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이들이 말한 바 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실험’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미지숩니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을 ‘일자리 안정 자금’이라는 형태로 보조해주기도 했고요.
최저임금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실제보다도 훨씬 과장되어 보입니다. 어디까지가 최저임금으로 인한 부작용인지 선을 긋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세상만사 모든 원죄가 최저임금으로부터 나온 것 같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언론이겠죠.
최근 중앙일보는 일식집을 연 정두언 전 의원과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자영업자 돼보니 알겠다… 문 정부 종쳤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초입부터 실소가 새어 나옵니다. “식당을 정식 오픈한지 나흘째다”. 나흘 된 사람이 무슨 자영업의 현실을 알겠습니까.
세세한 내용을 보면 더 가관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58석짜리 갓포 일식집, 직원 8명. 이 정도 규모면 이미 ‘영세자영업자의 고통’을 얘기하기엔 조금 낯뜨겁습니다. “직원이 8명이면 한 달에 3,000~4,000만 원이 나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대충 중간값으로 쳐서 3,500만 원이라고 치면 1인당 440만 원입니다. 4대 보험이나 퇴직금까지 쳐서 계산하더라도 요식업계 인건비로는 말이 안 되는 숫잡니다. 정말로 이 정도 월급을 준다면 최저임금 인상이랑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사실 최저임금 문제를 다루는 언론 기사가 상당수 이런 수준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정두언 전 의원’이라는 유명한 공인의 ‘실제’ 사례를 다루었기에 더 우습게 느껴질 뿐이죠. 최저임금 때문에 망한다던 서울 어디의 고급 한정식집 이야기, 30년간 일하던 직원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해고해야 한다는 어느 중소기업 이야기… 이게 정말 현실에 얼마나 부합하나요?
최근에는 언론들이 일치단결하여 주휴수당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휴일을 최저임금 계산에 산입해서 또 중소기업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이 다 죽는답니다. …저기요, 그건 애먼 옛날부터 원래 그랬습니다만… 홍남기 장관이 ‘관행’이라고 얘기했다지만, 좀 더 정확히는 관행도 아니고 안 그러면 불법인 영역이었다고요.
언론이 이슈를 일부러 더 선정적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자,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하자고 그 스스로의 주장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면 나을 거 같아요. 그런데 불편부당한 전달자인 양 스스로를 가장하면서, 저런 엉터리 사례, 엉터리 분석을 내놓는 건 문제가 좀 크지 않나요. 명백히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너무 뻔히 보이는데, 여전히 제삼자인 양 독자를 기만한다는 것이 더욱더 괘씸합니다.
원문: 임예인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