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니 이미 수개월째 진행되는 듯한데, 미국 주식 직접 투자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주식투자가 유행(?)이 된 건 미국 S&P 500이나 나스닥이 전 세계에서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 랠리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우상향한 시장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FAANG을 위주로 한 미국 기업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과 함께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라는 증권사들의 광고가 계속 나온 듯하다. 요즘에도 미국 주식 매매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환전 비용을 줄여준다는 광고와 메시지들이 무수하다. 많은 증권사가 그런다.
이렇게 많은 증권사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건 매매수수료든 환전수수료든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익이 나니 경영층에서 목표를 세우고 할당을 내리면, 홍보와 유치가 시작된다. 이런 식의 광고와 홍보 대부분은 고객을 위한 듯 보이지만 관련 회사에 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되지 않는 것에 회사의 힘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히 말이 안 된다. 회사는 그 회사의 주주와 직원들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들을 진행하는 게 당연하다. 법의 허용범위 내에서의 영업활동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광고’들을 보고 ‘정보’라 믿고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다.
2005~2007년 펀드 광풍이라는 게 불었다. 펀드를 사기만 하면 올랐고, 많은 회사가 펀드를 대중에게 교육했다. 전 세계의 유동성 랠리로 주가가 상승하던 시기의 훈풍을 타고 많은 투자자가 펀드에 돈을 넣었다. 매년 나가는 펀드 보수 2~3%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년 10~20% 이상 올랐으니 말이다. 펀드를 만든 회사와 판매한 회사는 수익을 챙겼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아주 많은 펀드가 50% 이상의 손실을 봤다. 나름 공부를 많이 하고 분산을 하고 투자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 역시 ‘광고’를 ‘정보’라 믿고 투자를 했던 것이었다. 내 포트폴리오에는 국채도 없었고, 달러 자산도 거의 없었다.
그런 걸 해야 한다고 ‘광고’해준 회사가 없었기에 그런 ‘정보’를 알지 못했다. 그런 걸 알려주는 책도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산 대부분 펀드가 오를 때 의심해야 했다. ‘같이 하락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늘 위험은 존재한다. 내가 가진 위험이 무언지 알면 대응이 되고 아니면 그냥 당하는 것이다.
미국 주식 직접 투자의 위험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원화 환산 가치다. 환노출 리스를 말하는 거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500만 원이었다고 하자. 달러-원 환율이 1,000일 때 투자했으면 5,000달러의 미국 주식을 샀을 것이다. 수익이 10% 났다면 포트폴리오의 잔고는 5,500달러다.
이때 돈이 필요해 미국 주식을 팔고, 원화로 환전했다고 치자. 마침 달러-원 환율이 900이면 495만 원을 돌려받는다. 환율이 800이면 440만 원을 돌려받는다.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해서 10%의 수익을 냈지만, 원화로 바꿀 때의 환율 때문에 갑자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환율의 변동성(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표현한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자산 배분 투자를 했건, 노후생활자금을 위해 배당주 투자를 했건 환율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건 맞다. 이 환리스크를 헤지하지 못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주식 직접 투자가 아니라 달러 환 투자(환 투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환율이 올라가면 돈을 번다. 환율이 1,100으로 올라갔다면 5,500달러가 605만 원이 된다. 그래서 환 투자(환 투기)라고 하는 것이다. 투자와 투기를 나누기는 애매하지만 투자자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는 상태라면 ‘투기’에 더 가깝다. 미국 주식 투자 전략이 아니라 환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맞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이 환전 비용과 매매수수료이다. 할인을 받지 못했다면 내 투자금을 달러로 바꾸고 다시 원화로 바꿀 때 각 1%가량의 환전 비용이 발생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이런 일이 있다면 매년 2%씩 손실이 발생한다. 미국 주식의 매매수수료는 국내주식 매매수수료의 10배쯤 된다. 0.15% 전후인 듯하다. 국내는 0.015%이거나 무료다.
미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약 6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정말 다양한 ETF, ETN 상품들이 있다. 매력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위험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면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원문: 김성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