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6일 합의된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수당(연봉)은 금년보다 182만 원 증가했다. 정확히 1억 290만 원에서 1억 472만 원이다. 국회의원 세비의 다른 큰 부분인 활동비는 4,704만 원으로 2011년부터 8년째 동결되었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은 상반된 주장을 한다. 제목부터 돌직구다. 「국회의원 내년 연봉 2,000만 원 인상 추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14%… 셀프인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이 서명은 12월 12일 오전 10시 현재 18만 3,963명을 돌파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원자가 본 기사는 가짜 뉴스다.
이 서명에 동참한 국민들은 어느 기사를 보고 이렇게 판단한 걸까? 12월 7일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여러 기사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토씨까지 똑같은 기사들 사이에서 그나마 원본에 가까운 기사를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올라온 기사는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의 기사다.
7일 국회 운영위원회 등에 따르면 여야가 전날 합의한 예산안에 국회의원 세비(수당) 인상안이 포함됐다. 내년 공무원 평균 임금 인상률인 1.8%를 국회의원 일반수당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월 663만 원이었던 일반수당은 내년 675만 원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관리업무수당, 입법활동비,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등도 인상률에 연동해 증액된다. 또 사무실운영비(50만 원), 차량유지비(35만 8,000원), 유류대(110만 원) 등 특정 명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원 경비가 월 195만 8,000원에 이른다.
결국 내년에 국회의원들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가 올해 1억 4,000만 원 수준에서 1억 6,000만 원대로 14.3%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정확한 금액은 나오지 않는데, ‘수준’이란 단어가 나오는 지점에 주목하자. 국회의원에게 직접 주어지는 세비 가운데서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수당과 활동비다. 2018년의 수당 1억 290만 원에서 활동비 4,704만 원을 더하면 정확히 1억 4,994만 원이 된다. 1억 5,000만 원과 정확히 6만 원 차이가 난다.
앞서 기사에서 인용한 각종 지원경비를 더하지 않고도 이미 ‘1억 4,000만 원 수준’이라고 부를 수 없는 금액이다. 6만 원이 부족해서 994만 원을 버린다는 발상은 사사오입 개헌 이후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인 2019년 수당을 계산해보자. 수당은 182만 원 증액된 1억 472만 원이다. 동결된 활동비 4,704만 원을 더하면 1억 5,176만 원이 된다. 기사에 따르면 이는 ‘1억 6,000만 원’ 수준이므로 176만 원이 이번에는 1,000만 원이 되어버린다. 기적의 계산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저 기사처럼 국회의원이 수당과 활동비만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계산하면 셈법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금세 1억 5,000만 원을 훌쩍 넘어버리므로 적어도 현재 국회의원 연봉이 1억 4,000만 원 수준이란 전제는 틀리게 되는 것이다. 연봉의 인상을 강조하려고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원에서 말하는 14% 인상, 즉 기사의 인상률 14.3%는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일까? 이번엔 인상률을 계산해 보자. 증액된 182만 원을 2018년 수당인 1억 290만 원과 활동비를 포함한 1억 4,994만 원으로 나눠보는 것이다. 수당만 따지면 1.77% 인상, 활동비를 더한 금액으로 따지면 1.21% 인상이다.
참고로 2018년 2/4분기 소비자 물가인상률이 2.2%였다.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세비는 동결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수준이다. 또한 1.77% 인상은 공무원 임금 인상율과 동일하다.
14.3%라는 숫자는 그럼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계산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두드려보자. 1억 6,000만 원을 1억 4,000만 원으로 나눠보자. 1.6을 1.4로 나눠도 된다. 1.142857…이 나온다. 첫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14.3%이다. 허무하게도, 이것이 14.3%라는 숫자의 정체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기사에 속아왔다. 가짜 뉴스의 대표적인 기법이 숫자를 속이는 것이다. 이번 가짜 뉴스는 최소한 18만 명의 사람들을 낚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고발 기사 속에서도 기자들이 떠먹여 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먹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