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야심만만한 창업가와 이를 믿어주는 배포 큰 투자자, 두 사람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가치 있는 회사가 되려면 지속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필요하다. 이건 수십, 수백의 직원이 노력하고 수만, 수십만의 고객들이 인정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력업체에 품대를 결제하고 종업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윤을 남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구성원에게 이익과 만족을 주고 자신도 이익을 실현하는 일, 그 어려운 걸 하는 게 기업이고 그 첫걸음은 매출의 실현이다. 그래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투자유치보다 꾸준히 한 단계 높은 매출을 만드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기업의 가치는 화려한 PT 자료와 노련한 협상으로 정해지는게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나오는 거다. 매출이 작은 회사는 공허하고 이익이 없는 회사는 불안하다.
며칠째 화제가 되는 어느 기업의 수조 원 단위 투자유치는 분명 놀라운 일이지만 그것 자체가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는 건 아니다. 그 회사의 저렴한 상품가격, 빠르고 친절한 배송를 좋아하지만 이를 수천억의 적자로 지탱한다면 결코 가치 있는 회사라 부르기 힘들다. 물론 이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큰 매출과 높은 이익을 실현할 거라고 믿지만.
투자 시점의 밸류에이션은 이론적 가설일 뿐이고, 후속 투자를 통해 지난 투자보다 높은 밸류를 받는 건 그저 가설에 가설을 더하는 것뿐이다. 오로지 투자에 걸맞은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진정한 기업가치는 외부의 투자자가 아니라 고객―고객의 인정―으로부터 나오는 거다. 대표가 집중해야 할 일이 투자유치와 IR 자료가 아니라 고객과 구매데이터인 까닭이 그 때문이다.
원문: 김도균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