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 본부장, 이하 최): 누구십니까.
한대용: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마 랩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한대용이라고 합니다. 원격 근무를 지원하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회사에서 1년에 2번이나 3번 정도 해외로 나가며 자유롭게 일합니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죠.
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대용: 말 그대로 디지털 연결이 가능하면 어디에서든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랩탑을 들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한 곳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형태 자체는 다양합니다.
최: 디지털 노마드라는 근무 형식에는 어떤 직업이 적합할까요?
한대용: 노트북이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직업은 다 가능합니다. 제가 해외에서 만났던 외국인들은 다 직업이 다양했어요. 작가, 디자이너, 개발자 등등. 문제는 직장의 형태에 따라 그런 문화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 정도가 있었죠.
최: 디지털 노마드라는 근무 형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한대용: 사실 지금 쓰이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의미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원격 근무의 하위 카테고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노마드’라는 단어가 쓰이는 만큼 조금 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성격이 끼어 있죠. 그래서 장점이라고 하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비수기 때 싸게 항공표를 끊어서 장기체류하면서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있고(웃음) 제가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어느정도 컨트롤할 수 있죠. 또한 출퇴근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을 아껴서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어요. 현지에서 저만의 여가 시간을 즐길 수도 있죠.
최: 이야… 거의 모든 직장인의 꿈 같은 생활을 하는데요, 그게 과연 말처럼 쉬울까요?
한대용: 아뇨, 쉽지 않죠.
최: ……
한대용: 일단 제 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해요. 저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죠. 하지만 그런 게 없는 이상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요. 원격근무 문화가 없는 집단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게끔 만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고요. 게다가 어디서나 일을 하려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만큼 퍼포먼스가 나와줘야 하는데, 생산성을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그를 위한 트레이닝도 필요하죠. 그 과정이 어려운 것 같아요.
CHECK 1. 예산은 충분한가?
최: 아무래도 해외 체류를 하다 보면 한국에서 일할 때와는 비용이 다르게 발생할 것 같아요. 얼마나 들까요?
한대용: 천차만별이에요. 저렴하게 지내고자 한다면 1인당 50만 원에서 80만 원 정도만 쓰면서 동남아에서 머무를 수 있어요. 하지만 멕시코, 호주, 프랑스 같은 곳들은 비용이 많이 들죠. 2인이 2달 동안 지내는 데 한 700만 원 썼던 것 같아요.
최: 히익, 한국에서 일하실 때보다 지출이 더 많이 발생한 거네요. 그런 걸 감수하고도 일할 만큼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괜찮은가요?
한대용: 그렇죠. 저는 부부니까 아내와 같이 돌아다니거든요. 저희가 원래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여행은 조금 더 특별해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죠. 단적으로 말해서 8시간 업무가 끝나면 에펠탑을 보러 갈 수도 있고, 프랑스 요리를 맛보러 갈 수도 있고, 주말에는 교외로 나가서 와이너리를 갔다 올 수도 있는 거예요. 삶의 형태가 아주 다양해져요.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려는 것이고요.
최: 정말 부럽군요… 디지털 노마드를 하기에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었나요?
한대용: 역시 동남아예요. 왜 그렇게 디지털 노마드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냐면, 일단 생활비가 적게 들잖아요. 애초에 디지털 노마드 문화가 확산된 계기도 그거예요. 실리콘밸리에 있던 많은 인재들이 비싼 실리콘밸리의 물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원격 근무를 활용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비용이 좀 더 적게 들고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동남아로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일할 만한 코워킹 스페이스도 동남아에 많이 모여 있고, 와이파이나 4G 같은 통신 환경도 잘 되어있는 거예요.
최: 동남아 중에서 어디가 제일 잘 맞았나요?
한대용: 제일 좋은 곳은 태국, 베트남, 발리였어요. 그중에서도 베트남이 제일 잘 맞았어요. 동남아는 아니지만 저희의 생활패턴에 제일 잘 맞았던 곳은 멕시코였고요. 와이파이 사정이 아주 매끄러운 편은 아니어서 가끔 힘들긴 했지만, 생활에는 제일 잘 맞았어요.
최: 어디서 주로 일해보셨나요?
한대용: 도시로 따지면 한 20곳 근처 쯤 되는 것 같아요. 회사에 디지털 노마드로 일해보고 싶다, 라고 얘기해서 처음 시작한 곳이 베트남 호치민이었고, 그 이후로 3주 동안 4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일을 했어요. 각각 호치민, 치아마이, 꼬따오라는 태국의 섬, 그리고 방콕이었죠. 그 다음에는 동유럽의 에스토니아, 그 다음은 대만 타이페이, 호주 시드니, 퍼스, 케언즈 이 3개 도시에서 일을 했고요. 멕시코에서는 칸쿤에서 1시간 가량 밑으로 내려가면 조그만 도시가 있어요. 도쿄에서도 짧게 있었고, 오사카에서도 일을 했어요. 최근에는 유럽에 있었어요. 프랑스 파리, 낭트, 아비뇽, 니스 이렇게 4개 도시에서 일을 했죠.
최: 자,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중 재미있는 게 있었나요?
한대용: 재미있다기보다는 좀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있었어요. 원래 멕시코에서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지내려고 생각했어요. 그 사이에 휴가를 써서 쿠바에서 열흘 정도 지내려고 했죠. 그런데 회사 일정이 타이트해져서 쿠바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런데 쿠바는 인터넷을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요. 공원이나 호텔 같은 정해진 장소에서 퍼블릭 와이파이만 써야 하고, 그 와이파이도 미리 바우처를 구매해서 써야 해요. 그런데 바우처는 1시간 단위로 팔아요. 저는 하루 8시간 일을 해야 하잖아요. 일주일 일한다고 치면 40시간이나 일하는 거죠. 매일 아침 와이파이 바우처를 판매하는 통신사 앞에 현지인들과 함께 길게 줄을 서서 어렵게 바우처를 사야 했어요. 공원은 콘센트가 없으니까 호텔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호텔은 마음 놓고 앉아만 있기 어려워서, 커피를 여러 잔 시키면서 버텨야 했죠. 그래서 비용이 꽤 많이 나왔어요. 와이파이 바우처도 아껴야 하다 보니 필요한 순간에만 연결해서 다운받고 메시지 보내고, 업무는 다시 오프라인 상태로 처리한 뒤 다시 연결해서 업데이트하고… 하여튼 되게 독특한 경험이기도 했고, 이래서 디지털 노마드가 힘들다는 거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최: 별로 재밌는 에피소드는 아닌 것 같은데… 굳이 따지면 괴로운…
한대용: ……
최: 여기는 좀 힘들었다 했던 곳도 있을까요?
한대용: 의외로 일본이 인터넷 환경이 아주 좋지는 않아요. 숙소 와이파이가 잘 터지거나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면 안정적인 속도로 일을 할 수 있는데,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심카드 가격은 좀 부담되는 편이에요. 그리고 생각보다 카페 같은 곳의 퍼블릭 와이파이가 많지 않아요. 유럽은 디지털 노마드를 계획한다 그러면 처음부터 인터넷 속도가 안정적인 집 혹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확보하고 이동하시는 게 좋아요. 카페는 일할 만한 환경이 잘 안 갖춰져 있거든요.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테라스가 있고 거기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 위주라 콘센트가 있는 곳 자체를 찾기 힘들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일하기에는 무척 불편한 곳이라 할 수 있죠.
최: 요약하면 인터넷이 안 될 때 가장 고통스럽군요….
한대용: 그렇죠….
최: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 생활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한대용: 그 사람의 상황을 따져봐야 해요. 한국에서의 고정된 삶을 다 정리하고 돌아다니기만 한다? 그러면 버짓 안에서 생활을 해 볼 수는 있을 거예요. 한 1~2년 정도로요. 그런데 해보면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어요. 저희도 1년 내내 외국에 나가있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의 시간은 한국에서 보내고, 한 2달에서 3달 정도만 해외에 한두 도시씩 살아보는 경험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3년 보내고 나니까, 아 이 정도의 생활이라면 내가 평생 동안,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나가서 살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죠.
CHECK 2. 여행하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면서 여행하는 것이다
최: 원래 여행을 좋아하셨어요?
한대용: 네. 한 8년 전쯤에는 1년 세계일주를 한 적도 있어요. 자주 다닌 게 아니라 그게 거의 첫 여행이자 디지털 노마드 하기 이전의 마지막 여행이었지만요. 학생이어서 인턴십 해서 모은 돈, 개발자로 아르바이트 몇 개 해서 모은 돈으로 간 여행이었어요.
최: 지구 한 바퀴 도신 건가요?
한대용: 1년이 생각보다, 지구 모든 곳을 훑기에는 부족하더라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30개국 정도를 여행한 것 같아요. 그때는 예산이 풍족하지 않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유럽은 패스하고 중동과 남미 위주로 여행했죠.
최: 왜 그런 결심을 하셨나요?
한대용: 너무 옛날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제가 군대에 있을 때였습니다….
최: 역시 별 생각을 다 하게 되는 군대….
한대용: … 그때까지만 해도 여행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많으니까 책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어쩌다 여행 책을 읽었는데, 펴자마자 우유니 소금 사막이 인쇄된 페이지를 본 거예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뭔가, 거기에 빠져들어갔던 것 같아요. 어, 여긴 어디지? 어떻게 가야 하지? 여길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양한 생각이 들면서, 군대 안에서 여러 플랜을 짜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때부터 세계일주를 한 번쯤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최: 다녀오시고 첫 직장은 어땠나요?
한대용: 지금 회사가 저의 첫 직장이에요.
최: 헐… 그런데 인턴십을 삼성에서 하셨으니 바로 삼성 들어가지 않나요?
한대용: 저는 그때 창업의 길을 선택했어요. 학부생일 때 프리랜서 개발 경험을 가진 상태에서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창업을 해서, 학교를 다니면서 동시에 회사를 다녔죠.
최: 그때부터 리모트 워크를 계획하신 건 아니죠?
한대용: 네, 그랬죠. 처음에 시작한 서비스는 잘 안 되서 접었어요. 그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다 나가고, 최종적으로 대표, 부대표, 저 해서 개발자 두 명과 디자이너 한 명만 남았죠. 그렇게 세 명이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크리마’ 서비스를 시작한 게 지금의 크리마 개발 조직을 맡은 ‘크리마랩’ 이에요.
최: 오호…
한대용: 세 명이 일할 때는 워낙 긴 시간 같이 일했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일하든 크게 상관이 없었어요. 누군가 밤 새서 일했다 그러면 늦게 나오기도 하고, 아예 쉬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같이 일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격 근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걸 좀 더 본격화하게 된 계기는, 그때 저희 대표의 가족이 미국에 있었거든요. 대표 혼자서 한국 와서 스타트업 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미국에 체류하며 일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2주 일하는 걸로 시작해서 한 달, 두 달로 늘었죠. 지금은 거의 1년 중 10개월은 미국에서 생활해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희 회사의 원격근무 문화를 다듬어갔죠.
최: 지금은 몇 분이세요?
한대용: 저희 팀은 총 14명입니다.
최: 14명이 전원 리모트 워크를 하는 건가요?
한대용: 네 회사의 기본 규칙 중 “주 40시간 기준, 자율 근무 (위치 및 업무 시간 자율 조정 가능)”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자유롭게 그날 그날 일할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심하다, 그 날은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눈이 온다, 안 나올 수 있죠. 저녁에 판교에서 약속이 있으니까 아예 거기에서 일을 하겠다, 그래도 안 할 수 있고요. 틀을 거의 두지 않고 원격근무를 장려합니다.
최: 관리자 입장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한대용: 사실상 관리를 안 한다고 보시면 돼요.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관리하죠. 저희 집단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개발팀 같은 경우는 자신의 결과물이 깃허브(github)라는 서비스 저장소에 올라오게 되고, 거기 올라오는 것 하나하나가 그 사람이 오늘 일했던 일감에 대한 결과물이에요. 그게 회사 내에서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오늘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안 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 커밋을 하지 못한 건지 알 수 있어요. 그 덕분에 개발 조직 같은 경우는 딱히 관리라고 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 같아요. 커밋이 올라오지 않으면 일을 하면서 뭔가 어려운 게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럴 때에는 어디에서 문제점이 있었나, 그렇다면 이런 걸 이렇게 해결해 볼까, 이런 식으로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려고 하죠.
최: 전반적으로 개발 쪽에서는 PMS를 많이 쓰잖아요? 같이 쓰시나요?
한기영: 아뇨, 별도의 PMS를 쓰지는 않아요. 저희는 이슈 트래커로서 아사나(asana)라는 서비스를 쓰는데, 거기에 저희 개발 조직이 일해야 하는 업무들이 태스크 단위별로 하나씩 등록되어 있어요.
최: 시차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한대용: 저희가 프랑스에 있을 때 제가 팀장 역할을 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국 시간으로 10 to 7 시간을 맞춰서 일을 해야 했어요. 근데 시차가 7시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프랑스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오후 12시에 끝내는 루틴을 지냈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려면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가자마자 그 생활패턴을 계속 유지하면 돼요. 그러면 시차가 생길 일이 없죠. 다만 현지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고 싶다 보니까 취침 시간이 1시간씩 뒤로 밀리면 나중에는 거의 한국 시간과 비슷하게 자게 돼요. 그러다 보니 일어나는 게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
최: 결국 체력이 좋아야겠네요.
한대용: 그렇죠. 그래서 전 회사의 시스템적으로 풀어나가는 생각을 해요.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저를 비롯해 총 5명이 일하는데, 맞춰 일해야 하는 날짜를 유연하게 진행하는 식이죠. 최근 3개월 동안에는 순번제를 적용해 보았어요. 월요일은 팀원A가, 화요일에는 팀원B가 10 to 7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거죠. 앞으로는 오전은 A가, 오후에는 B가 일하는 식으로 바꿔서 배치를 자유롭게 바꿔 보려고 해요.
최: 제도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요?
한대용: 역시 성과 측정 부분이죠. 저희야 저희가 사용하는 툴을 보면 자동으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지,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원격근무를 도입한다면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누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미리 시스템을 갖춰놓고 진행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최: 어떤 시스템이 있을까요?
한대용: 이슈 트래커나 아사나 같은 툴로 이슈 관리를 하면서 업무에 구멍 없이 일정 관리가 되는지, 일감들이 잘 수행되는지 시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 웹 기반 스토리지는 뭐 쓰시나요?
한대용: 문서는 구글 닥스를 중심으로 써요. 디자인팀은 드롭박스와 다른 툴을 혼용해서 쓰고요. 어도비 클라우드도 쓰는데, 중점적으로 활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 정말 노트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가능한 업무 형태라는 생각도 드는데, 솔직히 눈에 안 보이면 좀 불안해하는 관리자들이 있지 않나요? 거꾸로 좀 풀어지는 담당자도 있을 거고요. 그 과정은 어떻게 다듬어졌을까요?
한대용: 기본적인 전제는 ‘사람을 믿는다’는 거예요. ‘눈에 좀 안 보여도 잘 하겠지’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할 수 있어요. 그 믿음이 없다면 불안해서 못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집중력이나 일의 능률은 스스로 트레이닝해야만 하는 부분이에요. 어려움이 있다면, 같이 풀어가는 건 대화로 해내고요. 처음 온 신입 직원분들은 원격 근무에 쉽사리 적응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기 시작하면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을 취하죠.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집에서 일해 보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해외에서 한 일주일 지내 보고, 좀 더 익숙해지면 그 기간을 늘려 가는 식으로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죠.
최: 다짜고짜 원격근무에 돌입하는 건 위험성이 있겠네요.
한대용: 그렇죠. 저 자신도 첫 디지털 노마드 생활 때에는 3주 동안 4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식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도시를 4개나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큰 체력을 요구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업무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실행해 봤죠. 그러다 보니 한 달에 한 도시에서 정착해 살면서, 주말 시간을 이용해 더 여행하는 식으로 나의 생활방식을 다듬어 나갔던 것 같아요.
최: 그러면 채용 과정에서 핏을 굉장히 많이 볼 것 같네요. 어떤 걸 중점적으로 많이 물어보시나요?
한대용: 개발팀 같은 경우에는 가장 먼저 퀴즈 시험을 봐요. 개발자의 개발 소양을 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죠. 이걸 통과하면 좀 복잡한 면접 절차가 기다려요. 여러 절차를 거쳐서 다양한 사람들과 면접을 보게 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아, 이 사람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으면서 스스로 문제점도 풀어나갈 수 있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함께 공유하고 같이 풀어나가는 사람이구나, 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 최종적으로 채용을 결정합니다.
최: 이런 사람은 정말 안 맞았다, 하는 게 있나요?
한대용: 지금까지는 그런 문제는 없었어요. 집에서 일하는 게 정말 불편하신 분들은 아예 다 사무실에 나오세요. 물론 그 분들도 집에서 집중이 잘 된다, 하는 날에는 집에서 일하시기도 하고요.
CHECK 3. 집, 그리고 소소하게 챙겨야 할 것들
최: 생뚱맞은 질문인데, 집은 전세, 월세, 자가 중 어떤 것인가요?
한대용: 전세입니다.
최: 두 달 정도 방 빼고 나가시는 건가요?
한대용: 비워둔 채 나가는 거죠. 전세 상태를 유지한 채 나갔다 와요.
최: 빈 집을 활용할 생각은 안 하셨나요? 에어비앤비에 두고 나간다든가…
한대용: 생각은 해 봤죠. 하지만 자가라면 그러다 문제 생겨도 저희의 잘못으로 떠안으면 되거든요? 하지만 전세는 거기서 문제가 끝나지 않아요. 그래서 골치 아파지느니 하지 말자, 해서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최: 목적지는 어떻게 결정하세요?
한대용: 저희의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돼요. 하지만 최우선적으로 보는 건 아무래도 인터넷 속도죠. 그렇게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서 선택해요.
최: 그 정보는 어디서 얻나요?
한대용: 해외에 nomadlist.com이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그 사이트 만든 사람도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는 개발자예요. 그래서 거기 들어가면 일하기 좋은 도시들이 순위별로 쫙 나와 있고, 그 도시의 인터넷 속도나 기본 생활에 필요한 예산은 얼마인지, 코워킹 스페이스는 어디어디 있는지 지도 기반으로 보여줘요. 그 외에도 그 도시에서 원격 근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많이 모여있죠. 그러너 정보를 활용해서 결정해요.
최: 그 자료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대용: 대체적으로는 맞아요. 그 사이트를 관리하는 사람이 일률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게 아니고, 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업데이트를 해 주거든요. 그래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돼요. 또 순위를 보면서 “아, 요즘에는 이쪽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구나”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몇 번 체험해본 결과 대부분 믿을 만한 데이터라고 결론을 내렸고요.
최: 혹시 가족계획이 있으신가요?
한대용: 지금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있더라도, 나가기 어려운 초반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나가려고 생각해요.
최: 해외에서의 생활은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러 가지 있잖아요? 해외 나갔는데 공교롭게 아픈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 경험 있으세요?
한대용: 저희 둘 다 음식에 대해 크게 호불호도 없고, 민감한 부분도 없다 보니까 많이 아픈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간혹가다 음식이 안 맞아서 물갈이를 한다거나, 감기 정도만 앓았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게 사실이니까, 안전장치로서 여행자 보험은 항상 들고 나가요.
최: 차도 빌리세요?
한대용: 가끔 필요한 경우에는 렌트에서 교외 지역을 나가기도 하죠.
최: 별별 일 다 있잖아요, 렌터카에 노트북을 두고 내렸는데 창문을 깨고 들고 가거나.
한대용: 도난 사고는 아직까지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최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심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카페에서 핸드폰을 두고 가거나 노트북을 두고 가도 없어질 위험이 없잖아요? 그런데 한국을 벗어난 순간 그런 일은 아예 없다고 생각을 해야 해요. 그래서 카페에서 일하게 될 경우에는 혼자서 잘 안 가요. 아내와 같이 가서 화장실로 갈 때마다 교대로 짐을 봐 주죠. 혼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아예 안정적인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아가서 일을 하고요.
최: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리모트 워크하기 좋은 나라인가요?
한대용: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이 잘 된다는 거예요. 정말 큰 장점이에요. 왜냐하면 디지털 노마드라는 것 자체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디지털이 기본이 되어야 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요.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장소가 편리하게 잘 갖춰져 있으니까.
최: 해외 진출 계획은 있으세요?
한대용: 늘 갈망은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전문가는 없으니까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죠. 또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일단은 좀 더 최적화하는 데 집중하죠.
최: 미팅은 주로 메신저로 하시겠네요? 온라인 미팅은 장단점이 확연한 것 같은데요.
한대용: 네, 맞아요. 장점만 있는 제도는 아니죠. 하지만 그 장점이 크기 때문에 단점을 감수하고 계속 유지해 나가려고 해요.
최: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한대용: 아무래도 실시간성이 조금 떨어지죠. 바로 옆에 붙어 있으면 뭔가 얘기할 거 생겼을 때 바로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리모트 업무 중에는 메시지로 전달해야 하고, 그 사람이 비동기적으로 전달하는 답변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 다른 일을 하다가 답변을 받으면 그 일을 끊고 다시 답변을 이어가야 하고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거기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이 있을 수는 있어요.
모두 준비되었다면, 떠나라
최: 월급 차곡차곡 모으며 생활하시다가 쌓이면 가신다는 거죠? 그런데 보통 30대 후반은 아이를 낳거나 집 문제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민하잖아요? 그 부분은 어떻게 감내하시는 건가요?
한대용: 기본적으로 저는 70세까지 개발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길게 일할 생각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는 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이가 생긴다 그러면, 아이랑은 어디로 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최: 어찌보면 긴 여행을 자주 다니신다고 봐야겠네요.
한대용: 1년간 짧게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실질적으로 그 도시에 가서 여행을 하는 날짜 자체는 길지 않거든요. 한두 달 살더라도, 길어야 5일에서 10일? 나머지 시간은 일을 해요. 일을 끝낸 시간이 되어서야 도시를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여행을 하는 사람과는 초점이 확실히 달라요.
최: 아쉽지 않으세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더 뭔가 봐야 될 것 같고…
한대용: 그렇게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체력이 안 되더라고요. 첫 번째 디지털 노마드를 할 때 절절히 느낀 거예요. 저희가 갔던 곳 중에 ‘꼬따오’라는 섬이 있어요. 저희가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해서 간 곳이에요.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새벽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점심 먹은 후 일을 하자는 계획을 짰어요. 그런데 다이빙 끝나고 밥 먹었더니 노곤해지면서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지더라고요. 그걸 한 번 경험해 보니까 아, 이것도 체력이 되어야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일하는 날에는 일만 하고 쉬는 날에는 다이빙하자, 이런 식으로 개념을 정립했던 것 같아요.
최: 디지털 노마드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 아니면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대용: 가장 중요한 건 ‘난 어떤 걸 감수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답이에요. 한국에서의 삶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의 삶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그만큼 미래에 대한 준비는 남들에 비해 뒤쳐질 수 밖에 없어요. 그것을 감수하고도 떠나고 싶은지 잘 고민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의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여행이에요. 하지만 사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에는 여행과 관련된 뜻이 하나도 없어요. 디지털 노마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에요. 그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큰 장점이 자신의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거고, 그 장점을 살려서 여행을 한다거나 하는 다양한 삶이 있는 것 뿐이지, 여행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은 많이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위해서 디지털 노마드를 하겠다면 추천드리지 않아요.
최: 호오… 뭐랄까, 예상과 다른 답변이군요.
한대용: 그렇죠?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를 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퍼포먼스를 사무실에서 했을 때와 다른 장소에서 했을 때 동일해야 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트레이닝하는 편을 추천드려요. 1주일에 하루 정도, 주중에 하는 게 어렵다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의 시간을 활용해서 평일에 일하는 것처럼 카페에서도 일해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 아, 내가 이런 순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구나, 이런 변수가 생겼을 때 바로 다른 생각이 나는구나 하면서 자신의 업무 환경을 바꿔봐야 자신의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노하우를 터득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다 준비되었을 때 진짜 노마드로서의 삶을 사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