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보는 영화가 있다. 다시 봐도 전혀 질리지 않는 영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나도 모르게 또 보게 되는 영화. 다 아는 내용이지만 볼 때마다 뭔가가 새롭고 재밌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작품들만 모았다! 대충 잡아도 5번 이상 본 영화 best 10 작품을 소개해본다.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버스에서 잠깐 졸았는데 깨어보니 속초 바다에 온 기분이랄까?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일탈을 하고 싶을 때면 주로 이 영화를 봤다. 나도 앤디처럼 현실이란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은 건 아닐까?
은행원 간부로 잘나가는 주인공 앤디. 어느 날 아내와 아내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죽이지도 않았지만 혐의가 인정되어 종신형이 선고된다. 하루아침에 잔인한 살인자로 전락한 앤디. 자기연민에만 빠져 있기도 바쁜 이때, 교도소 안의 생활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사방이 적이랄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악으로 버티는 앤디. 그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게 되는 레드. 그는 교도소 안의 ‘다있소’ 같은 존재다. 그를 통하면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다. 앤디가 부탁한 의외의 물건을 통해 친해지게 된 둘은 교도소 안의 단짝이 된다. 교도소 안에서 친구도 사귀며 작은 희망이 생긴 앤디. 우연히 교도관들이 세금 문제로 툴툴거리는 대화를 듣고 앤디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세금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 뒤 교도소 내의 어둠의 회계사가 된 앤디는 그렇게 얻은 작은 힘으로 동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가고 교도소 안의 분위기도 바꿔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는 앤디. 자신의 결백을 증언해줄 사람이 교도소로 이감돼 온 것이다.
이 영화는 세 단어로 정리가 가능하다. 유쾌, 상쾌, 통쾌! 그나저나 이 영화 포스터, 참 탐난다.
<인셉션>
가볍게 극장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온다는 그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 받았다고 한다. 먼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 충격,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충격. 이 영화는 누군가의 꿈인가? 남의 꿈의 꿈을 들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디카프리오는 정체가 뭘까? 궁금해서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과 새로운 시그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5번은 봤지만, 아직까지 새롭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가 존재하는 미래사회. 이 머신은 타인의 꿈에 침투해 생각을 빼낼 수도 있고 무언가 선택하도록 정보를 주입할 수도 있다. 고로 한 사람의 사고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주인공 디카프리오는 누군가의 생각과 정보를 훔치는 특수요원이다. 하지만 자신이 쓰는 기술의 부작용으로 부인이 자살하고, 그로 인해 살인자로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이런 그의 앞에 돈 많은 사업가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온다. 그 일만 성사하면 수배를 풀어준다는 것. 불가능해 보이는 일지지만 디카프리오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수배 중이라 자식들이 있는 곳까지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기 위해 디카프리오와 그의 친구들이 작전을 짜게 된다.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다. 이런 영화의 시나리오를 인간이 섰다는 것이 말이다.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을 것 같다.
<포레스트 검프>
이 영화를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죽기 전에 꼭 한번 봐야 할 영화? 살면서 영화를 단 한 편만 봐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영화라 생각한다. 그 여파가 미미하든, 창대하든,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면 볼수록 온몸을 관통하는 소름. 감동받았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용어일 것이다.
남들보다 지능이 낮고 다리가 불편한 포레스트 검프. 평범한 아이처럼 키우려 노력하는 어머니는 검프에게 온갖 정성을 쏟으며 헌신한다.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큰 문제없이 잘 큰 검프.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군에 들어가 전쟁 영웅이 되고, 탁구 선수로 금메달을 따고, 사업으로 대박이 난다.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다 잠시 멈추게 된다.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검프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그러던 중 첫사랑이 검프에게 돌아와 다시 행복한 삶을 꿈꾸는데, 첫사랑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검프가 처음 겪는 처절하게 고독한 시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홀로 방황하게 된다.
영화가 인생을 가르쳐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 영화로 깨달았다. (혹시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무조건 봤으면 좋겠다.)
<신세계>
한국 조폭 영화의 레전드. 2012년에 개봉했지만 아직까지 대사를 따라할 만큼 유행어를 탄생시킨 영화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원한 반전까지. 명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시나리오가 일품이다. 특히 이정재의 연기는 가히 최고였다. 이 영화로 배우 이정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국내 최대의 범죄 조직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세력을 확장하자 경찰에서는 신입 경찰 이정재를 조폭으로 위장시켜 언더커버 수사에 돌입한다. 이정재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어느덧 골드문 간부까지 올라간다. 잠입 수사를 기획한 최민식은 이정재로부터 골드문의 범죄 내역을 보고받는다.
하지만 이정재는 지위가 올라갈수록 경찰 신분이 노출될까 노심초사한다. 왜냐하면 골드문에 종종 이정재처럼 언더커버 경찰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재와 친형제처럼 지내는 황정민은 이정재의 신분을 알면서도 형이기에 눈감아준다. 계속해서 최민식은 이정재를 압박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정재는 조폭으로 남을지, 경찰로 돌아갈지 결단을 내리기로 한다. 드루와~드루와~. 드루와 봐야 끝을 알 수 있는 영화. 다시 봐도 흥미 넘치는 영화.
<도망자>
추적 영화의 시조새라고 할까? 액션 스릴러도 <인디아나 존스>처럼 스펙타클하게 찍어주시는 해리슨 포드 형님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1993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해리슨 포드와 토미 리 존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결이 포인트.
유명한 외과 의사 포드. 수술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강도의 손에 쓰러진 상태. 강도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지만 강도는 도망치고 만다.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내는 숨을 거두고 강도가 침입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포드는 아내 살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그의 결백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내를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감옥까지 가게 된다.
교도소로 이송되는 도중, 버스 안에 있던 죄수들이 탈주를 시도하다 버스는 전복되고 안에 있는 죄수들은 모두 탈출하게 된다. 운 좋게 탈옥을 하게 되는 포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홀로 강도를 찾아 떠나간다. 말이 필요 없는 액션 스릴러가 아닐까. 사실 포드보다 존스의 카리스마가 더 빛나는 영화다. 그의 차가운 말투와 짜증 섞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나 홀로 집에>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의 대명사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기준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전과 후로 나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떠오른다. TV에 안 나오면 서운하고 나오면 반갑다. 이 영화는 1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봐도 봐도 지겹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영화의 대사도 따라할 만큼 많이 본 영화지만 매번 같은 장면에서 따라하는 그 대사도 재밌게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밥 먹듯이 사고를 치는 귀염둥이 막내 케빈.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여행을 앞두고 케빈은 또 사고를 치고 만다. 참다못한 엄마는 반성하라며 다락방에 가둔다. 자신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혼부터 내는 데 화가 난 케빈은 가족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한다. 다음날, 마치 기도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족들이 모두 떠난 집에 홀로 남겨지는데. 어설픈 도둑과 싸우며 홀로 집을 지키는 케빈의 기상천외한 모습에 웃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훈훈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아저씨>
원빈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영화.(2019년 3월까지는) 이 영화, 솔직히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따지면 조금 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잘생긴 원빈과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액션이 모든 걸 다 압도한다. 사람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 원빈의 멋짐과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영화다.
항상 외롭고 고독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전당포 아저씨 원빈(사실 아저씨라 부르기도 미안한 비주얼이다). 아저씨에겐 말할 수 없는 아픈 사연이 있다. 그것도 모르고 심심할 때 와서 장난치는 옆집 아이 소미. 아저씨는 그런 소미가 싫지는 않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소미는 조폭의 마약을 빼돌린 엄마 때문에 덩달아 그들에게 끌려가게 되고, 그 현장을 보게 된 아저씨는 차를 향해 달려가지만 놓치고 만다.
조용히 살고 있는 아저씨를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 <아저씨>. 전당포 귀신처럼 살던 그가 옆집 꼬마를 구하기 위해 전당포 밖으로 나오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원빈이 조폭의 소굴로 들어가 홀로 싸우는 액션 장면만 30번은 봤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생생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원빈의 칼솜씨에 정말 기절할 뻔했다. 와우.
<테이큰>
부러운 요소가 다 들어 있는 영화다. 특수요원 출신으로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서든 나타나서 구해주는 아빠. 나도 이런 아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성년자가 부모 없이 혼자 유럽에 가는 건 위험하다고 그렇게! 아빠가 경고를 했는데도, 가서 납치 당하고, 그런 자식 구하겠다고 애간장 다 태우며 파리로 날아가 건물 몇 개를 통구이 만드는 아빠의 힘! 보면서도 계속, 나도 이런 아빠가 있으면 좋을까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오는 액션은 최고다!
전직 특수요원 출신인 아빠 리암 리슨. 부인과 딸이 있지만 이혼해 따로 살고 있다. 주기적으로 딸을 만나 아낌없이 정을 주는 착한 아빠. 미성년자인 딸은 걱정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아빠 몰래 친구랑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세상의 무서움을 아는 아빠는 그 사실을 알고 걱정하게 되고 마침 철없는 딸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를 당하게 된다.
납치당하기 직전, 아빠에게 힌트를 주며 유유히 사라진다. 전직 특수요원인 아빠는 파리로 날아가 딸을 납치한 조직을 찾아 박살내려 한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리암 리슨의 액션은 가히 예술이다. 반대로 그 딸은 왜 그렇게 얄밉게 행동하는지. 철 좀 들어라! 울화통 터진다 얘!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작품. 실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한국 토종 미스터리 스릴러라고나 할까. 한국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영화라 생각한다. 한국 영화 중 10번 이상 본 유일한 영화다. 뭐 말이 더 필요할까?
1986년 시골마을에서 엽기적인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죽은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비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범인은 여성을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한다. 연쇄 살인이라는 낯선 범죄를 처음 겪는 시골 경찰들은 도움을 요청해 서울에서 형사 한 명이 오게 된다. 육감을 중요시 하는 시골 형사 송강호와 서울에서 온 과학수사를 중요시 하는 김상경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범인을 쫓는다.
<달콤한 인생>
배우 이병헌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이렇게 달달하고 품위 있는 조폭 연기를 소화한 배우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만큼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존재는 대단했다. 조폭 캐릭터를 이병헌이 소화한 게 아니라, 이병헌 본인이 조폭으로 변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언제 봐도 깊이 있고 우아하고 마음을 흔드는 영화다. 가끔 우울할 때 이 영화를 본다.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처리하는 조폭 선우. 그런 선우가 마음에 들어 스카이라운지의 경영을 맡기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보스. 그 신뢰의 바탕으로 보스는 한 가지 일을 시킨다. 보스에게 젊은 애인이 있는데 보스 외 다른 남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뒷조사를 은밀히 지시한다.
뒷조사를 하던 중 다른 남자와 만나는 장면을 발견, 보스가 지시한 대로 일을 처리하려 하지만 젊은 애인이 눈물로 호소해 한번 봐주기로 한다. 그 사실을 보스가 알고 선우를 죽이려 한다. 보스의 오른팔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 선우는 그동안 보스만을 위해 살았는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해 복수를 기획한다.
원문: 명랑 소년의 일상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