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팩터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예술, 부동산
리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부동산을 선택하는 주요 팩터로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민규(구피생이,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 저자): 82년생 이승환, 미혼이시죠? 기혼이라고 가정하고 애가 하나 있어요. 미혼과 기혼의 주거는 극적으로 달라요. 결혼하지 않았으면 큰 집이 필요하지 않죠. 결혼해도 애 없으면 투룸 오피스텔이 와이낫일 수도 있어요. 생애주기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아파트가 필요하다면 보통 3~4인 이상 가정이겠지요. 그런데 아파트를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아파트는 항상 비싸요.
리: 그들이 주로 찾는 아파트는 어떤 아파트일까요?
김민규: 보통 직장까지 도어투도어로 30~40분 원하지만, 보통 50분 정도를 보죠. 지하철 30분에 걷는 시간과 버스 타는 시간이면 대충 이 정도 나와요. 출퇴근 시간을 50분 정도로 잡으면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이 많이 넓어지긴 해요. 서울 교통이 괜찮아서 굉장히 많은 권역이 포함되거든요. 직장이 강남이라 치면 분당, 관악구, 신분당선… 보통 여기서 예산에 맞춰 연식, 평수 등을 조율하죠.
리: 제가 최근에 상가를 보면서 느끼는 게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효율화돼 있다는 거예요. 아파트는 더 심할 것 같은데, 남들보다 싸게 사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요?
김민규: 위아래로 가격 매트리스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요. 예로 같은 단지에서도 층마다 가격이 달라요. 낮은 층은 해가 안 들고 지하주차장에 차가 오가며 내는 소리도 짜증 나죠. 여름에 비 많이 오면 물 넘치고, 벌레 소리, 새 소리… 근데 또 1층은 아이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이기에 매니아가 있기도 해요. 이렇게 다양한 부분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죠.
리: 기타 주요 팩터를 뽑아주신다면?
김민규: 교통 같은 뻔한 것 빼고 세대수가 은근 중요해요. 지나치게 단지가 작으면 접근성이 떨어져요. 강남권 치킨집 골목 잘 보면 뜬금없이 혼자 있는 아파트가 있는데, 생각보다 안 비싸요. 물론 치킨골목과 모텔골목을 좀 걸어야겠죠. 대충 떠오를 거예요. 좀 지저분하고 음습하고… 이런 곳은 대단지 아파트의 크고 아름다운 주차장, 커뮤니티 센터 등이 없어 편의성도 떨어지지만, 환급성이 매우 떨어져요. 아파트 사려고 할 때 그 아파트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반포자이와 달리 아파트 이름도 아무도 몰라요. 사람들은 당연히 큰 아파트 위주로 인식하니까.
리: 부동산에서 소개해 줄 수 있지 않나요?
김민규: 부동산도 큰 동에 몰려 있지, 한 동 앞에 있지 않아요. 아파트는 작아도 옆에 큰 대단지 아파트가 붙어 있으면 좀 괜찮아요. 그러면 가격은 쌀지언정, 대단지 아파트 부동산 통해 소개받을 수 있죠. 그래서 외딴곳에 있는 건 불리해요. 최소 300세대, 500세대 수준은 돼야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어요.
리: 연식의 중요성은 어떤가요?
김민규: 일단 82년생 이승환 씨, 82년생 아파트는 어떻겠습니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굉장히 노후돼서 부수냐 마냐 수준이에요. 1993~1994년 정도면 지하주차장이 있긴 있는데, 엘리베이터와 연결이 안 돼있어요. 그러면 비오는 날, 차 대고 우산 쓰고 현관까지 와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야 하죠. 애까지 있으면 유모차 끌고 가기 힘들겠죠? 그리고 녹물이 나옵니다. 1990년대 말에 지은 아파트에 가서야 플라스틱 배관을 쓰며 이런 문제가 해결돼요.
리: 대충 그때 지은 아파트부터 살만하단 거군요.
김민규: 그렇긴 한데 2001년식, 이런 아파트 보면 그때부터 구조도 좀 잘빠지기 시작해요. 지하주차장도 엘리베이터와 연결돼요. 아예 지상은 공원처럼 해두고 차가 안 다니는 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하죠. 2008년식까지 가면 베란다가 광폭으로 나온 데다 확장이 돼서 집이 넓어요. 2015년식 정도 가면 카드 찍으면 엘리베이터가 혼자 내려오겠죠. 그것만 있겠습니까. 요새 덥잖아요. 방마다 에어컨 있다고 생각만 해도 좋잖아요. 우리 집만 해도 거실에 에어컨 틀면 방에 들어갈 엄두를 못 해요. 에어컨 틀어서 온 집 다 시원해지려면 에어컨 전기세가 상상을 초월하겠죠. 이처럼 신식일수록 이래저래 좋아요. 가격이 사악해서 그렇지.
리: 그래도 역시 부동산은 생애주기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김민규: 그렇죠. 아이 없는 부부는 직장이 가까운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기혼 부부는 대개 여러 요소를 생각할 수밖에 없죠. 애 있으면 일단 8차선 도로 건너야 학교 갈 수 있는 곳보다는 단지 내에 학교가 있는 쪽을 훨씬 좋아하겠죠.
비슷한 가격대 아파트들의 조건을 모두 분석한 배치표를 봐라
리: 실질적으로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질문 많이 할 거예요. 이왕이면 남보다 더 오를 지역이 어디냐고. 뭐라고 조언하세요?
김민규: 음… 조금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어요. 지금 5억인데 갑자기 혼자 10억이 되는 집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 강남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20억이 24억 된 거나 5억이 6억이 된 거나 큰 차이는 없어요. 그사이에 6억은 또 가만 있었겠어요? 7억 됐겠죠. 촘촘한 가격 구조가 뒤집어지려면 뭔가 이벤트가 있어야겠죠. 지하철역이 뻥 뚫린다거나. 그런데 대부분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어서, 그런 일은 매우 드물어요.
리: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민규: 굳이 방법이 없냐면 꼭 그렇지는 않아요. 예로 비슷한 가격대의 집이 두 개의 지역에 있어요. A는 낡은 집인데 신축인 B와 가격이 같은 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직주근접성이 떨어지는 도심 외곽에 있다거나 학군이 안 좋다거나… 그런데 A가 1억 오를 때 B는 가만히 있어요. 또 1억 싸던 C는 치고 올라와서 A와 같은 가격이 됐어요. 일시적으로 A의 가격만 멈춰있는 거죠. 그런데 별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러면 A를 좀 눈여겨볼 수 있겠죠.
리: 매우 합리적인 과정이군요. 내 필요와 욕망이 뭔지, 가용자원이 얼마인지 살펴보고, 그 가용자원 안에서 부합하는 걸 리서치한 후 가격 움직임을 지켜본다?
김민규: 그렇죠. 관심 대상을 확실히 가지고, 계속 가격 움직임을 지켜봐야죠. 그러다 왜 특정 아파트 가격이 움직이고, 특정 아파트 가격이 멈춰 있는지를 바라보는 거죠.
리: 아파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상당히 긴 기간, 자기가 사려는 동네뿐 아니라 다른 동네의 집값까지 다 읽어야 하는 거군요.
김민규: 그래서 제가 만든 게 있지 않습니까.
리: 파인드 아파트!
김민규: 그것도 그거고, 그거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강의 오시는 분들한테 드릴 배치표예요. 배치표가 무엇을 암시하느냐? 좌우를 이렇게 보면 비슷한 레벨의 동네들이 쭉 보이잖아요. 같은 가격에서 연식만 다른 것들. 연식이 왼쪽 오른쪽이고 위아래가 가격이니까. 왼쪽 오른쪽 쭉 보면, 일단 직관적으로 어? 잠깐만, 이 동네가 여기보단 좀 더 나은 것 같은데 왜 이 자리에 있지 라는 게 가끔 튀어나올 수도 있죠. 그리고 위아래를 보면 어, 여기가 왜 이렇게 벌어졌지? 라는 게 튀어나올 수도 있죠.
부동산, 단순히 기능이 아닌 욕망의 문제
리: 아파트도 좋지만, 서울에서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나 평수가 작거나 연한이 오래된, 그런 데가 사실상 저소득층이 일차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곳이라도 일단 사는 게 좋을까요?
김민규: 이건 철저하게 본인 욕망의 문제에요. 내가 과연 회사까지 한 시간 반 걸리는 걸 감내하고라도 이 가격이면 괜찮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 그걸 감내하기 힘들기에 상당수가 여기서 그런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해요. 단지 경제적인 동기가 아니고, 이건 내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애라도 있어 보세요. 아침에 맡겼다가 저녁에 찾으러 와야 하는데, 만약에 맞벌이하면 끔찍하죠.
리: 환급성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김민규: 그것도 그렇지만, 애초에 거기를 택하고 싶어도 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어정쩡한 동네는 가격 방어도 힘들겠죠. 가뜩이나 서울에서 먼 곳에 신규 물량 투척해 놓은 곳도 많은데.
리: 부동산은 그냥 논리로 되는 게 아니라 욕망이 얽혀 있다…
김민규: 신도시가 보통 한 5~ 6년 정도 지났을 때 정점을 찍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한 10년 넘어가면 그때부턴 집이 낡아가기 시작하잖아요. 그리고 그때 맞춰서 교통 뚫리고 상권 형성되고… 그러니까 장화 신고 들어가서 구두 신고 나오란 말이 있는 거예요. 교통과 상권 불편한 곳에서 4~5년 고생하며 몸빵하고 존버하면 전철 뚫리고 부동산 가치가 오른단 거죠. 근데 이거 감내하기가 쉽지 않아요. 몇 년간 큰 고통을 겪어야 하니까.
리: 더군다나 뜻대로 다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겠죠.
김민규: 그렇죠. 최소한 몇 년은 거기 살면서 버텨야 하는데, 근데 그사이에 서울은 더 많이 오르는 거 같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더욱 서울에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심리적인 쫓김을 더 많이 받죠.
리: 어차피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버린 계층이 있다면 그쪽에서는 나름 비아파트 수요가 있을 테고, 그러면 계속해서 걔들도 매매 거래가 일어나지 않나요?
김민규: 근데 문제가 이거예요. 빌라는 내가 들어갈 땐 신축이었지만, 팔라고 보니까 많이 노후화돼서 신축이 아니에요. 근데 옆에는 신축을 계속 지어요. 어떤 놈이 내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덜컥 그거를 받아서 사갈 것이냐. 그리고 뭐 비아파트라고 하시니까 오피스텔도 한번 생각을 해 보죠. 오피스텔을 용감하게 매매를 했습니다, 취득세 4.4% 주고, 그리고 나중에 팔라고 봤더니 빌트인 가전이 다 쓰레기가 됐네요. 다 갈아야 하잖아요.
리: 그렇죠? 아파트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니…
김민규: 게다가 팔려고 봤더니 사는 사람이 취득세 4.4%를 내고 들어와야 해요. 그럼 그 코스트만 해도 1억이면 500인데, 2억이면 1,000이고. 그거 그냥 날아가는 돈이잖아요. 아파트 취득세는 6억까지 1.1%, 9억까지 2.2%, 그 이상이 3.3%에요. 4.4%라는 숫자는 엄청 높은 숫자인 거죠.
리: 이거 굉장히 비합리적인 정책 같은데…
김민규: 국회에 계류 중인데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근데 또 오피스텔은 월세가 많잖아요. 그 사람들이 임대사업등록을 하고 8년을 임대 주기로 약속하는 순간 취득세를 감면받아요. 그러면 일단 코스트가 4.4% 빠지고 시작하잖아요? 그리고 월세 세팅해서 수익률 맞춰서 다달이 월세 받고, 때 되면 감가상각 생각해서 그냥 보수 좀 하고… 그렇게 보면 일반 사람들이 오피스텔을 사야 할 유인 자체가 확 줄어드는 거예요. 임대업을 위한 공간이니, 매매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약간 아리송하다는 거죠.
거래량 감소,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정부의 정책
리: 간단해 보이는데, 왜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겁니까?
김민규: 좋았던 시절이 다 갔으니까요.
리: 좋았던 시절이 갔다?
김민규: 아예 시간이 멈추었어요. 작년 추석에 제가 「모두가 기분이 나쁘다」라는 글을 썼는데, 그 이후로 거짓말처럼 다 멈췄어요. 2018년 초에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월 1만 건을 넘었는데, 여름에 5,000건까지 줄었다가 9월에 갑자기 1만 2,000여 건을 기록했어요. 그러다 또 2,000건 언저리까지 떨어진 거예요. 아파트 거래만 준 게 아니라, 전·월세 거래도 줄었어요.
리: 헬리오시티 영향도 있지 않나요?
김민규: 그렇죠. 워낙 대규모 입주 물량이니까. 헬리오시티 9,510세대 중 상당수는 전·월세 물량으로 나왔어요. 그러면서 전셋값도 약세를 보여요. 가장 영향받은 건 6억 대 전세 시장이에요. 다른 전세를 다 같이 하방으로 누르는 모양새를 하는 거죠.
리: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대체적으로 해소되는 증상 아닌가요?
김민규: 그렇죠. 요 몇 년 동안 마포, 왕십리에서 보면 그랬죠. 헬리오시티도 잠잠해지는 분위기이기는 하고… 근데 연내 입주 물량이 강동만 1만 세대를 넘고 서울 전체적으로도 4만 건을 훌쩍 넘어서 신축발 전세 약세는 이어질 것 같아요.
그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걸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거래량이 실종되고 전세 약세 도래하고 공시가격 상향으로 세 부담 증가사하고, GTX에 3기 신도시까지 얘기 나오면서 외곽 분산까지 시도되는 거거든요. 청약은 뭐 점수도 안 되고 가격도 비싸서 못 들어가죠. 그래서 광진구 12억 분양은 미분양까지 나왔어요.
리: 음… 진짜 정부에서 말하는 ‘정상’ 가격까지 떨어질 때가 왔나요…
김민규: 글쎄요. 일단 사람들의 선택지 자체가 엄청나게 줄어든 상황이긴 하죠. 그래서 대부분 결정은 뒤에 하고, 일단 계약연장을 하자는 게 주가 된 분위기긴 해요. 뭐 손 놓은 거죠. 공인중개사는 일감 떨어져, 건설사도 놀아, 정부도 마찬가지고. 당장 불거지는 문제는 없어요. 다만 약간의 ‘찜찜한’ 단서는 계속 보여요.
리: 뭐가 그리 찜찜한가요?
김민규: 일단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도 너무 줄었어요. 전·월세 거래량이 줄었다 하긴 했지만, 사실 이것도 갱신계약이 늘어난 쪽에 더 가깝거든요. 시장은 불확실하고 거래 가능성은 제약되어 있으니까, 집주인도 세입자도 그대로 눌러앉은 양상이 보여요. 특히 전세 시장에서 파이가 제일 많지만 매매전환의 길은 지금 완전히 가로막힌 3~5억 대 보증금 집들이 그래요.
더 심각한 건 집주인-세입자의 포지션이 너무 공고해졌다는 거예요. 게다가 이 집주인 중 상당수는 버틸 수밖에 없어요. 자기 의사랑은 무관하게 세법 때문에 ‘임대사업자’라는 감투까지 써 버려서. 그런데 막상 보증금은 크게 오른 게 없거든요. 전세가율은 디커플링이 너무 심화되서 50% 언저리까지 막 빠지니까 뒷걸음에 쥐 잡은 격으로 재무구조가 건전해졌고…
리: 3기 신도시 발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민규: 언제 실질적 공급 효과로 전환될지 까마득해요. 그건 그래도 발표라도 했지, 앞으로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교통여건 괜찮은 택지 여력은 이제 수도권에도 희소해요.
리: GTX는요?
김민규: 서울의 힘을 더 키울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은데, 어떤 의미에서는 서울 집값의 레퍼런스를 더 강화할 거예요. 예를 들어 GTX 역세권이 될 것으로 지목된 동네에 괜찮은 직장 끼고 고층 올린 주상복합은 호가가 8억까지 가거든요. 애초에 선택지는 두 개잖아요. 서울에서 20년 된 25평짜리 아파트에 살 거냐, 쾌적한 신도시 32평에 살 거냐. 그런데 이 신도시 대체제 역시 희소성이 있고, 이미 생각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는 거죠.
더 문제는, GTX의 희망 고문이 앞으로도 끝날 기미가 없다는 거예요. GTX-A는 착공식을 했는데, 아직 시공 주체도 안 정해졌어요. 광화문역 추가하냐 마냐 정치싸움하는 것도 안 끝났고, 이러다 설계 변경이 생기면 일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리: 음…
구피생이: 그런데 이게 그나마 착공식 요란하게 마친 GTX-A 얘기라는 거죠. 이제 갓 예타의 산 넘은 C노선이나, 아예 그것도 못 한 B 노선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막상 불거지는 문제가 없으니까 ‘지금처럼만’ 하고 안도한다는 거죠. 다들 잊어버린 것 같아요. 8·2 대책 후에 파국이 온 건 양질의 주거 수요가 존재한다는 걸 완전히 부정하고 수요를 꽁꽁 닫아버려서 온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일련의 후폭풍이 올 수도 있다는 찜찜함이 계속 남아있다는 거죠.
안개 속 부동산, 내 자산과 내 조건 이해가 먼저다
리: 예전에 『돈이 없을수록 서울에 아파트를 사라』는 책을 냈어요. 책 제목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김민규: 제가 책을 낸 작년 중순만 해도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미 좀 올라서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어차피 제가 강남 25억 아파트를 사라는 게 아니었잖아요? 그렇게 보면 다른 각도로 볼 수도 있어요. 5~7억 하던 동네가 그렇게 대단한 폭등을 한 건 아니니까요.
리: 그건 기간을 몇 년으로 잡고 보느냐에 따라 상승률이 너무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민규: 그렇죠. 2008년 떨어진 직후 기준으로 보면 엄청 오른 것 같지만, 한참 고점 찍던 2006년 기준으로 보면 또 다르죠. 1990년 기준으로 하면 폭등한 것 같지만, 자장면 1000원 하던 시절이 아니잖아요.
리: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서울 아파트 사라 합니까?
김민규: 그건 아니에요. 가격이 오른 것도 있지만, 일단 대출이라는 한도 자체가 쭈그러들었어요. 원래 눈높이 보던 집을 못 사요. 한껏 낮춰야 해요. 굳이 저 정도 출혈 감수하며 거기 살아야 하냐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거든요.
리: 그래서 다 전세로 몰리는 상황이죠.
김민규: 지금 전세 거래량이 활황이에요. 그런데 임대사업자 등록한 집들이 많아져서, 기존에 계약한 사람들은 안 나오고 연장하려고 해요. 2년에 전세금을 5% 이상 못 올리는 제한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변수는 있어요. 5년 뒤 임대의무기한 끝나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그때 가면 새로 전세가를 올릴 수 있어요. 어차피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하며, 받을 수 있는 양도세 혜택은 다 충족시킨 상태잖아요. 그때 가서 새로운 규제를 또 넣겠지만, 그때 정부가 어떤 정부일지 몰라요. 그러니 사람들이 카운트다운하는 거죠.
리: 자, 그러면 경기도로 가야…
김민규: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집까지 빨간 버스 타고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쳐요. 어린이집 선생님 기다려요, 하원 도우미 써서 애 찾아오고 집에서 같이 놀아달라고 맡겨요, 그 순간 한 달에 백몇십은 그냥 깨져요, 그런데 이것도 맞벌이냐 외벌이냐, 또는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실 수 있냐… 등의 환경 따라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부동산은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최적 해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리: 들으면 들을수록 막막하네요. 거꾸로 보면 이런들 저런들 뭐 어떻냐는 생각도 듭니다.
김민규: 지금 상황이 그렇다는 거예요. ‘일단 올해는 있어 보자’는 생각을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 굉장히 당연하게 느껴져요. ‘이만큼 올랐는데 또 얼마나 더 오르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세 쪽으로 넘어오는 거고요. 또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공급 자체가 꽉 막힐 수 있어요. 더 지을 수도권 택지도 없고, 서울에 재건축도 쉽지 않으니까요. 현재의 공급 이하일 가능성이 굉장히 큰데, 그때 가서 또 부딪힐 문제가 아니냐는 거죠.
리: 아파트가 사든 안 사든 참 고민을 많이 낳게 하네요.
김민규: 아파트라는 상품 자체가 지나치게 상품성이 좋고, 가격도 그럭저럭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사기 아이템이라고 봐요. 역세권 바로 붙어 있는 아파트 한 칸이, 실질적으로 사는 사람에게 주는 효용이 너무 큰 거예요. 그런데 너무 개수가 적어요.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비쌀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일 좋은 걸 보고 비싸다고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사회 생활한 지 5년, 10년 만에 그렇게까지 좋은 집을 어떻게 얻겠어요?
리: 배치표를 보며 죽어라 파고 존버하며 돈 모아야겠군요.
김민규: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가만히 보다 보면, 내 자산에 맞는 아파트 중 그렇게 대단하게 오른 것도 없을 거예요. 보통 배치표 보면 밴드가 다 같이 움직여요. 냉정하게 살펴보고 객관적인 레퍼런스를 보면서 이해해보자는 거예요. 판단은 좀 나중에 하고.
큰돈 벌 생각을 버리고 접근해야 한다
리: 그 시작은 무엇일까요?
김민규: 자기에게 필요한 게 뭔지 정리를 해야죠. 예산도 마찬가지고. 대출을 얼마까지 썼을 때 감당할 수 있을지도 생각 정리가 필요해요. 연식, 가격, 평수, 직장, 세대수, 역세권, 이런 것들을 파인드 아파트에 넣으면 해당되는 아파트가 나와요. 이후에는 비슷한 피어 그룹 보여주는 기능, 이전에 봤던 아파트, 새로 가격 등록될 때 푸시 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려 해요. 바로바로 쏴주는 그런 것도 당연히 생각해요.
리: 호갱노노와의 차별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민규: 호갱노노는 굉장히 잘 만든 훌륭한 서비스에요. 본받을 점이 많고요. 굳이 비교하자면 호갱노노는, 내가 원하는 정확한 대상이 있을 때, 어느 지역 어떤 아파트가 딱 갖고 싶을 때 유용성이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뭘 찾는지 스스로 모를 때가 많아요. 심지어 뭘 모르는지도 잘 몰라요. 그러니 선택이 매우 힘든 거예요.
리: ……
김민규: 그러면 내가 원하는 아파트가 뭐고 그게 어디 있는지 찾아주는 게 의미가 있다는 거죠. 그렇게 좁혀가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곳을 추천해주고 비슷한 곳이 어딘지 보여주고 비슷한 가격대 집이 어디 있다, 이런 시선을 제공해주고 싶어요.
리: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하자면?
김민규: 여전히 다만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것이 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어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 남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여력 되는 범위 내에서 무리하지 말고 마음 홀가분한 레벨이 분명 누구에게나 있어요. 영혼까지 끌어당겨서 베팅하듯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리: 원래 아파트가 그렇게 인생 베팅하는 거 아닌가요?
김민규: 그건 눈높이의 차이죠. 내가 5억 내고 9억 5,000 하는 집에 전세를 살아요. 아파트 나중에 10억 넘겠지 하는 욕심에 그 집을 사요. 4억 5,000을 땡겨야겠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에요? 4억 5,000에 대한 이자 4%만 돼도 1년에 1,800이에요. 취득세가 또 2,000만 원이고, 거기에 복비 줘야 하지, 그러면 이미 들어가는 코스트가 2년만 살아도 6,000~7,000만 원이 나와버려요. 그런데 6~7억짜리 집 사겠다고 하면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없거든요.
리: 무리하지 마라…
김민규: 네. 1억 오른다 해도 사실 부동산은 크게 남는 장사가 아니에요. 그래서 적정 지점을 잘 조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조금 투자란 단어를 잊어야 합니다.
[구피생이] 돈이 없을수록 서울에 아파트를 사라
- 안정적인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 월급쟁이
- 내 집 마련과 재테크,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투자 초보
- 서울에 살거나, 서울 안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직장 초년생
1. 서울 아파트 가치를 분석하는 법
-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에 도달하는 비결
2. 서울 아파트 지역별 가치 분석 및 관련 정보 브리핑
- 2019년 서울 부동산의 전체적인 전망
- 발표된 정부 정책의 의미와 방향성
-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 가격의 흐름과 진단책
→ 앞으로의 주택 정책에 맞춰 서울 어느 지역을 공략할 수 있을지, 추가 투자는 어떤 지역이 좋을지 알 수 있습니다.
- 날짜: 2019년 3월 14일
- 시간: PM 7:30-9:30
- 장소: 강남역 비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