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에서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나라를 조사하면 보통 멕시코, 한국, 코스타리카 정도가 3위안에 들어간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3위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멕시코도 그렇지만.
그뿐 아니다. OECD가 2015년,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 비율을 조사한 조사에서도 터키가 1위(23.3%), 한국이 2위(22.6%) 인도네시아가 3위 (14.3%)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미국은 3.8%, 독일은 3.3%에 불과했다.
세상을 바꾸려면 80시간씩은 일해야 한다고 일갈하셨던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이 세상을 바꾸는 나라는 멕시코, 한국, 터키, 인도네시아, 코스타리카고 미국이랑 독일은 그 덕에 간간히 먹고사는 나라인 모양이다.
물리학에서 ‘힘’은 스칼라량이 아니라 벡터량이다. 세상을 바꾸는 게 ‘힘’이라면, 그 크기 뿐 아니라 ‘방향’이 중요할 것이다. 100m 결승선을 빨리 도착하려면, 속력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이 중요하듯 말이다. 100m를 지그재그로 달린다거나, 거꾸로 달리는 사람은 결승선에 빨리 도착할 수 없겠지.
산업에서의 생산성 역시 벡터량이라 한다면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 및 질·양 뿐 아니라 간부들이 그 노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가가 중요할 거다. 일을 시키되 쓸데없이 보고서의 장평·자간을 꼼꼼히 살펴 장평이 잘못됐으니 다시 만들어 오라고 일갈하며 던지는 게 아니라 ‘진짜 일’을 시키는 것 말이다.
한국의 경우 십수 년째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참가국 중 3위 안에 꾸준히 들고 있는 나라다.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사무직쪽으로도 한국 만큼 대졸 고급 인력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
캐나다의 경우 사무를 보는 간호사가 도저히 동시에 일을 처리할 수 없어, 병원 예약할 때 가족 3명에 대한 예약을 동시에 못하고 2명 예약 후 전화를 끊고 다시 한 명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야 한다. 그러고도 삑사리가 나는 건 덤이다.
한국이 만약 생산성이 낮다면 일선에서 일하는 “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인지, 아니면 위에서 정한 ‘방향’이 잘못돼서 생긴 문제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본 후 추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아무리 일선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일해도 윗선에서 잘못된 컨설팅을 토대로 “스마트폰 같은 건 일시적인 유행이야”라 결정한 뒤 삽질한 결과 핸드폰 시장에서 쭉 밀려나간 회사만 봐도 누굴 탓해야 할지 명백히 보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