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이재명이 언론 기사에 등장하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 이 기사 「경기도, 아주대병원에 전국 첫 24시간 ‘닥터헬기’ 배치」도 그렇다. 이 기사의 진실을 말씀드리겠다.
협약에 따라 도는 내년에 예산 51억 원을 들여 24시간 상시운영이 가능한 닥터헬기를 도입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배치한다.
이거 이재명이 도입한 걸까? 아니다. 경기도나 이재명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한 것이다. 이미 지난 5월에 복지부가 경기도를 닥터헬기 도입 대상으로 결정하고 실무절차에 착수했다. 복지부 보도자료 보면 나온다. 그럼 지금 실제 배치가 돼서 바로 쓰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내년 2월에 배치된다.
그럼 이 기사는? 복지부가 국내 다른 지자체들에 도입해줬던 소형, 중형 닥터헬기들을 이국종 교수가 거부하고 중고라도 대형 기종을 요구하는 바람에 복지부와 이 교수가 밀당하다가 결국 이 교수 뜻이 관철되어 이번에 확정된 것뿐이다.
그럼 경기도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경기도가 이재명 사진 실어서 뿌린 기사들에는 안 나오지만 닥터헬기는 복지부가 도입해 지자체에 제공한다. 실제 운영 주체는 지자체인데 복지부가 운영비의 70%를 지원하고 지자체는 겨우 30%만 부담. 이전에 닥터헬기가 먼저 배치된 지자체들 모두 마찬가지다.
운영비 30%도 안 내겠다면 닥터헬기를 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지자체에게 30% 부담은 강제조항인 것. 그러니까 이재명은 정부가 주니까 받고 어쩔 수 없이 운영비 30%만 일부 부담하는 것뿐. 이 과정에서 이재명이 결정한 건 사실상 없다.
나도 의아했다. “협약에 따라 도는 내년에 예산 51억 원을 들여” 라고 쓰여있다. 떡 하니 경기도가 51억 원을 들인다고 쓰여 있지 않은가? 이건 거짓말이다. 경기도청의 세부 자료를 보면 이 51억 원에 국비 70%가 포함된 것이다. 즉 경기도 부담은 15억 3,000만 원.
이게 무슨 상황일까? 문재인 정부의 닥터헬기 구입비 70억 원과 연간 운영비 지원 35억 7,000만 원을, 이재명이 마치 자기의 공로인 양 이국종 교수 불러 언론플레이를 진행한 셈이다.
기사에서 ‘최초의 24시간 운행’ 부분도 마찬가지다. 기사에선 마치 야간비행이 가능한 최초 닥터헬기가 된 것이 경기도 덕분인 듯한 뉘앙스로 써놨지만,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는 닥터헬기 기종 때문이다. 이것도 이국종 교수가 중고라도 중대형이어야 야간 비행이 된다고 강력 요구한 것을 복지부가 난처해하다 몇 달 만에 그대로 수용한 거지, 경기도나 이재명은 아무 상관 없다.
이재명 자신도 ’24시간 닥터헬기’ 문제가 어떻게 대두되고 어떻게 진행되고 결정된 건지 몰랐을 것이다. 이 기사처럼 그럴듯하게 뭔가 대단한 기여한 듯이 ‘협약식’ 제목을 붙여 사진만 나오면 되지, 내막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는가.
요약하자면 헬기도 정부가 사주고 운영비도 70%나 대주고 이국종 교수와 교섭이나 기종 선정, 각종 실무도 정부가 다 했는데, 실제 운영 주체이면서도 30% 부담하는 데 그치면서 마치 다 한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복지부 실무자들 속으로 부글부글 끓을 것.
이전에 닥터헬기 먼저 도입된 지자체들, 그러니까 강원, 경북, 인천, 충남, 전북 중에 지자체나 지자체장이 이렇게 기사를 낸 곳은 찾아봐도 단 한 군데도 없다. 이재명이 얼마나 특출난 인물인지 새삼 놀랍지 않은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이국종 교수가 감사하다거나 수고하셨다는 치하 대신 “교통체증이 많은 도심지에 닥터헬기가 떠 있으면 도민들을 위해 도가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인이 될 것”이라고 뭔가 묘하게 비꼬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이유가.
원문: 박지훈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