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Project Syndicate에 올라온 모하메드 A 엘-에리언의 글 Wallets Wide Shut을 소개한다. 엘-에리언은 세계적인 투자회사 핌코의 CEO 겸 공동 CIO로 과거에는 IMF와 하바드 장학기금 운영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많은 숫자를 나열하지 않고, 무리한 자신만의 논리를 강요하지 않고, 어려운 학설을 내세우지 않고도 이처럼 명쾌한 글을 쓰는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
래리 서머즈 같은 전문가들은 경제의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일본화(Japanization)”이라고도 부르는 등 이에 대한 표현은 서도 달라도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오랜 저성장 기간이 지난 뒤 이들 국가의 국민의 삶의 질 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체력과 안정성에도 상당한 장기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저성장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공감대는 바로 기업 투자를 증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이어 발생한 경제침체를 극복해 낸 많은 중견기업 및 대기업들은 새로운 공장을 짓고 설비를 사들이고 고용을 늘릴만한 돈이 충분한 상태다.
수익성은 사상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미국내 기업들은 날이 갈수록 현금 자산을 계속 쌓아두기만 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사실 0%에 가까운 이자율 때문에 거의 발생하지 않는 실정이다. 더구나 영업 효율을 개선하고 부채 만기구조를 장기화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실 과거보다는 예방적 저축의 필요성은 훨씬 떨어져 있다.
어떤 관점에서 뜯어봐도 선진국, 특히 미국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비금융기업들의 경우만 보면 여전히 과잉채무에 따른 위험에 아직 노출돼 있는 세계 도처의 가계 및 정부부문과 비교해 볼 때 높은 수준의 탄력성과 민첩함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줄곧 주저해 왔던 설비투자와 신시장 개척 노력을 재개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혹은 주주 권익 운동가들의 압력 때문에 쌓여가는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데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내 기업들이 결정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6000억 달러가 넘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더우기 많은 기업들은 주주배당액도 늘렸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지난 2개월간 계속되고 있다.
주주들 입장에서만 보자면 결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때문에 이득을 보는 셈이지만 이렇게 해서 풀려나간 돈은 금융권 안에만 머문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선진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는 성장률과 고용을 증진시켜 노동자들의 앞날을 풍요롭게 해 주고 악화되고 있는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는 나라의 경제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경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최소한 현금 증가분만큼만이라도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유를 대략 6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기업들은 미래의 수요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최근 경제 회복은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정책에 크게 의존했는데, 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부양책을 축소하기 시작한 가운데 신흥국 성장이 둔화되자 기업들은 적절한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둘째, 중국이 세계 수요에 엄청난 영향을 가진 만큼 중국 경제의 전망이 기업 매출 전망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이제 중국의 신용 증가 및 그림자금융제도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기업들도 미래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하고 있다.
셋째, 기업들도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기업 생태계가 갈수록 승자독식 경향이 강화되면서 많은 위축을 느끼고 있다. 투자보다는 “대박 앱” 개발이 혁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름에 따라 기업들 입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이 떨어지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넷째,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즉, 미국의 경우 정부의 예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기업들의 미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정치인들은 대대적은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그러한 구조조정이 자신들의 영업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섯째, 금융 기법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했던 것 만큼 리스크 헤지 수단은 늘지 않고 있다. 초장기 시장의 미비, 그리고 공공-민간 합작사업에 대한 레버리지 제약 등으로 인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제약을 받고 있다.
마지막 여섯째, 기업인들도 최근 중앙은행들의 과감한 실험적 정책 덕분에 장기간의 침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의 노력만으로는 선진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 개척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그럴 역량도 갖지 못했다. 기업인들로서는 정확하게 미래에 어떤 문제가 닥칠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금리 억제와 중앙은행 통화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한 최근 위기 대응이 과연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말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세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기업들의 투자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선진국 경제는 성장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에 필요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번역 원문: Korea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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