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다소 듣기 거북한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스웨덴의 작가 마르가리타 망누손이 쓴 책의 제목이다. 원제 ‘The Gentle Art of Swedish Death Cleaning’, 즉 스웨덴식 죽음 청소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독특하게도 죽음과 청소를 하나로 묶고 있다. 그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에 이 책을 저술했으며, 짧은 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스웨덴식 죽음 청소법이란 죽음에 앞서 점차적으로 당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당신이 죽었을 때 당신의 공간을 정리해야 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오히려 현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의식이 되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껄끄러울 수 있지만, 당신의 주변을 어떻게 명확하고 실용적으로 처리하고 정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여느 청소법과 다르지 않다. 단출하게 살아야 가볍게 떠날 수 있다. 깔끔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짐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청소법, 오늘은 죽음 청소법을 소개한다.
1.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시작은 쉬운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당신의 삶을 가장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가볍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다락방을 비우거나 옷장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실천해 보자. 오랫동안 입지 않은 옷이나 사용하지 않은 각종 물건, 다양한 이유로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찾아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 된다. 문을 열었을 때 꼭 필요한 아이템만으로 잘 정리된 옷장을 보면 당신의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단, 옷과 아이템들 사이의 매치를 고려해 꼭 필요한 것들은 사용 횟수가 적더라도 보관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2. 죽음 청소법을 시작하는 시점은?
저자는 약 65세부터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삶의 여백을 넓혀 나가기 시작할 것을 권한다. 거실에도 꼭 필요한 것만을 비치하고 일부 가구와 소품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물건들로 간추려 생활을 간소화하도록 하자.
가치가 있는 물건이 있다면 중고로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번 시작해 보면 물건을 정리하고 하나씩 없애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고 느낄 것이다. 집을 효율적으로 정리 정돈할 수 있으며 청소도 쉬워진다.
3. 중요한 문서는 한데 정리하라
보험 및 재정, 계약서와 같은 중요한 문서들은 한데 모아 정리하고 전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쪽지 등을 붙여 부가적인 설명을 남기도록 하라. 사후에 가족들이 모든 법적, 행정적인 문서를 처리하기 위해서 온 집안을 뒤지며 서류를 찾거나 이리저리 뛰어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특별히 처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 역시 첨부해 두도록 하고, 사용하던 각종 SNS나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도 적어두면 가족들이 정리하기 편하다. 서류를 보관한 장소는 사후 처리를 맡아줄 가까운 가족에게 공유해두도록 하자.
4. 행복했던 기억만 남겨라
좋은 기억과 추억을 저장하기 위해서 물건을 보관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단순히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물건을 한없이 쌓아두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말자. 단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소중한 사진이나 손편지 등은 가장 마지막으로 정리를 미뤄도 좋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으니 작은 상자에 담아 따로 정리해 두고 ‘버릴 것’이라는 쪽지를 붙여놓으면 된다. 어차피 그 추억은 당신 개인의 것이었다. 사후에 누군가에게 큰 의미로 전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5. 물건을 나누어라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물건이 될 수 있다. 주변에 물어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 주거나 기부 단체에 보내도록 하자. 한때는 당신에게 소중하고 유용했던 물건이 쓰레기장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6. 시간을 두고 천천히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 들거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오랜 습관을 바꾸는 데는 평균적으로 몇 달의 시간이 걸리곤 한다. 시간을 재며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진행해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과감하게 일을 처리하고 난 후라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건을 사는 것은 금물. 멋진 저녁 식사나 간식, 영화 등으로 대체해 보자.
7. 물건을 버리는 게 망설여진다면
타인의 감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건은 개인 소지품이라도 다시 한번 보관 여부를 고려하라. 그 물건을 버릴지, 아니면 끝까지 보관할지 망설여진다면 이것을 떠올려 보자. 내가 이것을 계속 간직하다 마지막에 두고 떠났을 때, 여기를 정리해야 할 사람이 과연 행복할 것인가. 누군가가 보거나 전해 들었을 때,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행을 초래하는 물건이 있다면 파기하는 것이 옳다.
8. 당신의 물건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당신이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사람들은 당신의 물건을 물려받음으로써 그 기억을 이어나가고 싶어 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전부를 떠안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당신의 물건을 나누고 버리고 간직하는 것은, 당신의 삶 중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 청소법에 임하도록 하자. 마지막을 준비함으로써 현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원문: Homify / 필자: J. Ku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