어 자기 자산의 리스크 배분을 어떻게 하는지도 많은 힌트를 주더라고요.
퓨어 알파는 사실 공개된 게 없어서 따라 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 베타인 올 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를 따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올 웨더 포트폴리오는 토니 로빈스가 쓴 『머니(Money)』라는 책에 공개가 되긴 했어요. 근데 전략의 전부를 공개한 게 아니고 단순화해서 공개했더라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노하우를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걸 따라 해서 완성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뒷조사도 더 하게 됐어요. 가장 큰 힌트가 됐던 자료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브릿지워터의 영업사원들이 다른 연금 펀드에 제출한 제안서예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글헤드(bogleheads)라는 미국 자산 배분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죠. 이 커뮤니티에도 레이 달리오를 트래킹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비율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나름대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된 거죠.
최: 그렇게 리밸런싱이 들어가는 거예요?
단테: 기본적으로 1년에 한 번씩만 리밸런싱하면 돼요. 이 올 웨더 전략 자체가 수많은 원칙으로 구성된 전략이에요. 그래서 원칙을 이해하고 나면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죠. 저는 올 웨더로 투자하고 나서 거의 계좌를 보지 않아요. 제가 계속 알파 베타 얘기를 하는 게, 자산 배분만 갖고 자금의 100%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왜냐면 일반적인 자산 배분은 수익률이 5~10%라서 그렇습니다. 근데 투자를 내가 정말 열심히 한다 하는 사람 대부분은 10% 이상을 바라본단 말이에요.
근데 무조건 100 아니면 0의 관점으로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레이 달리오가 했던 것처럼 일부는 베타 투자를 하고, 일부 자금은 알파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율에 대해서는 알파 투자의 자신감이나 상황에 맞춰서 정할 수 있겠죠. 저도 그렇게 하고, 저는 제 전 재산의 30% 정도는 올 웨더에 넣어 놓고, 한 70%는 알파 투자를 합니다.
데이트레이딩과 알파 투자가 ‘일반 투자자의 영역’이 아닌 이유
최: 그러면 지금 단테 님은 어떻게 그런 수식을 짜시나요? 직접 프로그래밍해서 돌리는 건가요?
단테: 앞서 말씀드린 베타 투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만 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MTS로만 거래하고요, 수식이나 백테스트는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Portfolio Visualizer)라는 툴을 참고했어요. 알파 투자는 직접 프로그래밍해서 백테스트하고요. 제가 개발자니까요ㅎㅎㅎ 알파 투자와 백테스팅의 경우 시스트레이더 님이 하시는 퀀트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의 모임이 생겼어요.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서 노하우와 팁을 많이 배워서 알파 투자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죠.
최: 그분들 얘기 듣고 코딩해 주신 거예요?
단테: 코딩을 해줬다기보다는, 거기서 나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저만의 퀀트 시스템을 구축한 거죠. 한국 주식 전 종목의 가격/재무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어요. 그리고 구축할 때의 뒷이야기를 그 커뮤니티에 연재했죠. 어떻게 DB를 쌓아 올렸는지도 하나하나 썼어요. 그런데 시스트레이더 님이 이걸 그냥 글로만 두기에는 아까우니 차라리 동영상으로 강의해 봐라, 하시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량투자를 하고 싶어도 그 기반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포기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단기 트레이딩을 많이 하면서 깨달은 게, 단기 트레이딩이나 자산 배분이나 핵심은 똑같다는 거예요. 다만 성과를 측정하는 타임 프레임이 다르죠. 단기 트레이딩은 대략 3개월 정도면 성과 측정이 가능합니다. 반면에 자산 배분 전략은 적어도 5년은 봐야 측정이 가능하죠. 그래서 단기 트레이딩만 계속하더라도 자산 배분 투자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다는 거예요. 다양하게 시도해 봐도 좋다고 생각해요. 이게 좋으면 이렇게 해보고, 저게 좋으면 저렇게 해도 돼요. 잃을 게 적거든요.
최: 단기는 빨리빨리 결과 내고 아니면 치우는 게 가능하다는 거군요.
단테: 빨리빨리 결과 내고 아니면 버리면 되니까. 당연히 이 얘기는 단기트레이딩을 할 때 자금 관리를 확실히 한다는 가정에서 하는 얘기입니다. 자금관리를 한다면, 수차례 단기 트레이딩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큰 자금을 잃지는 않거든요.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자금관리를 안 하니까 박살 나는 거고요.
최: 자금관리라는 게 어떤 거죠?
단테: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코스닥 변동성 돌파 같은 전략의 경우 어제 오른 만큼의 절반만큼만 오르면 사고 종가에 파는 전략이에요. 이 전략을 백테스트를 해봤더니 이 전략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수익률이 연 200%가 나오는 거예요. 그런 수치 보면 막 대출받아서 넣고 싶어져요. 그런데 절대 그렇게 하지 말고, 자금의 아주 소액만 넣으라는 거죠. 내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적은 일부, 하지만 신경은 쓰이는 금액. 5%일 수도 있고 10%일 수도 있어요. 잘 되는 것 같으면 조금씩 더 넣고, 안 되는 것 같으면 빼면 돼요.
단타의 최대 장점은 자금을 빼기도 쉽다는 거예요. 사고파는 시간이 되게 짧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현금으로 갖고 있거든요. 물론 이건 아주 단순하게 설명한 것이고 자금관리는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최: 특정 종목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 지수 전체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나요?
단테: 그건 전략마다 달라요. 저는 가치투자하는 분들과는 관점이 약간 다른데, 전략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바라봐요. 그래서 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코스닥에 상장된 수십 개의 종목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우선주와 일반주를 대상으로 한 전략일 수도 있는 거예요. 중요한 건 전략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바라본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이건 메타스트래티지라고도 해요. 지금도 그렇게 하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여러 전략을 다 매니징하면서 하는 게 목표예요. 전략 ABCDEF를 동시에 운용 잘하는 게 목표죠. 일반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가는 게 궁극적으로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너무 어려운 얘기일 수 있죠.
최: 일반 사람들은 전략을 구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전략에 맞는 종목을 골라 끼워 넣는 것도 어려울 것 같네요.
단테: 그래서 저는 데이트레이딩과 알파 투자는 일반인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난이도가 베타는 상대적으로 쉽거든요. 제가 알파 얘기를 지금 많이 했는데, 이게 너무 힘들어요. 제가 헤이비트에서 일도 하면서 주식도 하고 코인도 하면서 수년간 투자했는데, 정말정말 어렵거든요.
최: 헤이비트는 지금 알파죠?
단테: 알파죠.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최: 오히려 변동성 큰 거에 더 유리한 게 아닌가요?
단테: 변동성이 큰 종목들, 개인이 많이 하는 종목들이 더 유리하죠.
최: 이른바 개잡주.
단테: 사실 코인의 특징이기도 하죠.
최: 그러면 전략을 고르는 것도 자기 성향에 따라서 고르는 거군요.
단테: 성향이 있죠. 투자를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더군요. 돌아보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투자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몰라요.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손실이 다가오면 감당하지 못하는 식이죠. MDD라는 용어가 있어요. 고점 기준으로 내 재산이 얼마나 날아갔나, 그걸 알려주는 지수예요. 10%라고 하면 내가 1억을 투자했을 때 1,000만 원을 날린 거예요. 많은 사람이 자기가 MDD 40%까지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절대 안 돼요. ㅎㅎ
최: 그렇죠…
단테: 저는 단기 트레이딩 기준으로 MDD가 5%보다 크면 그 전략 안 해요. 저도 처음에는 20% 정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전에서 -7%가 넘어가니까 정신이 나가겠더라고요. 물론 자산 배분은 좀 더 루즈하게 보긴 해요. 기본 가정이 다르거든요. 주식과 채권, 이 두 가지가 모두 우상향한다고 가정한 뒤 그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큰 손해가 나도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최: 어쨌거나 결국 자산 배분이군요.
단테: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돈을 만드는 방법이 알파와 베타(자산 배분)밖에 없어요. 일반인들은 이 중에 자신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승산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베타는 쉬운데, 알파는 아주 어려워요. 레이 달리오도 예전에 인터뷰에서 알파 투자를 하는 개인에게 한마디 했죠. 브릿지워터에는 1,600명이 알파 투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니, 일반인들은 베타 투자에 집중하라고. 그의 얘기처럼 제한된 시간에 강의를 해야 한다면, 베타 위주로만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요. 개인투자자들은 방향을 명확히 정해야 해요. 자신이 투자가 너무 재미있어서 ‘직장에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 할 거야’ 하고 정하는 사람들은 알파 투자를 위해 연구하고 고민해도 좋은데, 직장이 너무 바빠서 숨 쉴 틈도 없고 가족을 위한 시간도 너무 중요해서 나는 공부할 시간이 없다 이럴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이런 분들은 철저히 베타 투자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요.
베타 투자/자산 배분 투자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면, 전략이 출시된 이후에도 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많은 자산 배분 전략, 스마트 베타, 알파 전략들이 출시하기 전에는 잘 된다고 백테스팅에서 나오는데 막상 출시한 이후에는 성적이 엉망이 되는 전략들이 매우 많거든요. 근데 올 웨더 같은 경우에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잘 진행됩니다.
그리고 전략이 지나치게 복잡해선 안 돼요. 전략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그 전략이 안 될 때 왜 안 되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투자의 현황을 파악하기가 좋습니다. 심지어 더 재밌는 건 뭐냐면, 이 올 웨더 포트폴리오는 레이 달리오의 가족의 재산을 투자하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최: 허어…
단테: 1990년대 즈음 레이 달리오는 자신이 죽고 난 뒤 가족이 돈을 맡길 곳이 필요해서 올 웨더 포트폴리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브릿지워터 백서에 나오는 얘기예요. 마케팅일 수도 있는데, 실제 초창기에는 레이 달리오 가족들의 자금으로 6~7년을 운영했어요. 그 이후에 펀드가 순항하니까 전체를 오픈한 거고요. 실제 수익률을 보시면 연 8%쯤 나와요. 그럼 인덱스랑 뭐가 다르냐, 얘기할 텐데 이게 더 좋습니다. 서브프라임 때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때는 주식 인덱스만 있어도 거의 -50% 가까이 손해를 봤거든요. 그런데 올 웨더의 경우 연도 기준으로 -22%였던 거죠. 물론 정말 걱정이 많으신 분들은 주식이나 채권이 우상향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그러면 문제가, 우리가 투자할 곳이 없어요.
최: 그렇죠.
단테: 주식이랑 채권이 우상향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제가 보기에는 그때가 자본주의의 종말이에요. 저는 그것도 가능한 가정이라고 보기는 해요. 그런데 그러면, 도대체 어디에 투자할 거냐는 거죠. 투자할 곳이 없어요. 그래서 베타는 정말 최소한의 가정으로만, 최소한의 원칙으로만, 최소한의 보수성만 갖춰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베타에만 전 재산을 투입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자산의 일정 비율은 알파 투자하는 것도 좋죠.
최: 잘하는 사람들은 잘 분배해서 쓸 수도 있고요.
단테: 네, 저도 돈 어떻게 굴릴까 고민 정말 많이 했어요. 코인, 주식, 전체 매크로 경제… 그런데 결국 이 레이 달리오에 빠지더라고요. 이 사람이 제일 잘하니까 이 사람과 비슷하게 해 보자, 이 사람이 자산 분배한 게 어떤가 보니까 알파에 70% 정도, 베타에 30% 정도 배분했더라고요. 나도 똑같이 하자. 알파에 70%, 베타에 30%. 그래서 결국 그냥 그렇게 해요.
최: 이번에 나온 책 『절대수익 투자법칙』에서는 어떤 얘기를?
단테: 자산 배분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논리를 쌓아나가면서 바닥을 다지고 하나씩 하나씩 올리자는 마음으로 정리했습니다. 왜 우리가 일반적인 투자가 어려운지부터 시작해서 자산 배분의 기본, 『현명한 투자자』에 나오는 주식과 채권, 1970년대 나왔던 인덱스 펀드, 그다음 60:40 자산 배분에서 올 웨더로. 어떻게 보면 진화한 거죠. 개인의 베타 투자가 진화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그렸고요.
제가 그동안 받은 질문이 굉장히 많아요. 책의 후반부에서 질문의 대답을 쭉 정리해 봤어요. 대표적인 게 ‘초저금리시대인데 뭔 장기채야?’ 이거거든요. 그것부터 ‘연금계좌는 어떻게 해야 해요?’ ‘경제위기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것에 관한 대답을 정리했습니다.
최: 어떤 분들이 봐주시면 좋을까요?
단테: 투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알파 투자의 수익률이 꾸준히 잘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알파 투자의 수익이 부진할 때 그 부진한 수익을 만회해주는 중심을 잡아줄 만한 전략은 꼭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자산 배분에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투자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안정적인 수익은 가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많은 투자 강의나 투자 관련 책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 싶게 불명확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집에 들어가서 당장 실행할 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