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내가 풀무원 육개장을 데워서 떠주더군요. 비비고 육개장이 풀무원 육개장보다 낫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예전에 이것저것 많이 파는 밥집에서 육개장, 갈비탕 같은 거 시키면 깡통 따서 데워서 나온다고 하더니, 이게 딱 그것이네’ 이야길 했죠. 어제 아침은 햇반이 들어있는 컵밥을 먹었는데 황탯국을 먹었습니다.
기업들이 정말 무서운 게 전통적인 시장의 경계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바꿔나갑니다. 블로그에도 페이스북에도 전에 썼던 내용입니다만 유통업체들이 앞으로 온라인의 판매 비중을 40% 선까지 높이려 하고, 결국 현재 오프라인 판매를 목적으로 점유한 상가 상당수가 앞으로는 굳이 필요가 없어질 거란 이야기입니다.
즉 상가는 가만히 있어도 초과 공급 상태가 될 것이란 뜻이죠. 온라인으로 물건이 대부분 유통되면 커다란 창고와 효과적인 물류를 위한 시스템이나 배송 시스템 등이 필요하지 전통적인 소비를 위한 시장이나 할인마트, 동네 슈퍼마켓 또한 굉장히 축소될 것입니다.
그래서 상당수 유통업체가 일부 유통기간이 필요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상점을 제외하고는 공간을 축소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공간 즉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태스크포스팀도 있다 뭐 이런 이야길 들었는데요. 저 ‘풀무원 육개장’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유통기간이 필요한 상품, 즉 채소 등도 내가 지금 먹는 육개장처럼 가공되어 공산품처럼 공급되면 굳이 마트 진열장 안에 있을 필요가 없어지겠구나. 그렇다면 할인마트에 있는 채소의 매대도 크기가 줄어들고 정말 ‘상가’는 앞으로 크게 재편될 수 있겠다.
이렇게 가공된 음식들은 외식업체들과도 싸우겠죠. 일요일 밥 한 끼 하기 귀찮아서 나가서 사 먹으려 했던 외식 수요도 냉장고 안에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만 먹어도 되는 밥과 반찬으로 대체되겠죠. 주거지역을 유효수요로 해 발생하는 근린상권 또한 이런 삶의 방식 변화에 따라서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은 겨우 이 정도지만, 앞으로도 기업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상점 안에 있는 여러 상품을 해체해서 더 ‘적은 물류비용’으로 소비자들에게 도달하게끔 노력할 겁니다.
그제야 왜 손정의가 쿠팡에 돈을 그렇게 쏟아부었는지 살짝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직 우리나라엔 ‘아마존’이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온라인으로 물건들을 싹쓸이해서 파는 대마가 아직은 안 나왔으니까, 유통의 흐름은 앞으로 온라인으로 더욱더 옮겨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시장을 잡는가가 핵심일 것이라 본 것 같아요.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라서 기업들은 전통적인 유통의 방식으로 소비되지 않더라도, 더 효율적으로 유통될 형태로 기존의 상품들을 해체해서 재가공해서 판매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갖다 파는 것 잘하는 업체는 사람들의 소비 행태 변화만 기다리면서 버티기만 하면 결국 승자가 되겠죠.
정리
- 사람들의 소비 행태 변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가고 있다.
-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기 좋은 형태로 기존의 상품들을 해체해 재가공하며 더욱 심화될 것이다.
- 온라인을 쥔 업체는 잘 버틴다면 소비행태의 변화에 따라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 전통적인 상행위의 공간이었던 오프라인 상가들은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미 공급된 공간만으로도 과포화 상태인지도 모른다.
원문: 강영훈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