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IGN 코리아에 실린 글입니다
10월 19일. ‘CCR’의 자회사인 ‘씨씨알컨텐츠트리(CCT)’에서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APROGEN H&G)’를 통해 <포트리스 M(FORTRESS M)>을 출시한다.
포트리스 시리즈의 역사는 20년이 넘었으며, 한국에서 포트리스 2는 2000년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명실공히 국민 게임 칭호가 어울리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후 후속작의 연이은 서비스 종료로 시리즈의 생명력이 강하게 연장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포트리스 M은 사전예약만 77만 명을 달성하면서 좋은 출발이 예상되지만, 벌써 20년이 넘은 시리즈인 이 시리즈를 왜 아직도 개발하는지 궁금하였다. 이 정도로 한가지 시리즈에 투자한 기간이라면, 단순히 과거 인기작을 다시 한번 살려보자는 생각 이상을 넘어 집념마저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퍼블리셔를 두어 운영보다 개발만 집중하는 모양새도 주목할 만 했다. 인터뷰는 2018년 10월 15일 CCR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출시를 앞두고 다들 마무리에 최선인 일정 중에 윤석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IGN : 먼저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윤석호 대표(이하 윤) : 저희 회사는 1995년 작게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99년까지는 한국 대기업들의 인터넷 관련 하청일을 많이 했습니다. SK텔레콤에서 서비스했던 ‘넷츠고’ 시스템 개발을 했었고, 저희가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게 SK텔레콤 및 LG인터넷, 한솔텔레컴의 시스템 개발도 저희가 했거든요. 그렇게 인터넷 시스템 개발을 계속하면서 수백 명부터 수십만 명까지 다룰 수 있는 서버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버기술을 배우게 되면서 성장이 빨리 되었고, 당시 5백 명, 천명을 넘는 동시접속을 처리할 수 있는 서버기술자가 드물었는데, 저희는 통신망 시스템의 일을 하다 보니 50만 명, 100만 명의 동시접속도 경험할 수 있었어요. 포트리스 역시 97년에 넷츠고의 부속 서비스로 붙였었고요.
IGN : 넷츠고에서 포트리스는 히트작이었습니다.
윤 : 넷츠고에서 인기 많았죠(웃음). 그래서 99년 포트리스 2를 개발하고 SK텔레콤에 먼저 ‘포트리스 2 서비스하시겠어요?’물어보았는데 거절당했습니다(웃음). 지금도 거절당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희로서는 ‘이걸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 버릴 수는 없어서, 한번 오픈이나 해보자 생각에 자체 서비스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2천 명 정도의 동시 접속으로 시작했다가, 바로 2만 명, 최고로 높았던 동시 접속은 18만 명까지 올라갔었어요.
IGN : 당시 회사 분위기는 어땠나요?
윤 : 사실 저희는 처음에 실감이 안 났습니다. 주변에서 자꾸 언급하고, 협업 요청이 많이 오면서 그제야 실감했어요. 결과적으로 200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2002년부터 중국의 파트너사인 샨다를 통해 중국 서비스를 시작으로 외국에 진출하기 시작했어요. 그해 중국 17173.com 사이트 캐쥬얼 게임 부분에서 1등도 했었습니다. 그 뒤 바로 일본에서도 반다이를 통해 서비스 하였으며, 2003년 일본에서 포트리스 애니메이션(무한전기 포트리스)도 TV도쿄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IGN : 무한전기 포트리스의 성적은 흥행이라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원인은 어떤 게 있었다고 보십니까?
윤 : 같은 시간 일본에서 ‘별의 커비’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는 게 제일 타격이었습니다. 닌텐도는 정말 무시무시하더라고요(웃음). 시청률이 저희보다 두 배 가까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당시 포트리스 애니메이션 감독님이 ‘요술공주 밍키’도 담당하신 이력이 있으셨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유능한 분이시니 부탁을 드렸는데,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여자만 나오는 건 많이 해봐서, 여기는 남자만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여자 캐릭터도 들어갔으면 좋겠다 말씀드렸지만, 결국 안 넣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나온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자니 너무 남성화되어서, 남성 전용 애니메이션으로 흘러갔던 것이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게임의 경우는 결과가 나쁘지 않았어요. 한국게임 최초로 소년 점프의 뒤표지에도 실렸고요.
IGN : 포트리스 개발사로만 인식되는 도중 ‘RF 온라인(이하 RF)’이 나왔습니다.
윤 : 캐쥬얼 게임을 계속 서비스 하다 보니, 늘 저희 회사가 듣는 이야기는 ‘캐쥬얼 게임 업체’였어요. 사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2002년부터는 적극적으로 RPG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2004년 나온 것이 RF였습니다. 한국에서도 1위를 달성한 기록이 있고요. 지금도 8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낮은 사양 컴퓨터가 아직 많은 동남아에서 많이 해주시고 있어요. 러시아에서도 현재 2등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요. 현재는 이 매출로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웃음).
IGN : RF 이야기를 잠시 드리자면, 그동안 큰 주기로 메이저 업데이트를 하셨던 정책에서, 몇 년 전부터 자잘하지만 자주 마이너 업데이트를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후 유저의 만족도나 매출의 변화는 있으셨나요?
윤 : 저희 의지와 상관없이 3년 전부터 PC MMORPG 게임들이 서비스를 계속 종료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RF의 동시 접속과 매출액이 올라갔고요.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 옛날 게임이라도 해봤던 게임을 계속 즐기시는 유저분들이 많이 계시고, 시장 자체가 새로운 게임 진입이 어려워진 것도 있다고 봅니다. 개발자로서 제 마인드 중 하나는 ‘하고 싶은 게임이 현실에 있다면 그 게임을 사서 하면 된다’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드는 게임은 현실에 있는 게임과는 달랐으면 하는 창작자 입장의 바람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죠(웃음). RF를 만들 때도 ‘이거 스킨만 바꾼 게임이네’말을 듣기 싫어 새로운 요소를 최대한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성공 요인이기도, 실패 요인이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개성을 가진 MMORPG로 인식되었습니다. 현재 SF를 표방한 MMORPG가 모두 사라지기도 했고요. 그렇게 돼서 반대급부로 저희가 지금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2006~2008년이 저희 회사의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IGN : 이 시기가 포트리스와 RF 온라인이 모두 월드와이드로 자리를 잡은 시점이군요.
윤 : 예.
IGN : RF는 처음에 나왔을 때 혁신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RF도 이제 14년이 되었죠. SF MMORPG는 그사이 계속 출시되었습니다. 처음에 발매하셨던 마음이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셨고 RF만의 요소가 있었다고 했다면, 지금은 그런 RF를 또다시 차용하여 비슷한 게임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점차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어려워지는 딜레마를 안고 계실 거라 보는데, 지금은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윤 : RF2의 개발에 들어갑니다!(웃음).
IGN : RF2는 이미 몇 년 전에 발표된 뒤로 전혀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상황을 들을 수 있을까요?
윤 : RF2는 2012년에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엔진도 자체엔진에서 그래픽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엔진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게 만들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큰돈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2015년 이후 투자가 안 들어왔습니다. 이미 세상은 모바일 게임으로 바뀌었고, PC게임을 만든다고 하니 투자하겠다고 한 회사들이 계약을 취소했어요.
IGN : PC 게임에 대한 투자를 받는 것이 RF라도 어려웠군요.
윤 : 예. 모바일 게임이 아니면 투자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다음 스탭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2014년 RF2 개발을 중지하고, 회사에 있어서도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RF의 경우도 확장팩을 런칭했는데, 당장 자금이 필요하니 확장팩을 무리하게 개발해야 했었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존 유저와 확장팩을 다른 서버로 운영한 부분에서 중간 충돌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은 RF에만 집중을 하고 있고, 포트리스M 뒤에 RF 모바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IGN : 포트리스 쪽을 되짚어 보자면, 2002년에 ‘포트리스 3 패왕전(이하 패왕전)’이 출시되었습니다.
윤 : 패왕전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저희가 기대한 만큼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고심 끝에 내놓은 게 2005년의 ‘뉴 포트리스’였죠. 하지만 뉴 포트리스는 패왕전보다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IGN : 뉴 포트리스는 패왕전이 서비스 종료되고 굉장히 짧은 기간 뒤에 발매되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성급했다는 평도, 시리즈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전략적 시도라는 평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윤 : 개발자로서의 고뇌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맨 처음 저희가 포트리스를 만들 때는 굉장히 손쉽게 결정하였어요. 당시 한국에서 재믹스가 출시되었을 때, 여러가지 재믹스 게임이 소개된 당시 광고 소책자을 놓고 ‘이 중에 PC통신 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만한 게임에 동그라미 쳐보자’ 하여 제일 많은 동그라미가 나온 게임이 스코치(Scorch)였어요. 그 뒤에 ‘이건 개발하는데 제약도 별로 없으니 이걸 기반으로 만들어보자’ 한 것이 포트리스였죠.
IGN : 포병 게임은 이미 70년대부터 장르화 되었기 때문에, 스코치를 고르셨어도 그냥 장르를 선택했다 정도의 의미만 있었군요.
윤 : 사실 별생각 없었어요(웃음). 처음에는 솔직히 네트워크 제한이 중요한 이슈였거든요. 모뎀에서 돌아가야 하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포트리스가 그렇게 처음 만들어지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다 보니, 이 게임 시스템. 나아가서 게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했었습니다. 포트리스에 대한 기본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죠
IGN : 고민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윤 : 이미 포트리스 유저들은 저희가 제시한 방식이 아닌, 자신들이 알아서 즐기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지정된 곳으로 이동하는지 겨루는 올림픽 규칙도 있었고요, 특히 화력전 위주로 빨리빨리 겨룬 다음 다음 방으로 가는 문화가 생기면서, 아무래도 시스템을 우리가 손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패왕전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크게 건들지 않고, 길드전, 공성전 위주로 세팅을 했었어요. 이번에 나오는 포트리스M 리얼모드의 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뒤 빠른 템포의 게임을 해야 하고, 더 이상 턴제로 기다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파이널 판타지 등에 사용되었던 ATB(액티브 타임 배틀 / 각각 캐릭터의 턴이 개별로 흐르는 방식)를 도입하였죠.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뉴 포트리스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이 빨라지니, 기존에 느긋하게 포트리스를 즐기던 분들은 싫으셨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새롭게 포트리스를 하신 분들은 재밌게 하셨지만, 반대로 원래 즐기셨던 분들은 넘어오지 못하셨습니다. 다시 질문 주셨던 부분으로 돌아가면, 패왕전은 매일매일 즐기시고 좋아해 주신 분들이 계셨지만, 기본적으로 동시 접속이 적었습니다. 또 하나는 포트리스 동시 접속이 여전히 12만 가까이 유지되니까, 사업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당시 패왕전의 동시 접속은 2만이었고, 뉴포트리스도 1만은 되었습니다.
IGN : 1만이면 적은 수치는 아니지 않나요?
윤 : 네! 그런데 저희가 미숙했던 거죠(웃음). 이걸 잘 키웠어야 했는데, 제가 워낙 개발자 성향이다 보니 ‘안되면 치웁시다’ 했던 거예요. 그렇게 과감하게 접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실수했던, 잘못했던 것들을 자주 복기해보는데, 이 부분이 10가지의 대표적 실수 중 1가지입니다(웃음).
IGN : 확실히 천명, 백 명 단위의 동시 접속자만 있어도 부활한 게임 사례도 많으니까요.
윤 : 다른 개발사들처럼 꾸준히 다듬어 잘 살리고 콘텐츠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저희 회사는 ‘신규 게임을 잘 만들자’에 너무 집중했던 거예요. 그것이 저희 발목을 잡은 원인이라 봅니다. 운영만 잘했어도(웃음)! 이제 저희 회사는 전부 개발자밖에 없습니다. 과거 실패로 인해 ‘우리는 개발만 집중하자’ 해서 현재는 개발진들만 남았어요. 앞으로도 개발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아! 정말 접지 말고 잘 다듬어서 성장했어야 했는데!”라는 윤 대표의 비명과 함께, 일순간 대화를 하던 CCR 회의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IGN : 어떤 게임이든, 히트작은 사용자들이 정해놓은 이 게임만의 규칙이 있습니다. 개발사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반드시 이 부분은 바꾸면 안 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요. 패왕전은 히트작인 2의 속편인 만큼, 3라는 타이틀이 들어간 만큼 새로운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부담감이 있으셨을 겁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윤 : 먼저 초점을 두었던 것은 2편이 4 vs 4였기 때문에, 더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게이머가 한자리에 모여서 즐길 수 있는 플레이 방식, 그리고 길드전, 나아가 공성전 이러한 요소들을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하드코어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도 재밌게 즐길만한 콘텐츠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길드 위주의 게임이 되었고 내용도 가볍게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IGN : 소위 말하는 ‘고인물 게임’이 되었군요
윤 : 그렇죠. 저희가 철이 없었던 게(웃음), 저도 게임 개발자로서의 철학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실제 게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반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패턴인데, 그 부분을 무시하고 포트리스 고수들의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 개발을 진행했던 거죠. 거기에 ‘3가 나왔으니 2유저들도 넘어와서 즐겨주시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2와 3은 아예 게임 문법이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IGN : 저도 패왕전을 즐겨봤지만, 게임을 못 하는 유저는 정말 버티기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윤 : 빡센 게임이었죠.
IGN : 이번에 나오는 포트리스M의 리얼모드는, 말씀대로 일반 사용자들을 고려하여 패왕전과 뉴 포트리스를 합친 뒤 개편한 인상입니다.
윤 : 저희가 너무 서글펐던 것이, 포트리스M을 만든다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들었던 이야기가 ‘CCR은 모바일 게임을 모른다’는 말이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당시 만든 것은 저희가 봐도 모바일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PC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긴 것이 지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아케이드로도, 모바일로도 게임을 내놓았지만, 사실 PC랑 똑같았거든요. 당연히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되었죠. 당시 여름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벽을 치면서 울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왜 아무런 노력도 안 했는데 레벨업을 하면서 즐겁다고 하는거지?’
IGN : 방치형 게임의 재미가 이해 안 되셨군요.
윤 : 예.
IGN : 지금도 방치형 게임의 재미는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임이라는 것은 뭔가를 누를 때마다 화면에 보이는 상호작용이 기본인데, 이런 장르는 눌러놓고 1시간 이상을 보고만 있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게임을 오래 하셨던 분들일수록 이러한 장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들 많으세요.
윤 :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마저 이런 게임을 하면서 ‘재밌는데요?’ 하면 그 말이 비수로 돌아와 꼽혔습니다. 그때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저에게 답을 주더라고요. 모바일 게임인데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후 클래시 오브 클랜의 A~Z를 이해하면서, 모바일 게임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게임이라는 것은 게이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아무나 게임을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대중화되었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래서 제 노트에 맨 앞에 적은 1장 1절의 문구가 “모바일 게임은 담배 한 개비 피는 것과 같아야 한다” 입니다. 그런 마인드로 포트리스M을 만들었습니다. 3분 안에 게임 한판도 끝나야 하고,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해요.
IGN : ‘가볍게 한판’이라는 측면에서, ‘3분 논리’는 이제 모바일 게임 제작에 있어 무조건 염두해 두고있는 논리죠. 3분이 적용되는 요소가 정말 많습니다. 지하철 한 구간 이동하는 도중에 한판, 학교 수업 쉬는 시간에 한판 등등이요.
윤 : 예. ‘담배 한 개피 피면서 게임 한판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규칙을 잡고 나니 나머지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리얼모드의 구상도 그때 정리되었고요. 리얼모드는 내부에서도 정말 찬반이 많았습니다.
IGN : 포트리스M을 개발하며 다른 힘든 점은 어떤 게 있으셨나요?
윤 : 포트리스에 대한 기억이 모두 다른 것도 문제였습니다. 배경음악도 사실 계속 바뀌었거든요. 이런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원래 소스 그대로 넣은 것으로는 부족했죠. ‘이건 포트리스가 아니야!’ 답을 받아서 ‘뭐지?’ 하고 살펴보니, 배경음악이 문제였어요. 이렇게 세세한 요소들을 다 집어내시니 이것을 합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전 정말 예리한 지적들에 소름 끼쳤어요(웃음). 거기에 포트리스는 도트게임이잖아요. 그래픽을 최신 해상도와 개발 기술에 맞도록 매끄럽게 바꾸는 과정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이거는 원래와 다르다’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IGN : 예전에는 상상력으로 커버를 해야 했던 부분들이 그래픽의 발전으로 실제 상황을 눈으로 알 수 있게 되며 발생하는 이질감이군요.
윤 : 예. 그래서 저희가 도트를 프린트하고 모니터에 붙인 뒤 작업했어요. 이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포트리스가 다른 부분이 정말 힘들었어요. 이번에 저희는 리얼모드와 클래식모드가 모두 들어있는데, 이것도 이러한 부분 때문에 넣었습니다. 리얼 모드의 재미를 떠나서, 턴이 바뀌고 삐빅! 효과음이 울리지 않으면 거기서 이미 ‘포트리스가 아니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그래서 클래식도 꼼꼼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가 예전 모니터는 4:3인데 모바일은 16:9 잖아요. 이런 부분도 이질감 없게 작업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7년 동안 13번을 완전히 갈아엎었어요. 소스코드까지 싹지우고 0부터 다시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아니라는데 다시 만들어야죠(웃음). 정말 이렇게까지 열심히 게임 만들어 본 적은 처음이에요. 조작에서도 모바일에서 가능한 모든 조작을 넣어보고 7번째 개발할 때부터 지금과 같이 리얼 모드는 터치, 캐쥬얼 모드는 각도 설정 모드로 정한 뒤 다듬었습니다.
IGN : 고백하자면 저도 각도 모드가 있는 클래식이 추억 때문에 관심 갑니다.
윤 : FGT에서도 물론 클래식이 재밌다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80%~90%는 리얼 모드로 넘어오시더라고요. 리얼 모드는 2 이후 저희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포트리스들의 결과물입니다. 패왕전부터 뉴포트리스까지 시행착오를 거친 답이 들어있어요.
IGN : 포트리스 2는 게임의 기본 틀이 잡혔고, 패왕전은 그중에서 잘하는 유저들을 기준으로 했던 게임이라면 이후 속편인 뉴 포트리스는 어떠한 기획 의도였습니까?
윤 : 먼저 동시에 발사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포트리스가 액션감이 적고 천천히 느긋하게 하는 게임이라면, 훨씬 빠른 속도로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습니다. 살짝 의자의 등받이를 젖히고 누워서 하는 게임에서, 의자를 바싹 당겨서 하는 게임이 된 거죠. 그렇게 뉴 포트리스는 나름대로 성격이 있던 게임이었지만, 기존 사용자 수와 차이가 나니 실패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리얼모드가 어떻게 보면 뉴 포트리스를 계승한 모드입니다. 요즘 트렌트에 맞게 누구나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IGN : “모바일 게임은 담배 한 개비와 같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모바일 개발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담배와 비교하신 분은 없었거든요.
윤 : 거의 울면서 짜낸 겁니다. 모바일을 설계하면서 노트만 2천 장 이상 썼어요. 이해가 안 돼서 찢고 새로 쓰고 새로 쓰고 하면서 너무 고통받았어요. 저는 프로그래머 출신이라, 사실 기술만 놓고 보면 무엇하나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내가 이제 퇴물이 되었나 하는 생각까지 있었습니다(웃음). 그런 고뇌가 지금의 철학을 잡게 해줬어요.
포트리스는 사실 데이트 앱을 가장한 모바일 게임
IGN : 포트리스 같이 느긋하게 하는 이미지의 게임과 휴대폰의 3분 논리는 사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윤 : 3분을 유지하면서 느긋한 느낌을 주어야 했죠. 따라서 포트리스를 3분으로 압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3분을 위해 최대한 반드시 유지해야 할 것과 넣어야 할 것 뺄 것을 끊임없이 분류하고 검토하면서 지금의 밸런스 있는 결과가 나왔어요. 거기에 모바일 게임은 사실 싱글 위주의 진행이 많잖아요. 포트리스는 처음부터 같이 즐기는 게임이었고, 싱글보다 좀 더 와글와글 즐기는 분위기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보다 ‘같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어요. 싱글 요소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게 무슨 데이트 앱이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맞다. 이건 데이팅 앱을 가장한 모바일 게임이다’라는 것을 설득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IGN : 데이팅 앱을 가장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실제 포트리스M은 상대방이 설정한 상대 정보를 세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음성 채팅도 가능하고요.
윤 : 현재는 게임 내내 서로 설정한 사진이 잘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다가 게임 도중 ‘이 친구 괜찮네’ 하면 연결을 신청할 수 있고요. 너무 비겁한 건가요(웃음).
IGN : 전략적입니다(웃음)
윤 : 그런데! 저희가 포트리스를 처음 개발할 때부터 저는 하이텔 세대라, 커뮤니케이션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포트리스는 채팅이 중요한 게임인 거지 게임에 채팅이 있는 게 아닙니다. 원래는 하이텔에 넣으려고 만들었던 게임이기도 해요. ‘채팅하다가 게임을 하는 것. 게임이 채팅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생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포트리스M도 그 부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IGN : 다른 사람의 턴 도중에 채팅을 치는 재미가 분명 있었죠.
윤 : 저희 게임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포트리스M도 음성 채팅을 넣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내부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IGN : 이해됩니다. 다른 포격게임처럼 진지하게 싸우는 것 보다, 가끔은 게임 진행을 잊을 정도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빠지는 게임도 포트리스라 보았거든요.
윤 : 그래서 3분이라는 뼈대의 설계가 끝나고, 이후 커뮤니티가 중요한 게임, 마지막으로 게임은 결국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이렇게 3가지를 중점으로 놓았어요.
IGN : 자기의 얼굴을 늘 노출할 수 있고, 음성 채팅이 가능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신경 쓴 게임이 포트리스M 이군요. 맞습니까?
윤 : 맞습니다(웃음).
IGN : 타깃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윤 : 1차는 30~40대. 과거에 즐기셨던 분들이 대상입니다. 이분들이 추억을 가지고 즐기셨으면 좋겠고요. 또한 커뮤니케이션 요소 때문인지 그동안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젊은 친구들이 상당히 좋아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리얼모드가 트렌트에 맞고, 액션감이 있기에 클래식은 30~40대가, 리얼모드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즐길 것 같습니다. FGT가 끝나고 진행한 테스터 인터뷰에서도, 젊은 분들은 리얼모드가 좋다고 하시고, 30대 분들은 리얼모드의 템포가 너무 빠른게 아쉽다. 클래식이 좋은 것 같다는 평이 있었어요.
IGN : 게임이 레벨에 따라 능력치가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과금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윤 : 이것도 눈물 없이 이야 할 수 없습니다(웃음). 회사에 입사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 가장 많은 것이 “포트리스는 공정한 게임 아닌가요?”입니다. 물론 맞는데, 저희도 돈은 벌어야 하니… 그때 클래시 로얄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저희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바로 눈치채시더라고요. 성장과 Pay 2 win의 균형을 기가 막히게 맞춘 게임이었고, 포트리스도 클래시 로얄의 방식을 따라 전설이나 상위등급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해도 반드시 일반 사용자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저희 공식 카페도 이미 베타 테스트를 즐긴 분들이 반드시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레벨업 계획을 잘 짜놓아야 한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엔진을 계속 돌려서 승률이 그렇게 차이나지 않도록 설정했습니다. 전설이 유니크한 스킬들을 가지고 있고, 좀 더 좋은 것은 맞지만 AI 봇을 8개월간 돌리면서 특정 캐릭터가 승률이 높다면 계속 조정했습니다. 아레나로 등급도 나누어져있고, 내부에서도 프로게이머 출신분들이 계속 다양한 전략을 연구하면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IGN : 두 가지 모드밖에 없어 게임이 전체적으로 단순한 느낌입니다.
윤 : 개발하면서 8개의 모드가 있었는데, 다 쳐내고 2개로 줄였어요. 20 vs 20 모드도 있었습니다. 난장판이었죠(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단순한 구성이 답인 것 같아요.
IGN : 포트리스는 항상 서비스를 종료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운영이 별로였다’ 였습니다.
윤 : 그래서 운영 저희가 안 합니다(웃음). 못합니다! 저희 RF도 게임 잡지들이 뽑은 온라인 게임 중 운영부분에서 꼴지 했었어요. 저 그 기사 보고 굉장히 충격받았어요. 하지만 사실이고, 운영은 저희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퍼블리셔께서 잘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희는 개발만 하려고요.
IGN :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와 계약한 이유는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중국 시장을 노린 선택이라고 보입니다.
윤 : 맞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캐쥬얼 게임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도 한번 받았고, RPG로도 성과를 거두었고, 일본에서도 반다이 분들의 노력 덕분에 잘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성공해보는 게 저는 인생 목표 중 하나입니다. 더 높은 조건에 계약을 제시한 회사들도 있었지만, ‘중국에서 우리를 성공시켜줄 수 있는 회사’. 조건보다 비전을 먼저 보았습니다. 저희 회사는 RF도 그렇고 모두 중국에서 실패했어요.
IGN : 이제 와서 생각하면 포트리스는 과연 어떤 게임이라고 보십니까? 20년이 넘게 개발을 하고 있으면 어떠한 신념이 생기셨을 법합니다.
윤 : 그동안 저희가 겪은 사용자분들이 전 세계 통합 3200만 명 정도 되거든요. 이렇게 즐긴 분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포트리스라는 게임을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RF에 집중한 것도 포트리스의 답을 못 찾은 이유였습니다. 포트리스는 부분 유료화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부분 유료화를 안 넣으니 게임이 완성이 안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이 잘 결합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미완성인 채 있어야 했고, 젊은 사람들은 요새 턴제를 별로 안 좋아 하세요. 따라서 턴제 역시 극복해야 하는 이슈였습니다. 지금 포트리스M은 포트리스의 1차적인 완성판이라는 느낌이에요. 마음의 빚을 좀 덜었습니다. 그동안 포트리스를 좋아하셨던 분들에게 제가 납득할 수 있는 포트리스를 만들어서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IGN : 이번 포트리스M은 CCR이, 대표님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도 봐도 좋습니까?
윤 : 맞습니다. 그 동안 한 번이라도 해주셨던 3200만 명의 사용자분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가끔 옛날에 유명했던 IP가 다시 돌아왔지만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저로서는 포트리스의 완성이 꼭 필요했어요. 여러모로 이번 타이틀은 감회가 깊습니다.
IGN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원문: IGN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