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접속하면 여러 가지 광고가 뜬다. 글 두세 개마다 광고 하나씩이라니 생각해보면 과거 패션잡지만큼이나 광고가 많다. 별생각 없이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일하기 싫은 마음에 광고를 들여다 보았다. 그중 몇 개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물건들을 소개한다.
인공 태양 빛 LED 조명
- 30만 원
현대인은 태양 빛을 충분히 받지 않는데 이는 우울증, 불면증, 골다공증 등의 원인이 된다. 이 제품은 태양 빛을 대신하는 LED 조명으로 크기는 휴대폰만 하다. 하루 15분만 얼굴에 쬐어 주면 우울증과 불면증을 치료한다고 한다. 즉 이 제품만 있으면 많은 힘들고 어려운 일… 예컨대 15분 정도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선크림을 덜 바르거나, 햇볕이 드는 시간에 창문을 잠시 열거나 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빛을 눈에 쬐어 주는 제품이라 혹시 눈에 안 좋을 수 있으니 선글라스도 따로 판매한다.
발바닥 디톡스 패치
- 개당 5,000원
발바닥에 붙이면 노폐물을 빼 주어서 다이어트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 붙이고 자면 시트가 까맣게 된다. 노폐물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게 발바닥까지 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물을 부어도 시트가 까매진다고 난리다. 그러나 물 자체에 독소(그게 뭔지 모르겠지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외국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미국 통상위에서 허위 과장 광고로 과징금까지 얻어맞은 물건이라고 설명하는데, 페이스북 광고나 인터넷에는 효과를 보았다는 글만 나온다.
분홍색, 초록색 다이어트약
- 1개월분 5만 원
노출 심한 옷을 입은 유명 연예인 사진이 여기저기 보여서 성분을 보기 힘들다. 힘들게 성분표를 찾아보니 다이어트에 검증된 건강 기능 식품이다. 초록색 다이어트 제품의 성분표를 보니 주성분은 녹차가루다. 안전성과 다이어트 효과가 입증된 지 대략 2,000년 정도 된 제품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좋겠다. 그냥 싸구려 녹차 티백을 사 마시면 가격은 1/10에 효과는 비슷하겠지만 현미녹차 티백에는 연예인이 안 그려져 있으니 다른 차원의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청소가 필요 없는 제올라이트 가습기
- 개당 1만 1,900원
물먹는 하마 통에 돌가루 같은 것이 들었는데 여기 물을 부으면 천연 가습기가 된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니 좋을 것 같은 마음에 자세히 읽었다. 광고 맨 아래에 조그만 글씨로 ‘가습 공간은 1평’이라고 썼다. 그렇다면 24평 집이라면 24개를 두어야 하는 것인가. 조금 머리가 아파진다. 실평수 18평이니 18개면 되는 걸까. 더 아래에 더 조그맣게 쓰인 공식 제품 정보를 보니 가습기가 아닌 ‘탈취제’라고 썼다. 이상한 마음에 제조원을 검색해보니 같은 제조원에서 만든 거의 동일한 물건을 다른 판매처가 ‘탈취제’라는 이름으로 개당 3,000원에 판다.
세탁조 클리너
- 1회분(100g)에 3,000원
이 물건을 넣고 세탁기를 돌리면 때와 이물질이 미역처럼 둥둥 뜬다고 한다. 이렇게 더러운 세탁기에 세탁했다니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성분표를 보면 과탄산나트륨, 베이킹소다로 이루어져 있다. 과탄산나트륨은 인터넷에서 5kg에 5,000원 정도에 팔고, 베이킹소다도 비슷하다. 원래 그 어떤 물건이든 소분해서 팔면 비싸지는 법이다. 어째서 1kg에 1,000원인 물건이 100g으로 소분하니 3,000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분하는 데 큰 노력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티백에 담은 라면 수프
- 110㎖를 만들 수 있는 분량 1개당 600원
라면 수프를 티백에 넣어 간단하게 국물만 즐길 수 있게 한 제품. ‘진짜 라면 국물의 맛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니까 면 없이 라면 수프의 절반 정도를 티백에 담은 것이다. 면이 빠지고 수프 양이 반인데 어째서 라면 하나 가격보다 더 비싼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라면 수프가 먹고 싶으면 그냥 라면을 사서 면을 버리고 수프만 먹어도 반값인데. 라면을 까서 면을 버리는 노력을 줄여준다고 생각해본다.
원문: 박기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